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 화사하던 그 웃음도 여름의 따끈한 입김에 속절없이 녹아버리고 진초록 바람이 산야를 애무하는 계절, 할일없는 시정배처럼 강기슭을 바장이다가 잡초가 무성해지는 내둑에 호을로 꽃을 피우고 고즈넉하게 선 한송이 민들레앞에서 나ㅡ칠척로옹이 센티멘탈하게 애상에 잠기다.
나물캐는 아낙네들의 무정한 칼끝에서 용케도 비운을 면하고 살아남아 자기 생명의 권리를 지켜가는 민들레, 어느새 그 가녀린 노란꽃을 피우고 깃털을 단 여린 씨앗을 맺았을가? 새 봄에 잠시 잠간 피였다가 금방 시들어버리는 속절없는 작은 꽃, 굵다란 줄기에 넓고도 호함진 잎사귀를 키워보지도 못하건만 숙명의 생존권에서 끈덕지게 자라는 여린풀이여!
그러나 오히려 그 어려움을 자양분으로 깊이 뿌리내리는 생명, 일단 꿈을 틔우면 어데로 옮겨앉을 궁리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움트고 줄기를 뻗고 잎을 펼지고 제나름의 꽃을 피우는 봄의 어붓딸!역시 대자연의 섭리이거늘 뉘라서 생명의 본능을 압살하랴?!
민들레는 보잘것 없어도 정다운 애명들이 많다. 몀들레, 뫼음들레, 문들레무, 둘레, 씀바귀, 안질뱅이꽃…그리고 약재로 명명될때는 금잠초, 지정, 포공영, 포공초…등 이름이야 어찌 불리든간에 이 땅에 모든 생물이 자기의 생명권과 존재의 리유가 있듯 민들레도 자기 씨앗의 힘을 과시한다.
민들레는 연한 목숨이지만 연한 자태로 비바람을 이겨내며 이 세상과 대화할줄 아는 착하디 착한 꽃이다. 모든 적자들이 모두 환경을 전승한 강자일진대 적자생존의 무자비한 법칙하에서도 봄이면 봄마다 자기의 권리를 찾아 이 땅 한구석을 수놓아가는 민들레도 강자가 아니랴!
민들레는 풀로서는 너무 여린풀이며 꽃으로서도 하잘것 없는 앉을뱅이꽃이다. 그래도 우리 단군님 후손들의 꺼끌꺼끌한 보리밥에 제격으로 식탁에 올랐고 병든 몸에 약재로도 쓰이는 대지의 효녀로서 제멋에 자라다가 시멋없이 시들어버리는 무명초와도 다르다.
말없이 고이 자기의 설음을 삼키고있는 민들레꽃씨가 지금 막 스쳐가는 한오리 푸른 바람에 포르르 날아가버린다. 고이 키워놓으면 떠나가는 자식들인줄 너는 숙명으로 알고있느냐? 자기의 아들딸을 먼곳에 시집보내는 민들레엄마야! 말없는 너의 설음을 알것같구나…
지금은 아무도 민들레꽃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도시의 화분통에 꽂힌 호화로운 꽃이고 싶어서 미련없이 천애이역에 날아간다. 호화차안에서 울지언정 자전거뒤에 앉아 웃고싶지 않다며 날로 나날히 욕심을 부풀리는 준도시아가씨들 저 민들레처럼 날아가버린 딸을 그리는 시골의 엄마생각에 눈물을 지을 때 있을가?
민들레꽃의 외로움을 보듬노라니 내 상념도 민들레씨처럼 바람따라 정처없이 날려간다. 한때는 다감한 향토시인들이 순박하고 맘씨고운 시골큰애기들을 민들레 꽃에 비유해 찬미시도 많이 읊조렸거니… 민들레야 너는 지금 무엇을 속삭이느냐?
발길 무정한 논둑길에
거친 들풀속에 자라나서
해마다 오는 봄날이면
노란 꽃잎 곱게 펼쳐들고
미소를 보낼 때
그때도 당신이 모른척하시면
그리움으로 맺힌
씨앗 하나 하나에
은빛날개 달아서
당신의 창가에 날려보내려니
어느것은 바람에 방향을 잃고
어느것은 봄비에 쓰러지고…
간절한 그리움의 씨앗 하나
당신의 창가에 닿거든
무심히 버려둬
척박한 어느 돌틈에
자라게 하지말고
당신의 품같이 따스한
해살이 잘 드는 뜨락에 심어서
오는 봄에 화사하게 피여나면
내 행복의 미소인양 아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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