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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소학교에 입학한 필자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그중에 한 학생이 자기네 집에가 놀자고 해서 따라갔다. 그의 집은 바로 서시장 남문 동쪽켠에 자리잡은 “인천랭면옥”이였다. 그때는 점심시간이였는데 손님들이 뜨끈뜨끈한 구들에 길게 놓은 식탁에 마주앉아 랭면을 먹고있었다. 그시절 “삼천리랭면옥”도 유명했다. 50년대 중반에 “인천랭면옥” 맞은켠에 “렬군속랭면옥”이 개업했다. 그래서 연길시에는 한동안 “랭면옥삼국지”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50년대말 “인천랭면옥”이 평양으로 이사가면서 “렬군속랭면옥”이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특히 60년대초, 배고픈 시절에는 “렬군속랭면옥”이 더욱 인기여서 맨날 줄을 길게 늘어서야 했다. 얼마후 “렬군속랭면옥”은 지금의 우전청사자리에 벽돌집을 동서로 길게 짓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십자거리 맞은켠에 있는 “복무청사랭면관”과 80년대 중반까지 맞대결을 벌렸다. 그후 “렬군속랭면옥” 집터가 허물리고 우전청사가 들어서면서 맞대결은 끝났고 “렬군속랭면옥”의 “사부님”들은 연변과 북경 심지어는 서울까지 “잠행”하면서 그들의 랭면솜씨를 과시했다. 몇년전 복무청사가 사라지면서 “복무청사랭면관”의 “사부님”들도 지금은 각지에서 잠행한다고 한다. 60년대 중반, “렬군속랭면옥”이 이사간후 그 집에서는 새로운 국수가 생산되기 시작되였으니 그것이 바로 조선에서 배워온 “옥수수국수”였다.
민속자료를 공부하다 보면 옛날옛적에 랭면은 한해 농사를 다 짓고 동지섣달을 맞아서야 따뜻한 구들에 앉아 맛볼수 있는 겨울음식이였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랭면은 점차 무더운 여름철의 피서음식이 되였다.
그리고 우리가 연변랭면을 “함흥랭면”으로 알고있던 상식은 오식인것 같다. 왜냐하면 “함흥랭면”의 원체는 해물비빔랭면이라고 하니까 연변랭면이 물랭면인것을 감안하면 맞지 않다. 아무튼 예로부터 무더운 삼복철 음식에는 허한 몸을 보하려고 먹는 삼계탕이나 보신탕도 있지만 그래도 랭면이야말로 수시로 찾아 먹을수 있는 피서음식이여서 지금도 대중에게 인기가 높다.
50년대 초반까지 랭면옥마다 배달을 아주 잘해주었다. 길이가 1메터 넘는 식판에 랭면그릇 10여개를 두줄로 올려놓고 커다란 주전자에는 육수를 담았다. 물론 식초, 고추냉이, 참기름, 일회용저가락도 챙겼다. 배달부 아저씨는 진짜 솜씨가 좋아서 그 무거운 랭면식판을 한쪽 어깨에 메고 자그마한 자전거에 두다리를 일단 걸치기만 하면 그 어떤 골목길이라도 유유히 찾아가군 했다.
그때 육수는 소뼈를 푹 끓이고 다시 여러가지 한약재를 넣어 더 끓여 식힌 구수한 국물이였다. 또한 겨울에 김치움에 벼겨를 가득 넣고 그속에 파묻어놓았던 얼음덩이를 여름에 잘게 깨서 육수에 띄운것도 참 신기했다. 고명은 물론 여러가지가 다 있지만 그중에서 고기완자는 반드시 깨끗히 손질한 꿩을 통채로 뼈쪼시해 삶은것이였고 닭알은 곱게 지져 썰어올린 지단이였다.
그 시절 어른들은 저녁에 쓰딸린극장에서 영화를 구경하고 귀가길에 랭면옥에 들려 소주 한잔 하고 밤참으로 랭면을 먹는 풍속이 있었다. 그래서 랭면옥들이 밤중까지 불을 훤히 밝혔고 고풍기는 쉴새 없이 윙윙 소리내며 돌아가고 가마에는 국수발이 룡트림을 치면서 익어가고 사부들은 다 익은 면발을 수도물에 헹구느라고 여념이 없고 아주머니사부는 국수그릇에 고명을 얹느라고 눈코 뜰 새 없고 뜨거운 방에서는 영화얘기를 하면서 랭면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는데 참으로 보기 좋았다.
지금은 “순희랭면”, “봉황랭면”, “일품랭면” 등 수많은 랭면옥들이 우후죽순처럼 일떠서면서 참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면발도 가지가지고 육수도 가지가지요 고명도 가지가지이다.
“순이랭면” 총경리 조광호씨는 이런 말을 했다. “저희 “순희랭면”본점은 연변 각지에 분점을 늘여가면서 순조롭게 경영을 하고있다. 그러나 랭면의 새 맛을 개발하는데는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랭면의 새 맛을 열심히 개발하는 그의 로고에 박수를 보낸다.
랭면은 무더위와 바쁜 일상에 달아오른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식혀주는 전통적인 피서음식이다. 랭면의 새 맛이 짙어질수록 우리의 삶도 더 좋아질것이다.
연변일보 201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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