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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송
-김희관(원 연변문화국 국장)
지난해 10월 31일 아침, 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함박눈이 아침까지 계속 내리면서 온누리가 새햐안 세상으로 변했다. 늦가을에 첫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나는 카메라배낭을 지고 등산화 신들메를 단단히 조이고 연길시 소하룡 동산으로 천년송을 찾아 달려갔다.
천년송은 밤새 내린 함박눈을 한송이도 헛되이 하지 않고 모두 내려받아 커다란 눈갓을 쓰고 우뚝 서 계셨다. 아무도 없는 이 동산, 산아래 마을도 강 건너 성자산도, 저 멀리 연길시가지도 모두 눈안개속에 사라진 이 동산에 이렇게 조용히 우뚝 서있는 천년송을 보는 순간, 아, 당신은 과연 산신령이외다… 하고 저절로 감탄을 금할수 없었다. 그래서 숙연히 합장을 하고 천년송주위를 천천히 도보하면서 속으로 중얼댔다.
천년송이시여, 당신께서 천년을 장수하셨다고 나라에서 명찰을 달아주셨네요. 당신은 산신령이 되시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당신의 년륜이면 춘향과 이도령이 백년가약을 맺던 그 단오날을 기억하실것이고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에게 절을 올리고 임당수로 떠나던 그날을 기억하실것이고 흥부네가 부자되고 놀부네가 망신을 하던 그날도 기억이 생생하겠네요. 당신은 진짜 세상을 굽어보는 산신령이외다…
천년송의 수령은 년륜으로 기록된다. 나무는 원래 목질부와 인피부 사이에 형성층이 팽창하면서 나무가지가 굵어져 자라나는데 그것이 한해를 지나면 년륜으로 기록이 된다. 가물거나 척박한 해이면 년륜문양이 가늘고 수분과 영양분이 충족한 해이면 년륜문양이 좀 넓게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러니 나무의 년륜을 보면 지난 세월의 흉풍작을 짐작할수 있다.
우리에게도 년륜이 있다. 우리가 중국조선민족으로 살아온 년륜이 이제는 150여년이 됐다는 얘기이다. 초창기의 년륜을 들여다보면 조상들이 <월강곡>을 부르면서 이 땅으로 이사와 화전농사을 지으면서 정착을 하던 고난의 세월이였다. 그래도 뒤이어 서전서숙 명동학교에서 낭낭한 한글 읽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드디여 청년학생들이 일송정에 모여 일제의 탄압에 맞서는 <3.13반일시위>의 용기를 키웠다. 이러한 년륜은 청산리항일대첩, 항일련군, 조선의용군, 동북민주련군 , 해방군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한 년륜을 쌓아 우리는 비로소 중화민족의 일원으로 되였다. 건국전 우리의 력사는 참으로 <산마다 진달래요 마을마다 렬사비라>는 찬사에 손색이 없는 년륜을 쌓아왔다.
건국이래 민족자치권리를 행사하면서부터 우리는 <교육과 문화가 발달한 민족>, <가무의 고향>, <근로하고 지혜로운 민족>이라는 참으로 오색찬란한 년륜을 새겨왔다.
개혁개방 30여년의 년륜을 돌리켜보면 우리는 새로운것을 배웠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였고 새로운 문제에도 봉착했다.
앞으로 우리의 력사적 사명이라면 천년송처럼 년륜을 장원하게 그려가는것이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민족의 년륜을 그려갈수 있는 좋은 붓대들이 있다. 례하면 민족자치, 선도구경제개발전망, 민족교육과 문화진흥사업, 정보화와 신지식개발사업, 참신한 인재양성 등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이 과학적발전관에 따라 실천에 옮겨진다면 앞날은 찬란할것이다. 물론 겨레들이 화목하고 민족단결을 도모하여 조화로운 사회를 이룩하는것도 필수적인것이다.
지금 우리는 연변과 전국 각지에서 나아가서는 세계 각국에서 살아가고있다. 이제는 우리의 집집마다 국내외에서 류학하거나 사업을 하는 식구가 있어 매일 인터넷을 떠날수 없고 화상채팅이 반갑기만 한 세월이 됐다. 그러니 고향을 떠나 국내외에서 살아가는 겨레들이 별처럼 다이야몬드처럼 살아가는데 대해 필자는 경의로운 마음을 금할수 없다. 그러면서 고향을 잊지 않고 고향을 위하는 마음을 늘 간직하고 살아가리라고 믿는다. 또한 우리가 겨레의 생태문화를 더욱 잘 개발하여 고향의 년륜을 곱게곱게 새겨가노라면 <강남 갔던 제비가 날아오듯이> 더 훌륭한 인재, 더 참신한 과학기술, 더 많은 자본이 서서히 고향을 찾아올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것이야말로 다 같이 우리의 년륜을 새겨가는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천년송처럼 년륜을 새겨가노라면 겨레들의 <천년아리랑>소리가 울려퍼질것이다.
20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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