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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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의 곤혹
2011년 11월 08일 03시 57분  조회:11399  추천:5  작성자: 최균선
 
       문학의 저조기라 일컫는 이 시대, 갈수록 현실과 동떨어진 문학, 독자를 외면하는 창작, 특히 현대시는 독자를 의식하기보다는 무시하고 멋대로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 원인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요는 시인 스스로가 독자와의 사이에 단절의 담을 쌓고 소통과 공명에 신경쓰기보다는 자아도취의 상아탑속에서 스스로 자리매김을 하고 자족하고 있다는것이다.

        현대파시를 표방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과도한 이미지의 수사학이나 리해불가의 시들이 판을 치는 시단의 풍경에 독자들은 언녕 실망을 숨기지 않는다. 서정성을 생명으로 하던 시들을 낡은것이라고 부정하는 경향에 마주하여 문학은 반드시 어찌 되여야 한다고 론단할수는 없지만 시인들 스스로 비평적사고를 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시의 소통부재, 공감부재를 우려하지 않을수 없는 이 시대에 진실한 삶의 의미를 읊고 철학적사고를 시창작의 취지로 내세우고 삶의탐구, 인생의 성찰을 보여주는 시, 진실한 시적경지와 예술적희열을 선물하는 시가 희소하기때문이다.

      현대시라도 시인은 괴이함, 애매모호함에 심취하기보다는 시인 나름의 관찰과 사색을 시에서 형상화하려 애쓰면서 그 노력이 보다 많은 독자들의 흉벽을 두드려 공명의 대문을 활짝 여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가? 하고 무모한 곤혹을 굴리지만 해답이 명랑하지 않다. 물론 시가 도구로 전락되였던 시대로 돌아가지 말아야 하겠지만도 자연과 고향과 우리 주변의 인물들과의 정서합일은 진정 서정시가 독자를 불러들이는 길이고 그것이 시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하고싶다.

        재래의 경물시가 다 심오한 사색으로 채워져있은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인의 오감에 와닿은 그것이 시인 개체의 아름다움이나 감동, 슬픔이나 혹은 고통만이 아니라 그 정서와 사색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정서적촉동을 받게 하는것이 시의 생존리유가 아니며 공간이 아닐가싶다. 인간의 삶의 현장, 심리심처의 활동에 대한 투시는 시인이 선 위치와 가치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기실 정태적자연경물의 재복사가  아니라 현재의 삶을 배경으로 재조명하는것도 의미롭지 아니한것은 아니다.

       시적동기와 창조된 시적경지는 시인의 새로운 시각과 창조의 열정은 어찌했든 현실생활, 인간의 공통된 심적상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을수밖에 없다. 고요한 달밤 농가의 퇴마루에서 부는 젓대소리에는 연주자의 생명운동의 절주가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그 정겨운 소리를 듣는 사람의 흉금에 감동이 일지 않을수 없다. 시의 예술적효응도 젓대소리와 같다면 결코 독자를 잃어버린 비애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인의 시적상상이 자연과 현실, 대중을 배경으로 한 시라면 그것이 독자의 심금과 어우러짐은 시가 문자폭력이 아니고 삶의 골짜기에 잠복해있는 감동성, 다시말해 평화로운 일상을 동경하는 독자들의 가슴을 마술같은 힘으로 휘여잡을것은 틀림 없다.  요지경같은 현실과 인간의 조우와 인생의 의미와 진실을 재구성하고 현실에 대한 시적인식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것을 누군들 말리랴!

       시의 현실반영은 시적대상의 외양과 속성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시인의 시적세계와 대상에 대한 깊고 넓은 주관성이 전제이다. 시적자아가 외부세계와 다양하게 만나면서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어가는데 이것이 현실반영만이 아닌 투시력을 과시하는 시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다.

       시인은 삶의 현장을 남다른 시각으로 직시하며 그것을 시로 읊는데 이는 시인의 일상에 용해되여 있던 환경과 대상을 전시하면서 동시에 의미롭고 순결한 순간들을 독자의 마음밭에 옮겨심음으로써 생명의 의의를 환기시켜 친구같은 시적대상으로 접수시킨다.  자신만의 사색의 공간, 감탄 혹은 흐느낌일지라도 자기가 몸담그고 있는 인생현장의 구석구석을 눈빛질하며 동시에 시적경계를 펼쳐 소통하고자하는 노력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인의 벗어버릴수 없는 숙명이다.

       우리들 삶은 평범하기도 하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미처 발견하지 못햇던 저마다의 사연들로 심각하게 엮어질수 있다. 보통의 인간심리와 일상이 중복되는것이 삶이지만 시인은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삶의 순간과 사건과 감정들을 절묘하게 긍정으로 빚어낸다는데 남다른 재능이 현시되는것이므로 독자가 수수께끼를 풀도록 글재주를 피우는것은 시인으로서는 보람없는 잔재주에 불과한것이다.

       인간의 삶에 중뿔난것이 있으며 정감에 특수라는게 있는가? 날마다 생계로 동분서주하고 리기심에서 얼굴을 붉히고 흰술에 된장찌개를 안주로 하며 취한김에 노래가 절로나오는 그것이 민초들의 삶이다. 싫어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그 일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시인의 마음은 남다를수는 있어도 애매모호할수는 없다.

       현대 시인들은 자아도취에 빠지면 안중에 독자가 없다. 그래서 정감이 넘치는 수식어를 동원하는것이 아니라 될수록이면 엄청 낯설게 만들기에 골머리를 짠다, 그런데 그런 문자조합을 미화시키는것만으로는 독자들의 시예술에 대한 관성비슷한 정서와 시적흥분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현실이 이것을 증명하고있다.

     시에서의 재치있는 비유와 심오한 상징과 형용사에는 세상에 대한 체험과 사색이 녹아있어야 한다. 그것이 봄바람에 부푼춘심이든, 남산에서 아물거리는 아지랑이든, 잃어버린 님에 대한 애상이든, 신비한 밀어이든, 시인이 세상을 두루 탐지하며 쌓은 기억장치가 어느 순간 활 풀리면 결국 세상에 대한 인식의 표출이며 생명활동의 단면도로 펼쳐진다. 그러나 시인의 관심사는 혼자만의것이 아니라 될수록이면 많은 독자의 공감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설명이 되겠다.

       일상의 대상들을 관조하는 시인의 독특한 시각에 의해 시속에서 하늘, 별, 바다, 산, 나무, 풀잎 등 자연물이 새로운 생명체로 환기되고 또한 보통인물들이 등장함으로써 삶의 친숙함과 정서적인감각들이 고스란히 전달되여야 시답다는 말이다. 이러한 시적특징에는서정 혹은 철학적사색, 세계관 내지는 미적의식이 바탕이 되여 있음으로 하여 시가 존재리유를 확보한다. 시적대상물은 처음에는 시인 혼자의 감각대상이지만 그냥 전유물로 남는다면 그 시는 존재의 가치를 잃고만다.

       전통적정서의 맥을 이어가고있는 시인의 예지를 진부하다고 보는것은 설득력이 없다. 자연을 시적소재로 한 서정시, 그보다 평범할수 없는 민초들의 일상과 정서, 혹은 향수의정, 모성애, 심층적정서까지 담은 시들이라 하여 자연을 옮긴 시, 진부한 시라는 관념은 성립될수 없다. 경물을 소재로 한 시가 갖는 한계점을 어떻게 극복하는냐 하는 문제는 시인의 재능문제이지 전통시의 원죄가 아니다.

        작고 하찮은것까지 다루는 시인의 세계관은 자연성은 물론 서정의 범위를 넘어선 확고한 자기 신념을 설득력있게 펼쳐보일수 있다. 경물이 시적대상일 경우라도 강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본질외에도 새롭게 형상화할수 있는 가능성도 소실된것은 아니다.

       시인에게 있어 독특한 깨달음은 시적령감의 성취이자 시창작의 기본정신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감동되고 그 감동을 시적정서로 전환시키는 시인의 격렬한 정서파동, 사색의 모대김은 깨달음이자 동시에 성스러운  사명이라 할것이다.

       세상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일반인과 다르지만 시인의 심미희열은 미처 보지못했거나 경험하지 못했거나 깨닫지 못한 독자들에게 시읽기의 즐거움을 전해주는데 귀결된다. 우리가 스쳐지나는 일상에서 시인이 생에 대한 또 다른 깨달음, 내지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것은 그동안 쌓은 삶의 경험과 철학이 바탕이 되기때문이지 세상에 없는것에 대한 발견은 아니다.

       모두의것, 공통된것을 시적소재로 잡기 위해서는 진실된 체험을 전제로 하는데 시인이 성스러운 눈길로 바라본 시세계에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게 하고 사물에 불어넣은 생명현상을 제시해준데 감탄하고 고마움을 느끼게 한는것만큼 시인으로서 더 보람찬 일이 있을가?

       낯설기만 한 언어조합,수수께끼로서가 아니라 진한 사람내음이 묻어나는 사색에 정감이 슴배여 있어야 음악같은 서정시이다. 그래서 시는 덕담이 되고 예술이 되고 미학이 되는것인지도 모른다. 하얀꽃'이든, 몽롱한 꿈이든, 인간냄새가 나는 정으로, 삶의 미학으로 전달하는 시인의 창조성은 그래서 일반인이 미칠수 없는 선각자같은 깨달음이며 예술경지이다.

      우리의 삶은 어디까지나 실재적인것, 효용가치가 있는것에만 습관되여 왔다. 독자의 환영을 받는 시는 소박하고 독자의 심미능력을 시험하지않고 자연스럽게, 그렇듯 익숙하게 받아들여진다. 괴이한 억지사색과 표술로 하여 시의 미적균형상 파괴는시적대상을 따뜻하게, 섬세하게 들여다보면서 시적미와 존재의 신비한 현상을 흔상하는데 눈가리개가 된다. 존재의 보편성과공동지향성을 굳이 파괴해야 새로운 시창작이라고 맹신하는 시인은 생생한 인생현장을 깊이 투시하고 평범한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발굴해 내고 그것을 섬세하게 보여주는데 흥미가 없는듯 하다.

        시인과 시적대상이 하나가 되여야 할것은 물론, 분출되는 시적정서는 시인의 깨달음의 농축만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의 현시를 통해서 독자는 미지와 기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또 다른 깨달음을 획득하게 할 기회에 기뻐한다. 독자를 마다하는 시창 작자가 있을가? 누구나 독자의 공감대를 울릴 걸작을 시도할것이며 시적정서로 어렵지 않은 시어의 최적의  조합, 친숙한 소재들로 심미구심점을 노려야 한다.

       부단한 시개혁정신으로 나름의 독자세계를 개척하는 시인만이 각박해지는 문학소비생활에서 소외당하지 않고 곧 잊혀지는 시인이 되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자아감각에만 집착한다면 문제는 달라지며 독자를 실망시킬뿐이다. 자연의 소중함, 주변 사물과 혹은 정서적가치를 도외시하거나 그것들과 동떨어진 심경에서 시적성취를 추구한다면, 독자에게 기대려하지 않는다면 협조와 조화에서만 가능한 문학소비가 그저 희망사항으로 남을 일이다.

       너무 많은 홀시된것들, 잊혀진것들에서도 예술적향수가 될것들을 찾아내는 그 시적안목은 고귀하고 성스럽다. 이로 인하여독자는 시인의 혜안이 투시하고 있는 숭고하고 성스러운 예술경지의 창조에 존경을 품게되는것이다. 현시대의 재빨리 소실되어 가는 따스한 인정과 선량, 그리고 삶의 기본정신을 시에서 편달하는 시들은 시인의 성실하고 진지한 시정신에서만 가능하다. 문학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이 불확실한 문학의 화원에서 시대를 앞장서 이끌어가는 시적정신, 진정 문학의 새로운 길을 인도하는 시인의 구도자적사명이 필요한 때, 참된 시창작의 한길을 걸어가는 시인들에게는 독자들이 존경의 마음을 앞세우고 줄쳐오리라.
 
                                                                                                           2011년5월2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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