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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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시

링크의 사랑(시)
2008년 11월 03일 06시 20분  조회:2210  추천:22  작성자: 최룡관

사탕 한알을 먹다

 

사탕 한알을 입에 넣었다

침방울 호수에서

빨간 잉어 한 마리 꼬리를 흔든다

찰싹찰싹 박수를 치며

 

아래위층 하얀 옥들이

주르르 포옹하면

유연한 양금소리

 

들들한 노란 배암이

목구멍을 기여넘어간다

조개살이 머리를 쳐드는 순간

          -9.15

 

새의 꿈

 

새의 꿈은 먹는것이다

새는 먹기위하여 난다

새는 날개로 바람을 낳고 바람은 구름을 낳고 구름은 비를 낳고 눈을 낳는다 탄생한다와 죽는다는 같은 말이고 량자의 중간에 먹는다는 다리가 있다 새도 이 다리를 건너기 위해 날개를 젓고 풀은 이 다리를 건너기 위해 비방울과 바람을 뜯어먹는다 사람도 이 다리를 건너기 위해 두눈에 쌍불을 켜고 먹거리 사냥한다

제길 망태기

하이퍼시를 쓴다는게 얼토당토 않는 론설가가 되다니 이것도 다리를 건너는 방법인가

                 9.16

 

물고기

 

강에 그물을 늘이고 물고기잡이 한다

구물에 걸리는 물고기들은 은빛 열매

하나둘 열매를 따서 장국에 끓이면 보약이 나온다

술잔을 기울이며 보약을 먹으면

다리에서 이는 바람이

내 팔을 흔들어

승무조각상을 빚는다

         -9.16.

 

기중기 

 

기다랗고 땅땅한 좆대를 하늘자궁에 꾹 박고 흔들어댄다 으르르 흥분으로 휘저으며 빨간 정자 뿌연 정자를 쏜다 하늘자궁의 란자들이 넓적넙적 받아먹는다 어느날 갑자기 거대한 아이를 뚝 낳는다 아들도 딸도 아니다 아빠도 엄마도 닮지 않은 아이 구멍이 숭숭한 아이속을 쉴새없이 나들면서 보금자리를 보듬는 아이의 아이들

                      -9.17

 

잠이오지 않던 9.17

 

가둑나무숲에 

거미가 둥그런 그물을 늘여놓고

무엇이 걸리기를 노린다

 

우뢰가 울며 비가 내린다

비줄기속을 걸어가는

뿌연 뒤모습의 내가 길게 보인다

 

 

나는 구름을 몰아다

판도라상자에 넣고

문을 꾹 닫아버렸다

 

쏟아지는 해살속에

나는 말뚝처럼 박혀있다

 

지금은 9월 18일 아침 6시 20분

환각이 떠오르던 그 침대가...

              -9.18

 

마가을의  정오

 

하늘을 갈갈이 찢어버리는

비행기의 아츠러운 소리

근육속에서 무수한 송충들이 바글거린다

돌개바람에 휘말린 송충들은

희뜩거리는 나무눈알을 물고 하늘에 올라가

산산히 찢어진 하늘을 한장두장 땅에 내려놓는다

비행기는 사라지고

찢어진 하늘은 발밑에서 할딱거린다

                 -9.21.

 

간판의 알레로기

 

태여나기전부터 아이를 낳는 간판

태여나면 무수한 아이를 낳는다

간판아이들이 사람코를 꿰여가지고 다니다

사람들은 간판아이들의

먹거리 싸구려 기생 페기물 노복...

 

칼라.1

시꺼먼 손사이 오가는 빨간 뭉치

 

칼라.2

방아찧기를 하는 두라체 엉덩이

 

칼라.3

비수 번뜩번뜩 피피 뜨거운 피

 

칼라.4

대낮 은행안에서 권총 아우성

 

칼라.5

총무리 뚜르르 꽝꽝 폭탄

 

간판애들보다 먼저 관속에 누워

두눈을 말똥거리는 백골이 ...

        9.23.

 

오솔길. 룡. 나

 

길을 간다 오솔길을 간다

길이 땅을 버리고 하늘로 들린다

연줄처럼 10도각 20도각 50도각...

나 길을 따라 하늘을 걷는다

길대가리가 무지개처럼 머리뒤로 휘여든다

나는 하늘에 꺼꾸러 달려 걷는다

길이 흔들거린다

머리끼가 곤두선다

나는 길을 다리사이에 끼고

두팔을 벌려 꼭 끌어안는다 눈을 감는다

길이 몸부림치다가 잠잠해진다

눈을 뜬다 룡등이다

룡은 하늘 한바퀴 돌고 땅으로 날아내린다

상경룡천부 장성을 스치며 룡은 사라지고

장성우에 내가 선다

바람이 코트자락을 자꾸 잡아당긴다

                     -9.23.

 

 

바드민톤 경기

 

그물 경계선을  늘이고 경기가 붐빈다

 

서로 그물총을 쏘아댄다

 

총구멍으로  하얀 비둘기 한 마리

포르릉 날아나와 그물을 넘나든다

 

온 몸에서 소나기가 쏟아지진다

 

서슬 푸른 은빛검이

내 가슴에 박히였다

 

뿜어나오는 붉은피 방울방울

장미꽃으로 란만하다

 

복제의 스토리

 

진달래는 항시 진달래를 복제하고

바위는 하냥 바위를 복제하고

토끼는 그냥 토끼만 복제하고

요즘은 인간들도 자신을  복제하고

 

복제를 거부하는 인간은 황당한자다

황당한 인간은 발자국이 있다

그 발자국에 물이 고이면서

구름이 뜨고 한점꽃이 피여난다

 

            -9.23

 

나의 시비에

 

신선이 빚어놓은 선경대기암에

나의 황금옥이 있다네

황금옥 황금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네

집안은 텅텅 비여있네

지하층층계를 내려가니

밑바닥에 초가집 한 채

어머님이 뜨락에서 닭모이 주시고

옆에서 강아지가 꼬리 젓네

어머니 무사합니까

어머니는 먼산만 볼뿐 말이 없으시네

아버지 찾아 승강기를 타네

내린 곳은 망망한 하늘

아버지- 나의 부름소리에 앉아

아버지가 눈앞에 나타나시네

소경막대기를 짚고 오셨네

어디서 굴러온 놈이냐 꺼져

소경막대기가 나를 향하여 몸부림치네

나는 뒤걸음치다가 허망공중에 떨어지네

불이 몸에 달리네

하나의 불덩어리가 공중락하를 하네

별찌는 별이 아니데

            -9.24.

 

 

첫 아지랑이

 

첫 아지랑이가 살그머니

하릉하릉 춤을 추자

수류탄이 꽝꽝 

폭탄이 쿵쿵

겨울궁전이 와르르 무너진다

혀, 혀를 내민다

나무도 풀도 땅도

파란 혀들이 따슨 볕을 빨아먹는다

아나운서의 빨간 입이

봄발가락 물어다 진열한다

TV스크린 가아득히

               -9.24.  수개

 

  

평형목우의 ...

 

경기가 눈부신 날에

 

학이 살랑 날개를 접는다

토끼 폴삭 뛰여 오른다

동그라미가 또르르 구분다

팽이가 팽그르 돌아간다

왜가리 다리가 껑충거린다

비행접시가 떨어져서야 

 

가 

             -9.24 수개

 

 

시인의 령혼

 

시인 령혼의 전당에 여러가지 악기가 현란합니다

북 가야금 새장구 피아노 바이올린 트럼베......

바람이 와서 북을  붑니다

나무가 와서 피아노를 붑니다

나비가 와서 트럼베를 두드립니다

쥐가 와서  노을이 와서 별이 와서 ...

부드럽고 경의로운 음악이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무지개 비낍니다

시인은 무지개위를 걸어갑니다

구름같은 록음속에서 새소리 향기로운 곳에는

백골의 노래만 출렁입니다

              -9.24 수개

 

 

잠자리

 

선들 바람속에서 날아다니는 잠자리

그림 그린다 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

나는 오른손 중지로 톡 동그라미를 튕겼다

붉은 기와집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얀 벽에 고추다래 여람개 걸려있고

하얀 할머니 키로 보리쌀을 다듬고

고양이가 담장우에서 볕쪼임 한다

그담 삼각형을 톡 튕기였다

숱한 렌즈들이 번쩍번쩍 번뜩이는 화면

갑자기 악어가 솟구쳐 물소의 목을 문다

사자가 얼룩말을 쫓아 총알처럼 달린다

칼고기가 주둥이로 돛배이물을 쿵 박는다

그다음 사각형을 톡 튕기였다

가없는 사막 그 노란 물결속에

미이라 락타뼈 옛성터 장성쪼각

별들이 미친듯이 우물속으로 쏟아진다

잠자리가 그림 그린다는건 잡소리

사실 잠자리는 움직이는 한점 ...

                 -9.24.

 

이깔장대가 지휘한다

 

길섶에 버려진 이깔장대

하늘로 뛰여가 붓을 휘두른다

하늘종이에 고층건물 설계도가 태여난다

장대는 온 몸에 꽃을 달고 내려와

퐁퐁퐁 댄스를 춘다

몸의 꽃들이 날아난다

서산이 꽃을 받아 노을을 펼치며

운명교향곡을 연주한다

기다란 이깔장대가 몸을 흔들어

교향곡을 지휘한다

땅거미가 발볌발볌 다가온다

 

              -9.25

 

기발 

 

나는 펄럭이는 기발

몸을 펄럭이며

등불을 낳는다

 

 

빨간 등불을 낳으면

아우성

삿대질

흔들리는 담장

 

파란 등불을 낳으면

땅에는 먼지구름

하늘에는 검의 물결

만마의 노도

 

등불이 깨여지면

나는 또

새등불 낳는다

 

청마처럼 묻고싶어라

제일 먼저 기발을 추켜든이가 누구였던가

            - 9. 27.

 

수자놀이

 

짝짝짝 짝짝짝

수자놀이 하자야

짝짝짝

일 더하기 오는 짞짝 아들

구 덜기 륙은 짝짝 딸

삼더하기 륙은 짝짝 남자

사 더하기 사는 짝짝 여자

사더하기 삼은 짝짝 재신

구 더하기 팔은 짝짝 최고

구 더하기 구는 짝짝 맹탕

일 덜기 일은 짝짝 뺑꼴

령 더하기 령은 짝짝 무궁

              -9. 30.

 

콩의 스토리

 

소설은 콩탈곡을 하면 되고

시는 콩알만 노랗게 닦으면 되고

수필은 콩껍질에 알살이 쬐꼼 붙음 되고

극은 콩알과 껍질이 싸우면 되지

 

       -9. 30.

 

익은 고추밭

 

가을 고추밭에 널린 불똥이

황황 불길로 타 오른다

 

불을 한입 베여먹었더니

노란 탄알을 쏘아서

창자속에서 너펄거리는 검은 귀신들을

다 쫓아내는것이 아니랴

그리고는 샘물을 대여 주어

내 몸의 생기들은 축구시합을 한다 

 

지금은 컴에 들어와 삿대질하며

내가 시다 하고 소리친다

             -9. 30.

 

 

빌딩의 다른 이름

 

빌딩은 지구에 박힌 엄청 큰 대못이데. 내가 땅속으로 들어가서 대못을 볼라니까 글쎄 대못끝에서 잘칵잘칵 소리가 나더라구. 무슨 소리지. 찬찬히 살펴보니까 대못이 시한탄이 더란 말이다. 용서할수 없지. 메로 쳐서 마사버리려 했는데 움쩍도 안하더라. 어쩌지. 터지면 뼈도 못 추리는데. 가슴이 떨려서 뺑소니쳤지.

            -9. 30.

 

가로등

 

 

발은 

저승에

 

몸은 

이승에

 

하느님 

눈동자

 

어둠 

뜯어먹고

 

길혀가

빛을 핥는다

 

 

   -10. 1.

 

페지산조

 

페지가 굴러간다

나무통이 굴러간다

수림이 설렌다

물이 돌돌 흐른다

꽃이 생글 웃는다

열매가 반짝- 반짝인다

내 눈이 현미경 속으로 들어가

꼼지락거리는 열매싹을 쏘아본다

 

           -10. 1.

 

갈꽃들의 산데리아

 

하얗게 갈꽃들이 피였다

하아얀  안개가 산을 오른다

하얗게 파도가 솟구치며

하아얀 은어떼들이 뛰논다

하얗게 머리 센 할머니들

하아얀  빨래를 넌다

하얗게 닦은 새 길 따라

하아얀 월궁으로 바람 먼저 스쳐간다

            -10. 2

 

 

꽃병의 동화

 

꽃병이 온 몸으로 간다

누런 풀잎들이 이지러진 초행길

가면서 배암처럼 껍질을 벗는다

껍질을 벗어서 꽃길을  늘인다

 

따슨 볕이 반짝이는 꽃길에

까치가 상수리에 둥지를 틀고

모란꽃 송이송이 향기로운데

금붕어 한들한들 꼬리 흔든다

 

시인이 꽃병을 직관하는 사이

꽃병이 쪼르르 껍질을 벗어서

시인을 도르르 감는다

어느새 시인도 꽃병이 된다

 

두 꽃병이 어깨 나란히

향기로운 껍질을 벗어놓는다

            -10. 3.

 

솔방울

 

솔솔 바람이 솔방울을 노크하면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

울창한 수림에게 편지를 쓴다

 

솔개가 편지를 나르노라면

방울소리 잘랑잘랑 하늘 흔들고

울님의  치맛자락 바람이 운다

 

솔대문 어디 있나 달려가는 님아

방초인들 네 애환 풀어주랴

울상이 그대로 푸른 별로 여문다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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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과 나

 

빠알간 장미꽃이 너무도 황홀하여 나는 뽀옥 입을 맞추었다. 장미꽃은 삽시에 나의 살과 뼈와 내장을 죄다 빨아먹고 후-불었다. 얇다란 거죽만 남은 나는 휙 하늘로 날리여갔다. 나는 소리쳤다. 임마, 곱다고 키스해 주었는데 네가 내 살이며 뼈며 내장을 다 뽑아가짐 난 어떻해. 장미꽃이- 너도 날 가지렴. 그리고는 자기의 살과 뼈와 내장을 나한테 뿌리였다. 나는 장미가 주는 대로 넙적넙적 받아먹었다. 하늘에서 다시 땅에 내려온 나는 너무도 기뻐서 장미꽃을 포옹하였다. 거울을  보는 순간 나는 깜작 놀랐다. 아니 글쎄 내가 나를 안고 장미꽃은 장미꽃을 안고있었지 뭐야!

              10.7. 새벽 다섯시

 

어느 가을날

 

어느 가을날 나는 풀밭에 가서 허리를 굽혔지. 피가 다 빠진 풀들이 누렇게 익어서 보기가 안스러웠지. 그래서 풀에다 록색을 올려주었지. 갑자기 풀밭에서 구렁이가스르륵 기여나와서 온 몸이 으스스 떨렸어. 그래서 푸른색을 지웠어. 그런데 뿌드등하고 장꿩이 날아나는 바람에 나는 넘 놀라서 와당탕 뒤로 넘어졌어. 엉덩이를 툭툭 털고일어나니 진땀이 등허리에 흥건했지. 참...

                     10.7.다섯시 16분.

 

퉁소를 불다

 

파란 잔디밭에 앉아 퉁소를 분다.

아름다운 멜로디를 따라 하늘의 구름이 내려와 나를 싣고 하늘로 올라간다. 나는 구름우에 올방자를 틀고 앉아 신나게 퉁소를 분다. 구름속에서 꽃사슴이 나타나 나를 태우고 구름을 밟으며 어디론가 뛴다. 도착한 곳은 소월전당이다. 소월시인은 갓을 쓰고 앉아계신다. 나는 선배님께 절을 올리며 귀체건강 하옵니까. 허허, 최시인이 왔구만. 이게 어느때라고 나처럼 시 쓰며 돌아다니나. 내가 여기 온지도 백년이 되여오는데. 나는 얼굴이 빨개나며 몸둘바를 몰라서 허둥지둥 전당을 달려나왔다.

                   10.7.

 

 

보청기 기습

 

가는 귀먹은 나는 보청기를 끼였다. 새소리, 물소리, 짐승소리, 바람소리, 우뢰소리...어이구! 헤아릴수 없이 많은 소리가 겨끔내기로 귀를 비집고 들어와 귀청을 갈갈이 찢는다. 머리가 뗑하고 빙글빙글 돌아가고... 나는 도망친다.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바위문을 열고 뛰여들어간다. 떨리는 가슴을 달래면서 바위창문으로 대다본다. (밖에서는 바위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나를 따라 오던 온갖 잡소리들이 바위를 스치며 사라진다. 나는 보청기를 바위속에 던지고 나온다.

                  10.8.

 

색안경의 괴기

 

색안경을 낀다. 갑자기 해괴스러운 세상이 닥친다. 털보숭이 물고기, 비늘투성이 짐승,  뿔 난 새들 죄다 아수라.

해괴스러운 그 세상으로 나를 들여보낸다.

뿔새들은  나를 보고 -귀신이다-아우성치며 땅속으로 사라지고, 털보숭이 물고기들은 나를 보고 -도깨비다- 하늘로 날아오르고, 비늘투성이 짐승들은  나를 보고 -괴물이다- 줄행랑. 당하는 꼴이 넘 해괴망측하여 나는 색안경을 벗었다.

              10.9.

 

가대기 뉴스

 

우리가 왜 땅만 뚜지겠니

맞아 하늘로 가자

그래 구름밭을 갈자

씨잉 가대기들이 하늘로 날아갔다

가대기들은 구름밭을 갈고

보리 심을가

안돼 

콩 심을가

안돼 

어디선가 들려오는 금지령

이걸 심어 하는 소리와 함께 구중천에서 계수나무묘목 한다발이 내려왔다. 가대기들은 계수나무를 심었다. 눈깜박할사이 계수나무는 푸른 수림을 이루었다. 구름밭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천천히 가대기마을로 날아내리였다.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가대기들이 우쭐했다.

이튿날 일간지에 붙은 광고

계수나무 한그루에 천만원씩 팝니다.

               10.9.

 

다락이 꿈을 사다

 

옥수수의 노란 꿈 채우던 다락

이 여름 뚜걱뚜걱 꿈사러 나섰다.

들과 청을 들었다 네 꿈을 좀 팔아

안돼, 그럼 난 소소리 솟구쳐.

산과 말했다. 싫어. 그럼 난 납작해져.

강과 말했다 싫어. 그럼 난 바다로 못가.

뚜걱뚜걱 서성거리는데 제비가

내 꿈을 사겠니? 얼마? 천원. 좋아.

다락은 다리 네개인 괴조로 변신하여

하늘로 하늘위로 날아갔다.

            10.10.

 

 

굴토기와 공룡의 헌화(獻花)

 

굴토기가 흙을 파서 밀어낸다

억만년 빛그물을 갈갈이 찢으며

억만년 바람성을 무니우며

푸른 공룡이 먼지를 털며 일어난다

억만년 구축한 비의 혈맥을 짓뭉개며

억만년 다져놓은 눈의 뚜껑을 짓부시며

컴을 치던 나는 눈이 둥그래진다

왜 남의 잠을 설쳤어 이 자식아

공룡이 노한 발로 굴토기를 차서

가랑잎처럼 날려보낸다

컴이 폭발하는 천둥소리

누우런 흙구름이 컴을 삼킨다

              10.11.

 

가랑잎의 서비스

 

스륵사륵 가랑잎이 발밑에서 운다

장끼울음 노루울음 다람쥐울음도 보인다.

우뢰빛에 바람빛에 비빛에 이슬이 아롱진다. 가을시간이 울음을 머리우에 추켜든다. 재빛 깨까치들이 나뭇가지의 갈색기발로 부리를 닦는다. 골물이 하늘에다 마가을 풍경화를 띄운다. 스륵사륵 가랑잎이 부서진다. 바람이 엽서를 지고가도 말리는 사람은 없다.

        10.15.

 

꿈새

 

꿈새가 포르릉 날아가며 푸른 그물을 느린다. 그물속으로 해가 날아들고 달이 날아들고 별이 날아든다. 바람이 산이며 들이며 강이며 호수를 등에 지고 그물속으로 들어온다. 그물속에 들어온 만물들이 저마다 빛을 뿌린다. 시인이 호각을 불면  황홀한 빛들이 줄을 서서 행진을 한다. 채색기발을 날리는 행진대오는 한편한편의 시로 살아서 우리들 앞을 지나간다.

               10.15.(이상열수 도라지)

 

지하파이프의 전화

 

나는 지렁이꾸마

땅속의 흙이랑 바위랑 먹고 사꾸마

내가 땅속을 꿰지르면

땅속에 빛이 생기꾸마 하늘이 생기꾸마

하늘속에는 거울이 있으꾸마

빛속에서 무수한 해어들이 날아나와

지느러미를 하릉거리며

거울에 뽁뽁뽁 입을 맞추고 돌아가꾸마

                10.16.

 

시간의 유희

 

시간의 유희란건 신선의 부채질이다. 부채를 펴면 미국, 중국, 오스트랄리야 , 독일. 브라질... 메뚜기처럼 톡톡 뛴다. 부채를 흔들면 지구, 해, 달, 별이 유리쪼각처럼 반짝인다. 부채를 거두어도 인간은 감분알같은 존재라 시간의 코김에 천리를 날려간다. 그런데 신선이 어제 죽었다는 소문이 돌고있다. 지금은 시간이 혼자서 유희를 논단다.

                    10.16.

 

가야금을 뜯으면

 

가야금을 뜯으면 가슴을 우려내는 소리가 눈초리에 구슬 한꿰미를 단다. 원시림속의 시내물이 고목의 뿌리를 적시며 도란거리고, 잠자리가 련꽃에 앉아 고요를 펼친다. 하늘에 은하수가 소용돌이치며 빛발이 눈부시다. 설레는 빛물결속에서 노란 빛덩어리가 총알처럼 나오다가 빵 터진다. 빛오징어다. 여러가닥의 다리를 너울거리도 하고 가두었다 펴기도 하면서 상하좌우로 왔다갔다 한다. 무엇이 또 생성되나 가슴 조이는데 둥그런 토색지구가 왼쪽으로부터 나타나며 내 눈길을 다 먹어버린다.

 

              10.17.

 

지퍼를 열어라

 

 

지퍼를 열어라

령혼이 썩어서 구데기가 바글거린다

지퍼를 열어라

네 뼈잠을 뚫고 신선한 바람을 넣어주겠다

지퍼를 열어라

꽃잎이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겠단다

지퍼를 열어라

나비가 지퍼속에서 숨이 막혀 할딱러린다

지퍼를 열어라

나에겐 지퍼가 없는데 무엇을 열란 말이니

 

창밖에서 보슬비가 수런거리고 있다

          10.17.

 

소나기

 

구름속에서 번뜩이는 불칼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낮달이 목욕하는 사이에

어느 선녀가 흰 치맛자락을 펄럭거린다

지붕이 북을 두드린다

나비는 창살에 갇히워 나오지 못한다

호수에 피여나는 꽃들의 아우성

          10.19.

 

매화 사과 그리고 나(70)

 

 눈이 푸실푸실 오는날 그녀는 꽃을 피우며웃었습니다 그녀의 웃음을 타고  사과가 쏟아집니다 잎이 파랗고 빨간 사과입니다 그녀의 나무에 사과가 가득 달립니다. 그나무와 가지런히 서있는 나의 나무도 사과가 열리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나의 나무에는 아니 열린답니다 그녀 나무의 사과는 해가 되여 눈부신 빛을 나한테 직사합니다 나는 눈이 시리여 눈을 감습니다 새까만 나의 눈앞에서 해들이 축구경기하듯 뛰여다닙니다 내가 손을 내밀어 사과를 따려합니다 해는 불로 내 손이며 얼굴이며 가슴이며를 마구 찌져댑니다 나는 따가와 견딜수 없는데 나의 나무는 추워서 바르르 떱니다

              10.19.

 

봉투속의 서한

 

봉투가 날아갑니다

나비가 되여 꽃을 찾아 날아갑니다

새가 되여 하늘을 열며 날아갑니다

비가 되여 새싹을 키우러 날아갑니다

시가 되여 새길을 열려 날아갑니다

나는 날아가는 봉투를 잡아 봉인을 뜯습니다 봉투는 비여있었습니다 아니 봉투에는 꽉차있었습니다 한글자도 없는가 하면 글이 꽉 차있고 글이 꽉 찼는가 하면 한글자도 없습니다. 눈을 감으면 글이 차있고 눈을 뜨면 글이 보이지 않는 봉투랍니다 어떻게 하면 눈을 뜨고 글을 볼수 있을가 아무도 이 매듭은 풀지 못하고 있답니다

                 10.19.

 

지렁이기 기여간 자리

 

여름비 촉촉한 자리에 지렁이가 기여간 흔적이. 가는 나뭇가지가 꿈틀거린다 불이 달린다 동굴속에서 나온 원시인들이 고기를 굽으며 와짝거린다 우레소리가  비를 쏟는다 학교가는 길에서 우산들이 도란거린다 오리들이 걀걀 뒤뚱뒤뚱 돌아와서 몸에 비를 턴다 무지개가 살짝 비꼈다가 사라진다 지렁이가 기여간 흔적속에서  아직도 드라마가 흐른다

          10.20.(이상ㅇ열한수 오진현)

 

 

소림사에 가면 탑림이 있다 당나라때부터 현대에까지 석가모니 자손들이 모록이 앉아있다

 

탑속에 산들이 올망졸망 들앉아있는데 산사이로 시내물이 뱅글뱅글 돌아간다 수림속에 새들이 날아다니며 노래부른다 산은 산마다 하얀 수건처럼 구름을 날리고 구름사이로 는 엷은 해빛이 아롱거린다 몽롱한 말씀들 이 해빛속에서 폴딱폴딱 줄넘기를 하고있다

 

탐림을 나와 돌아보면 탑은 보이지 않고 측백나무들만 푸르다

       10.21.

 

두보동상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두보가 서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질척이는 길을 걸어가는 누군가의 뒤모습에 물안개마저 애처롭다

 

함박눈이 내린다 눈잎은 동상을 스치며 나비가 된다 하얀 노란 파란 나비들이 솔솔 내려 꽃잎이 쌓인다

 

비줄기를 타고 눈줄기를 타고 두보는 하늘로 올라가 시간의 물결위에 앉아있다 시간은 그이의 엉덩이밑에서 그냥 흘러간다 영원한 빛덩어리

                        10.21.

 

리백의 풍치

 

다리를 토시고 흰 구름우에 앉아있다

바람 미는대로 동서남북을 떠 다닌다

옆에는 주(酒)자를 거꾸로 붙인 술독이 있고

조롱박으로 퍼서 후룩후룩 술을 마신다

왼팔을 흔들며 촉도난을 읊조리는 소리

박재가 되여 황궁의 기와장을 두드린다

조롱박술잔에 해를 떠마시고 달을 떠마신다

해와 달이 고래가 되여

배속의 술바다에서  헤염치면

하하하 앙천대소를 한다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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