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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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시집 <사물들이 띄운 무지개>

제5장 기이스러운 언어들
2019년 02월 13일 20시 58분  조회:492  추천:0  작성자: 최룡관
제5장 기이스러운 언어들
 
 
모아산
 
솔바람 솔솔 그네를 뛴다
가지마다 기다란 그네줄 매고
날바람 윙윙 톱질을 한다 
톱밥 한알 떨구지 않으면서
 
해를 머리에 이였다
몸은 온도계
하늘과 땅의 피가 빨갛게 오르내리다
밭고랑은 오선보
호박싹은 도레미 콩싹은 쏘라시
 
구름 쌓아
바람 쌓아 
별들 쌓아
신이 지어준 집이여
 
2016.5.15.
 
함박눈
 
하얗게 하얗게 하르르 
꽃씨들이 내려온다
파아랗게 파아랗게 파르르
연두빛 잎사귀들이 내려온다
 
도사린 귀구멍에 쌓이는 소리
땅껍질 뜨는 씨앗들 허기영차
떡갈나무 잎끝에서  매미들 합창
단풍잎 켜드는 빨간 노란 등불들 
2016.5.27.
 
한춘 시
 
차디찬 얼음덩이 속에서
잉걸불 이글거리다 
 
땅땅한 돌덩이속에
꽈악 찬 오케스크라 붐 
 
구름 모자 쓴 산
뚝뚝 뛰며 옷자락 나붓기다
2016.5.27. 
 
살구꽃 시절
 
하얀 눈이 켜켜이 쌓였네
아가씨무리 양산을 들고 섰네
하늘 락하산들 산을 덮었네 
십리 산자락이 하얀 연들을 날리네
학의 무리들 4월을 지저귀고 있네
하얀 종이로 산을 도배하였네
2016.5.5
 
 
  하늘 진창에
 
새는 하늘진창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가오리는 바다진창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사람은 관계진창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소나무는 바위진창에 빠져서
꼼작달싹 못한다.
폭풍은 고요의 진창에서 뛰쳐나와
장벽 짓부시며 달리는 말떼.
2016.7.12.
 
별무리
 
연푸른 밤하늘 아득한 곳에서
함박눈이 내린다 
 
만년을 내렸건만 억년을 내렸것만
 
강물이다가 소무리다가 국자이다가 사자이다가 개발자국이다가 지렁이이다가 매미울음 울다가 뢰성으로 번지다가 색스폰 연 주이다가
방향판에 구멍이 뚫려 휘청거리는 눈송이들
 
2016.6.23.  
 
바람의 강
 
 
바람의 강이 하얀 손수건 날린다
강변의 돌들이  우르르 새가 되여 날아오른다
말뚝의 황소 꾀꼬리 되여
말뚝에 앉아 삐르르 울음 싼다
우뢰의 주악속에서
방울잎들이 우르르 날아내리며
은실로 금실로 무지개 짠다
장성 쌓는 손가락들
피아노 치는 소리에 파르르 떠는 깃들. 
2016.7.6.
 
단풍
 
단풍이 바람을 뿜는다 빨간 노란 바람을
기다란 혀바닥이 사막 핥는다
꽃들이 쌓이여 산이 되고
꽃비가 내리여 강이 된다
뽈은 벌둥지
발이 손이 벌이 되여 둥지에 꿀을 채운다
2016.7.23.
 
축구장 별곡
 
키바는 폴짝폴짝 뛰는 개구리
무르익은 검은 포도 박스에 넘쳐
꽃물결 우ㅡ우ㅡ 운다
돌맞은 차유리
거미줄 늘이고 
흰거미 한마리 중심에서 눈을 뒤룩거린다
사람들 목에서 찬탄을 뽑아 하늘에 널어놓는 공작새 꼬리
 
처마 비물이 콩콩 방아 찧는다 통통 물천 짠다
 
 
 
 
석양을 향하여 달리는 기차
 
기차가 석양을 향하여 드르릉 달리고 있다 카텐은 바위가 되였다 바위사이로 은빛강물이 고요히 흐른다
길가의 나무들이 좌르르 붉덩물이 되여 쏟아지기도 하고 산사태가 되여 우르릉 탕탕 구르기도 한다. 외로선 사무는 뱀장어가 되여  구불거리기고 해마가 되여 흔들거린다.
바다위에 집들이 올망졸망하고 하늘에는 하얀 소금무지들이 여기저기에 쌓이여있다
하늘 사자 소나기로 운다 지붕이 북 잡아두드린다 호박잎 발가락 피아노 친다 
                         2016.8.23.
 
씨앗 뿌리기
 
무지개 씨앗 받아서 산에 들에 뿌린다. 
칠색의 꽃들 지천에 피여난다. 
산과 들 쭈욱 허리를 편다. 
흰구름들 썰매 타고 빙글거린다. 
 
바람 씨앗 받아서 강물에 뿌린다.
하얀 기발들 펄럭이고 
강변 돌들 날개를 펴고 
  
하늘 씨앗  땅에 뿌리고 땅씨앗 하늘에 뿌린다.
신선 나무 한그루 자란다. 
가지가지 룡이 되고  
가지사이를 봉황이 날아다니고 …
2016.9
 
 
리좀 이야기
 
문뜩 중간에서 튀여나온 놈
꼬리도 대가리도 없는 놈
싸지른다 굴암돼지 옹배기 도랑물 
싸지른다 지렁이도 호랑이도  
싸지른다 나비도 복숭아도  
싸지른다 돌멩이도 딱다구리도  
문도 많아 사면팔방 나들이 문이다
들어온다 달이 불이 나무 소리개
들어온다 이들 별들이... 
글들아 그냥 싸질러라 
네 몸통에서 피가 보인다
그래도 닫지마 문을
 
지층
 
본채도 없는 새끼야
그냥 사랑채에서 사는 새끼야
언제나 겉 옷만 입고 노는 새끼야
언제나 곁에만 서는 똘만이 새끼야
골백번 곤두박질쳐도  
신이야 모자야 수갑이야 양말이야 잠바야 바지야
홀드의 고속도로에서
노란 별똥들 구중천서 쏟아지고
빨간 장미들 구중천으로 날아오른다
 주:홀드는 단마르크 한 도시
 
방울소묘
 
물 방울  한마리 뛰여다닌다 
청개구리 한마리 방울서랍에서 나붓긴다
숫사슴 한마리 방울책장에 꽂힌다 
바위 한마리 방울걸상에서 앉는다
구름 한마리 방울대돌에서 두릿거린다
바람 한마리 방울기둥에서 맴돌이친다
 
청자기 
 
피리 소리에 앉아 고니 날아내린다
골물이 방아에 떨어져 함박꽃 피운다
산허리 동굴 수리개 한마리 띄운다
뚱뚱한 배속에  
꽃도 차있고 새도 차있고 호랑이도 차있고 나비도 차있고 구름도 차있고 별도 차있고…… 
 
 
2017.1-2017.2.
 
저가락
 
외오리로 그네줄 매고
하늘 날아오르는 잰내비 꼬리  
숲물결 가르는 사슴 다리
물숲을 날아다니는 
잉어의 몸뚱아리
 
하늘 새들 피여나고
대지 꽃잎들  울고
2017.4.11.-21.
 
 
 
 
 
교감 시초
 
교감 1.
 
또르르 구슬이 떨어지네
쪼르르 구슬이 흐르네
 
흘러가는 구슬들 내물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지. 구슬은 흐르면서 바람을 일으키고 바위로  굳어지고 무지개 피우지 아아  꽃이다가 나비다가 구름이다가 날개 파닥이다가 껑충 뛰다가 훨훨 날다가 세상을 빙그르 돌리며 사과쪼가리 휘뿌 리네.
 
교감 2.
 
경탄 소리 봄바람
발딱발딱 일어내다
 
아지랑이 머리를 풀어헤쳐  대지에 푸른 물감을 들인다. 들에 산에 넘치는 푸른 물 태양에게 푸른 연지곤지 찍어주고 구름에 게  푸른 살 올려주어 웃자락이 푸른 바람이 일다
 
진달래 울음소리
겨울을 말끔히 녹여버리다  
 
교감 3.
 
봉오리 혀끝 내민다 장미꽃 입을 벌린다
 
장미꽃은 궁전! 갑옷을 탄탄하게 입은 장수들 칼 차고 궁전의 대문 지켜섰다 하얀 치마자락을 잘잘 끄는 선녀들 발끝에서 아지랑이 하릉하릉 피여오른다.
 
백발을 날리는 천신이 붉은 술  휘저으니 해와 달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급기야 우뢰가 산에 녹아든다
 
 
교감 4.
 
 
불꽃이다 번개다 하늘이 타고 땅이 탄다
 
이 불꽃을 누가 튀우는가 이 불꽃은 어디서 왔는가 태고연한 정글속에서 왔는가 솔향기 무성한 솔마을에서 왔는가  아침놀 저녁놀 서로 섯돌고 들꽃 산꽃 향이 고기 비늘 되여 반짝이는 데야
 
  
교감 5
 
 
뿌부붕 오른다 폭죽이 하늘로
 
하늘에 채색꽃들이 황홀을 수놓는다. 어느 꽃이 니 꽃이고 어느 꽃이 내 꽃이든가 하나로 어우러져 별무리로 피어나는데야
 
별찌들 쏟아져내린다 순간의 찬란이 오르고 내리고 내리고 오른다  삐리리 쬬르릉 종달이 노래 잦춘다 바람 자는 하늘 고즈너기 뜬다
 
 
돌들이야기
 
돌A
어제밤 말이야 부엉이가 되여 훨훨 날아다니다가 산기슭에 있는 장꿩 한마리 잡아 추렴 했어
 
돌BC
그래서
 
돌A
지금 배가 이렇게 둥둥 부어났어 ㅎㅎㅎ
 
돌B
 
난 말이야 강이 되여 흘러갔어 물보라 하얗게 일구며 가다가 물고기 한마리를 만났어
 
돌AC
그래서
 
돌B
너무 뻐덕질을 치는 바람에 놓아주었어
돌AC
임마 물고기가 얼마나 맛있다구 놓아주다니
 
돌C
 
너들 다 재수가 좋구나 난 말이야 어제 밤에 메뚜기가 되여 뜀질하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만 구새통에 머리 쪼았어  
 
돌AB
 
그래 지금도 아프니
 
돌C
괜찮아. 우리 엄마가 말하는데 그런 일이 있음 좋대
돌ABC
하하하 크크크 르르르
2017. 5..11.
 
 
 
두만강 별곡
 
하늘이 하사한 짐승떼들 달음박질치다
곰떼 범떼 자라떼 사슴떼
 
곰떼 위에 송학무리 범떼 위에 원앙무리 
자라떼 위에 비둘기무리 사슴떼 위에 까치무리
 
하늘에서 쌍을 지어 쏟아지는 은빛 보석들
땅에서 쌍을 지어 날아오르는 붉은 초롱들
은빛 보석들은 별떼 나비떼 방울새떼
붉은 초롱들은 줄장미꽃 금목걸이 불사조
내리는 길에도 무지개 오르는 길에도 무지개
 
설날 
단비 솔솔  별들이 땅에 잉아 늘이네
2017.5.11 
 
하늘 아래서
 
천마산 태양 낳는다
안개속의 검은 산들
강물로 꿈틀거리며 오색보라 날린다
 
수평선 달을 낳는다
새까만 지느러미들
이마로 빛을 차며 줄뛰기를 한다
 
싸하라 천지 기둥에
차( 车)락엽이 매달리다
사막 폭풍 하늘을 누렇게 녹여내린다  
2017.8.19. 
 
 
눈 메아리
 
하늘을 갈갈이 찢어내린 눈들
땅에다 하얀 명주필 펴서말리운다 
나무 눈은 하늘 빛과 방아를 찧으며
자궁이 되여 낳고 있어라 오색 보라를
 
해와 달은 하늘 눈 
해 눈은 빛으로 만물 먹이는 젖을 짜고
달 눈은 빛으로 물레 잣으며 자장가 부른다
 
사람 눈도 빛을 쏜다  
눈 감으면 빛이 사라진다
산천도 가고 나도 간다.
20017.8.23.
 
 
고향의 돌
 
고향에서 돌이 달려와 돌 필림 돌린다
적은골에서 우짖는 새소리로
살바골에서 피여나는 꽃잎소리로
세짜골에서 짖는 노루소리로
가름장 감자밭 뚜지는 메돼지 소리로
 
고향의 돌에서 영상이  돌아간다
굽이치는 버들골 강물이 번뜩임
뒤산을 오르는 사향의 다리 
앞산을 기여오르는 진달래 노을 
하늘에서 쏟아지는 단풍사태
2017.10..19.
 
 
무제3
 
 
시간 잎을 모아서 불을 지르고
시간 장작을 패서 얹어놓았다
하늘이 벌겋게 씨근덕거린다
 
글줄에서 돋아나는 화사한 가시에
파란 노란 하얀 별들이 피여난다
 
팔이 다리된다 다리  팔이 된다
홱홱  돌아설 때마다 
하늘 땅이 언뜰언뜰 자리 바꾼다
2017.11.16.
 
 
 
태양에
 
태양에 강물 흐른다
털에 기름 자르르 흐르는 곰이
강위로 차박차박 걸어간다
태양에 땅이 흐른다  
나무들에서 채색 주먹들이 웃는다
미인새 훨훨 날아와 
강물 가지에 앉아 꽤르르 노을 토한다 
2018.3.29.
 
소란스어운 샘물  
 
 
꽃뱀의 빨간 혀가 바가지로 널 마신다
몸을 바르르 떨어
황홀한 노래 짜르릉 울린다
 
샘물은 무지개 공장
샘물은 구름의 발자국
샘물은 태양의 땀방울
샘물은 땅의 숨소리
 
미인어 두마리 꼬리를 흐늘거린다
 
푸른 갈잎의 몸짓 락타의 울음소리
돛대를 세운다 아아 눈시린 신기루 
은방울 날리는 파도 가르며
나무 쪽배 에덴으로 달린다
2016.11.28
 
명상
 
꽃이 꼬꼬 울 때
돌이 돌돌 날아다닌다
달이 부서지며 잎이 쏙쏙 머리 내민다
해가 웃을 때
밤이 빛을 먹으러 달려온다
한그루 풀잎들이 
들 달리며 산 달리며 하늘을 뜯어먹는다.
2018.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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