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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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생 5 일 (김희관)
2011년 04월 18일 11시 31분  조회:3979  추천:45  작성자: 김희관

풍향계

   인  생  5  일 
                   

    김희관 전 연변문화국장


 “인생5일”이란 한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기념해야 할 날자는 몇일이나 될까 라고 자문자답해서 얻은 답안이다.

몇 해전인 20세기까지만 해도 한평생을 “백년도 못사는 인생”이 통설이였는데 지금은 인류의 유전자 코드가 잇따라 풀리면서 이제는 “앞으로 백년을 사는 것은 기본”이라는 “희소식”이 파다하게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래학자들은 서둘러 “지금의 정보화시대 다음에는 바이오(생명)와 건강의 시대가 올것이다.”라고 하면서 제2의 인생, 제3의 인생을 운운한다. 그러면 인류의 력사는 농경시대, 공업화시대, 후공업화시대, 정보화시대, 바이오와 건강의 시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백년인생을 평균치로 잡고 그중에서 가장 빛나는 “인생5일”을 생각해 봤다. 

태여나는 날. 아기가 어머님의 궁전에서 “으-악…”하면서 태여나는 날이다. 그런데아기는 임금의 자식이던 농부의 자식이던 상관없이 모두 빈주먹인 것은 확실하다. 한살돌잔치 때면 아기가 손으로 붓을 들던지 돈을 잡으면 어른들은 아기의 손금을 운운해서 모두 길조라면서 박수를 치며 웃어댄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지어주는 이름만큼은 문무량반을 념두에 두고 지은 것이니 이미가 심장하다. 장군이, 유생이, 후남이 하면서 말이다.

학교 가는날.  어머님의 손을 잡고 소학교에 입학하던 날 또한 기념할만한 날이다. 지금이야 유치원을 거쳐 소학교를 다니지만 이전에는 거리바닥에서 딱지 치며 놀다가 엄마손에 끌려 학교에 입학했었다. 아무튼 배움의 인생이 시작된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이 병행하면서 평생 배울수 있는 길이 열였기에 나이에 상관없이 부단히 새로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지식을 배울수 있다. 그러기에 부모와 자식이 동창생이 되거나 자식의 부모의 선생이 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정보화시대가 시작되면서 인터넷으로 외지와 외국에 있는 자식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배우는 일상생활은 우리를 매일매일 학생으로 살게 한다.

장가 드는 날 (시집 가는 날). 어른이 됐으니 장가를 들거나 시집을 가는 것은 천륜지락이다. 그래야 어른답고 행복할것이다. 또한 자식을 낳아 대를 이을수 있어 “불효중의 불효”를 범하지 않을것이 아닌가. 지금은 청년남녀들의 혼사가 많이 늦어지고 있는데 공부를 더 하거나 일을 더하는것은 앞으로 살아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것이라니 나무랄것 없다. 그런데 싱글족(독신자)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평생을 혼자 살겠다고 맹세한 것은 아니겠지만 혼인에는 관심이 없이 일에만 매달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다른 민족이거나 외국인과의 혼인도 나무랄것이 못 된다. 하지만 연변의 춘향들이 외지로 외국으로 시집가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고향의 더벅머리 총각들이 홀로 늙어가는데는 좋은 방도가 없을까?

성공하는 날. 성공하는 날은 그리 쉽게 정해 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인생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는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고 성공이라 해도 커다란 성공과 자그마한 성취가 주마등처럼 도래하니 한평생이 끝나기 전에는  딱히 어느 때가 성공의 날자인지를 락인할 수 있을지 미정이다. 몇 년동안 노력끝에 오리농법으로 벼풍작을 안아온 농부에게 물었더니 앞으로 더 큰 면적에서 더 큰 풍작을 이루어야 성공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노연구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젊은 학자에게 물었더니 박사후를 통해서 앞으로 연구가 더 심화되여야 한다니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돈을 꽤 많이 벌었다는 사장님께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아직 돈배가 않찬는데유…”  그러니 그 누구나 한세상을 살면서 크고 작은 성공의 날은 반드시 있지만 감히 이미 마지막 성공의 날을 맞이했다고 자만할 수 없다.

떠나가는 날. 이 세상에 올 때 빈주먹으로 왔으니 빈주먹으로 가는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인생의 마지막날이 반드시 “태산보다 무겁거나 새털보다 가볍다 ” 하기 보다는 바래주는 사람들게서 “정직하게 열심히 살았다”는 평을 받으면 그 인생은 훌륭한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5일”을 살아가자면 두가지 에네지가 필요한데 그 한가지는 식량이요 다른 한가지는 문화이다. 밥을 매일 먹듯이 문화도 평생 배워야 한다.  아기가 배우면서 자라나 30년이면 “이립(而立)”하고  계속하여 배우며 일하면서 30년을 지내느라면 “이순(耳顺)”하여 정년퇴직을 맞게 된다. 그 다음은 시체말로 “제2의 인생”이라고 해서 또 30여년을 계속 배우며 적당한 일이나 취미생활을 하느라면 “백수(白寿)”가 될것이다.  하기에  “인생5일”은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는 인생이라 해야 할것이다.
         

<연변일보> 2007년7월27일  문화부간 발표.
<해란강여울소리> 황상박선생의 청탁을 받고 재발표 07.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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