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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과 젖무덤과 시
-연변문학4기 김현순시 <<꽃>>을 보고
연변문학 4기에 실린 김현순의 시 <<꽃>>을 보고 시란 어떤것이며 어떻게 써야 하겠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시인은 꽃나무와 소녀, 꽃망울과 소녀의 젖가슴에다 등호를 치고있다. 꽃나무가 소녀이고, 소녀가 꽃나무이고, 꽃망울이 소녀의 젖가슴이고 소녀의 젖가슴이 꽃망울이다. 이 등호가 왜 성립될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식물과 식물의 한 부분이고 하나는 소녀와 소녀의 한부분이다. 그런데 시인은 다 같은것처럼 생각하고 시를 짓는다. 꽃망울도 동그랗고 젖무덤도 동그래서 모양이 비슷하다고 그랬을가? 꽃망울도 새로운 생명을 품고 키우고 젖무덤도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것이여서 그랬을가? 색깔이 고운 희한한 꽃을 품고있는 꽃망울의 신비성과 청춘을 사로잡는 숫처녀의 젖무덤의 매혹이 비슷해서 그랬을가? 아무렴 무엇인들 어떠랴. 시인은 시를 쓸때 맘대로 할수 있는데야.
시의 시작이 지움과 떠올림이라고 할수 있지 않겠는가. 지움이란 시인의 잡은 시적대상의 기성관념을 지우는것이고 떠올림이란 시를 쓰기위한 새로운 대상을 구상하여 떠올리는것이다. 이렇게 하는것을 류협은 시의 시작이고 관건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시인은 꽃나무와꽃망울이라는 기성관념을 버리고 소녀와 소녀의 젖가슴이라는 새로운 사물을 시에 등장시키면서 시를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꽃나무의 꽃망울과 소녀의 젖가슴은 완전히 성질이 다른 사물인데 시인은 두 사물사이를 화해시키고 조절하여 동일한 사물로 만들어버리였다. 여기에 바로 이 시의 매력이 있지않을가. 시인의 창조적로동의 사유와 령혼활동의 새로움이 여기에서 표현된다고 하겠다. 이런 창조적인 로동은 시를 시로 되게 하는 관건문제를 푸는 일이라고 하겠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김현순시인의 <<꽃>>을 읽어보면 시맛이 더 나리라고 생각된다.
꽃
김현순
언제부턴가 소녀는
가슴이 부풀기 시작했습니다
날따라 커가는 행복을 안고
소녀는 무척이나 기뻐했습니다
밤이면 별빛이 찾아와 어루쓸어주고
낮이면 벌, 나비들이 입맞춰주었습니다
소녀의 가슴은 날로
태앵탱 부풀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소녀는 파란 하늘을 향해 조용히
가슴을 열었습니다
이윽고 투명한 향기가
세상을 부드럽게 감싸 안을 때
찬란한 아침해살이 내려와
백설같이 하얗고 싱싱한
소녀의 가슴을
따사롭게 애무해주었습니다
해체와 조립으로 시의 시작을 한 김현순시인은 전반시에서 꽃망울이 자라나서 꽃을 피우는과정과 소녀의 젖가슴이 부풀어 열리는것과의 관계를 혼연일치로 상상하면서 부드럽고 정이 자르르 흐르는 언어로 엮어놓았다. 전반시에 시인의 어떤 주장이나 개념을 부여한 시구가 없다. 시인은 꽃망울과 소녀의 젖가슴의 움직임과 별빛, 나비, 벌, 아침, 해살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있는가를 시에서 보여주고있을뿐이다. 그래서 계렬화된 아름다운 그림들이 우리 눈앞을 흘러지난다. 이 그림들이 독자의 마음을 흔들며 울림을선사하고 아름다운 심미적향수를 누리게 한다.
시인이 눈박은것은 이미지 창출이지 어떤 관념을 드러내기위한 작업이 아니다. 시인이 눈박은것은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작업이였다. 시의 이미지를 고찰해보면 이미지는 어떤 사물의 모양이나 성질을 그대로 써서 되는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사물의 화해와 련결속에서 사물의 운동을 통해서 표현되는것이라는것을 암시해 준다고 하겠다. 이러한 시인의 작업은 오늘의 시를 혁신하여 새롭게 하는데 도움이 없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20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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