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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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나의 문학관과 창작의 길

금단의 열매. 4 (미성년불가)
2008년 10월 14일 07시 27분  조회:1332  추천:51  작성자: 최룡관
볼.1

물이 없는 우물
천길만길 깊은 물

해도 빠지려한다
달도 빠지려한다
별도 빠지려한다
나도 빠지고싶다

빠져서 깊이깊이 빠져서
고이고이 잠들어서

볼.2

빨간 꽃일가
파란 꽃일가
노란 꽃일가

보는 눈길따라 색갈이 다르다

꽃속의 단지속에
평생 먹을 꿀이 있어

호랑나비 나플나픞 날아든다
왕벌이 붕붕 날아든다
곰도 어정어정 다가든다
그런데 꽃은 문을 단단히 걸고있다
아무한테나 문을 열어주는게 아니다
어떡하지

볼.3

맑은 물속에 잠긴
하얀 돌이다
둥근 달만큼한
하얀 돌이다

하얀 돌을 건지려고
물을 다치면
매끈한 돌에 주름이 간다

얕은 물속에 환히 있어도
건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깊은 물속에 잠겨있어도
오라고 손짓하면
절로 날아와 손바닥에 앉게 하는 사람이 있다

잘못 건지면
하얀 돌이 검은 돌 된다

볼.4

능금나무가지 한 끝에
빨간 능금 하나 대롱대롱
달콤새콤한 빛
눈만 배부르다

장대끝으로 슬쩍 걸어당겼다
땅에 뚝 떨어진 능금 주워
한입 뚝 떼여먹었다

아갸갸!
이빨이 들어가지 않는 능금
언틀먼틀 돌이였다

볼.5

아침 노을 한자락이
살그니 내비치면
연분홍 물이랑이
마음을 휘휘 젓는다
일어서는 물결따라
내 몸도 일렁거린다

귀.1

오동빛 반지르르
앙증한 함지속에 무얼 담고 있을가
섬섬한 손이 쉼없이 오고간다

찰떡, 증편, 만두기...
어느것 하나 맛 없는게 없네
따끈한 두부는 남편상에 놓을건가
손바닥 엿은 본가집에 보낼건가
멀을것만 아니구나 조 놀이감
비행기는 아들에게 줄 것이리
연두색 리본을 딸에게 줄것이리

쓸것만 소복히 담아 인 새각시
걸음도 사뿐사뿐 아리랑이야

귀.2

보초병이 없는 터널이다
문짝도 없는 터널이다
얼싸 좋다고
바람이 휘파람 불며 지나간다
임자 없는 휘파람 소리에 앉아
함박눈이 뽀얗게 지나간다
빗방울이 아우성치며 지나간다
민들레꽃이 줄을 지어 지나간다
주먹같은 돌들이 날아날아 지나간다
무엇이나 다 지나보내면서
터널은 사리만 하나 골라둔다
어떤 땐 가짜인줄도 모르고

귀.3

너를 꼭 쥐면
쟁반같은 해가 나를 향하여 온다
해가 너무도 뜨거워
사품치는 강에다 몸을 던진다
손이 녹는다
발이 녹는다
가슴이 녹는다
오장륙부가 녹아녹아 물이 된다
나는 물이 되여
출렁출렁 산기슭을 핥으며
출렁출렁 벌을 마시며
낮은데로
낮은 데로만 기여기여서
바다! 무연한 바다로 들어간다
강도 나도 모두 자기를 잃고
바다가 된다
너도 없다
나도 없다

바다!
오직 바다만이 영원히 출렁인다

목.1

여기는 따스한 봄날이다
한일자로 줄지은 기러기떼
끼룩끼룩 하늘에 떠있다
그아래 아이들 띄우는
연들이 꼬리를 한들거린다

요기는 따스한 봄날이다
아지랑이  스믈거리는 땅에서
종달새가 살같이 솟아오르고
팔락이는 나비들 엽서를 나른다

여기는 따스한 봄날이다
우뢰소리는 들리지 않고
보슬비만 마냥 소곤거려
눈이란 낱말이 종래로 없다

요기는 따스한 봄날이다
슬픔이 나를
한송이 꽃으로 피게 한다

목.2

꽃놀이도 여기서부터 시작되고
배놀이도 여기서부터 시작되고
백미터경주도 여기로부터 시작되고
장거리경주도 여기로부터 시작된다

백사의 첫 코스여

죽은 애 배때기처럼 차면
찬 바람이 가슴에 구멍 뚫는다
장대처럼 꼿꼿하면
우박이 머리우에 쏟아질 예고

오동지달 강판이 지면
따스한 봄빛이 언제 들랴
석달 열흘 불 때도 녹지 않으면
홀로 섰나니 그림자까지 둘이다

첫 코스!
누구나 멋있게 떼려하지만
비틀비틀 갈지자 걸음 걸어야 한다

어깨.1

약해 보일 땐
가는 실오리
톡 다쳐도
끊어질것만 같아
가슴 조인다

강해 보일 땐
낏낏한 멜대
천근짐을 들고
천리를 가도
흔들흔들 춤 춘다

그런데 왜
술에 푹 취해야
가는 실오리인가

어깨 .2

다섯마리 열마리 새가 어깨에 날아와 앉으면 나는 큰 산에 기댄듯하다. 바람도 막아주고 비도 막아주고 눈도 막아주는 옴폭한 자리에 앉으면 한없는 미더움과 포근함을 무엇이라고 말할까, 푸른 정기 넘치는것이 산이고 억만년을 까ㅡ떡없는것이 산일진대 산에 기대는것보다 더 배심이 든든해지는것은 없다. 승냥이 무서움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여우의 유혹도 속내가 환히 들여다보인다. 풀향기, 꽃향기, 나무향기 아무 때건 청신하고 싱그럽기만 한 산속이다. 숲위로 달려가는 바람이 두루마기 자락을 펄럭이는 소리, 수초들이 캐드득거리는 소리, 순한 짐승들이의 발자국소리가 발끝으로부터 손끝으로부터 가슴에 흘러들어 아름답고 미묘한 경음악이 자늑자늑 도돌이를 한다.나는 눈을 살그니 감고 속으로 빈다. 새야새야 날아가지마. 새야새야 날아가지마.

어깨.3

우악스런 집게에 꽉 집히여
뼈가 쩌릿쩌릿한 맛이 좋아
아픔속에서 일어서는 흥분
휘우듬한 무지개 다리 놓는다
발끝에서 산너머로

저 산너머엔
홍송백송을 바자로 두른
이층집 한채가 있을거야
뜨락엔 빨간 승용차 재빛 직승기 반짝이고
뜨락옆을 스치는 개울물에서
산천어가 우굴거리고

실바람에 옷자락 날리며
무지개다리 건너
산너머를 가보고싶은데
다리가 사라질가 옥조이는 가슴

뱀혀처럼 홀락거리는 산너머 유혹아
차라리 이렇게 포옥 취하는 편이 낫지야

젖. 1

빛이다
빨강, 노랑, 하양...

빛이다
별빛, 달빛, 해빛...
빛이다
물빛, 풀빛, 돌빛...

빛이다
산빛, 들빛, 하늘빛...

오색빛 그물은
물속에 늘이여
고기를 낚고
칠색빛 그물은
산속에 늘이여
곤충을 잡는다

푸른 하늘 자유로이 나는
수리개도
빛그물에 걸려봤으면 한다

젖.2

넓은 길 사이두고
한쌍 신호등
빨간 불 켰다
길을 밝힌다

눈이 오면 눈속에
비가 오면 비속에

신호등 보고
눈이 멀어야 길이 보인다

길이 보이면
밉상이 앞길에 달이 뜨고
눈이 보이지 않으면
곱상이 앞길에 별마저 죽는다

눈아 눈아 멀어라
달길로 가자

젖.3

뽀오얀 분통이
향기 풍긴다
맡을수록 향기로움에
목이 마른다

흐르는 강물 다켜도
갈증은 풀리지 않아
미칠것만 같다

메여쳐 박살내고싶다
하지만 메여치지 못한다
분가루가 산산히 흩어지면
더 진한 향기가 쏟아져
완연한 미치광이 될거야

가슴. .1

맑은 샘물이
조리졸졸 노래하며
흘러흘러 흘러간다

한굽이 돌아
꽃밭에 흘러들어
나리꽃 함박꽃 이스라지꽃 피우고
또 한굽이 돌아돌아
참나무 피나무 봇나무 키운다

골짜기 돌고돌며
토끼 노루 멧돼지 살지우고
언덕을 돌고 돌며
멧새 부엉이 수리개 키운다

샘물이 도는 바람에
산이 들이 돌며 자라고
해와 달이 돌며 자란다

가슴.2

쿵쿵 방아 찧는다
보리 방아 찧을가
기장 방아 찧을가

쿵쿵 방아 찧는다
마늘 방아 찧을가
고추 방아 찧을가

쌀 방아 찧으면
밥이나 지어 먹고요
고추 방아 찧으면
눈물이나 찔금 짜고요

아무 방아 찧으나
내 방아만 찧으면 돼
쿵쿵 방아야
찧어라 방아야
울어라 방아야

가슴.3

망치소리 똑딱똑딱
마치소리 뚝딱뚝딱
울리는 사이속에
꽃잎이 기지개 켜는 소리 들린다
풀숲을 헤치고 나오는 내물소리 들린다
작은 새가 날아예는 깃소리 들린다
물방아 돌아가는 찌걱소리 들린다
사슴이 뛰여가는 발작소리 들린다

소리소리 어울려
황홀한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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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시골사함
날자:2008-10-14 18:44:25
멋있슈다. 2만리기행 좋은 책으로남기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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