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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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곤혹
2016년 07월 06일 05시 58분  조회:3981  추천:1  작성자: 최균선
                                                    학문의 곤혹
 
    베이컨의 수필《학문》은 긴긴 세월의 장하를 헤쳐왔어도 시종 색이 바래지 않은 명문장이다. 글속에 매한마디를 음미할때마다 감명깊어 심사숙고를 자아내지만 시대 가 낳은 문화괴태라고 할가? 학문가치관의 변이가 심히 곤혹을 안겨준다.
   ㅡ학문은 즐거움과 장식과 능력을 위하는데 도움이 된다. 즐거움을 위하는데서의 학문의 효용은 혼자 한가히 있을 때 나타나고 장식을 나타내는데서의 학문의 효용은 담화를 할 때 나타나고…
    백번도 더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현시대 인문환경에서는 학문의 가치관이 비틀어져있다. 독서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향수는 지금 사람들의 생활모식과 절주, 흥취범위와 가치추구와는 깊은 인연이 없다. 
    지금 사람들이 소일하는곳은 술자리, 마작방, 안마원이나 노래방, 찜질방, 도박장 등등이다. 청년학생들은 PC방에서 채팅하지 않으면 유희청에서 게임으로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들은《소년시절의 독서는 문틈으로 달을 엿보는것과 같고 중년시절의 독서는 방안에서 달을 바라보는것과 같으며 로년의 독서는 대에 올라 달을 희롱하는것과 같으니라.》는 청조때 장조의 금언을 우습게 본다.
   소학교코흘리개들도 사이버세계에 들어가 정보고속공로를 종횡무진하는 인터넷시 대에 누가 고리삭은 옛선비들처럼 상투를 들보에 달아매고 곰팡내 나는 글줄사이를 헤매며 즐긴다던가? 이런판에 독서를 권장한다면 코웃음칠것이다. 그만큼 문학은 황 혼기에 들어섰고 독서욕은 인문정신의 골짜기로 떨어졌다는것을 말해준다. 아는것이 힘이다. 지식이 없는 두뇌는 기름이없는 등잔과 같다는 등 금과옥조를 진리로 생각 하는 사람들이 누구누구일가?
    독서는 두뇌를 장식한다는 말도 진리이지만 물욕이 횡행하고 한탕주의가 생활의 주선률이 되여진 현실앞에서는 랭소를 받는다. 학문이 없어도 관계학만 잘 터득하면 무재무덕한자도 한자리 차지하고 떵떵거리며 자기 인생을 멋지게 영위하는 세상이다. 산해진미에 기름진 배를 내밀면 온갖 즐거움이 스스로 찾아들어 하늘에 별을 볼새도 없는데 소일할 일이 걱정일가?
    ㅡ학문에 대하여 약삭바른 사람은 경멸하고 단순한 사람은 숭배하고 현명한 사람은 리용한다. 학문의 용도는…사람의 지혜에 속하는 문제인것이다. 두말할것없이 학문은 지혜와 재능을 낳는다. 그경우 당신이 학문을 닦음에서 량지(良知)를 구하는가 학문을 닦은후 량지를 잃었는가를 보아야 할것이다. 사서삼경과 춘추를 통달했으나 인성은 오히려 훼멸된 문인나부랭이가 얼마였던가? 력래로 많은 경우 독서의 목적은 일신영달의 지름길을 찾는데 있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 독서자는 학문이라는 벽돌로 청운의 사다리를 두드려왔고 지금도 두드리고 있는것이다.
    ㅡ독서는 충실한 사람을 만들고…문필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역시 절창이다. 독서는 확실히 두뇌를 충실하게 한다. 그런데 우스운것은 독서에 지나치게 시간을 소비한 범진이나 공을기같은 궁한 선비들을 낳은것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일컬어 식자우환이라 하는가? 경은 좋은데 입비뚤이 중이 념불한것인가?
    문필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옳다!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효용이 많이도 달라졌다. 글은 마음의 소리로서 문여기인(文如其人)이라고 하지만 10년황페화시기 리론권위라던 강생이나 흑백을 전도했던 요문원같은 류망문인들은 문필의 정확성에 똥칠을 했던것이니…우리 민족들속에도《내선일체》요《황국신민》이요 당나발불며 조선청년들을 일제의 대포밥으로 내몰던 리광수류의 어용문인들이 적지 않았다.
    ㅡ력사는 사람을 현명하게 한다. 이 말은 베이컨의 글에서 가장 유명하고 핵심적 인 론단이다. 그런데 창조된 력사를 말하는가? 붓대로 쓴것을 말하는가? 대학자 호적선생은 력사란 임의로 분장시킬수 있는 처녀애와 같다고 했다. 하다면 우리가 읽었던 력사의 분장사는 누구들인가? 력사는 늘 인간과 롱담한다. 력사의 화책에서 신격화 된것은 왕왕 사람이였고 인격화된것은 흔히 귀신이였다. 철학자 헤겔선생이 일찍《인류가 력사에서 얻은 교훈이라면 인류는 력사에서 아무것도 배운것이 없 다》고 한 말은 결코 유모아가 아니다.
   ㅡ시는 사람을 재치있게 만든다, 옛날엔 확실히 그랬다. 시는 인간지혜의 정화요 가장 아름다운 언어의 집합이였다. 그러나 지금의 시는 오히려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뿌쉬낀이나 쉬빠쵸브, 하이네, 조기천의 명시들은 현대파시인들의 놀림거리로 되여진판이다. 읽을수록 알쏭달쏭해야 하고 수수께끼를 풀듯이 사색하고 시인개인의 감각을 음미하는것이 매력이라고 하더라만 분명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고 있는것이다.
    베이컨은 철리는 사람을 심각해지게 하고 도덕은 사람을 고상하게 만든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책에서처럼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력래의 도덕가들로 말하면 자기가 해낼수 없는 일일수록 남들더러 지키라고 설교하고 자기에게 결핍한 도덕일 수록 다른 사람들더러 갖추라고 요구하는 엉터리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른바 위군자 라는 말이 생긴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베이컨의 론리학이나 수사학이 시비를 잘가리게 한다고 했지만 현시대 실제 해석은 다를수밖에 없다. 한것은 지금은 금전과 권력이 시비를 제일 잘가르는 권위자 이기때문이다. 돈이 귀신을 석마를 돌리게 하는지 딱히 보지는 못했지만 해당학문이 없어도 내항들을 잘만 부려먹는 인생마당이였다. 중국의 력대 개국황제들속에 진정 학문가, 도덕가가 누구던가?
    학문으로 정신적결함을 치료할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 그 말을 믿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현실은 정신빈곤자, 정신불구자일수록 학문의 가치와 효용에 불문이고 우습게 보기까지하니 말이다. 요즘 돌아가는 세상사를 보면 인류정신의 온갖 상처는 모두 학문의 덕으로 더구나 심각해지고 있다. 당신은 보아내지 못했는가? 학문을 돈독히 닦은 집정자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비극이 그렇지 않은가?
    학문이 발전하여 인격이 된다는 금언도 지금 보편적진리가 되기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고 우습게 뒤틀려버렸다. 학문이 사람의 천품을 완성시킨다고 하지만 너무 많은 사건들이, 너무 많은 인물들이 이를 반증하고있다.
    선량하고 리지적인 베이컨선생은 식별능력이 없고 차이를 분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스콜라철학자들을 연구하는게 좋다고 권장하였지만 우리 여기서는 스콜라철 학이 시장을 찾지 못해서인지 인재와 용재. 기재와 둔재를 분별하지 못하고 친분 관계를 보거나 찔러주는 붉은봉투의 무게에 따라 등용하는것이 거의 정계의 풍조로 되여있고 민생에는 오히려 판단능력이 잠을 자고있는 형편이다.
    천금을 주고도 못살 금과옥조를 곰곰히 새기면서 나름대로 떠오른 풋생각을 횡설수설 지껄이고보니 많이 득죄하고있다는 느낌이 들어 등곬이 서느럽긴한데 다만 학생들에게《지식이 없으면 인생이 죽음의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느낄때에라야만 학  문의 진정한 가치와 위력을 알게 될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구구히 변명하면 구설수를 면할지 모르겠다.

                                      2006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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