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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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나의 문학관과 창작의 길

[시] 하이퍼시(최룡관)
2008년 09월 08일 06시 30분  조회:1227  추천:62  작성자: 최룡관

디지털 시


기차가 흐물흐물 달리다가


산모롱이를 에돌아 기차가 흐물흐물 달리고있다

옆에서 흐르던 강물이 창문으로 쓸어들어와 출렁거린다

사람들이 물속에 잠기고 물우엔  깐들거리는 손가락들...


부시가 잔디밭에서 연설을 한다

인어공주가 달려와

부시의 빨간 혀를 빨다가 입속으로 바람처럼 사라진다


나는 낄낄거리며 그것들의 공연을 본다


산모롱이를 돌아 기차가 흐물흐물 기여온다

나는 기차를 하늘로 몰아간다.

렬을 지은 바곤들이 피리를 분다

태양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기차를 마신다.

마지막 바곤이 풀떡거리는 순간

구름이 지나가며 기차도 태양도 지워버린다

                     2008.8.24.


우유를 마시다가


내가 물이 켜운다고 하자 그녀는 상점안으로 뽀르르 들어가서 우유 한병을 사왔다. 나는 빨대로 우유를 쫄쫄 빨다가 우유병속에 퐁당 빠지였다. 칼끝같은  소리를 치며 우유속을 첨벙거리였다. 병밖의 그녀는 호호호 팽이처럼 뱅그르 돌았다. 비껴가는 웃음소리따라 우유병이 커지였다. 우유가 넓게 퍼지면서 병바닥을 하얗게 칠한다. 뒤에는 나의 별장이 땅을 차고 일어서고 앞으로 아스팔트길이 일자로 쭈욱 뻗어갔다. 층집들이 우쭐쭐 키돋음 하며 줄비하게 일어섰다. 슈퍼마케며  병원이며 학교며 체육장이며...호호호 정말 멋지구려 그녀가 우유병을 기울이여 우유를 쏟아버리였다. 나는 한방울의 우유가 되어 병속에서 똑 떨어지였다. 다시 나를 찾은 나는  하하하 앙천대소하였다.

          



                     2008.8.24.


일광산의 아리아


당신은 

해를 낳는 어머니라죠

홀수날에는 아들해

짝수날에는 딸해를 낳는다지요


섣달이면

꽃뱀이 당신에게 해를 잉태시킨다지요


앞에는 꺽다리 두만강이 서있고

뒤에는 아득히 아득히

물결쳐가는 산바다랍니다


섬! 섬!

꽃잎같은 섬이

하얀나비 한 마리

해살로 배를 만들어 타고

날개로 노를 저으며

섬을 향하여 닿아가고 있습니다


해어머니

금년에도 섣달에 꽃뱀이 오겠지요

              2008.8.26.






새둥지와 개구리 그리고 바다


새둥지가 가느다란 줄을 늘이여 60여억의 동공을 얽어놓았다. 길고 짜른 줄에 묶이운 동공들은 벌떼마냥 모여들어 윙윙거리였다. 누가 새둥지 지붕에 등불을 켜놓자 하늘에서 별무리가 쏟아졌다. 별무리는 수백개의 붉은 불덩어리가 되어 때글때굴 굴러다니였다. 자칫하면 큰 화재가 일수있는 아슬아슬한 순간 새파란 개구리들이 폴딱폴딱 뛰여나와 불덩이들을 하나둘 삼키였다.


우릉꽈릉 우뢰가 울며 소나기가 퍼부었다. 새둥지속에 장마가 져 물바다를 이루었다. 바람이 물머리를 추켜들었다가 놓을 때마다 무서운 파도가 몸부림쳤다.


누군가 새둥지 지붕우에서 나불거리던 등불을 꺼버렸다. 물이 빠지였다 . 개구리들은 물을 따라 바다로 밀려갔다. 바다는 개구리들을 부시고 뚜드리고 담금질해서 둥그런 구체 하나를 만들었다.


그날밤 꽃뱀들이 잔디밭에 있는 굴속으로 꼬리를 한들거리며 드나들었다


태평양에서 한밤 목욕한 구체가 까아만 태양이 되여

물안개를 거두며 서서히 솟아올랐다

                   2008.8.24.


한방울 바람 리력서


바람이 솔솔 분다

모아산 나뭇잎들이 설렁거린다

손바닥만한 참나무잎이 날아가는 바람알을 홀짝 삼키였다

바람알이 버둑거릴 사이도 없이 빨간 옷을 입힌다

이제 넌 빨간 맹꽁이야

 

바람이 솔솔 분다

파란 내물이 어디론가 졸졸 흘러간다

빨간 맹꽁이는 바지를 거두고

내물을 따라 차박차박 걸어갔다

여기저기서 흘러온 내물이 모여 강물이 출렁거리였다

물살이 하얀 혀를 쏙 내밀어 빨간 맹꽁이를 빨아들이였다

허우적거리며 살겠다고 발버둥이 쳤다 빨간 맹꽁이는


바람이 솔솔 분다

빨간 맹공이가 겨우 강시슭에 닿자

눈앞에 어룽어룽한 호랑이가 퉁방을 눈을 부릅뜨고 서있었다

널 잡아먹어야겠어

안돼 겨우 살아났는데

빨간 맹꽁이가 팔딱 뛰였다

머리우의 파란 그물이 빨간맹꽁이를 포박하였다


바람이 솔솔분다

빨간 맹꽁이가 뚱뚱해진다

좌르르 내쏜다 빨간 노란 파란 진드기들을

진드기들은 나무의 속살에 생장즙을 발라놓고

쑹쑹쑹 하늘로 빠지였다


   2008.8.27.


진달래 별곡


4월에 고향에 갔다가 진달래밭으로 갔어

불타는 꽃들이 꽃잎을 저으며 반가워 하더라

나는 진달래 한송이를 따서 호주머니에 넣었어

한참 지나니까 호주머니에서 새소리가 들려오지 않겠니

새파란 새가 가슴을 할딱거리고 있었지 뭐야

오늘은 복이 있다고 새가 나오지 못하게 하였어

이윽고 호주머니가 묵직해 났어

아니 호주머니 덥개를 제치고 오리주둥이가 불숙 나오지 않겠니

어부지리를 하였다고 호주머니에 있는 오리를 꾸욱 눌렀어

그런데 그놈이 쪼그맣게 줄어들더란 말이야

웬일인가 호주머니를 비썸 여니

아니 글쎄 다람쥐가 쑝 뛰여나갔지 뭐야

하하하 나의 입에서 웃음폭포 쏟아졌어

                2008.8.27


파란 자전거의 새노래



금방 수리부에서 나온 파란 자전거가

씨잉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어이 친구들 빨리 오게

그의 부름을 듣고

연길시 자전거들이 모두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두눈을 부릅뜨고 달리던 까만 하이야가

자전거들아 어디로 날아가니

몰라 

나도 함께 날가

그래라

까만 하이야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연길시 모든 차들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연길시 제일 높은 집이 소리쳤습니다

얘들아 어디로 가니

몰라 

나도 함께 날가

그래라 

그리하여 집들도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참 굉장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전거와 차들이 색깔에 따라 편대를  지어

하늘은 댓바람에 알송달송 꽃밭이 되였습니다

집들은 층수에 따라 대렬을 지었습니다

일층끼리 이층끼리 ... 삼십층끼리

제일 앞에는 파란자전거무리

제일 뒤에는 고층빌딩들 무리

여러가지 색갈, 여러가지 모양의 구름떼가 날고있었습니다

연길시 북대의 제일 년장자인 김아바이가 물었습니다

여 어디로 가오

모릅니다

무엇하러 가오

모릅니다


김아바이는 하얀머리를 가로 저으며

자꾸만 중얼거렸습니다


모릅니다

   모

    |

   릅

    |

   니

    |

   다


2008.8.28.


코스모스의 종소리


코스모스꽃을 한줌 따서

하늘에 뿌리였다 씨앗처럼

2008년 8월 29일 오후


하늘에 날아오른 꽃들

종소리를 울린다

하얀 꽃은 하얀 종소리

연분홍꽃은 연분홍 종소리


꽃들이 나란히 줄지어 난다

하얀꽃은 까만 살이 되어

분홍꽃은 파란 살이  되어


살들은 동서로 갈라져 멀리 날아가다

하얀 살은 돌이 되어 땅에 떨어지고

파란 살은 별이 되어 하늘에 박힌다


땅에 떨어진 돌도

하늘에 박힌 별도

찰나였다 찰나

2008.8.29.


비들의 키스


어디서 오는가

뭘하러 오는가

이방인들이여


검은 바다가 출렁이는 마귀성에서

선박들의 대렬이 태초의 아침을 열려고 몸부림친다

룡문불상의 자애로운 얼굴

아침 노을에 장미꽃을 달아맨다


바람은 상수리잎을 밟고 달아나고

태고연한 수림의 아늑은 차소리를

졸졸거리는 샘물소리로 걸러낸다


시인은 가상세계를 헤염치며

시의 의미를 지워버린다

망망한 사막의 한 귀퉁이의 샘물

하늘의 구름에 실려 반짝인다



지금은 기다란 이방인들이

하늘에서 날아내리며

키스를 퍼붓는 시간

2008.8.30.


허수아비 드라마


하늘이 밭이랑을 핥는 밭머리에 처연히 서있었다 허수아비가산들 바람에 앉아가던 링크가 허수아비 머릿속으로 쏙 들어갔다 허수아비는 채양없는 초모자와 너덜거리는 옷을 훌훌 벗어버리였다 팔이 날개로 되어 허수아비는 하늘을 날아올랐다 꿈에도 보고싶던 바다가에 이른 허수아비는 한그루의 야자나무가 되어 푸른 잎을 설렁거리며 아득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위로 날아예는 갈매기가 눈동자의 목을 말리웠다 야자나무는 갈매기가 되어 파도위를 훨훨 즐기다가 바닷물에 내리 꼰지였다 마치 돌덩이가 공중에서 떨어지는것처럼 바닷물을 들쓴 갈매기는 한 마리 칼고기가 되어 기다란 송곳주둥이를 내두르며 뭇고기들을 마구 찔러죽이였다 안되겠네 하는 생각이 떠오른 링크는 또또 신호를 보내였다 칼고기는 날개를 펼치고 비행인이 되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소소리 높은 공중에 올라간 비행인은 오른손으로 해를 쥐고 왼손으로 달을 쥐여다가 해와 달을 악수시키였다 해와달이 악수하는 순간 팡 불꽃이 튕기면서 비행인에게 불이 달렸다 시뻘건 불길속에서 비행인은 재가 되어 날리였다 링크는 불길속에서 탈출해나와 공중에 사라지는 붉은 선을 그었다 나는 두손으로 좁쌀알만한 새까만 별찌를 받아 머리에 넣었다

                    2008.8.31.


눈사람의 로맨스


어제 손자손녀들과 함께 뜨락에 나가서 눈덩이를 구을이여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 놓았다

한잠 자고나니 나의 눈동자속으로 눈사람이 들어왔다 아니 이게 누구지 마누라가 첫날 새각시로 하얀 너울을 쓰고 방안에 앉아있는것이 아닌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사과처럼 밝아우리한 얼굴 그윽한 눈 상큼한 코  분명 나의 새각시였다 첫날 새각시 연분홍살냄새에 몸이 떨리였다 나는 여보하고 새각시를 와락 안았다 눈깜박할사이 새각시는 물이 되었다 물은 방안을 한바퀴 비잉 돌더니 문틈으로 솔솔 빠져나갔다 얼떠름하게 서있던 나는 물꼬리가 밖으로 빠지자 제정신이 들어 문을 왈칵 열었다 뜨락에서 백조한마리가 날개를 푸덕이며 겅중겅중 원을 그리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날아가는 백조를 멍하니 바라보며 여보하고 소리쳤다 백조는 내 소리를 들었는지 하늘에서 피끗 목을 돌려 나를 보고는 검은 구름이 되어 산너머로 사라지였다.

2008.8.31.


바이올린 소리가...


바이올린 소리가 꽃잎을 날리였다 꽃들이 송이송이 모여 가을들판을 하얗게 밀고 나간다

바이올린소리가 홍모를 날리였다 새들이 하늘에 날아올라 새구름을 만든다

바이올린 소리가 벼알을  날리였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벼대들과 속삭이며 황금물결을 서서히 밀어올린다

바이올린 소리가 개구리 알을 날리였다 개굴개굴 울어싸는 개구리들 울음이 하늘을 핥아먹는다

바이올린 소리가 별찌를 날리였다 붉은 선들이 하늘에 그물을 느리는데 달의 아랫도리가 흥건해진다

바이올린 소리가 비방울을 날리였다 화살들의 폭포가 쏟아지여 수억의 잎장단을 요란하게 두드린다

바이올린 소리가 모래알을 날리였다 쳐녀의 허벅지처럼 아름다운 사막을 눈시린 해살들이 감빤다

바이올린 소리가 까놓은 새끼들인 꽃잎 홍모 벼알 개구리알 별찌 비방울 모래알 황람청자파남보

무지개 물결이 이랑이랑 몰려와 나의 무덤을 쌓는다 나는 한 마리 주검이 되어 무덤속에 고요히 누워있는다

2008.9.1.


회전문의 상상


회전문에 들어섰다 회전문은 나를 하늘에 부리워 놓았다 하늘의 나와 가로수밑의 나 나는 둘이되였다 나와 내가 눈맞춤을 한다 하늘의 내가 집게를 내려보내여 나를 짚어간다 짚는 순간 나는 주먹만한 빵이 되어 올라간다 하늘의 나는 빵을 질근질근 씹어서 목구명으로 넘긴다. 빵은 아프다고 새된소리를 치지만 하늘의 나는 듣지 못한다 위속으로 들어가니 궁전이 나지였다 궁전은 담장에 안에 있고 하늘은 노란색갈이였다. 궁전 뜰에 북이 달려있었다 나는 둥둥 북을 잡아두드리였다. 궁전이 오그라 들며 나한테로 넘어지고있었다 나는 치던 북을 멈추었다 궁전도 원형태로 돌아갔다 나는 담장을 넘어와 노란 하늘에 불을 질렀다 하늘이 뿌지직 타며 무너지였다 하늘의 내가 아아 우뢰소리같은 비명을 지르며 시꺼먼 바위로 떨어지였다 떨어지는 바위는 음악을 연주하고 나는 바위속에서 춤을 추었다 땅에 떨어지여 바위는 박살나고 하늘의 나는 사라지였다 나는 다시 가로수밑에 서있는 내가 되었다

       2008.9.1


수리개의 교향악


수리개가 하늘을 난다

수리개는 날지 않는다

수리개는 날개를 저을 뿐이다

수리개가 날개를 젓는것은 삶의 공간을 바꾸는 일이다

양떼가 그의 뒤로 밀려간다

호수가 그의 뒤로 밀려간다

마을이 그의 뒤로 밀려간다

산이 그의 뒤로 밀려간다

수리개가 날개를 젖는 바람에


날개를 빨리 젖는다

산과 들이 수리개의 눈으로 날려들어왔다가 뒤문으로 빠진다

수리개가 몸으로 원을 긋는다

산과 들이 팽이처럼 뱅그르르 돌아간다

수리개는 자기자 앉을 자리를 맡아놓고

살이 되어 내려오다가 이끼 푸른 바위지척에 와  살짝 날개를 펼쳤다 접으며 앉는다

돌던 산이 들이 움직임을 멈춘다

 2008.9.1.


모아산을 간다


모아산 간다 솔내음이 향기롭다

나는 머리를 푸욱 숙으리고 걷는다

숙으리고 싶어서 숙이는 것이 아니라

환상의 오라기가 내목을 비끌어  매고 산으로 잡아당긴다

나의 령혼속에 언어의 껍데기들이 날아든다

내가 껍데기들을 주으면 껍데기들은 붉은 벽돌장이 되기도 하고 청기와장이 되기도 하고 뿌연 사물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것들로 땀을 흘리며  집을 짓는다 친구들을 청해오면 친구들은 문이 열리지 않는다며 두덜거린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지은 청기와 집을  사랑한다

모아산을 갈 때마다 나는 집을 지어 메고 내려온다

        2008.9.1.


꿈새


꿈새 한 마리가

내 혼의 들에다

언어의 껍데기를 날라온다


빨간 파랑 노랑

껍데기들로 

주섬주섬 집을 짓는다


황홀한 집으로

숱한 꿈새들이 드나들며

새로운 새끼를 까놓는다

            -9.1




샤와와의 넉두리


샤와를 한다

때를 먹으며 물은 살지고

때를 벗으며 나는 여윈다

따슨 분수를 뿜던 샤와기가

고무풍선이 되어 나를 욕실에서 끌어내여 집을 나선다

밖에 나온 풍선이 오색으로 변하면서 하늘에 날아오른다 나를 싣고

산을 지나다가 벼랑가에 이른 풍선이 나무뼈다구에 찔리여 풍 터진다

나는 벼랑의 오솔길에 떨어진다

하얀 강아지가 꼬리를 저으며 나를 따르라 한다

강아지를 따라 절벽사이에 놓인 외나무 다리를 건너려는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버지 목소리

이눔아  왜 여기에 왔어

몰라요 

빨리 돌아가 별 볼일도 없이 빈둥거리지 말고

내가 돌아서는 찰라

커다란 고니가  나를 업고 훨훨 날아올랐다

나는 눈을 꼬옥 감고 바람소리를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다시 욕실이였다

살았구나 하고 나는 후- 단김을 뿜었다

           --9.2


매돌이 돈다


머리 하얀 할머니

배돌을 돌리신다

매돌 입에

은빛 해를 떠넣으며

매돌 입에

금빛 달을 떠넣으며


옷고름에 비바람 잠 재우며

매돌을 돌리신다

치맛자락에 눈보라 싸안으며

매돌을 돌리신다

돌아가는 매돌과 함께

할머니도 돌아간다

매돌은 어느것이고

할머니는 어느것인가


쏟아지는 하얀구름이 쌓여쌓이여

푸른 산이 되고

쏟아지는 노란 구름이 흘러가며

황금벌을 만든다


매돌이 돈다

매돌이 돈다

         -9.3


붓이 달리며 먹물 게운다(20)


붓이 달리며 먹물 게운다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눈(雪)알들이

매화의 봉오리에 젖을 먹이고

새의 노래는  찬 바람을 녹여

물빛을 나뭇가지에 바른다

피여나는 빛이 사물여백을 여는 시각


붓이 달리며 먹물 게운다


나비가 꽃에서 부채를 한들거리면

꽃잎들이 간지러워 캐득거리고

꽃웃음 먹은 구름은 징검다리

해는 오늘도 징검다리 밟고

건정건정 서쪽나라로 려행간다


붓이 달리며 먹물 게운다


내물을 감싸 안으러 땅거미 기여오면

조약돌들 하늘로 날아가 별이 되고

눈이 새똥그란 별들

두주먹을 부르쥐고 쪽배를 향하여 뛰여온다

늦으면 타지 못한다나

            -9.3


까만 조약돌


까만 조약돌 하나를 뿌려 던지였다

바람이였다 바람속에서 청새한마리

날아나왔다 청새는 부리에 물었던

파란잎을 물에다 떨구었다 쪽배가

안개속에 사라지면서 나를 지운다

              -9.4.


안개의 공연


아침호수를 무대로 안개가 굼실거리며 하늘로 솟아오른다

구라파의 10대 미인들이 안개를 타고 내려와 깔깔대며 물

장난에 신바람났다 납골당에서 나오신 할머니가 하얀 머

리를 풀어헤치였는가 납덩어리같은 고요가 할머니 머리발

에다 세상을 잠재우고있다. 안개인가 구름인가 우유폭포인

가 나의 눈엔 흰색갈의 아련한 움직임뿐이다 안개는 나를

휘말아다 알수없는 곳으로 가져갔다 하늘거울에 비친 내가

구름방석에 앉아서 념불을 주절거리고 있었다. 안개의 공연

이 끝나자 호수는 렌즈가 되어 산이며 새며 풀이며 꽃이며

를 찍느라고 온 몸에 땀이 흥건히 내배였다.


             -9.5.


식당메뉴의 공연


밭이다 

옥수수 감자 고추 배추 조이...

강이다

돌쫑개 납쯔리 버들치 패래재 모래무치...

바다다

조기 명태 이면수 조개 새우...

산이다

드릅 당시싹 곰치 고사리 병풍...

오글보글 복작이는가 하면 업치

고덥치고 오구작작 떠드는가 하면 호호히

히 깔깔거린다 기름가마의 형벌받아도 눈

만은 그대로 뜨고있다

식당메뉴에는 이런 극들이 공연되고있다

식당메뉴에는 아무 공연도 없다

            -9.6.


시간의 프리즘


시간이 흐르며 해가 뜬다 달이 뜬다 해

는 앞바퀴  달은 뒤바퀴 굴러굴러간다


시간의 가지에  새가 앉아 울다가 가면

나비가 날아와 부채질해보고 나비가 날

아간 자리에 국화꽃이 매달려 그네를 뛴


시간의 언덕에서 다람쥐가 밤알을 줍고

있다 시간의 언덕에서 빨간뱀 기여가고

있다 시간의 언덕에서 노루가 컹컹컹 울

고있다


바람은 시간호수에 풀어놓은 물감을 날라

다가 산에 들에 색갈을 올려본다 하얀색

을 올렸다가 파란색을 올리고 까만 색을

올렸다가 노란색을 올리고 여느 색도 마음

에 들지 않아 자꾸 색갈을 바꾼다


시간저울에서 산이 저울추 되여 하늘

이 몇근 가는가 떠본다

       -9. 6.



해바라기 비명


산굽이를 돌아간 해바라기밭에 꽃이 피였다

태양의 물결이 산을 돌아 노랗게 흘러가며 비명지른다

바람이 비명 한알을 내 귀구멍에 넣고 어디론가 사라지였다

귀구멍이 간지러워 맴도는데 귀구멍에서 싹이 자라 밖으로 나오더니 머리에

여러개의 나무뿔이 달린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기겁하여 도망친다 나도 비명이다 나의 비명과 해바라기 비명이 갑자기 돌개바람을 몰고와 나를 팽이처럼 돌린다 나무뿔 잎들이 떨어지고 가지가 끊어지고  뿌리가 쑥 뽑힌다

산굽이  돌아 태양들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가고있다

                   -9. 6.


소나무와 꿈


소나무가 요사하다는 시를 무르익히다가 잠이 들었다 A시 시우 D를 만난다 그와 현대시에 관한 책을 빌리라고 청든다 시우는 자기가 제일 사랑한다는 파아란 사라 두 개와 책한권을 내여놓는다 사라에는 검은 글이 씌여있는데 알아볼수 없고 책은 제목들이 나오는데 거개가 읽은 글이여서 흥취가 식는다 네댓살되는 아이와 부부간이 사는 시우의 집에서 하루밤 묵기로하고 나와 시우는 눈을 밟으며 강으로 갔다 강은 다 얼지 않아서 이따금 흘러가는 푸른 물이 눈속에서 번들거리였다 봉두란발한 시우의 안해가 두눈이 새빨개서 시우를 죽이겠다고 급자기 나타났다 그는 가위 서너개를 손에 들고 있었고 끝이 뾰족한 기다란 쇠줄로 시우를 찌르겠단다 찰나 시우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눈얼음속에서 울부짖었다 얼음구멍을 들여다 봐도 시우는 보이지 않았다 그곳이 생소한 도회지라 시우의 집을 다시 찾느라고 헤매는데 시우가 빠졌다는 얼음구멍이 나지였다 이름을 부르며 빨리 나오라고 하였다 불이 켜졌다 땅밑에 굴이 나졌는데 (넓다란 굴이) 굴속에서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고있었다 내 고향 류신의 허아무깨가 최선생이 왜 여기 왔습니까 한다 나는 시우 D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없다고 한다

     때는 새벽 세시경 더 잠이 오지 않아 이렇게 글을 쓴다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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