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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김희관 전 연변주문화국 국장
북대하에서 교학을 할 때 필자는 바다가에서 노을을 촬영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일주일 일기예보를 챙겨서 어느날 새벽에는 구름이 없어 아침노을이 붉을것이고 어느날 저녁에는 노을이 붉게 타겠는가를 예측한다. 그런 와중에 다행히도 바다 수평선에서 붉게 타오르는 아침해를 카메라에 담아냈고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 사라지는 멋진 저녁해도 찍었다.
어느날 강의 끝에 학생들에게 무심코 바다노을 사진 몇장을 파워포인트화면으로 비춰보였다. 그 순간 학생들이 박수를 치면서 "“아, 아침노을…"” 하면서 감탄한다. 스무살 대학생들이라 아주 감성적이다. 그런데 한 학생이 "“선생님,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이 어떻게 다른가요?"”라고 묻는다. 그때 나는 글쎄 하면서 정확한 답을 못 줬다. 며칠후 바다가에서 어부에게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이 어떻게 다른가고 물었다. 어부가 빙그레 웃으며 하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아침노을은 붉고 참신한데 저녁노을은 후덥지근하고 피곤해보인다."
”
어부의 말이 옳았다. 새벽 3시에 바다가에 나가 바다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노라면 먼저 동녁에 피여나는 찬란한 아침노을을 보게 되는데 붉고 참신해서 장엄한 기분에 숙연해진다. 이윽고 쟁반 같은 아침해님이 수평선에서 붉은 얼굴을 서서히 떠올린다. 그때면 저도 모르게 셔터를 눌러대면서 " “해님, 오늘도 오셨네요, 천만년을 이렇게 오시네유…"”라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저녁노을을 촬영할 때는 웬지 저녁해님이 많이 피곤해보여서 측은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아마 우리의 인생도 그런가보다. 아침노을은 분명히 청춘의 빛이고 저녁노을은 당연히 노인의 빛이다. 옛날 중학시절에는 "“아침 8 ~9시 해와 같은 세대"”라고 치켜세우는바람에 신나서 열심히 뛰였는데 이제는 "“저녁노을 세대"”라고 하니 억울해도 할수 없다.
"“저녁노을 세대"”는 건강이 제일이다. 건강에는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이 있다.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은 어느것이 먼저라고 딱히 말하기 어럽다. 하지만 이미 주어진 신체건강 조건에서는 정신건강이 앞서야 할것이다.
"“저녁노을 세대"”의 정신건강에서 첫재는 정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情-—마음 심에 푸를 청)은 푸르른 마음이다. 푸르른것은 광합작용을 하면 재생한다. 누구나 고운 정 미운 정이 다 있겠지만 그래도 고운 정을 많이 키워야 할것이다. 정은 사랑의 원천이다. 정이 많으면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자연을 사랑하게 되고 생활을 사랑하게 된다. 또한 욕심을 버리게 되고 남에게 관용을 베풀면서 봉사하게 되고 가족은 물론이요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갈수 있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새 지식을 배우고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새로운 문제를 사색하는 습관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매사에 너무 흥분하거나 너무 비관하지 말아야 할것이며 더우기 기우의 심리를 버려야 할것이다. 아주 중요한 한가지는 제2인생을 살면서 우리에게는 직업처럼 간주하는 건전한 취미생활이 있어서 그것을 위해 열심히 배우고 더욱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참된 인생이 이어져야 할것이다. 이 모든것을 즐거운 마음, 배우는 마음, 봉사하는 마음으로 엮어나갈 때 우리의 여생은 보람이 있을것이다.
"“건강 100세"”시대가 펼쳐지면서 사람마다 의식주행, 관혼상제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 필자는 우리 인생에는 아마 평생동안 먹어야 할 식량이 어머님께서 주시던 밥그릇처럼 정해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년퇴직부터는 제2인생이라고 하니까 이제는 아마 평생 먹고 살아야 할 식량이 절반가량 남아있을것이다. 그러니 매일 적당히 적게 먹으면 건강에도 좋고 오래 먹을수 있을것 같다. 동시에 여러가지 건강한 식습관을 배우고 신체건강에 해로운 낡은 습관을 고쳐나가야 할것이다. 필자는 매일 파워워킹(힘차게 걷기운동)을 할 때 "“이렇게 매일 건강을 다진다면 인생의 지평선에 늦게 도착할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신바람난다.
"“로인절"”을 맞아 바다가에서 찍은 저녁노을 사진을 다시 보니 하늘은 붉게 물들었는데 저녁해님 자신은 오히려 오렌지색이다. 아마 자신의 붉은 에너지를 죄다 하늘에 뿌려줘서 그럴것이다. 어느 시인의 시구가 생각난다. "“내 몸의 끓는 피로 저녁노을을 붉게 물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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