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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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으면 고소한 글.2
2009년 03월 09일 10시 12분  조회:1464  추천:33  작성자: 최룡관

 

 
[문화산책]스승과 제자

 

 

정이랑(시인)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스승이 없는 사람보다 스승이 있는 사람이 더 복되지 않을까. 특히,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스승이 있다면 더없이 하늘은 푸르러 보일 것이며 나무의 잎새는 싱그럽게 느껴질 것이다. 예부터 스승을 부모 위의 서열에 두고 있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그만큼 비중이 크게 자리하기 때문이리라.

나는 중학교 때부터 시인이 되고 싶어 학교 도서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거기서 한 시인을 스승으로 만났다. 시인이 된다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시골에서 문학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신 분이 스승이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아직도 가끔씩 뵙고 시를 넘어서 인생철학까지 배우고 있다. 그 분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시인이 되어있고 시가 원동력이 돼 삶의 고단함을 이겨나가고 있다.

살아가다 보면 모든 것이 다 맘대로 되는 것은 없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죽을 고생 다하여 노력해도 내가 뜻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보다는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그렇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인간관계라는 게 복잡한 것이어서 스스로
초래하는 일은 아니지만,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 줄 때도 있다. 맑은 날이 있으면 비오는 날이 있듯이 말이다.

아무리 보잘 것 없다고 해도 나를 낳아준 부모를 부모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남들이 스승을 시기하고 음해해도 나의 스승은 나의 스승인 것이다. 스승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우러러볼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믿고 따라야 할 존재다. 하지만 최근 이런 스승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스승이라는 존재가 갖는 제자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흐트러짐없는 자세로 스승, 더 나아가 모든 사람에 대해 신뢰, 신념을 가질 때 진짜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리매김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또 스승은 제자를, 제자는 스승을 아껴주고 사랑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아름다워지리라. 집 나간 아이처럼 떠돌다 보면, 우선은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추위가 닥쳐왔을 때 누가 바람막이가 돼 주겠는가.

 

◇ 정이랑 △시인. 본명 정은희. △'불교문학상' 수상. △1997년 '문학사상' 신인상, 한국여성문학상 수상. △98년 대산문화재단 문학인 창작지원금 500만원 수혜시인 선정. △현재, 대구시인학교 사림시, 시원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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