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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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실을 말하다》책을 내면서
2015년 03월 29일 08시 30분  조회:564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책을 내면서
 
   울고웃는 세상, 살아가노라면 누구나 이런저런 체험이 있게 되고 절실한 감수가 있기마련이다. 그것은 시대와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으로서 사상의 분방함과 정감의 분출로 열정을 연소시킨다. 이것이 나의 문학창작의 기점이다.
   무릇 어떤 쟝르이든 자아표현이다. 그런데 자기의 사상정을 분위기에 맞게, 바르 게 표현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난의 작가 쎄르반떼스는 붓을 마음의 혀라고 했다. 그만큼 문학은 세상에 대한 개성적반응의 기록이 되는것이요 진실을 호소하는 메가폰이 되기도 한다.
   인생이 괴로운가? 세상이 괴로운가?《어진자는 슬퍼하고 지혜로운자는 즐긴다》더 라만 기실 모든것이 견해에 달렸다. 야망도, 사치도, 탐욕도…비리의 범람, 착위현상, 음과 양의 모순과 통일, 환득환실, 실락감…이 시점에서 문학을 자기존재의 의미와 가 치에 대한 탐색으로서 현실에 의문부호나 감탄표를 찍게 된다.
   작가의 마음밭에 진리와 진실한 사상의 관개가 없다면 문학의 상록수는 없을것이다. 자신이 아프게 혹은 감미롭게 느낀 그대로 구김없이 쏟아내야 진실한 문학이 될 것이며 그것으로만 자기 삶의 뚜렷한 흔적이 될것이다.
   수필문학은 인류감정의 상태를 개선하는 일종 생명운동의 수단으로서 인생이 꽃피워준 심령의 향화라고 할수 있다. 수필은 눈초리로 쓴다고 하지만 문학의 백화원에 랑만의 꽃만 피우는것이 아니듯이 수필도 가분 좋은이의 심령의 파티만이 아니다.
   비수같은 로신의 문학, 비판의 채찍인 발자크의 문학, 랑만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엄연한 사회암흑을 비춰보이는 밝은 거울같은 유고의 문학, 눈물 머금은 유모아적인 체호브의 문학, 항쟁의 북소리였던 최서해의 문학이 이 점을 증명해준다.
   세상은 넓고 인생길은 험난하다. 오직 태여나지 않는 자만이 고통을 모른다. 발바닥인생에서 무시당한 인간존엄, 인격, 생명가치창조가 얼마나 가슴아픈가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나는 붓을 지향하였다.
   인생의 반고개가 넘도록 농토에서 밭갈고 씨뿌리던 투박한 손으로 첫붓대를 잡아서 오랜 세월이 흘렀다. 붓을 잡을 때 씨뿌린대로 거두겠다는 농부의 마음처럼 글밭 을 갈고 또 갈았지만 글풍작은 숙명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생의 저문언덕에서 허 위단심 거두어보니 잡곡무지만 올망졸망 엉성하다. 그나마 헛농사는 짓지 않은것 같 아서 이번에 수필과 잡문을 추려서 한단 묶어보았다.
   누군가 수필은 산뜻한 감각의 연소이고 마음의 산책으로서 사랑의 글, 믿음의 글 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게는 수필이 심령의 목장이며 체험이나 사색으로 맺혀지는 생활의 여운, 생명의 웨침이다.
    내 수필은 친구와 무릎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밀담처럼 은근한 정이 없고 대신 자꾸 꼬집기가 일쑤이이며 싱그러운 문화향기 대신 암울한 구름같은 사색으로 어두워 져있다. 수필에서 무엇을 꼬집어봤댔자 제 마음만 상할뿐이겠지만 나는 제마음을 간지르며 어떤 미묘한 코감을 느끼자고 수필을 쓰지 않는다.
    수필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울 필요가 없다고들 하지만 글에 사상이 없다면 자칫 문자유희에 멈추기 십상이 아닐가? 인간은 외부세계와 내부세계에서 받아들여지는 감각적인상의 끝없는 파도의 넘실거림과 충격파를 언어속에 간직되여있는 형식과 범주 등을 동원해서 구별하게 된다고 할 때 역시 자아표현이 각각이기 마련이다.
    잡문시대가 아니줄 알면서도 잡문에 집념하고싶었다. 잡문이 비록 의론성문체이긴 하지만 개념, 범주를 사유재료로 하는것이 아니라 직접 인생과 마주하여 소리소리 지르며 대화를 할수 있고 그 와중에 세태를 건져올릴수가 있어 좋았다. 다른 문학쟝 르와 마찬가지로 인생경험이 잡문창작의 욕망을 격발시키는것이다.
    인생의 천태만상을 보다 철학적으로 깨닫고 감수한것을 응집시켜 이미지화, 상징 화하면서 추상성과 형상성을 유기적으로 통일하여야 좋은 잡문이겠지만 시대의 맥박 에 따라 쓴다는것은 힘든 작업이다. 그래도 나는 될수록《잡문가》가 되고싶다.
    나는 문학의 화원에서 작은 로동벌에 지나지 않는줄 안다. 우왕좌왕한 발자국들 에 절로 허구픈 느낌이 들지만 각고정려(刻苦精励) 한것만은 사실이니 어여쁘게 보아 주기를 은근히 기대해본다.
    세월이 흘러서 사람은 떠나가버리더라도 그 사람의 생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 록이 있다면 자기 생명가치의 실현으로 되는것이 아니랴. 어찌 이에서 더 욕심부리겠 는가.
    졸품편집에 각고하신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004년 11월 1 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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