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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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하령영
2011년 08월 17일 10시 10분  조회:4200  추천:1  작성자: 김희관

로인절을 맞아 자식들 덕분에 효도관광을 했다. 무더운 여름날에 몇번이나 항공편을 갈아 탑승하면서 국내외려행을 하니 피곤하기는 해도 볼거리 먹거리가 좋고 견식을 넓힐수 있어서 즐거웠다.

 요즘은 학생들의 방학기간이라 공항이나 기내에서 소년하령영((少年夏令营) 려행단을 많이 볼수 있었다. 귀국하는 날 북경으로 날아오는 항공편에는 중국 신강의 중학생들이 앞으로 미국류학을 하기 위해서 미국견학하령영을 무어 미국 로스안젤레스에 날아갔다 온다면서 왁자지껄이며 좋아한다. 그들과 동시에 미국의 중학생들이 중국으로 수학려행을 온다고 함께 공항에 모였는데 탑승대청바닥에 펄쩍 주저앉아 포커를 치면서 깔깔거린다. 그런가 하면 우리 옆자리에는 한국의 중학생들이 중국관광을 간다고 몹시 설레여한다. 내가 "중국은 너무 넓어서 한평생 중국사람으로 살아도 다 못 가본다"고 하니 "아, 상상이 안가네요…"라고 한다. 북경에 도착해서 뉴스를 보니 국가주석 호금도의 초청을 받은 500명 로씨야어린이들이 "2011 북경하령영"에 참가하여 천안문광장을 유람하면서 얼굴마다 함박꽃이 활짝 피였다. 지난 세기 50년대에는 연길시중앙소학교 소선대대표를 비롯한 중국어린이들이 쏘련국제하령영에 초청되여 뜻깊은 여름방학을 보냈었다.

 그 옛날 우리도 여름방학기간에 학생들의 방학써클활동을 하령영이라고 불렀다. 당시는 중국이 쏘련을 따라배우는 시기여서 모든 분야에서 쏘련의 선진경험을 배우면서 그랬던 것이다. 요즘 그러한 하령영이라는 활동이 다시 부활되고있는가보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그러한 학생들의 과외활동을 경우에 따라 수학려행 혹은 캠프라고 한다.

 1954년 여름방학에 연길시에서는 제1기 소년하령영이 개학됐다. 그때 연길시에는 조선족소학교가 중앙소학교, 공원소학교, 하남소학교 3개 학교가 있었다. 각 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은 연길시공원소학교에서 성대한 "연길시소년하령영 개학식"을 열고 2주일간의 각 써클활동에 들어갔다. 소년하령영에는 문학써클, 음악무용써클, 미술써클, 자연써클, 체육써클 등이 있은것으로 기억난다. 그때 필자는 중앙소학교 5학년 학생이였는데 다행이도 소년하령영에 선발되여 문학써클에서  각종 문학써클활동에 열심히 참가했었다.

 하루는 문학써클 보도원선생님이 강연을 하셨다. 그날 강연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로신은 당대중국의 위대한 문학가이다. 그의 본명은 주수인이다. 청나라말기 그는 “동아병부”인 중국을 구하기 위해 일본에 류학을 가서 의학을 전공했다. 한번은 강의끝에 기록영화를 상영했는데 영사막에는 일본군인들이 중국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장면이 상영됐다. 이때 일본학생들은 열광하면서 연거퍼 “만세”를 웨쳐댔다. 그때부터 주수인은 중국사람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수술칼을 던지고 문학의 필을 들었다. 그의 일본교수님은 주수인이 의학공부를 포기하는것을 아주 아쉬워하였다.  그후 그는 “로신”이라는 필명으로 “광인일기”를 발표하면서 위대한 문학가로 다시 태여났다. 보도원선생님의 격양된 강연은 우리를 감동시켰고 가슴이 뛰게 했으며 눈물을 머금게 했다. 50년대 소년하령영은 그렇게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었고 격정과 희망을 주었다.

1958년, 필자는 연변제3고중이라는 한족고중을 다녔는데 어문교과서에서 “후지노선생”(藤野先生)이라는 과문을 배우게 되였다. 그때 어문선생님 역시 아주 격양된 어조로 로신선생이 의학을 버리고 문학가가 된 인생역전을 중화민족의 운명과 같이한 위대한 인생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흥분했다. 그때 필자는 당연히 몇년전 소년하령영에서 들었던 로신에 관한 강연을 새삼스레 떠올렸다. 또한 그 과문에 심취되여 첫 단락부터 몇몇 중점단락을 줄줄 외웠다.

 올해 여름방학에도 우리의 중소학년 학생들중에는 비행기나 기차, 배를 타고 국내외려행을 하거나 산과 들을 찾아 소년하령영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언제면 세계에서 국내외려행을 가장 많이 하면서 지혜를 키우는 독일 같은 선진국 사람들을 따라배울수 있을가? 우리 어린이들의 현실은 무더운 여름방학에도 대부분 숙제나 여러가지 학원에 얽매워 정신을 못차린다. 그래서 많은 어린이들은 "꿈"속에서 웃을 시간조차 없이 피곤하다. 어린이들을 이렇게 꽁꽁 묶어서 키우기에 커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하고 창업의 용기는 더욱 없다.

 로인절을 맞으면서 우리는 지금 어린 아이들의 고달픈 실태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누구의 탓인가? 당연히 어른들의 탓이다. 어른들의 공명심과 사회의 경쟁사태가 그 뿌리이다. 어른들은 1등을 하라고 졸라대고 선생님은 100점을 맞아야 1등이라고 고아대고 사회에서는 명문대출신이 아니면 취직을 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어린 아이들은 천진란만하게 잘 놀면서 재미있게 공부를 하고 엉뚱한 꿈을 꾸어야 하는 시절에 꿈은 커녕 꽃봉오리가 병들어가고있는데 앞으로 예쁜 무궁화꽃은 어떻게 피여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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