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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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나의 문학관과 창작의 길

금단의 열매. 6(미성년불가)
2008년 10월 30일 07시 37분  조회:2016  추천:91  작성자: 최룡관
등.1

밥내음 채내음 장내음에 그슬어
참나무 자작나무 피나무에 그슬어
까만 빛이 돋은 중도리에 못 박고
벌들광주리를 달아매였다
광주리속에 기저귀를 펴고
담요위에 아기를 눕힌다
기막힌 요람 하나

엄마는 흥흥 노래 부르며
요람을 밀었다당겼다
요람이 흔들린다 아기가 흔들린다
엄마가 흔들린다
달같은 우리 아기 잠 잘 자거라
한잠 자면 한뼘 크고
두잠 자면 두뼘 큰단다

해죽해죽 웃는 아기
엄마 맘에 해를 띄운다
엄마 맘은 구석까지 환하다
해님같은 우리 아기 무럭무럭 자라나서
큰 사람 되여 산을 옮기지
큰 사람 되여 바다 옮기지

아기는 요람이 좋아서 웃고
엄마는 요람속 아기 귀여워 웃고
요람은 서서히 흔들거린다

등. 2

폭신한 소파에 몸을 던지면
새털손으로 애무해 준다
부르튼 발을 찬물에 담그고
온 몸에 싱싱함을 빨아올린다

구름 수레 타고 구만리 하늘로
부채를 슬슬 저으며  오간다
찌지는 8월의 서늘한 그늘 베고
드렁드렁 코를 곤다

여무는 얼음 짱짱 금을 그으며 웨치듯
실피줄마다에서 진동하는 맥
바람에 멀리멀리 실어보낸다
시래기처럼 너부러졌던 나를

아무러한 람루를 걸치여도
아무리 어츠러운 얼굴이여도
항시 포근히 앉을수 있는
나의 소파여

등.3

쪼르르 미끄러져 내리면
꽃이 된다
또르르 굴러내리면
열매된다
신비한 미끄럼대야

불에 단근질해서 그리도 일매지나
물에 담근질해서 그리도 매끄럽나

내가 쪼르르 굴러 내려도
꽃이 되나
내가 또르르 굴러내려도
열매되나

등. 4

어깨 홈은 눈
눈으로 못보는 등뒤를 본다
척추의 홈은 코
코로 못 맡는 등뒤 냄새를 맡는다
척추골아래의 능형은 입
침묵은 너의 숙명이다
능형좌우의 홈은 보조개
누구 목을 추기자고
자란자란 샘물을 고였는가

등에 신비한 오관이 있어
여성의 등뒤는 해맑은 날씨

엉덩이 . 1

먼길을 걸어간 레우를 받들고
묵묵히 누워
그 많은 짐들을 실은
그 많은 인간들을 실은
기차를 떠나보내는 침목아

해맑은 유리들이 알른거리는
초가집 별돌집 아파트...
머리 한오리 보이잖게 땅에 묻힌채
이름없이 춘하추동 수십수백년 이고 선
기초돌아

한송이 꽃보다
휘초리 먼저 알아야 하는 일
드문해도
한마디 내비치지 않는다
요 깜찍한 무골충아

엉덩이 . 2

하나의 쪽지에 달린 한쌍 복숭아
팔월의 가지끝에서 대롱 익었다

푸른 잎새로 붉직한 얼굴 가리고
서늘한 가을 바람 배가 부르다

군침을 삼키도록 못 견디게 구는
하얀 소살에 뽀얀 옷 입고

세월의 흐름 뼈를 긁어 갔어도
미래만은 고스란히 키워 낸

하나의 쪽지에 한쌍 복숭아
팔월의 둥근 달에 전화 친다
어서 오세요 따갈 때가 되였어요

엉덩이 .3

거울에 비치면 임자에게 먼저 묻는다
내가 곱니

따라오는 사람에게 살작 묻는다
내가 곱니

만사의 부대낌에 헝클어져도
물음만은 잊지 않아 내가 곱니

누구도 응답 없어
얄궂은 울음 운다 내가 곱니

허리.1

봄바람에 한들한들
춤추는 버들가지

한마디 꺾어다
봄피리 만든다

삐리리
푸르른 소리
아픈 설음 운다운다

울려놓은 그 울음
내 눈에도 그려져

울음에 미치고
울음에 지쳐서

이 봄에
너를 따라서
울보가 되나보다

허리.2

홍실로 칭칭
금실로 칭칭
한 허리 감고감아
무지개를 두른다

한겨울
눈보라속에서도
선연한 무지개

아름다운 무지개
한끝을 베여베여
어머님께 드리고
아버님께 드리고

나머지
큰 자락 베여
정든 님께 드린다지

정든 님 없다고
코만 자꾸 찡그리여도
한자락은 차란차란
내 몸을 말리운다

언제면
가져라 하고
앙살을 부리겠나

허리 . 3

모가지가 짤룩한 꽃병
어찌 보면 고상하고
어찌 보면 우아하고
어찌 보면 아담하고
어찌 보면 얌전하고

어머님 즐기는
고향의 진달래를 갖다 꽂을가
눈속의 매화를 갖다꽂을가
그런 꽃은 안  된단다
머리를 가로 젖는다

아버지 즐기는
유월의 치자꽃을 갖다꽂을가
꽃중왕 목단을 갖다꽂을가
꽃병은 눈을 흘긴다
바보바보바보

절색박색 관계 없으니
내 좋아하는 꽃을 갖다 꽂으라네
아하-하!
난 정말 바보바보!

팔. 1

그린 동그라미는 하냥 크지 않아
크지 않은 동그라미속에
하늘


하늘에는
해가 없고 달이 없어도
따스함이 있고
밝은 빛이 있다

땅에는
잔디도 없고 나둑나무도 없지만
정기가 있고
향기가 있다

그 하늘
그 땅을
위해
비에 젖고 눈에 얼고
해살에 굽히고 별칯에 그슬고

그래서 동그라미 속에 들어서면
엄동에는 따스하고
염천에는 시원하다

바늘구멍으로 소 들어가기라 할가
비집고 들어만 가면
한생을 편히 살 큰 세상

팔.2

복이 들라고 복자
오래 살라고 수자
복자 수자 살아 숨쉬는 베개

복자쪽으로 누우면
다리가 쭉 펴지고
수자 쪽으로 누으면
싱싱함이 가슴에 찬다

비나 눈이 태질하는 날에
복자는 화끈한 화로가 된다
아무들이 아우성치는 날엔
수자는 아늑한 고방이 된다
하늘이 맑은 날엔
살랑거리는 바람을 타고
햇살이 짝자꿍 모여들어
황홀한 무듸를 드른다

베개를 베고 눕는다
복이 제쪽으로 당긴다
수가 제쪽으로 당긴다
나는 어쩌면 좋아

손.1

따끈한 다리미는
다 구겨진 옷주름을
깔끔하게 펴놓는다

한번 다리미질 하려면
숯불을 마련해야 한다
숯불을 마련하자면
검둥이로 되여야 한다

따끈한 다리미는 누구나 요구되지만
검둥이로 되기는 누구나 좋아하는게 아니다

손.2

한쌍의 요술주머니
아구리를 열었다 조였다 한다
조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열기만 하면 굉장하다

토끼 퐁퐁
다람쥐 쫑그르
고니 훨훨
수리개 씽씽

어느놈 잡아볼가
토끼 다람쥐는 영물이여서
인차 잡히지 않을거고
고니 수리갠 하늘 날아서
자칫, 닭쫓던 개 담장 쳐다보기지

절로 내 품으로
뛰여들게 할수 없을가
절로 내 품으로
날아들게  할수 없을가
옳지 그렇지
요술주머니 열릴 때
제꺽
그물주머닐 갔다 대야지

손.3

뚱뚱 땅땅
띵띵 똥똥
열개음이
음악을 시작하네

띠리리 따라라
삐리리 빠라라
노래소리
하얗게 쏟아진다

자갈들이 퐁퐁퐁
나무들이 흔들흔들
제 흥에 미친다

어허, 이걸 어쩌나
두라리 들썽들썽
두어깨 으쓱으쓱

나도 미치는거 아냐

손.4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가

금전이 어디서 굴러오는가

해님이 어느 곳에서 솟는가

거울속에 보인다고 한다
너무너무 거울이라기에
손바닥을 펴들었다
눈도 귀도  보이지 않고
입도 코도 보이지 않는다

달밤에 물 떠놓고
손 비비며 곱삭이던
할머니 등허리가 처연하다

손.5

돌이 되여 난다
칼이 되여 번뜩인다
가위가 되여 잘칵인다
마치가 되여 내리친다
방패가 되여 막는다

묻고싶어라
꽃잎이 탄알이 되는 리유를
발바리가 미치는 이유를
노루가 흉악스러워지는 리유를

불이 이글거리는 용광로 되여
다 녹여 버리겠는데
녹은것들 한덩어리 황강암이 되겠지

어화라 한품에 안아주자
절로 찧고 박고 하다가 말 잖으리

손.6

달고 쓰고
시쿨고 짜고
싱겁고 맵고
삼삼한 정보를
에누리 없이 전달한다
그 향연에 축축히 젖어
물도 되고
새도 되고
풀도 되고
바위도 되고
바람도 된다

손.7

열개의 건반이
노래를 쏟는다
슬픈 노래
기쁜 노래
서러운 노래
노래가락에 맞추어
나는
울기도 
웃기도
한다
아, 어느새
빨간 단풍물이 들었는가

다리

집게에 집히우고 싶다
허리 끊어진 한이 있더라도

집게에 집히우면
한쌍 고니 되여
하늘 훨훨 뜬다

구름으로 둥둥 떠가며
해와 입을 맞추고
달과 입을 맞추고

집게에 집히우면 미운 꿈 하나 없다

무릎 .1

하나는 해
하나는 달
해가 가면 달도 가고
달이 가면 해도 간다

낮에도 해와 달
밤에도 해와 달
시간을 살리기도 하고
시간을 죽이기도 한다

한쌍 쌍둥이
먼먼 인생길에 고달프다

무릎.2

눈 내리는 초소에 너는 서있다
비내리는 초소에 너는 서있다
근엄한 자세 변함없이
주인 명령 없이는
황금 만냥에도 곁눈 팔지 않고
황제가 가마를 타고 와도 열지 않는다 문을

마가을 거치른 철에도
너만은 비움없이 충실해
봄에는 제비들 날아와 재잘 거리고
겨울에는 함박눈이 곱게 내리는거다

충성으로 밖에 살줄 모르는 초소를
웬지 누가 짓밟을가 가슴이 조인다
제발 자닝하게 만들지 마소
제발 자닝하게 만들지 마소

발. 1

진창길에 옴폭하게
도레미
눈길에 하얗게
도레미
미워서
솔라시
들에 가면
도레미
산에 가면
레미파

산과 들은 한대의 피아노
한평생 눈물어린 노래만 짓다가
주인과 함께
발편잠 잔다

발.2

노예는 말이 없다
노예는 말할줄 모른다
노예는 거부란 말이 세상에 있는줄 모른다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고
기라면 기고

노예만 나서면
무성한 풀 가리마  튀우고
천길벼랑에 자국이 반짝인다
노예만 나서면
산이 열린다
강이 열린다

사람들은 다는 모른다
노예를 해치면
제눈이 머는줄

발.3

하늘과 물이 몸을 섞는 곳으로
쪽배 하나 떠간다
하얀 돛 하나 달고
바람 자면 미끄러지고
바람 일면 꽃잎처럼 뜬다
아무리 뭍이 보이지 않아도
서리맞은 배추잎이 되지 않는다

끼욱끼욱 갈매기
쪽배 따른다
따르다 따르다가 지치고 지쳐
하나 둘 뭍으로 돌아가고
인제 한마리만 남아
배위를 빙빙 슬프게 운다

갈매기는 모른다
쪽배가 좋아하는건
갈매기가 아니라 물이라는걸
물이 있길래 배가 있길래

발. 4

발은
길을 낳는다
움직이기만 하면
길을 낳는다

발은
길을 깨운다
길이 깨여나면
산도 납작 엎드린다

어리고 야윈 길은 늘
강아지처럼
발을
졸졸 따라다닌다

나이 먹을수록 젊어지는 길은
살이 피둥피둥해져도
은혜를 잊지 못해
엄마를 편하게 해준다

세상에 제일 잊음 헤픈건 발이고
세상에 제일 효성스러운건 길이다

발. 5

외씨같단 말의 의미를
인제는 좀 알것 같다

외씨 속에는
파란 잎이 있고
자라는 넌출이 있고
노란 꽃이 있다
꽃속에는
벌들이 먹는 꿀이 있고
꽃밑에서는
고토리만한 외가 웨친다

따지 말아요
가시로 찌르겟어요

외씨같단  말의 의미를
인제는 좀 알것 같다

발.6

열송이 빨간 장미꽃을 피운다
이른 아침 청신한 대기에 가슴을 목욕시킨다
고리타분한 냄새를 말끔히 털어버린다
실핏줄이 싱싱하게 살아나며
천근 몸이 홍모처럼 가벼워진다

앉아도 향기
서도 향기
걸어도 향기
누워도 향기
빨간 장미 향기

너는 신랑 나는 각시라며
풀밭에서 코 흘리며 놀던 철민아
요런 때 오지마
네가 오면 내 볼에 장미꽃 핀다

엄마 아빠도 보지마
엄마 아빠 보면
내 장미꽃이 다 죽어

발. 7

천년을 소급해 보면
너는 한부의 력사야
눈물 닦을 손수건 마련하지 않고서는
읽을수 없는 력사야

한생을 돌아보면 너는
인생의 궤적을 그린 화가야
파란 많은 수십년 길을
걸어온 대로 이리비뚤 저리비뚤 그려놓은

몸에 못이 박혀 피 터져도
자신의 신성을 어지럽히지 않고
한올 부끄럼 없는
척후병 네 뜻을 누가 알아준다던가

눈물을 훔치며 땅을 떠나도
설음을 달래노라 바다에서 뒹굴어도
그, 그걸 왜 한마디도 뱉지 않느냐
 
떠들지 마세요
그것이
바로
저의 운명
저의 숙명이얘요

                        (련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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