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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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를 쓰는 방법.6
2008년 10월 22일 05시 55분  조회:1857  추천:37  작성자: 최룡관

제6장 이미지와 언어


 시는 언어를 떠날 수 없으며 시인은 언어의 련금사라고 한다. 시속에서 마술을 피우는 언어를 우리는 시를 읽으면서 많이 만나게 된다. 언어가 언어를 떠난다는 테마에서 이미지와 언어와의 총체적인 관계를 더듬어보았다. 그것은 이미지와 언어간의 총적테마였다. 시인의 상상력이 언어를 다루는 기지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시공부란 모종 의미에서 말하면 언어공부이다.

  시는 새로운것을 창조한다고 한다. 창조한다는것은 시적발견이 있어야 한다는것이다. 누구도 체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것을 체험하고 누구도 보아내지 못한 새로운것을 보아내고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것을 듣고 누구도 써먹지 않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이미지시 즉 현대시의 성스러운 과업이며 천직이며 의무라고 하겠다. 이 과업, 이 천직, 이 의무에 충실하자면 새언어만들기 작업을 하

지 않으면 안된다.


  제1절 성질이 다른 언어조합


   이는 모든 문법규칙과 론리를 떠나 성질이 다른 단어의 강압적 결합을 이야기하는것이다. 성질이 다른 단어의 강압적결합이라는 것은 전통적인 언어사용인것이 아니라 새롭게 언어를 사용한다는 말이겠다. 현대시의 리스트들은 이 작업에서 우리들한테 많은 유익한 전범을 남기였다.

  일본의 다무라 류이지는 <<아름답게 미쳤다>> <<다갈색 운명>> <<꽃같은 상처>> <<참혹한 기쁨>> <<노을의 울림>> 등등 새언어만들기를 하였다. 스페인의 로르까는 <<달고드름>> <<활짝 열려오는 여자>> <<별들의 단검>> 등등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였고, 영국의 로렌스는 <<푸른 불빛>> <<장미가 매달리다>> <<황금빛 그림자>> <<검은 등불>> <<푸른 어둠>> 등등 새로운 언어조합을 해보았고, 미국의 포우는 <<달의 련옥>> <<별의 지옥>> <<달의 금빛 테두리>> <<달나라 산을 넘어>> <<빛이 펄럭인다>>...등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였다. 프랑스의 말라르메는 <<황금폭소>> <<멍청한 후렴>> <<황금빛 눈사태>> <<미소의 목동>>...등등의 새로운 언어조합을 떠올렸다.

   언어들에 대한 일상적인 의식과 관습적인 관념을 떠나서 이 단어와 저 단어를 새롭게 조합해 냄으로써 언어의 보물고에 별처럼 반짝이는 진주들을 저장하였다. 일상적인 사유나 관념으로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예기치 못했던 이러한 언어조합자체가 자연적이고도 펼연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됨은 자명한 일이라겠다. 아무리 좋은 령감도 이렇듯 신선하고 생신한 새로운 언어만들기를 보여주지 않으면 시의 신선함을 맛보기 어려울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우리 시단에서 이미지를 중시한 시인들이 이런 언어조합을 많이 시험해보고있다. <<달빛의 언어>> <<살진 웃음>>(김정호) <<달빛이 펄럭이는 메산>> <<말씀의 시체>>(김학송) <<흙은 하늘>> <<해를 심는 감농군>>(김철) <<향기로운 깨침>>(박화) <<달의 사닥다리>> <<초원에서 질주하는태양>>(남영전) <<계절의 항구>><<젊은 장미가 불비를 쏟고>>(김파) 이외에도 많은 실례를 얼마든지 들수가  있다.

    이런 새로운 언어조합은 돌발적이고 기습적인 특징이 있어 갑자기 숲속에서 이슬을 머금은 함박꽃을 발견한것 같다. 이런 언어조합은 팽팽한 긴장성을 가지고 있어 튕기면 쨍-울릴것 같다. 이미지의 참신성과 언어의 치밀성을 확보하는 이런 단어조합은 성질이 반대되는 언어들의 조합으로서 현대시언어의 정수이다. 새로운 언어의 조합은 상상력의 독재적인 강제수단에 기대여 이루어진것이라 하겠다. 언어에 대하여 독재를 실시할수 있는것은 현대예술이 시인에게 베푼 은총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2절 사물사이 공간과 시간 메꾸기


 현대시 시인들은 새로운 단어조합이나 시구로써 두사물사이의 공간이나 시간을 가까이 하는 수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내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물속에서 금방 꺼낸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생명력이 약동한다.

    <<하얀 별들의 내의가 물건을 나르는 어깨들을 연소시킨다>>(클라클), <<산의 몸뚱아리는 내 창가에 와 머뭇거린다>>(쉬페르비엘), <<별위에 바람이 일고 바람위에 돛이 있다>>(발레리), <<우리 둘이 그 안에서 잠자는 그대의 눈>>(엘뤼아르), 이러한 시구들은 두 사물사이의 공간을 제거해버림으로 하여 하나의 무대에서 두 사물이 동시에 운동하고 있다.


하늘중 높은 하늘

하늘중 푸른 하늘

사는 일 마음가짐

비춰보는 맑은 거울

새하얀 

구름수건이

닦아놓은 청보석

한자락 가을 하늘

가슴벽에 걸어두면

해뜨고 달이 뜨고

별 또한 총총해

고운 꿈

살지워가는

청심이 머리든다.

   <<거리의 울음소리>>로 독자를 격동시켰던 시인 김동진의 시조 <<가을하늘 한자락>>이다. 시인은 높은 <<가을하늘>>을 <<맑은 거울>>이라 변형하고 구름을 <<수건>>이나 <<청보석>>이라 변형하였다. 가을하늘 한자락을 <<가슴벽에 걸어두니>> 가슴벽에서 <<해뜨고 달이 뜨고 별 또한 총총>>하다고 변형한다. 하늘도 우리와는 먼곳에 있고 구름도 해와 달, 별도 우리와는 머나먼 곳에 있지만 거울이나 수건이나 가슴과 련계시킴으로써  아주 가까운 지척에 있는것으로 표현하고있다. 이 시조는 두사물사이의 공간을 축소한 전형적인 실례라겠다.

   공간을 축소하는 방법이 있으면 시간을 축소하는 방법도 있다. 흔히 력사적제재를 시로 쓸 때 머나먼 옛날의 사물이나 사건을 현재의 사물이나 사건처럼 쓰거나 오늘과 련계시켜 쓰는 시들이 이 방법을 리용한다.

 

그네들의 살은 오늘의 흙이다

그네들의 뼈는 오늘의 바위다

그네들의 피는 오늘의 샘이다

그네들의 땀은 오늘의 강이다

그네들의 한숨은 바람이 되고

그네들의 눈물은 비가 되고

그네들의 분노는 우뢰가 되고

그네들의 웃음은 빛이 되고

.......

.......

그네들은 우리의 땅

그네들은 우리의 하늘

그네들은 우리다


    박화시인이 1000여년전의 고구려의 황성옛터를 찾아보고 읊은 황성교향곡이다. 1000여년전의 고구려사람들을 오늘의 여러 가지 사물로 변형시키면서  1000여년의 시간을 줄여버리고있는것이다. 관심있는 독자들은 시를 학습하면서 자기절로 찾아봐도 되기에 례를 더들고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겠다고 생각된다.


  제3절 시구의 짝을 바꾸기.


   갑으로 묘사해야 할것을 을에 가져다 맞추고 을에 묘사되여야 할것을 갑에 가져다 맞춘다. <<고통에 찬 가지와 메마른 심장>>(히메네스), <<거대한 곰이여 내려오라 털이 더부룩한 밤>>(바흐만), <<슬픔에 잠긴 시계를 가진 황금의 로인>>(프레베르), 히메네스의 시구는 워낙은 <<고통에 찬 심장과 메마른 나무가지>>이고, 바흐만의 시구는 <<털이 더부룩한 곰이여 거대한 밤에 내려오라>>이고 프레베르의 시구는 <<슬픔에 잠긴 로인과 황금의 시계>> 혹은 <<황금의 시계를 가진 슬픔에 잠긴 로인>>이라고도 할수있겠다. 짝을 바꾸어 맞춤으로 하여 혼돈을 일으키며 그 혼돈속에서 새로운 감흥을 길어올린다.

   짝을 바꾸어 맞추는 작업을 우리 시인들은 지금 시탐해보고있는중인것 같다. 시에서 쓰이는 례가 아주 적다. <<바다깊이 타오르는 불/하늘 가득 따사로운 물>> 하고 박화 시인이 <<정이여 정이여>>에서 한번 썼고 필자가 <<시간.2>>에서 <<시간이 핥아먹은 뼈와 시간이 뜯어먹은 피>>라고 한번 써보았다. 가능하게 필자가 본 것이 적은데다가 이런 시구의 수집에 소홀하였을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아무튼 대상의 짝을 바꾸어 맞추는 작업을 하는 우리 시인이 아직 많지 않는것은 사실이다.


  제4절 추상어와 구상어화


   추상어란 색깔도 모양도 없는관념적언어이고 구상어란 볼수도 만질수도 있는 시각적인 언어라겠다. 이미지시에서 추상적언어라렬은 아마 금물에 속하는것으로 알고있다. 이미지를 창조한다는것은 어떤 심상을 창조한다는 말인데 추상적언어라렬은 이미지를 창조하는것이 아니라 론리나 이론을 만들어내게 되기때문이다. 추상적언어와 구상적언어를 결합시켜 시문을 작성하는것은 시각성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으로서 새로운 맛과 멋 그리고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추출해는데 도움을 많이 준다고 하겠다. <<치욕의 새>>(생-종 페르스), <<변화가 너희들에게 손짓한다>>(벤), <<시든 애착이 바스락거림>>(쉐페르비엘), <<망각의 눈>>(엘리어트), <<희열의 가시>> <<차가운 꽃다발>>(노발리스), <<시간의 입술>>(토마스). 우의 례들에서 <<치욕>>, <<변화>>, <<애착>>, <<소리>>, <<망각>>, <<희열>>, <<차가운>>, <<시간>> 등 언어들은 모두 관념적인 언어이며 추상적인 언어이다. 그 뒤에 붙은 언어들은 모두 실물을 지칭하는 구상적 언어이다. 이런 묘사적인 동등한 배렬은 낯선 감각의 세계를 펼치고있다.

   우리 시인들도 이 방면의 언어작업에 열을 올리고있다. <<사랑을 키질한다던 봄바람>> <<빨간 기폭같은 꿈이/바다우에 락엽마냥 널리면>>(리임원), <<언젠가는 이 소망 /석류알 터질 것을>> <<철학의 껍데기를 벗기며>>(박화), <<전설의 구름협곡을 건너/묵묵히 걸어온다>> <<새벽녘, 춘정의 그물에 당겨올 때>>(김파), <<풀어헤친 시간은 망아지가 된다>> <<우린 이 무의 언덕우에/씨를 뿌리자>>(김학송), <<또 하루의 이야기가 눈물처럼 익는다>>, <<어제 꿈의 나무가지/뼈아피 불태우는데>>(김정호), <<가난을 벌목한다>>(김응준), <<한쪼박 평화의 이삭을 줏고있다>>(김철)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도 관심있는 독자라면 알수있을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추상어와 구상어를 동등하게 배렬하여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것은 시의 언어들을 베싼처럼 깡깡 마르게 다루는 것을 피면하고 우리 시언어들을 뼈가 있고 피가 흐르고 살이 지게 가꾸는 한가지 훌륭한 방법이라겠다.


  제5절  은유적언어


   현대시 자체가 상징과 은유를 기초로 한다고 많은 시인들과 비평가들이 념불처럼 외우고있다. 은유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쓰이고있다. 은유는 관습의 세계로부터의 탈출을 가장 유력하게 몰아부치고 낯선 감정의 세계에로의 진출을 가장 간단하게 완성시키는 수법이라겠다. <<혀는 그대의 목소리그릇에 담긴 붉은 생선>>(아폴리네르), <<교회, 돌 같은 여인>>(주브), <<얼굴, 소리내는 조개>>(엘뤼아르), <<10월, 정확한 프로필의 섬>>(기옌). 은유는 이질적인 사물의 동일성을 추구하는 장치이다. 우의 례문들은 은유를 통하여 한 사물이 다른 사물로 이동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생성된다는것을 증명한다. 이런 비 실재적인 사물들은 허구적인 이미지를 구성하면서 이미지의 새로움을 생신하고도 실감나게 안겨준다.


나의 시는 나의 얼굴이다

나의 얼굴은 당신들속의 하나

수천수만 농민형제들  마음에

내 얼굴의 거울이 있다


나의 시는 나의 거울이다

나의 거울은 당신들 마음의 한쪼각

쪼각이면 어떠하랴

나는 그것을 구걸하며 산다


내 거울을 찾아헤매이면서도

나의 거울을 보기는 싫어한다

초로한 거울에 비친것이

아직은 당신도 나도 제 몰골이 아닌것을

   우리 사실주의시문학의 한봉우리를 이루고 작고한 시인 김성휘시인의 시 <<나의 시>>의 앞의 세개련이다. 시인은 <<나의 시>>를 은유적인 수법으로 <<얼굴>>과 <<거울>>로 변형시키면서 서정을 열렬하게 토로하고있다.

     은유는 무엇은 무엇이다는 식으로 구사되는 언어조합으로서 한사물을 다른 사물로 만들어버리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이 간편한 방법이 이미지생성과 쇄신에서는 거대한 위력을 과시하는 수법이라겠다.


    제6절 색갈 올리기.


   추상적인 사물이든 구상적인 사물이든 색깔과 새롭게 결합시킴으로써 언어를 언어의 진부함으로부터 해방시켜 새로운 감성을 획득하게 한다. <<청색전률>>(로르까), <<지구는 오렌지빛처럼 푸르다>>(엘뤼아르), <<산발을 한 기타들의 내는 록색침묵>>(디에고), <<록색의 태양 록색의 금>>(생-종 페르스), ...이러한 례들은 색채를 올림으로 하여 선명한 이미지, 생동한 이미지로 우리를 맞아주고있다. 사물에 색깔을 올린다는것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써오던 색깔을 올린다는 말이 아니다. 시인이 새롭게 색깔을 올린다는 뜻이다. 진달래를 우리는 붉은색이 아니면 연분홍색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우리 선조들로부터 써오던 말인것이다. 이런 말들을 시인의 눈으로 다시 살펴보면서 새로운 색채로 표현한다는것이다. 진달래를 <<하얀 진달래>> <<까만 진달래>> <<파란 진달래>>라고 시인이 새롭게 진달래의 색깔을 규명하면 새로운 언어의 탄생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가 이렇게 쓸수있는가 ? 필자는 쓸수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달을 은빛달이나 하얀 달로만 쓰지만 서양의 시인들은 파란달, 빨간달, 노란달, 까만달이라고도 쓰고있다.

   우리 시단에서 언어의 새로운 색깔올리기작업도 비교적 활기롭게 진행된다고 하겠다. <<빨간 맛>> <<까맣게 타버린 태양>>(김파), <<검은 거짓말>>(김정호),  <<생각이 파랗게 >> <<연분홍 고운시>>(리임원), <<검게 푸르게 일어서는 아픔>>(김학송)노란 아타까움 (김응준) ......이러한 례들은 얼마든지 찾아볼수있다. 문제는 우리가 시적장치로써의 새로운 색깔올리기작업에 품을 들이는가 안 들이는가에 달려있을뿐만 아니라 시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각을 깨달아야 한다는데 있다.

  이미지와 언어는 물과 고기처럼 떨어져서는 안되는 관계이다. 진부한 언어 즉 항용적인 언어습관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유추해낸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겠다. 새로운 언어조합만이, 특히 강박성을 수용한 언어조합만이 새맛이 짙은 이미지 가공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얀 무카로브스키는 <<시적인 언어란 무엇인가>>에서 이런 지적을 하고있다.

  <<시적 언어는 감정의 표현을 드러내는 언어인 정서적 언어와도 다르다...표현이 정감성에서 리탈하는 것이 문학에서 계획된 요구사항이 되는 시대조차 있었다.>> <<시적 언어의 갱신은 앞서 지나간 발전에 대하여 또 표준적인 문어체 언어의 규준에 비해보면 언어에 대한 일종 왜곡으로 드러나고 있다>>

  얀 무카로브스키가 점찍었듯이 <<표현이 정감성에서 리탈하는>> <<시대>>가 현대시의 시대이며 이미지시대라고 긍정하고싶고 <<언어에 대한 일종의 왜곡>>으로 쓰는 시가 현대시이자 이미지시라고 믿고싶다.


제7절 언어공감각.


  시를 쓰는 모든 사람들은 늘 언어의 방벽에 부딪치군 한다. 모든 시는 언어의 집이라고 한다. 이미지시도 언어의 집이다. 이 언어의 집을 건축할 때 언어들의 공감각을 지혜롭게 다루는것을 이미지를 만드는 하나의 슬기라고 할수있겠다.

  공감각이란 어떠한 것인가? 문덕수시인은 <<시론>>에서 이렇게 정의하고있다. <<한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하거나 둘 이상의 감각이 결합되는 현상을 공감각이라고 하고 또는 공감각적의미저리라고 한다.>> 이 정의에는 두 가지 내용이 있다. 한가지는 <<한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하는것이고, 다른 한가지는 <<둘 이상의 감각이 결합되는 현상>>이다. 시인이 시를 쓸 때 이미지를 만드는것은 감각을 풍부하게 하고 새롭고도 진하게 하려는데도 목적이 있으므로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공감각을 중시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하겠다.

  일반적인 경우에 우리들은 감각이라 하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다섯가지를 떠올리는데 문덕수는 이 외에도 <<통각, 냉각, 온각, 운동감각, 평형감각, 내부감각>>이라는것을 더 떠올리면서 여러 가지 감각중에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을 특수 감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미지는 여러 가지 감각중에서 시각을 제일 중시하여 추구한다. 왜냐하면 <<언어로 그린 그림>>을 이미지라 하니깐. 그림이 보이자면 시각적이 아니고서는 안되기때문이다. 냄새를 표현하는 후각, 소리를 듣는 청각, 육체의 근육감각을 나타내는 촉각, 맛을 알아내는 미각은 뇌에 반영되여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되기때문이다. 백번 듣기보다 한번 보기가 났다는 말이 있는것처럼 시각성은 회화적이기에 이미지를 선명하게 하는 제일 훌륭한 통로라 아니 할수 없다.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름을 우는 곳

...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정지용 <<향수>>에서

피아노에 앉은

녀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마리씩

스무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물꼬를 물고

쏟아진다

             -전봉건 <<피아노>>에서


  정지용의 <<향수>>는 이미지각도에서 그찰해보면 거리가 있지만 언어의 공감각 각도에서 보면 잘 쓰인 곳이 있다. <<금빛 게으른 울음>>이나 <<바람소리 말을 달리고>>는 청각을 시각화한 명구라 하겠다. <<울음>>은 청각이지만 <<금빛>>이란 시각적 색깔의 언어와 어울림으로써 이미지를 신선하게 만들었고 <<바람소리>>라는 청각적인것에다 <<말>>이 달린다는 시각적 언어를 붙임으로써 바람의 기세를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주고있다.

  전봉건의 <<피아노>>는 희한하다겠다. 피아노소리를 <<여마리씩/스무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튀는 빛의 물꼬를 물고/쏟아진다>>고 하였다. 청각을 시각화함에 있어서 너무 기발하고 낯설게 하여 읽는 사람의 감동이 <<물고기들>>과 함께 <<쏟아진다.>>

   시는 상상의 감각화라고도 말하는데 공감각은 감각성을 강화하고 사상을 이미지화함에 있어서 불가결의 요소라 하겠다. 그래서 공감각은 현대시인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다. <<보라빛 시간>>(엘리어트), <<진홍빛 기쁨>>(블레이크), <<황금폭소>>(말라르메), <<신음의 뿌리들이 썩고>>(엘뤼아르), <<공기의 물 빵의 고기>>(크롤로우). 서양의 시를 읽어가노라면 이러한 공감각언어들이 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떠있어 독자는 뭇별이 무성한 현란한 궁전으로 들어가는듯한 희한한 감회를 금할수 없다.

   공감각은 여러가지 감각을 새롭게 교제시킴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산생시키고,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감성의 농도를 높이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수단의 하나이며, 현대시의 주요한 기법의 하나라겠다.

  아래에서 우리 시단의 공감각작업이 어떻게 진행되여가고있는가를 보기로 한다.

  청각---시각

소리소리 피가 듣는다 (남영전)

무반주 생음악으로 펄럭인다 (한춘)

시각---청각

지심깊은 혈맥의 아픈 종소리(박화)

먼 바다 철석이는 자장가(김파)

촉각---시각

아픔이 묻어나는 힘찬 열매(박화) 

아리도록 애련한 하얀 선(정몽호)

시각---촉각

락엽 몇잎 발등 때린다 (김응준)

촉각---청각---시각

가려운 방울소리 바위에 돋힌 검버섯(김파)

후각---청각

풀내음 풍기네 귀뚜라미소리(정몽호)

후각---시각

젖내음 감아 올리네 뽀얗게(정몽호)

젖내나는 언덕(정몽호)

   실례지만 례를 들지 못한 공감각조합을 자의로 몇가지만들어 보이고싶다. <<들큼한 배맛이 하얗게 번져온다>>(미각+시각), <<얼굴빛이 소태처럼 쓰겁게>>(시각+미각). 종합해보면 다섯가지 감각을 모두 서로서로 전이시킬수있는데 도합 20가지다. 이 20가지를 능란하게 다루는 솜씨를 시인들은 모름지기 터득해야 하리라 믿는다. 이런 작업은 시인의 언어자각이 없으면 안되는것이다.

    시를 창작할 때 새로운 공감각을 획득한다는것은 기분나는 일이 아닐수 없다. 공감각은 시를 새롭게 만들고 신선하게 만들면서 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시의 생명이 발랄하게 운동하게 함에 있어서 불가결의 장치의 하나라고 하겠다.


 제8절 감각의 물화


  <<새로운 언어조합>>에서 감각의 물화문제를 간단히 짚고넘어왔다. 그것으로 부족한것 같아서 다시 이야기하고싶어진다. 감각의 물화문제는 이미지시를 쓰는가 아니면 다른 류형의 시를 쓰는가에 관계되는 중대한 문제이기때문에 다시 취급해 보고저한다.

  이미지스트선언의 첫째 조목 <<일상어를 사용하되 정확한 말을 고르며 모호한 말이나 장식적인 말을 배척한다.>>, 넷째 조목<<명확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다섯째 조목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견강하고 명확한 시를 쓴다>> 등은 감각을 물화함으로써만 이미지시에 도착된다는 요구라고 리해하여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것 같다.

  한국의 박진환은 <<현대시를 이렇게 쓰자>>에서 <<시는 모방도, 재현도, 묘사도 아닌 창조적경로를 통한 문화적창조행위이다>>라고 하면서 현대시를 잘 쓰려면 물화(物化)작업을 잘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가 <<조선문학>>에 발표한 시론 <<현대시를 이렇게 쓰자>>는 감각의 물화라는 명제로 관통되였다고 하여도 별로 틀리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는 변용-대용-물화-이미지라는 시창작 그라프로 현대시를 말하고있다.

  감각대상은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사물이지만 감각은 실재물이 아니라 추상물이다. 감각은 뇌의 활동을 말하는것으로서 허상이며 존재하지 않는 영상이나 개념과 같은 추상물인것이다. 감각은 물질에서 받은 인상이다. 시를 쓸 때 다시 시각적인 물질로 환원되여 표현되여야 한다는것이 감각의 물화라고 하겠다. 시에서 모든 리념적이고 개념적인 언어들은 추방되고 그러한 언어들 대신에 눈으로 볼수있는 사물적인 언어들로 그 자리를 메꾸어야 한다. 시각으로 볼 수있는 물질적운동을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들은 이미지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 자리를 차지하려면 물질적언어로 바뀌여야 한다. 사상, 리상, 희망, 아픔, 마음과 같은 추상적언어가 그러할뿐만 아니라 아름답다, 착하다, 곱다, 밉다와 같은 형용사들도 마찬가지로 이미지에서 자리를 내야 한다. 이러한 언어들이 자리를 차지하려면 가시적인 명사와 결합되여 가시적으로 표현되였을 때래야만이 이미지의 효능을 발휘할수있게 되는것이다. 아무런 결합도 이룩하지 않은 채 례하면 <<사상을 해방하자>> <<아름다운 리상>> 등으로 쓰인다면 실례를 면할수 없을것으로 알고있다.

   앞에서 추상적언어를 구상적언어와 결합시켜야 한다고 한것이나 추상어에 색깔을 올려야 한다고 한것이나 추상어와 구상어의 결합이나 은유적방법들을 쓰는것들 모두가 관념의 물화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하여도 되겠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려는것은 감각이나 관념과 같은것을 가시적인 물질운동으로 대용하여 표현하여야 한다는것이다. 그러자면 상징으로 추상적 감각이나 관념을 대체해 버리는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겠다. 상징은 은유와 달리 표현하려는 대상은 나타나지 않고 표현해 놓은 대상만 나타난다. 우리는 <<꿈>>이라는 추상적언어를 <<꽃>>이나 <<노을>>이나 <<별>>이나 <<무지개>> 등으로 얼마든지 대용해 쓸수있다. 이렇게 대용해 쓰는 방법이 상징인데 대용해 쓰게 되면 확연히 다른 이중삼중의 감각을 얻게 된다. 문제는 죽은 상징을 쓰지 말고 산 상징을 쓰는데 있다. 죽은것이란 선인들이 만들어 써먹은것이고 산것이란 시인이 새롭게 만들어내는것이다. 새롭게 만들어내는것만이 바람직하겠다. 남의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아류에 물젖게 되기마련이다.

  


제9절 종의미 쓰기.


    류의미와 종의미는 복잡한 언어작업이 아니므로 간단히 짚고 넘어간다. 류의미는 어느한 부류의 언어를 일컫는것이고 종의미는 고유명사를 일컫는것이라고 하겠다. 산이라고 하면 세상의 모든 산을 다 포괄하므로 류의미다. 하지만 백두산하면 장백산맥의 주봉 하나를 가리킨다. 나무하면 여러 가지 나무를 다 가리키지만 백양나무 하면 나무의 한종류 백양나무만 가리키게 된다. 시를 쓸 때 백두산이나 백양나무같은 종의미 언어를 골라서 쓰는것이 류의미를 쓰는것보다 열배는 더 좋을것으로 알고있다. 그것은 의미지시란것이 언어로 그린 그림이기에 눈에 똑똑히 보일수록 좋기때문이다. 이따라 더 이야기할것은 사물의 어느한 부분으로 전체를 나탄낼수있는 언어를 쓰는것에 류의하여야 한다. 백양나무하면 백양나무의 가지나 이파리가 어떠한가를 쓰는것이 좋겠다. 언어는 세부적이면 세부적일수록 좋고 표현도 세부적인 표현일수록 좋은것이다. 모든 큰소리, 빈소리를 시는 싫어한다. 세찬 바람이 분다고 쓰기보다 바람에 아름드리 백양나무허리가 부러져 물앉았다 하고 쓰면 더욱 표현이 좋은것과 같은것이라겠다.

    한마디로 말하면 물방울에서 강이나 바다가 보이게 쓰는 수법이라겠다.

    그외에도 <<해빛 한줌>>이나 <<노래 한마대>>와 같은 수량사의 새로운 사용이나 고유어사용 등을 제외하고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이로써 마친다. 언어의 련금사란 말의 의미는 시인자신이 게으름 없이 시마다에서 새로운 언어를 창출해 내야 한다는 뜻이라것을 명기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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