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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바람과 나비와 인생
2017년 04월 15일 18시 12분  조회:279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꽃과 바람과 나비와 인생 [수필]
 
                                                                  최 균 선 (야 조)


    꽃, 철따라 피여난 꽃들은 대지의 가장 어여쁜 딸들이다. 이른봄 먼저 피여나서 련정을 불태우는 진달래, 내 고향의 앞남산 뒤동산에 몰래 몽글다가 마침내 활짝 웃는 복숭아꽃, 살구꽃, 오얏꽃, 신록에 이채로운 개나리, 어엿한 함박꽃, 내둑에 수집은 민들레, 산기슭, 길섶에 찔레꽃, 터밭에 소박하게 핀 호박꽃, 외꽃, 감자꽃… 꽃들은 꽃마다 제멋에 겨워 바람과 나비를 불러낸다.
    바람, 바람이 분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은 꽃의 화분을 실어나르려고 부지런히 부는것이 아니다. 바람은 어이 불어오는지, 어이 가뭇없이 불려가는지, 그저 불기 위해 부는지…그러나 꽃은 락화의 사연을 바람에 묻지도 않고 바람이 하는대로 하면서 꽃가루를 살며시 가지우에 내려놓아 열매의 꿈을 몽그린다. 부는 바람에 정이 없지만 바람에 기탁하는 그 마음만은 갸륵하다 하리라.
    가도와도 가질것 없는 바람은 바람대로 불고가고 비래편편(飞来片片) 꽃나비, 호랑나비는 꽃이 탐나서 하늘하늘 춤추며 련정을 흘리지만 화분을 날라다주어 결실을 이루려는 꽃님의 소원따위에는 흥심이 없다. 화심을 파고들어 꽃즙을 빨아먹으며 이꽃저꽃 희롱하다가 엎딘김에 절하듯이 다리, 날개에 묻은 화분을 무심결에 털어놓는것으로 꽃의 말없는 순정에 보답할뿐이다. 꽃과 나비는 은혜를 베풀고 은혜를 받 으며 공생하면서도 마음을 주지 않는 불화한 련인과 같다 하리라.
    꽃과 바람의 슬픈 사연은 하늘과 인간의 사이와 같거니 무심한 사람은 알리가 없다. 유정한듯 무정한 하늘의 풍운조화속에 사람은 절로절로 행복을 가꾸어야 한다. 꽃의 편지를 나르는 봄바람은 무심하지만 그 경계는 높아서 와도가도 전혀 가질 마음이 없이 훌훌 털고 사라진다. 그래서 맑은 바람 청풍이라 하건만 바람같은 경지 에 있는 사람은 인간촌에 그리 흔하지 않다.
    꽃과 나비의 슬픈 사연은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이런저런 사연과 같다고 할수 있으리라. 자기중심주의에 절어들어 리기와 리해를 앞세우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네속에 내가 있고 내속에 네가 있어 원치 않을지라도 결과적으로는 내가 너를 위하고 네가 나를 위하는것으로 되여 마치 자전거에 사슬처럼 맞물려서 돌아가는 인간세상이 된다.바람이 없다면 락화의 한이 없을것인가? 나비의 홀림이 없다면 꽃의 사랑은 홀로 외로움에 시들어버릴가? 바라건대는 나비여, 해충으로는 되지 말아다오.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그 한철을 마주하고 꽃과 인생을 생각해본다. 철따라 어길세라 자기의 권리를 찾아 만발하는 백화의 화창함과 락화를 보며 인생무상을 절감하지 않을수 있으랴, 잠간 피고나서 금방 스러져야 하는것이 꽃의 운명이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 춥고 시린 긴 겨울을 견디고 풍상을 겪으며 꽃꿈을 익혀오다가 필 때가 되면 잠시 피여 웃고나서 금방 지고마는 꽃의 운명과 초로인생의 인간의 생명꽃은 꽃을 닮은 운명이다.
    어느 꽃이 곱다고 하나에 집착할 필요가 없듯이 인생도 호화로운 생활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다. 세상의 꽃은 모두가 아름답다. 활짝 핀 꽃도 꽃이요 지고마는 꽃도 꽃이려니 잘 살아도 못살아도 인생은 그저 인생이다. 아침에 솟은 해가 중천을 지나 서천에 락조가 되듯 우리네 인생도 의욕과 열정으로 불타던 젊음도 중년을 지나 백발로 변하고 인생의 황혼을 맞는다.식물은 풍상을 겪으면서 열매속에 씨앗을 담아 대를 이어놓고는 빈몸으로 또다시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생명을 륜회시킨다.
    길가에 수줍게 핀 민들레가 세상을 향해 대담하게 꽃씨를 날리고있는 모습을 보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추구하는 그 욕심이 허무함을 깨닫게 된다.내가 제일이라는 자만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도 대신할수 없는 각자의 삶을 살기마련인데 다양한 생명체의 존귀함을 모르는자는 뛸데없이 우자(愚者)이다.
    볼품없어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지만 민들레는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나는 나의 주인”이라고 자긍하며 스스로의 생명을 영위하는 모습이 경이롭지 않은가! 민들레가 척박한 땅에서도 떳떳이 살아나 당당하게 꽃씨를 날리고있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도 자기가 자기인생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진다면 과연 이상한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생명의 꽃이다.물론 인생길에 내내 화원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백화가 다투어 피여도 자리다툼을 하지 않듯이 천층만층의 사람들과 더불어 동시대를 살아가고있다는것을 좋은 인연으로 생각하고 공생공존하는 화해로움을 왜 그리도 이루기 힘든것인가? 꽃이 활짝 피여 화심을 다 드러내는데 우리는 너무도 리기적인 삶을 사느라고 마음의 문을 닫아놓고 살아가기에 사람을 아름다운 꽃으로 보는 지혜의 눈을 뜨지 못하고있는것이다.
    인간촌의 평화란 인간을 꽃으로 보고 나가서 그 꽃이 바로 인간이라는것을 깨닫게 되는 인성의 성숙이라 할것이다.꽃은 아까와서 함부로 꺾지 않으면서 꽃중의 꽃인 인간의 생명은 무참히 짓밟으며 다다익선, 독점욕으로 많이 점유하려 경쟁하며 모순충돌을 합리화하려 극성을 부리니 어리석고 슬픈 생령들이 아닌가?
    한폭의 수채화는 여러가지 사물이 간단하게 조합된것이 아니다. 소는 그저 한마리 소이고 초원에는 청초와 꽃이 있을뿐이며 나무가지 새로 비쳐드는 해빛은 한가닥 빛일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한곳에 배치하면 마력같은 매력을 산생한다. 그처럼 창창한 바다나 꽃이 만발한 봄날의 정경은 단순한 풍경일수 있으나 무한한 인문내함을 가지고있다. 인애의 정신과 인애의 마음이 있어야 사랑(광의적의미)의 씨았을 움틔우고 무성하게 자라게 할수 있음을 모를 사람이 있을것인가?
    소위 인문정신이란 때론 그 충만된 내포를 한마디로 표현할수 없지만 내심으로 묵묵히 새겨보는게 오히려 더 의미로울수 있다. 한송이 장미꽃의 형식과 내재적인 지향에 대하여 두부모베듯 구분할수 없다. 한것은 량자는 물과 젖처럼 완전히 하나 로 융합되여있기때문이다. 솜씨가 비범한 목수가 짜놓은 멋진 가구는 그와 더불어 인문적인것일진대 그 형식과 내용을 구분할수 없듯이 말이다.
    인간관계가 상실되여 고독해진 상황에서는 개인들사이에 무관심만이 지배한다. 이런 상태의 지속은 남을 원망하기에 이른다. 어떻게 공존하며 화해롭게 살아갈것 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은 가슴이 따스한 사람이다. 례컨대 자기에게 기쁜 일이 있을 때 함께 나누려고 찾아간 사람이 제일보다 더 기뻐하면 마치 꽃도 상하지 않고 자 기의 꿀을 빚고 꽃에 화분도 완성시켜주는 꿀벌 같은 지기이다.그러한 지기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는것보다 더 중요한것은 자기의 마음을 여는것이다.
    만약 두번째로 찾은 사람이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표정으로 맞아준다면 그는 벗 이며 찾아간 세번째 사람이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쓰면서도 내심상 평정을 찾지 못하고 당신의 희열의 순간이 한오리 바람으로 되기를 바란다면 그저 잘아는 사이의 사람이다. 이처럼 꽃과 바람과 나비의 사연속에서 우리는 인간관계의 오묘함을 본다. 꽃은 피여있고 바람, 나비, 꿀벌 같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떠나가는 인생마당이다.
    공생공존의식을 앞세운다면 어디서 벗을 찾을것이고 리해득실만 따지고든다면 라이벌만 만들것이다. 시끌한 인생현장에서 스스로 고달프게 살지 않으려면 사랑을 탐지기로 삼고 인생길 어디쯤에 있음직도 한 “알리바바동굴”을 찾으라.리해란 때론 아주 간단하다.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그가 처했던 단계에서 보면 무난하다.

                                   2014년 8월 14일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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