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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흑룡강성 동녕에 계시는 신금화씨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석달동안 필자와 함께 동시창작을 하였다. 그동안에 쓴 동시들을 추려서 <<개구리 셈세기한다>>는 제목으로 흑룡강성 조선민족출판사에서 동시집을 출간하게 되였는데 로시인 한석윤씨가 평어를 달았다. 필자는 그 평어를 소개한다
천진하고 참신한 상상이 빚어낸 동시
-신금화의 동시집 <<개구리 셈세기한다>>를 읽고
한석윤
동시는 동심과 시심이 함께 담겨있는 시문학이다. 시문학은 상상의 문학인만큼 동시도 상상을 떠나서는 운운할수 없다.
그러나 동시는 어린이들을 주독자로 하는 시문학이기 때문에 동시의 상상은 천진하고 동심적이여야 한다. 동시의 생명력은 천진하면서도 참신한 상상력에 있고, 독자를 감동시키는 힘도 동심적인 상상력에 있으며, 따라서 동시의 혼을 높일 새로운 시적도전도 참신하고 동심적인 상상력에서 찾아야 한다.
좋은 동시를 보면 어린이들의 심성은 물론 모든 인간심성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있는 동심을, 몸에 걸친 얇고 부드러운 비단옷처럼 동시의 속살이 약간 얼비추듯 들여다보이는 상징과 비유로 빚어내고있다.
어린이들까지 수용이 가능한 쉬우면서도 참심한 이런 상징과 비유는 천진하고 동심적인 상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말하면 동시의 성공여부는 천진한 동심적상상력이 빚어내는 참신한 상징과 비유에 있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신금화의 첫동시집 <<개구리 셈세기한다>>을 읽으면서 받았던 가장 큰 감명은 그가 동시창작에 금방 들어선 신인인데도 기성 동시인들을 찜져먹을 만한 천진하고 기발하고 참신한 상상력을 소유하고있다는 그것이다.
물만두
졸망졸망
부두에 정박한
하얀 쪽배
흔들흔들
강 건널 손님
기다린다
깜쪽같이 하얀 쪽배로 변신한 물만두. 정말 천진하고 유치스러운 동심적상상력이 빚어낸 참신하고 앙증맞은 상징이다. 천진한 아이들의 눈이 아니고서는 물만두가 하얀 쪽배로 보일수 없을것이고 물만두를 담아놓은 그릇이 부두로 변신할수 없을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과 갈구, 그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소유한 오색령롱한 꿈이다. 그런 꿈속에서 크는 아이들이니 식탁우에 올려놓은 물만두에서도 하얀 쪽배를 떠올릴수 있을것이고, 그 배를 타고 물결높은 강을 건너 미지의 세계로 떠날 환상도 키워볼수 있었을것이다.
사과
연지볼
똑 떼먹으니
하얀 이 드러내고
활짝 웃어요
아이들이 고 작은 입으로 똑 떼먹은 빠알간 사과를 상상해 보라. 쬐꼬만 입자국이 폭 패인 사과는 정말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해해 웃는 귀여운 아기들의 얼굴을 닮지 않았는가. 이 동시는 시적이미지도 참신하면서 천진스럽다. 밝고 따스한 시인의 동심적상상에 마음이 훈훈해 나고 궂어있던 얼굴에 저도 몰래 웃음이 피여난다.
벽보
꽃사다리
높기도 해요
꼬맹이들
쭁쭁쭁
별나라로 간대요
이 동시의 꽃사다리는 벽보판의 표양란을 상징하는것 같다. 사다리가 꽃으로 되어있고, 사다리를 타고 쭁쭁쭁 별나라로 올라가는 아이들이 꼬맹이들인것을 보면 유치원의 표양란이 분명하다. 학교에서는 표양란에 색종이를 오려만든 오각별이나 비행기를 붙여주지만 유치원에서는 꽃이나 과일같은것을 붙혀주니 말이다.
꽃사다리 , 얼마나 싱긋하고 새맛이 흠뻑 나는 참신한 상징인가. 천진한 동심적상상이 없이는 발견할수 없는 시적이미지이다.
올려붙은 꽃송이의 높이와 함께 아이들의 마음도 자라고 몸도 자라고 지혜도 늘어난다. 아이들마다 자기절로 만드는 자기의 꽃사다리, 그 사다리는 멈춤을 모르고 시시각각 하늘을 향해 우줄우줄 자라는 신비한 꽃사다리이다. 이제 아이들은 자기들이 만든 꽃사다리를 타고 쭁쭁쭁 달나라로 가고 별나라를 가면서 자기의 꿈을 마음껏 꽃피울것이다.
이 동시집에는 천진하고 참신한 상상으로 빚어낸 이런 동시들이 많이 보인다. <<흑판>>, 나무, 보름달, 비, 콤바인, 닭알, 배추김치, 줄뛰기, 분필, 학교 등 동시들도 참신한 상징으로 우리 가슴에 깊은 감동을 준다. 시적인 상상의 힘, 동심적인 상징과 비유의 매력이 눈부신 빛을 발산하고있다.
시는 시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노래하는 문학이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예술의 형식으로 정서를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객관적상관물을 찾는것이다. 즉 개인의 정서의 외형이 되는 사물이나 장면이나 사건들을 찾는것이다. 그래서 독자의 감각경험과 관련이 있는 외부경험이 주어졌을 때 정서가 즉각적으로 환기되도록 하는것이다. >> 라고 말하였다.
그의 말대로 한다면 시를 창작하는 과정는 시인의 감정이나 정서와 등가를 이룰수있는 객관적상관물을 찾는 과정이다. 동시도 마찬가지이다. 상징과 비유로 빚어지는 상상의 과정이 바로 동심에 맞는 객관적상관물을 찾는 과정이다.
비록 동시창작에 금방 들어선 시인이지만 신금화가 첫시작부터 이렇게 좋은 동시들을 쓸수 있는 비결은 바로 동심에 맞는 객관적상관물을 찾기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싶고, 또 미래가 기대되는 신인이다.
그러나 아수한 점도 없지 않다. 천진하고 참신한 상상력은 돋보이는데 시어나 시어조합이 거칠고 조잡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좋은 동시를 쓰자면 시어 하나를 두고도 몇날, 몇밤을 패는, 지어 몇 달, 몇 년을 모대기는 그런 피를 태우는 추고가 필요하다. 시문학은 언어예술가운데서도 가장 정예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시쓰기는 옥석을 캐내여 구슬로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아무리 좋은 옥석을 캐내였다 하더라도 그것을 정성다하여 깎고 갈고 다듬지 않는다면 번쩍거리는 좋은 구슬로 만들 수 없다.
동심적상상을 통하여 찾아낸 객관적상관물이 좋은 동시로 될수있는 재료로 되고, 시의 령혼으로 되지만 그것을 이미지화하는 시어들이 잘 다듬어지지 않는다면 좋은 동시로 될수 없고 시의 령혼도 자기 빛발을 제대로 뿜을수 없다. 특히 어린이들을 주독자로 하는 동시창작에서는 언어의 역할이 더구나 크다. 앞으로 발표에 너무 급급해 하지 말고 거듭되는 추고에 공력을 넣었으면 한다.
아무튼 신금화는 이번 동시집으로 자기의 동심적재능을 과시하였고 동시단에 성큼 들어섰다. 우리 동시단에 이런 신인이 나타난것을 환호하고싶고 경하의 말씀 다시 들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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