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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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이니셔티브』
2008년 12월 11일 11시 13분  조회:5314  추천:54  작성자: 이승률


       『후쿠오카 이니셔티브』

 


이승률: 연변과기대 대외부총장/(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이제 며칠 후면(12/14) 일본 후쿠오카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성립된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3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보조역할에 머물러 있었던 3국 정상들이 별도의 독립된 공식 회담을 갖게 된 것이다. 이 회담은 앞으로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간의 관계발전을 위해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해 주리라고 본다.

그것은, 첫째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시작하여 세계경제가 침체 일로에 빠져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중·일 3국간 통화협력체제를 논의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에 개최된다는 점이다.

아시아 공동펀드 조성, 한·중·일 금융 스와프 확대방안 등 공동체적인 경제협력방안이 논의될 것이 분명한 이번 회담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일·한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전선을 펴야한다.”고 하는 일부 중국학자들의 충고를 그대로 받아드리는 수준까지 나아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보다 더 큰 걸음으로, (중앙일보 배명복 논설위원 같은 이는) 미국(달러 화) 중심의 일극체제를 벗어나 다극체제로 갈수밖에 없는 세계금융통화질서를 예상하여 아예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아시아 단일통화협력체제’를 모색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기를 요청하고 있다.

이와함께 장기적인 협력방안으로 2002년부터 3국의 공신력 있는 국·공립 경제정책연구기관들이 공동연구 해 온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한다던가 또는 만성적인 3국간 무역수지 불균형 및 기술격차를 완화, 시정하기위한 동북아 통합시장 경제협력체 구상을 적극 검토하는 수준까지 나아갈지도 모른다.

만일 이렇게 되면, 이번 후쿠오카 한·중·일 정상회담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2000년 5월 제정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보다 훨씬 강도 높은 수준의 국제금융협력체제로 평가되는 “후쿠오카 이니셔티브”를 제창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미국이 흔들리고 따라서 EU까지 흔들리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3국이 새로운 세계경제질서의 선두그룹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이 시점에 개최되는 후쿠오카 한·중·일 정상회담이 그만큼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둘째,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이 일본의 주도하에 개최되지만, 그 회담 장소가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환황해경제권의 관문도시인 후쿠오카에서 열린다는 점, 즉 그 ‘포지셔닝’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후쿠오카는 큐슈지역의 최대 무역항으로서 한국과 중국, 대만 및 동남아지역을 향해 열려있는 국제도시다.

역사적으로도 한·중·일 교역 및 문화교류, 인력이동의 관문이 되어왔으며, 무엇보다 일본 명치유신을 성공시킨 큐슈지역의 인재배양과 국제화를 이끈 지역 거점도시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 부산 시(市)와 후쿠오카 시(市)간에 ‘초광역경제권 경제협력협의회’를 창립하여 한·일간 교류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으며, 또한 오래전부터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한·일 양국의 민간단체 및 전문연구기관 간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어 온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은 그 위치가 한·중·일 3국을 하나의 통합경제권(환황해경제권)으로 유도할만한 일본 측 적지(適地)임에 틀림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후쿠오카 이니셔티브”를 단순한 통화협력체제의 기능에 한정시키지 않고, 국제SOC사업과 같은 지역경제권(Regional Economic Block) 경기부양대책을 이끌어 내는 창의적인 기회가 되어지기를 기대 해 본다.

이야기를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자.

지난 11월 4일 미국 대선에서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 앞에 놓여진 경제위기 상황은 1930년대 대공항에 직면했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정황과 비교하여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오바마 당선자는 결국 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대책으로 1950년대 연방 고속도로시스템 이후 최대 규모의 사회간접자본투자(SOC)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른바 ‘新 뉴딜 정책’으로 불려지는 미국 사상최대의 인프라건설을 경제회복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중국도 세계금융위기와 내수경제 침체에 대응하는 경기부양책으로 ‘중국판 뉴딜’이라고 불려질만한 철도건설 총력전에 돌입했다.

앞으로 10년간에 걸쳐 지구 한바퀴 거리에 해당하는 4만km 구간의 철도공사를 추진하겠다는것이 중국 측 대안이다.

이른바 ‘로코모션 이코노미(Locomotion Economy : 기차경제)’라고 할 수 있는 이 거대한 SOC 건설사업에 투입될 자금은 1차적으로 2009년∼2011년 3년간 3조 5,000억 위안(元)에 이를것으로 보도되었다.

또한 이와함께 경제 성장률 8%를 고수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는 확고하다.

푸단(復旦)대학 쑨리젠(孫立堅)교수는 “10년전 중국은 도로 투자로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를 차단하는데 성공했고, 결국 아시아의 맹주로 등장했다.”며, “이번에는 철도가 중국 경제를 살리고 더 나아가 중국을 세계경제의 맹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계경제 위기가 중국엔 새로운 국가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는 또 어떤가?

최근 국제금융질서 재편 과정에서 간과하면 안되는 것이 바로 ‘일본의 역할론’이다.

일본은 세계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국가들을 돕기 위해 IMF에 약 1,000억 달러를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최근 10년간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탄받아왔던 일본의 금융시스템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세계경제에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장한 셈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물경제와 국제금융통화관리에 안정성을 확보해 온 일본 측 입장에서는 넘치는(?) 엔화를 무기로 국제교류기금을 확대하거나 해외 유수기업 및 부동산 매수와 국제SOC건설 사업에 투자할 의향을 비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위기 대응책은 무엇인가?

보도에 의하면,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중단된 ‘한반도대운하사업’의 후속타라고 할만한 4대강 하천정비사업 등에 일정 규모의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토목사업 필요성을 제기하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애쓰는 반면, 민주당은 건설예산의 효과가 기대만큼 나지않기 때문에 차라리 서민들의 생활보호를 위한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야간에 이전투구 식(式) 다툼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 한국의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눈앞의 땅에 떨어져있는 모이를 주워 먹으려고 싸움을 하고 있는 닭이 되지말고, 저 높은 하늘의 기류를 타고 유유히 활공하며 큰 먹이를 취하는 독수리가 되어볼 생각은 없는가”라고)

이런 판국에 후쿠오카 한·중·일 3국간 정상회담이 열린다.

‘타이밍’과 ‘포지셔닝’이 뛰어난 이번 기회를 활용하여 한국과 한반도를 동북아경제협력체 구상의 중추적인 거점지역으로 만들 수 있는 어떤 묘수를 찾아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비록 중국과 일본이라는 2대 강국 사이에 끼어있는 중위권 샌드위치 국가라고 하지만, 이번 세계경제 위기에 봉착하여 모처럼 한·중·일간에 공동체 의식이 강화되고 또 국가간 컨소시엄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여 중국과 일본이 할 수 없는, 오직 한국과 한반도만이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가 찾는 묘수가 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우리가 제시한 대안으로 한국이 살고 (북한도 살리고) 중국 및 일본에도 유익한 길이 될 수 있다면,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이 곧 진정한 의미에서 동북아 평화발전과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국제협력의 상생 모델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일명 ‘동북아 T&T (Turnnel & Turnnel)프로젝트’라고 하는 국제교통인프라건설 사업을 감히 제안해 보고자 한다.

최근 부산발전연구원과 경기개발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일본 측 및 중국 측 전문연구기관과 한·중·일 복합 해저터널 건설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부산과 후쿠오카를 연결하는 한·일간 해저터널 그리고 평택, 인천 또는 황해도 용연(장산곶) 가운데서 한곳을 택하여 산동반도 위해와 연결하는 한·중간 해저터널이 바로 그것이다.

한·일 터널은 아시아나 금호그룹(거가대교 침매터널 공사를 하고 있는 대우건설 인수 그룹)이 주축이 되어 한국 전경련과 일본 전경단의 협력을 유도하고 있고, 한·중 터널은 중국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많은 관심과 지원 의사를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요약해서 말하면, 한·중·일 복합해저터널건설(국제SOC사업)과 아시아 단일통화협력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양 기둥으로 세워 ‘동북아경제공동체의 집’을 지어보자는 것이 필자가 소망하는 동북아 미래상이다.

이 일은 한국(한반도)만이 제안할 수 있는 지정학적 절대 조건이며, 또한 한국이 중추적인 리더십을 갖고 중국과 일본을 한마당 연합의 길로 이끌어갈 수 있는 지경학적 특수대안이 될 것이다.

특히 환황해권 민·관·연 합동 SOC프로젝트로 협상이 가능한 한·중·일 복합해저터널 건설사업은 당사국인 한·중·일 3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 지역에 걸쳐 미국의 오바마 식(式) ‘新 뉴딜 정책’이나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로코모션 이코노미(Locomotion Economy)’ 국책 사업을 능가하는 경기부양과 투자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동북아 사회를 하나의 통합시장 경제공동체로 탈바꿈시키는 세기사적인 대역사(大役事)가 될 것이다.


지구촌 하늘의 기류를 활용하여 높이 비행하는 새가 있다.

독수리는 결코 눈앞의 작은 모이에 연연하지 않는다. 고공을 활공하며 유유히 자신의 목표를 찾는다.

한국의 미래상이 이랬으면 좋겠다.

생각의 틀을 넓히고 뜻을 높이 세워 미래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더 높고 멀리 보는 국가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의 마음과 몸(한반도)을 열어 중국과 일본을 한반도의 양 어깨에 매다는 작업을 한번 기획해 보자. 중간지대에 끼어있는 우리의 약점을 최선의 강점으로 변화시켜 보자.

그래서 마침내 중국과 일본을 독수리의 양 날개처럼 달고 유라시아 대륙과 환태평양지역을 넘나들며 지구촌 높이 비상하는 국가가 되어보자.

잠시,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저 멀리 블루오션의 새 하늘이 보인다.

며칠 후(12/14) 열리는 후쿠오카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이명박 대통령께서 이런 독수리의 기상과 비전을 갖고 3국을 리드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해 주었으면 좋겠다.

노도광풍처럼 밀어닥친 세계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한국(한반도)을 동북아 국제협력의 중립적인 자유무역지대로 활용하는 지혜가 3국 정상들의 가슴속에서 샘물처럼 솟아오르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창의적인 ‘후쿠오카 이니셔티브’의 동지애가 기초가 되어 마침내 한반도를 중간매체로 하여 동북아경제공동체사회가 구현되는 새로운 역사의 지평이 새벽하늘처럼 환하게 열리기를 온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그런데 어제(12/9) 신문을 보니, 취임 2개월만에 지지율이 20%대 초반으로 급락한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일본 내 정치에서 사실상 리더십을 상실하게 됨으로서 오는 14일 열릴 예정인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에서 정책공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국 내 통치 기반이 확고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 5년 임기가 보장돼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아소 총리의 발언권과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금 동원력이 풍부한 일본이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한·중·일 3국간 정책공조도 겉돌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우리 동북아 3국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이렇게 멀고 힘든 길인가?

아! 그래도 희망을 잃고 싶지 않다.

내일 세계가 망한다 할지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던 노 철학자의 희망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겨본다.

희망이 곧 삶의 에너지임을 믿기에, 나는 결코 이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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