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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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39) 불편한 진실앞에서
2016년 07월 03일 20시 10분  조회:4361  추천:1  작성자: 최균선
                                                                        불편한 진실앞에서
 
                                                                                    진 언
 
    《불편한 진실》이란 2006년 미국에서 제작된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의 다큐멘 터리 영화제목이다. 느낌이 각각이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불편한 진실이라는 이 말에 공감이 아니갈수 없을것이다. 그만큼 누구나 영화얘기가 아닌 현실생활에서 불 편한 진실을 읽으면서 살아가고 있는것이다. 이런 불편한 진실속에서 소신껏 살면서 현명하게 처사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가짜, 저질, 불량식품의 버젓한 류통, 채농들의 제먹을 남새 따로 내다팔 남새가 따로인 얄팍한 심사, 비등하는 물가, 부동산거품, 의료비, 약값의 고고행진, 교육의 불평등, 학술부패, 대학생들의 취업난, 사회분배의 극심한 불공평으로 인한 부익부빈익빈의 사이비한 괴리 등 너무 공공연한 불편한 진실속에서 사는 우리들이다. 이런 불편한 진실들이 활개치는데도 그냥 간과하여야 하는 불편한 심리이지만 내가 련루되 지 않으면 된다는 의식이 집체무의식을 경화시키고있다.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불편한 진실에서 인간관계에서의 불편한 진실도 심각하다. 사업터에서 상급과의 관계, 동료들의 관계, 한아빠트에서 이웃들과의 관계, 길에서 불행에 처한 사람도 선뜻 도와주지 못하는 모순심리 등 불편한 진실이 한두가지가 아 니다. 입둔이들마다 인정세계가 점점 사막화되고있다고 개탄한다. 그러나 그런 개탄하는 진실에서 흔히 자기는 쏙 빼먹는다. 그래서 어쩌면 인심들이 저모양인가? 하면서도 자기부터 돌아보려하지 않는게 보통이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사회에서 인간의 리성은 이미 완전히 미쳐버렸다. 광란하는 비리성으로 하여 무시무시해진 현실이 주는 끝없는 공포감이 어쩌면 우리 모두를 마비시켜버렸는지 모른다. 지구촌 곳곳에서 잔혹한 죽음과 선지피냄새가 림리하게 하는 악마는 어느 놈인가? 그러나 악의 화신들을 성토하고 단죄하는 정의의 사도는 이 지구촌 어디에도 없다. 오직 리익을 기준으로 자족하는것뿐이다
    리기와 탐욕에 미쳐난 현시대, 참으로 인간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도처에서 살판치는 폭력과 파괴는 인간이 인간을 얼마나 뼈속깊이 증오할수 있는가? 하는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게 한다. 힘의 론리로 지배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묵인되고있는 처참한 학살의 현장을 상상하면 공연히 피해의식에 몸서리쳐진다. 인간은 허위와 기만의 면사포를 꿰뚫어보며 자신들이 연출하는 비극을 두고 개탄한다.
    힘의 론리가 사람들에게 공포와 절망을 안겨준다는 의미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주체와 폭력에 희생당하는 객체로 아수라장을 이룬 인간세계를 구원할 방도가 있는가? 피비린 살륙속에 평화의 열매가 무르익는다는 말인가? 폭력이 인간에게 강요해온 수많은 파괴속에서 그것을 이겨낼 힘은 인간의 량지와 선량과 리성이라고 설교하기엔 너무나 창백무력하다. 그래서 자기 리익만 따지며 시비를 비틀어놓기만 한다.
   불편한 시선을 가져서 불편한 진실이 투시될가? 아니면 불편한 진실이 존재하기에 자연히 불편한 눈길을 곤두세우게 되는가? 이는 간단하면서도 난제이다. 거시적, 미시적으로 생태환경파괴, 생물종의 감소와 멸종, 환경오염으로 인한 인간의 생존 조건의 악화, 동시다발적인 가뭄과 홍수, 해일, 폭풍 등 예측불가의 재난, 식수난, 기괴한 질병전파, 등 이미 우리가 알고있는 수많은 불길한 상황은 전인류적인 불편한 진실이다. 이런 진실을 뉴스로 보면서 나는 행복하며 안전한 곳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우리는 초보적인 불편한 진실이 깡마른 보리밥처럼 껄끄럽지만 그대로 삼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그 불편한 진실에 습관되여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빤히 보이는 비정, 비리여도 못본체하거나 함구가 최선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꼬치꼬치 따지고드는 사람을 곱지않게 본다. 그러나 이러이러하다고 직설할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선각자들이 정의를 신장하고 진실을 지향하여 납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몇송이 꽃이 피였다고해서 봄동산을 단장할수는 없다.
    온갖 규제를 제정했음에도 그것이 평등하게 지켜지지 않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진실을 추구하는 목소리가 터지기전에 응당 자성해야 할 사람들이 알아서 서둘러야 한다는게 불편한 진실의 근원에 대한 론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고기는 제 중태에 넣는것이 정당화되는 등 곤혹스럽게 하는 잘못된 “기성품”들이 불편한 진실을 너무 많이 조성하고 있는것이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는 서양명언은 절대진리인듯 공인되고있다. 침묵을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침묵의 좋은 점을 증명하는 론거들을 훌륭하게 찾아내고있다. 이를테면 세계상에서 매력적인것은 모두 침묵속에 존재한다는것, 천년로송도 말이 없고 만리장성도 침묵으로 뻗어있고 금자탑도 입을 다물고있고 백두봉도 억천년 침묵으로 하늘을 떠받고 싸하라사막도 침묵속에 먼 옛이야기를 잠재우고 고흐(梵高) 의《해바라기(向日葵)》도 침묵하고 로단의《사상자(思想者》도 말이없다는것,침묵은 일종 인정세태이고 일종 존엄이며 일종 력사라는것…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침묵이 녹쓴 페철이 될수도 있다. 침묵도 언행의 다른 일종이다. 침묵이 타락하면 무성언어로 거짓된 합창에 한목소리 보태는것과 다를배없고 침묵이 명철보신의 수단일때는 사악에 동조하는 범죄가 된다. 언행에서 진짜 금은 진상의 표백이다. 이 시점에서 달변이 아닌 열변이 금이 된다.
    비겁한 침묵은 진상을 덮어감추는 일종 기량이다. “침묵”하는자는 덮어감추려는 자를 덮어감싸는것이며 외곡하는자를 감싸주는 외곡이다. 쓰딸린시대의 시인 예브도 씬꼬는 “침묵 역시 일종 거짓말이다”라고 하였다. 침묵한자가 천당에 올라갔을 때 후회한다면 가능하게 침묵한것에 대한 후회일수 있다. 한발 물러서서 말하면 침묵하는자는 외곡하는 자보다는 조금 량지가 있다고 하면 조금 자위가 될런지 모르지만,
    당신이 참말을 하여 다치고싶지 않으면 침묵을 선택할수 있다. 이때 함구는 거짓말을 하는것보다 더 바람직하다. 침묵은 개인의 소극적자유를 무언으로 지키는것일수 도 있고 진실과 허위의 문턱에서 우왕좌왕하는 난감함일수도 있으며 허위를 가리는 면사포일수도 있고 무언의 동조,암묵일수도 있고 무언의 항의일수도 있다. 가장 망태기인 침묵은 비리에 입다물고 있는것으로서 비리에 동조하는 도덕적범죄이다.
    이를테면 말하지 않으면 안되고 더구나 진심을 말해서는 안될 때 예술화하여 두루뭉실, 애매모호하게 말하거나 듣는 사람이 닭살이 돋도록 아첨하는 말을 개여올리거나 아니면 앵무새처럼 남의 말을 외우거나 귀신을 만나면 귀신소리를 하고 사람을 만나면 사람말을 하거나 이쪽도 저쪽도 상하지 않게 어리벙벙 둘러댈수 있다. 그러나 진실한 자아를 잃고 속으로 수치를 감내해야 하고 쓰디쓴 눈물을 삼켜야 할것이다.
    실말을 하는데에는 지혜가 수요될뿐만아니라 용기가 수요된다. 이른바 문혁시기 거짓말하는 정도와 수준은 유사이래 없었지만 사람마다 참말을 하기 원하지 않은것은 아니였다. 많은 절간에는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이 많다는것을 사람들은 너무 잘안다. 금덩이에 검은물감이 들지않듯이 석탄은 씻어도 씻어도 희여질수 없다. 참말은 열흘이 지나도 아니 팔리고 거짓말은 하루에도 석짐이나 팔리는 오늘의 인정세태에 불편한 진실을 두고 납함을 못하는 자신부터 해부해 보지만 그냥 참괴할뿐이다.
 
                                                     2013년 6월 7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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