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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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짐 팩 리더십을 아시나요 댓글:  조회:2573  추천:0  2017-05-22
짐 팩(Jim Paek·백지선 감독의 영어 이름)은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를 세계 정상권으로 끌어올린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2014년 5전 전패를 당하며 3부 리그로 강등 당했던 대표팀을 부임 3년 만에 1부 리그로 진출시킨 짐 팩 감독의 리더십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2014년 7월 짐 팩 감독이 부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패배에 익숙해져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있던 대표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라커룸 정리, 정장 착용 등 작은 규칙에서부터, 라커룸에 커다란 태극기를 붙여 국가대표라는 긍지를 심어주며 변화를 이끌었다. 이는 경기 능력뿐 아니라 몸가짐, 마음가짐에서 승자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를 심어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본격적으로 짐 팩 감독은 해외 전문 트레이닝 업체를 섭외해 과거 주먹구구식 체력 훈련에서 탈피해 북미 방식의 지옥 훈련을 통해 신체적으로 우월한 해외 선수들과 견주어 부족한 체력 조건을 극복하도록 했다. 그리고 2년간 해외 강팀과의 친선 대회, 평가전 등에 연이어 출전함으로써 어떤 경기에도 맞설 수 있는 감투정신과 자신감을 기르도록 했다. 그 결과 2017년 5월 세계 아이스하키 톱 디비전(1부 리그) 진출 티켓을 따내며, 도저히 이뤄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기적의 꿈을 이뤄냈다. 그 후 이제는 2018년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지옥 훈련을 거듭하면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팀의 새 역사를 쓰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기적 뒤에는 감독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감독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코치, 팀 닥터, 매니저 등 스태프들이 자기 역할을 잘 해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몽원 아이스하키협회장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이다. 이와 같은 기적을 두고 언론에서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패전병들을 빙판의 전사로 변화시켰다며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에게는 자력으로 1부 리그에 올라간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팀을 보고 있노라면 운명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가 다시 한번 깊게 새겨진다. 어찌 보면 청년 실업, 경기침체, 탄핵정국에 따른 국정혼란, 북핵 위기, 외교 갈등에 이르기까지 국가적으로 누란의 위기에 당면한 한국은 마치 3부 리그로 전락한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같아 보인다. 국가적 위신은 추락하고 경제는 날로 퇴보하고 정치적 혼란은 앞을 내다볼 수 없고, 국민들은 자신감을 잃고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꼴이다. 그러나 이제 ‘짐 팩 리더십’과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팀이 보여준 기적과 같은 반전의 역사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반전시킬 수 있다는 강한 도전의식과 자신감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길고 험난했던 한국 국정 공백 기간이 끝나고 이제 문재인 새 정부가 출범했다. 터널과 같았던 과거의 어두운 국면을 떨쳐내고, 희망찬 새봄을 맞이하듯 반전과 전환의 새 시대를 개척할 수 있어야 하겠다. 진보든, 보수든, 승자든, 패자든 이제는 모두 새로운 경기장에서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을 중심으로 전 국민이 합심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짐 팩이 외쳤던 "Believe we can"과 같은 함성으로 지속가능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노사문제, 세대·계층 간 갈등 등 이념과 출신과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통합의 진보를 이뤄내 마침내 선진국 대열, 즉 국가대표팀을 1부 리그로 격상시킨 ‘짐 팩 리더십’과 같은 특단의 지도력을 발휘해 주어야 한다. 새 정부 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 자신도 이제는 ‘나는 못해, 우리는 안돼’라고 말했던 패배의식을 완전히 떨쳐 버리고, 고지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가는 극한 훈련과 불퇴전의 신념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창조적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는 진정한 승자의 태도다. 2018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팀이 승리의 개가를 울리듯, 한국 신정부와 국민들도 혼신을 다하는 훈련과 진취력으로 세계 무대에서 승리의 대열로 나아가는 대약진운동이 일어나길 바란다. 동북아신문
96    凍土남북,창조적 단절 없이 창조적 미래는 없다 댓글:  조회:4859  추천:1  2013-03-23
[시론] 창조적 단절 없이 창조적 미래는 없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연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1. 창조적 의식전환의 함의   지난 11일 연례적으로 훈련해왔던 '키 리졸브'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되었다. 이를 빌미로 북한은 정전협정의 효력을 백지화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전면전 대응을 운운하면서 연일 협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24시간 비상태세를 유지하고 육해공군의 총력 대북 감시에 돌입하면서 다시 한번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노라면, 과연 남북관계에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것이 진정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상황을 타파해나갈 새로운 돌파구는 없을까. 지난주 연변과학기술대학 2013년도 신학기 교직원 수련회에 오셔서 말씀을 전해주신 곽선희 목사님(평양과기대 설립재단 이사장)의 설교내용에서 힌트를 찾았다. 예수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과거의 죄와 허물을 회개하면 새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기독교 윤리를 국제관계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비록 종교적인 개념이지만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기 위해 과거의 모든 덫으로부터 창조적 단절과 혁신이 있어야 된다는 개념, 즉 ‘창조적 단절 없이는 새로운 미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개념을 우리 외교안보의 새로운 모델로 적용해 보고 싶다.   북한은 이제 엄연히 핵 보유국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 안정과 공동 번영의 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그동안 유지해왔던 중국 지도부의 기존 대북정책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자국 내 학계, 일반시민에 이어 군부에서까지 북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중국으로서도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는 일이 시급해지고 있다.   북한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힘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조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적 지역 주도권 다툼, 일본의 극단적인 우경화, 러시아 동진정책까지 그야말로 협력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져 있는 냉전적 질서 속에서 어떻게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일 터인데 여기에 과거를 뛰어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창조적 의식전환(Creative Paradigm Shift)’의 개념을 적용해 보자는 것이다.   2. 한중일 FTA 협상을 통한 새로운 역사의 시작   먼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와 협력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도 핵 억지력을 구축해야 한다. 그 대책으로 독자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것은 자칫 한미동맹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더욱이 대만과 일본 등 핵무장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핵우산 전진배치 전략이다. 때마침 키 리졸브, 독수리 연습에 참여한 미국의 핵잠수함 등이 훈련이 끝난 뒤에도 한반도 인근에 한동안 잔류하는 것으로 미국의 핵우산이 제공될 예정이다. 여기에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일부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된다면 북한의 핵위협을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한미동맹 강화의 기반위에 국제사회의 협력이 ‘그물망’처럼 짜여져 다자협력안보의 틀을 갖추는 일이 필요한데, 이 경우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따라서 중국이 선도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면에서 중국과 한국은 대북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상당한 갈등관계에 있다. 즉 한국은 중국의 북한 체제 안정을 위한 지원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포위를 위한 전술적 의도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어떠한가.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정신대, 역사교과서 문제 포함), 독도 문제 등을 이유로 서로가 날선 공방을 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 아베정부의 국내 정치용 우경화 조치가 도를 넘어 한국을 일방적으로 적대시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명박 정부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 지지 아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였지만 독도방문 건으로 분쟁이 격화되면서 불발에 그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북한문제 해결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어 한미동맹과 결합된다면 확실한 대북한 및 북핵 방어막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위에서 제시한 창조적 단절을 적용해 보자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양국의 오해의 골을 끊어내고 대북정책의 합의점을 찾아 창조적 미래를 위한 활로를 열어야 한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 독도분쟁 등의 문제가 더 이상 양국 간의 미래 발전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측면에서 창조적 단절이 있어야 한다. 다시말해 일본은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겸허히 수용하고 그에 따른 응분의 조치(한국의 독도 실효지배권 인정 등)를 취하고 한국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에 대해 관대함을 보여주는 대승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창조적인 미래의 활로를 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일본과 중국 역시 영토 분쟁 등 힘겨루기를 단절하고 공존공영하는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우호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기대를 현실화하는데 있어서 앞으로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협력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합의점을 찾는데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필자의 소견으로, 여러 가지 방책 가운데 이 시대의 강력한 소프트 파워인 ‘초국경적 경제협력’으로 다자문제를 풀어가는 일이 가장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이라 믿어진다. 구체적으로 말해 먼저 한중 FTA를 성사시킨 다음 그 기초 위에 한중일 FTA 및 환경의제협약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연속적으로 조기 추진하는 일이 그 관건이되지 않을까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해당 국가들 간의 교역을 극대화하는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지역 정세 속에서 외교안보와 갖가지 기후환경자연재해에 대한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수준까지 확산된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매우 유효한 대안이 될 것이라 본다. 이것은 갈등과 분쟁을 단절하고 상호 이해와 협력 질서로 전환 시켜 창조적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할 것이다.   실제적으로 한중 FTA를 조기 성사 시키고 그 후속 프로그램으로 한중일 3국간 다자협력의 틀을 중층구조 형태로 구축하면 지리적으로 그 중간 위치에 있는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시말해 한중일 간에 전략적 경제협력동반자 관계를 확고히 해 나가는 과정에서 북한을 자연스럽게 ‘선한 이웃’으로 참여시켜 국제화의 길을 걷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례를 들어 나진, 신의주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진행되는 북중 경협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나중에 2차적으로 러시아, 몽골, 일본, 미국도 합류하면서 도로, 철도, 항만,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가스 파이프라인 등 물류교통망 및 에너지·건설 인프라를 연결해 나간다면 냉전 구조의 적대적 관계와 이데올로기의 이질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국제협력의 틀(공조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쌓아가며 정상국가로서의 길을 걸어간다면 이는 곧 창조적 미래의 지평을 여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 될 것이다.   지난 14일 중국 당정군(黨政軍)의 국가최고권력을 모두 승계한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정부에 우선적으로 원하는 협의사항이 한중 FTA를 통한 경제협력이라고 전문가 들은 말하고 있다. 일본 역시 북한의 핵보유로 직접적인 군사적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자국의 이익을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명백해 지고 있는 만큼 한국 및 중국과의 실질적인 경제협력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당면 과제임을 그들 자신도 알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각국의 기대와 신뢰를 반영하는 포괄적인 제도적 장치로 내세울만한 대안이 바로 3월말부터 첫걸음을 떼는 ‘한중일 3국 FTA’ 협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동북아시대의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는 출구전략으로 평가할만하다.   3.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추진 전략과 행동철학   유엔 안보리 제재와 국제금융제재를 통해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북한에게 ‘더이상 도발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당사국인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은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북 제재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인도적·경제적 교류를 재개하는 투트랙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핵우산 전진배치, 일부의 전술핵 재배치 등 중국과 북한으로 하여금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압박을 직접 느끼도록 하는 강경정책과 함께 NGO를 포함한 민간교류 및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과 같은 산업공단 조성 등의 인도적·경제적 교류의 온건정책이 함께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이러한 투트랙 정책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돌입한 듯하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11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작동되도록 하는 노력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고, 이와 같은 맥락으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아무리 상황이 엄중해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대화가 있어야 하며,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영유아 및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태의 사과 없이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와같은 5.24조치의 단계적 완화 역시 창조적 단절이라 볼 수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러한 온건한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추가 핵실험 같은 도발행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점을 북한에서 확실히 인지하고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결국 북한 스스로가 우리 정부로 하여금 대북지원을 할 만한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며 이것은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에게도 역시 필요한 것이 ‘창조적 미래를 위한 창조적 단절’인 셈이다. 북한의 핵은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동시에 자신을 자멸의 길로 인도하는 위험천만한 패착이 될 뿐이다.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성공으로 최근 입지가 강화된 북한 군부의 강경일변도의 고립정책으로는 김정은 체제가 추구하는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은 결코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인민을 궁핍하게 만들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는 무모한 핵개발 및 군사 도발을 단절하고 정상국가로서의 창조적인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의식전환(paradigm shift)의 단초를 조속히 마련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베버의「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는 정치경제사상적 교훈은 바로 이러한 ‘창조적 단절’을 통한 ‘창조적 미래’의 창출이다.   16세기 초 영국 성공회의 종교박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과감히 떠난 영국 청교도들의 행동철학 즉 ‘천직’으로서의 직업관과 소명론은 그 후 미국의 건국정신을 이루고 근대자본주의 사상체계의 기초를 확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프로테스탄트(청교도)의 혁명적 결단과 행동철학이야말로 전체주의적 사회체제의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 인류 역사의 위대한 ‘창조적 단절’의 대표적 사례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한다.   한반도의 북녘 땅, 저 엄혹한 현실의 동토(凍土)에도 이러한 ‘창조적 단절’을 통한 창조적 미래 가치의 실현-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그리고 행복이 회복되는 새로운 창조질서의 물결이 봄날처럼 성큼 가깝게 다가오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2013. 3. 18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연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이승률      
95    동북아 정세와 ‘반도 통일 프로세스’ 댓글:  조회:5831  추천:16  2012-11-17
세계 2강(G2), 미국과 중국의 새지도부가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11월 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여 미국은 내년 1월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하게 되었고, 그 이튿날인 8일 중국은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내년 3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주석직 승계를 위한 채비를 마치며 시진핑 시대 서막을 열었습니다.    이로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로 등장한 미국-중국 양국의 국가 리더십 교체시기가 맞물리면서 지도부가 새 진용을 갖추게 됨에 따라 향후 글로벌 정치·경제 지형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입니다. 분야에 따라 협력관계를 형성하거나 강화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리더십이 탄생한만큼 새로운 리더들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신질서 구축을 위한 기선싸움을 벌일 것이기 때문에 양국의 경쟁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특히 ‘21세기 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맞아 동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는 만큼 동아시아지역은 현재보다 더욱 첨예한 대결구도를 보이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이 2010년 ‘동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East Asia)'을 선언하자 중국은 ’반접근(anti-access) 및 접근 거부(area denial) 전략‘으로 미국의 회귀 견제 및 저지에 나서고 있습니다. G2 양국 모두 새지도부가 들어서지만 여전히 미국과 중국은 주변국가와 공조를 가속화하며 협력보다 견제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후 첫 순방지로 아시아(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를 선택한 것은 기존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며, 특히 중국이 인도양 진출 교두보 확보를 노리고 오랫동안 후견인 역할을 해왔던 미얀마를 포함시킨 것은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도 그동안의 급성장에 따른 후유증 내치(內治) 즉, 정치개혁 요구, 부패척결, 보편적 사회안전망, 소득 및 지역 균형발전 등 산재해 있는 국내문제로 미국과의 직접적인 갈등은 회피하려 하겠지만 급부상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국에 영향력을 키우며 미국과 서방세계에 대해 상당수준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외교·안보면에서는 그들 자신이 제시한 핵심이익(core earnings)의 범위를 계속 유지하려고 온갖 힘을 쓸 것입니다.    이런 정세가운데 동아시아 지역 가운데서도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이 미국과 중국 간 관계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습니다. 미중 뿐만 아니라 최근 재집권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동진전략과 배타적 민족주의에 호소하며 재기를 위해 용트림하고 있는 일본, 북한의 변수 등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변국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고 영토분쟁 등 위기가 고조되며 각국의 패권경쟁이 극명하게 맞닥드리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 환경의 변화에 맞춰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안정을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국가적 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안보ㆍ외교 우산은 미국에 의지하고 경제 발전은 중국에 기대어 성장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우려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교수는 “중국의 부상을 이유로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편향적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이득은 중국에서 안보 이득은 미국에서 챙기는 현상유지 정책을 펴는 것도 곤란하다. 균형, 더 나아가 중용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 2012.11.5)    이 균형과 중용의 외교는 미-중과의 외교 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강대국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역내 국가 간 갈등과 대립의 냉전적 질서를 상호 존중과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의 질서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 전략적 구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미중의 경쟁 관계와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일본의 미중 간 중재자 역할이 무기력해 지고 있으며, 또한 러시아가 갖고 있는 유럽 중심의 태생적 외교 한계 등을 감안한다면 해양(태평양)과 대륙(아시아) 세력 사이에 교량 역할과 중재 기능을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은 한국뿐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국에 주어진 또 하나의 큰 기회가 있습니다. 그것을 저는 ‘역설적 진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만, 그것은 다름아닌 한국이 주도해서 남북한을 아우르는 한반도 평화 이슈입니다. 한국이 북한과의 교류 및 통일문제를 선도적으로 풀어감으로써 주변국가들에 덧씌어져 있는 여러가지 갈등, 무기력, 한계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길입니다. 실질적인 화해(평화협정)와 경제협력으로 남북한 간에 가로놓인 담장(북한 핵문제)을 열어젖히는 일이 동아시아 정세의 새로운 출구전략이 될 수 있으며, 이런 한반도의 새로운 진화를 통하여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미중 간에 근본적인 타협의 길을 제시하는 거대 전략(New grand strategy)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중보기능(仲保機能)은 한국정부와 국민들에게 맡겨진 소명일 뿐만 아니라 주변국가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대사적인 신질서 즉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가치지평(New value horizon)을 이끌어 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어제(11/13)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2 한반도국제포럼(Korea Global Forum 2012)'은 평화와 통일을 위한 매우 시의적절한 한반도 문제의 담론화 과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전(前)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했던 제임스 스타인버그 학장(시라큐스대학교 맥스웰스쿨)의 기조강연에 이어 공개세미나 제1세션('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에 관한 세계적 시각'), 제2세션('통일외교 국제적 네트워크의 제도화')을 통하여 논의된 한반도 이슈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포위전략과 중국의 팽창전략에 협공당하고 있는 한반도가 앞으로 어떤 통일 프로세스를 갖추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졌습니다.    결론을 내기는 힘들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언급한 바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며, 그런 과정에 주변국들이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제도적으로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일이 긴요하다는데 동의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관점은 본 연구회가 기본적으로 오랜기간 연구과제로 삼아 왔던 내용(*신북방경제협력체, 동아시아 신평화체제)입니다만, 다시 한 번 국제 석학들의 관점을 통하여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공감되는 바가 컸습니다.    아무튼 주변국들의 국가리더십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시기에 맞물려 얼마 있지 않아 한국에도 신정부가 태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2013년은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새로운 시작’의 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차기 대통령의 외교·안보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1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지금, 유력 대선후보들과 정당은 국가 안위와 외교·안보에 대해 보다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남은 대선 기간에라도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를 위한 담대하고도 실질적인 외교·안보적 대안을 내놓고 후보 간 치열한 정책 토론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94    조선의 새로운 미래 댓글:  조회:6027  추천:13  2012-08-20
[비망록] 조선(북한)의 새로운 미래   이승률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1.장성택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정세   지난 8월 13일 조선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겸 노동당 행정부장은 김영일 당 국제부장, 리광근 합영투자위원장 등 50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5박6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18일 귀국했습니다.    이번 대규모 방중단은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최고위층을 만나 조선이 추진중인 경제개혁 및 신경제관리조치(6.28방침)를 상세히 소개하고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중국의 원조 지원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14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만나 나선, 황금평 경제특구 개발을 위한 양국 공동지도위원회 3차회의를 개최하여 중조경협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합의하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낸 것으로 보여집니다.    먼저 양국 대표단은 “양국 정부 개발 인도, 기업에 개발 일임, 시장경제 도입, 양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하자”는 4가지 원칙에 합의하였고, 이 원칙에 따라 나선지역 전력 공급, 통신망 확충, 통관편의, 경제개발구에 적합한 법률 및 규정 마련, 인재 확충, 새로운 관리위원회 출범, 경제 및 농업분야 기술 포괄적 협력 강화 등의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면담 자리에서 양국이 새로운 협력 방향을 찾자고 제안했는데, 이와같은 경제협력을 위한 과제로 실무진들과 조선 평양~신의도 도로 건설 계획을 논의하고, 훈춘~나진간 철도의 연내 착공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이번 장성택 부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나선, 황금평 특구 등 조중경협이 본격적인 실행단계에 진입하게 되었고, 변함없는 조중관계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 경제사절단 차원을 넘어 김정은 체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제한적 시장경제 도입을 위한 개혁개방의 초보단계로 나아가는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 토대를 구축했다고 풀이해 볼 수 있겠습니다.     2. 지난 7개월간 김정은의 행보, 태도, 정책 변화   지난 7월 16일 김정은 체제의 군부 후견인으로 급부상했던 리영호 군총참모장이 해임되고, 그 다음날 17일에 김정은이 원수 칭호를 부여 받은 일은 조선 선군정치의 변화 움직임과 권력 내부 세대교체의 물꼬를 트는 일이라 조심스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리영호 해임은 김정일 체제에서 과대성장한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숙청사건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해석과 더불어 주목해 볼 것은, 리영호 해임의 배경이 북한 내각이 군부로부터 경제 관련 권한을 가져오려 하는 과정에서 리영호 총참모장이 반발하자 숙청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인데, 이것은 리영호 해임이 단순히 김정은 제1비서의 권력 기반 강화뿐만 아니라 중대한 경제개혁 의지를 보인 것이라 풀이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리영호 해임은 그동안 조선의 변화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해 온 군부의 힘이 약화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김정은의 새로운 경제발전 및 개방 구상이 실현되는데 탄력을 줄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후 지난 7개월간 김정은 제1비서가 파격적으로 보여왔던 개혁 개방의 징후들을 간추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개혁적 경제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영림 내각 총리가 2012년 상반기에만 총 47회에 걸쳐 경제시찰을 감행했고, 당 간부들에게 화시촌 등 중국의 대표적 농촌 개혁 현장을 시찰토록 해왔으며, 조선의 특구담당관리 100명을 중국 대학에서 5차례에 걸쳐 연수를 받게 하였습니다. 또한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등이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며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경제개혁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등 북한 관료들을 중국 및 서방 국가로 파견해 자본주의를 배우게 하고 현장을 체험케 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 4일만에 7개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하고, 이후 30개국 38개 도시에 무역 대표부를 신설하였으며, 합영투자위 자료에 사무실 임대료 액수를 제시하는 등 외국인 투자유치 환경 조성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경제 관련하여 김정은 제1비서의 공개 발언을 통해서도 경제개혁 의지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노동당 중앙위 간부와의 담화에서 “우리는 인민 생활 향상과 경제 강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사업의 모든 문제를 내각이 지휘할 것”을 주문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같은달 15일 첫 공개연설에서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당의 확고한 결심이다. 이제 우리는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한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더불어 김정은 제1비서의 파격적인 대외활동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공연 관람 장면을 관영TV를 통해 공개해 북한 주민이 미국의 대중문화를 접하도록 했으며, 만경대 유희장(놀이공원)과 평양 산원(산부인과) 등 인민생활과 밀접한 장소 뿐만 아니라 군부대 시찰때에도 부인을 대동하여 방문하는 등 이전 김정일 체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대외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장성택 부위원장 방중에서 확실히 알려진 것과 같이 김정은 제1비서가 ‘우리 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경제방침(“6.28방침”)을 제시했다고 전해지며, 이르면 10월경에 북한식 개혁개방으로 볼 수 있는 신경제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조선에서 보이고 있는 이러한 일련의 행보를 살펴볼 때 김정은식 개혁 개방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습니다.     3. 조선의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며   전문가들은 리영호의 전격 해임 등 김정은 체제의 지난 7개월간의 행보와 이번 장성택 부위원장 방중을 통해 김정은 제1비서가 구상하고 있는 정책이 보다 유연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해 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러한 김정은의 파격행보만을 두고 조선의 변화와 개혁 의지를 속단하는 과잉해석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여러차례에 걸쳐 사회주의 노선 수호를 다짐한 바 있는 김정은 체제가 추진할 수 있는 변화의 폭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단기적으로 대폭적인 개혁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김정은 제1비서가 여러 경로를 통해 내비친 변화의 의지가 확실하고 이것이 의미있는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남북 간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김정은 체제가 인민경제를 활성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원조가 필수조건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대외개방, 핵문제, 미국과 남한 등 주변국과의 문제에서도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 내각에서는 “베트남의 경제 발전 경험을 배우고 싶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고, 중국에도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국토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교육, 장비 공급, 인프라 건설 등 다방면에 걸친 도움을 계속 요청하면서 선군(先軍)보다 선경(先經)정치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긍정적인 개방신호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의 지도자가 이러한 자세를 취할 때 우리 뿐만 아니라 주변국은 지혜를 모아 그 액션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견해는 후진타오 주석의 원칙론적인 메시지에서도 보는 바이지만, 특히 원자바오 총리가 조선의  지도부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협조건을 요구한 점을 보아 이러한 선경(先經)정치적 협상은 사실 북중간의 미래가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볼때, 의도적이든 아니든 중국은 나선, 황금평 특구 등 양국의 경제협력을 통해 조선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북중간 거래가 시장경제 논리를 따라 진행되고, 대외협상파 및 기술관료들(Technocrats)이 앞장서는 형태로 국가개발정책이 수정되어 간다고 본다면, 이는 곧 경제분야를 기초로 하여 북한의 국제화를 이끄는 물꼬를 트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 입장에서도 폐쇄적인 강제조치(비핵.개방.3000정책)의 한계를 벗어나 조선의 새로운 미래에 대비하는 유연한 자세와 전략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개성공단 확대 및 금강산 재개 방안, 남북교류협력 제고 방안, 한중 FTA에 남북경협을 연동시키는 방안, 그동안 막혀 있던 철도, 도로 등의 인프라를 건설하여 물류의 통로를 여는 방안, 북중 경협 프로젝트에 중국내 한국 기업 및 세계 재외동포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조선에 기술교육·경영지원·국제무역연계 및 국제교류협력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어시스트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한국국민과 재외동포들이 힘을 합쳐 설립한 평양과기대(공동운영총장 김진경 박사)를 기술관료(Technocrat) 및 북한경제 발전에 필요한 차세대 지도자를 육성하는 국제화의 창구로 활용하고, 이와함께 두만강 유역개발 등의 UNDP 프로젝트와 환황해·환동해 초국경 경제권 형성에 남북한이 공히 참여하는 등 한국 및 주변 국가들이 공동체적 접근방법을 통하여 공존과 상생의 로드맵을 일구어 간다면 북한의 변화발전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반도 주변국가의 2013년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차기정부들이 조선의 경제개선조치와 리더십 변화를 눈여겨 보고 제한적이나마 점진적인 개혁개방의지(Regime Evolution)를 기대하면서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성 있는 지역공동체적 대북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면, 그 전망은 상당히 밝다고 여겨집니다.    조선의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2. 8. 20    
93    한미 FTA와 반도 미래 댓글:  조회:5139  추천:2  2011-11-29
  마침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관련 절차를 마치면, 내년 초 한미 FTA가 발효될 예정입니다. 이로써 전세계 GDP의 30%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단일 시장인 미국과 무역국경이 사라지게 되어 우리 경제는 또 하나의 거대한 경제영토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의 물리적 행동, 일부 단체들의 무효 시위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에서는 한미 FTA 발효로 향후 10년간 GDP 6.0% 내외 증가, 신규 일자리 34만개 창출 등의 긍정적인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경제단체들도 우리 경제무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에서는 한미 FTA 발효 후 경쟁에 약한 분야에 대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예산 뒷받침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후속대책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4년을 넘게 끌어온 한미 FTA가 성사됨으로써 한국은 45개국과 FTA를 채결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즉 경제영토를 전세계의 61%로 확대하게 되었고, 유럽, 아시아, 북미 3대륙을 잇는 자유무역 중심국가로 도약할 기회를 얻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회에서도 이와 동일한 평가를 내리며, 한미 FTA 비준동의안 통과 및 발효를 온 마음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이와 더불어, 이참에 남북한 경협을 성사시켜 한반도 전체를 새로운 내수시장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중국과 일본을 한반도 경제블록의 양대 축으로 거듭나게 할 수만 있다면 그 시너지는 한미FTA의 효과를 최대로 극대화시키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렇듯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경제영토를 확보하고 있는 것, 특히 미국과 FTA를 성사한 것이 중국, 일본, 조선(북한)에도 매우 큰 자극이 되어, 우선 중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시급히 FTA 확산 노선을 걷도록 만들 것이며, 또한 북한도 6자회담 및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가일층 노력하는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을 기초로 하는 세계경제 및 안보 판도의 진화과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던져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교착상태에 놓여 있던 한중, 한일 FTA도 새로운 출구를 찾게 될 전망이며, 또한 한미 FTA 발효를 기점으로 안보동맹 뿐만 아니라 경제동맹의 틀까지 짠 한미관계는 그 어느때보다 좋은 밀월시대를 구가하게 됨으로써 이런 바탕위에서 대 북, 대 중국 안보전략에도 새로운 변화와 도전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같이 한미 FTA 발효를 기점으로 하여 한중, 한일 FTA의 긍정적인 논의를 통해 한중일 3국이 경제통합의 기틀을 마련하고, 나아가 안보, 정치, 교육, 교통망 확대 등의 통합의지를 갖고 동북아공동체를 지향해 나간다면 비로소 동아시아는 반도 통일시대와 더불어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여기에 지난 9월 27일 개소한 ‘한중일 협력사무국’이 동북아지역 통합의 허브가 되어 3국간 협력을 가일층 체계화, 조직화, 고도화시켜 나가야 할 명분과 임무가 있다고 봅니다. 본 연구회도 이와같은 시대적 사명을 띠고 3국 협력사무국의 진로와 연계하여 남북한 통일 및 동북아공동체, 나아가 원아시아 구축을 위한 행보에 기초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2011. 11. 25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이승률      
92    지속성장과 한중일 동반협력의 길 댓글:  조회:4536  추천:33  2011-06-04
지속성장과 한중일 동반협력의 길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이승률  1. 제4차 한중일 정상회의의 성과 지난 5월 21일 제4차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도쿄에서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지난 세차례에 걸쳐  3국의 동반자관계 구축을 위한 기본 틀을 공고히 다진 한중일 정상회담은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고 강화 함으로써 각국의 정책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증진하고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명실공히 최고위  정례협의체로 정착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진전과 북한의 비핵화 공동 노력, 원전·재난 대처  협력강화 및 에너지 협력체제 구축을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합의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3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3국의 공동 발전,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전 번영에 기여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2009년 2차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했고, 2010년 3차  정상회의에서 설립 각서를 체결했던 3국 협력사무국(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이 3국  정상의 합의에 의해 올해 7월 본격적으로 출범하기로 공식 선언되었으며, 초대 사무총장에 신봉길 외교통상부 대사가 임명되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3국 협력사무국이 서울에 소재하고 초대  사무총장에 한국인 대사가 임명되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북경, 동경이 아닌 서울에 유치된 것은 유엔을 유치하면서 국제도시로 발돋움한 뉴욕과 같이 서울이 국제적 명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뿐더러 한중일 3국 협력의 허브 국가로서 역내 경제통합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사무국 형태로 시작해 거대한 국제기구로 성장한 유럽연합(EU) 이나 아세안(ASEAN)과 같이 3국 협력사무국이 동북아 나아가 동아시아 협력의 모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2. 한중일 동반협력을 위한 여러 가지 논의  이렇듯 3국의 대화 체제가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는 만큼 각 분야의 협력 논의 역시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중국 동북3성, 극동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북부' 지역의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동북 아 '남부' 지역의 자본·기술·개발경험과 연계시킬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개발을 위한 국제적 금융조달기 관 즉 '동북아개발은행'을 신설하자는 논의(전자신문 2011.5.25)가 있으며, 3국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외환 보유액 관리협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조선일보 2011.6.3)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어제(6월2일) 한중일 3국간 금융협력체제를 논의하는 '동아시아 통화 협력을 위한 한중일 전문가  콘퍼런스'에서 한중일 경제 비중에 따라 'ABC(A3(한중일) Basket Currency)'라는 새로운 단일통화를  만들자라는 주장(조선일보 2011.6.3)도 있었습니다. 또한 동북아 석유물류시장을 선점하고 동북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동북아 오일허브를 구축하자는 논의(전자신문 2011.5.25)와 글로벌 표준 분야에서 한중일 3국이 공동의 표준을 제정해 세계 표준을 선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공조 필요성에 관한 논의(전자신문 2011.6.2)도 있었습니다.    특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되었듯이 자유경제협정(FTA)를 통해 경제공동체를 이뤄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3국은 FTA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여러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 때문에 진전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안보는 맞서고 경제는 맞잡는' 양안(兩岸)과 같은 실용주의를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대만과 중국은 군비 경쟁, 각 군(軍)의 대응전력 구축 등 안보 측면에서는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발효 이후 1000억 달러이상 의 교역 규모를 보이는 등 경제교류 실용부분에서는 밀착을 더욱 강화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투트랙(Two-Track)전략을 선례로 삼아 한중일 3국도 갈등과 대립을 뛰어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서의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부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을 체계화하여 한중일 3국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공진(共進)전략, 즉 지속가능한 초국경 경제협력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금융, 에너지, 물류, 안보 등  제 분야에서 실제적인 호혜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다자협력체제를 공고히 한다면 동북아 및  동아시아 국가들이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입니다.    (제가 특별히 관심하고 있는 분야라서 직접 참석했던 행사입니다만) 같은 맥락으로 지난 5월 25일  '지속성장과 한·중 동반협력'을 주제로한 2011 한중 학술회의(동아일보 2011.5.26)가 있어 소개하여 드립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중국 사회과학원, 동아일보가 공동주최한 이번 한중 학술회의에서 김세원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중 두 국가는 점차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될 것인데 이러한 시점에 양국의 지속가능성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산업과 녹생성장에 관련된 협력 강화를 통해 한중 양국의 지속성장을 이룰 것'을 주문했습니다. 더욱이 신성장동력산업의 밀도 높은 협력과 공동의 녹색성장전략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바구니는 한중 FTA라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향후 진행될 한중 FTA가 신산업 발전과 녹색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관점으로 최근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칭와대에서 열린 한중 안보전략대화 워크숍 에서 '한국이 앞으로 30년 이상 성장해가려면 미국과 연합하고 중국과는 화합하여 동아시아에서 이익과 힘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힌 점은 의미가 깊다고 여겨집니다. 그는 특히 중국이라는  거대한 빙하가 녹아내린 물에 휩쓸려 표류하지 않도록 중국을 역동적 발전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3. 동북아공동체로 가는 길목에서  그러나 한편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면, 이러한 동아시아 지역의 지속성장을 위한 논의에는 한중 뿐 아니라 일본의 동참이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작년 GDP가 중국에 밀려 3위로 내려 앉았고 또 얼마 전에는 동부지역 지진·해일 및 원전사고로 국가적 위난을 당했기 때문에 그 회복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가지고 있는 선진된 기술력과 충분한 자본력은 여전히 중요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EU, 미국 다음으로 세계 경제의 20%를 떠받치고 있는 한중일 3국이 공진(共進)전략을 펴면서 함께 연합할 때 비로소 각 국의 성장은 말할 것도 없고 동북아 역내 시장 활성화 및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하여 동아시아 일체화는 물론 나아가 세계경제 발전 및 평화와 안전을 촉진하는데 선도적인 역할과 시너지 효과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동북아 3국이 글로벌 경제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자는 취지에서 결성한 민간모임인  '한중일 경제통상포럼'이 내일 3일 서울에서 출범하게 됩니다. 한국측 위원장인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  은 '한중일 경제통합은 3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경제통합과 미래 번영까지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  이라고 밝히며 이 포럼을 통해 무엇보다 한중일 경제협력과 통합을 위한 민간분야의 실질적 협력사업을 발굴해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전자신문 2011.6.2) 본 연구회에서도 이와 같은 노력이 동북아공동체로 가는 길목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힘닿는 데까지 최대한의 공조 와 협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이와같이 한중일 3국은 과거사 문제, 국내 정치용 집단이기주의, 영토분쟁 및 민족주의적 폐쇄논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 공존과 상생을 위한 실제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 사업을 체계적으로 전개하여  실질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세계경제의 흐름이 동아시아로 집중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동북아 3국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뤄진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한중일 3국간 협력사무국의 활용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의 서울 유치를  온마음으로 축하하면서, 현재로서는 한중일 통합의 구심점이 다소 미흡한 상황이지만 7월 개소하는  3국 협력사무국을 허브로 삼아 세 나라간 협력을 체계화, 조직화, 고도화시켜 나가는 일에 획기적인 진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시대 발전상은, 대내적으로는 한반도 선진통일의 초석을 이루고, 대외적으로는 亞·太 동반성장과  함께 아시아적(的)가치 (新 실크로드 리더십)를 향상시키는 모멘텀이 되면서 새로운 역사 진보의 물꼬를 트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동북아 3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정치·안보 분야에서도 EU와 같이  공동체를 이루겠다는 통합의지, 상호신뢰와 협력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동북아공동체를 지향해 나간다면  비로소 동아시아는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2011. 6. 3     
91    사통문 팔달령(이승률) 댓글:  조회:3432  추천:42  2011-03-31
사통문(四通門) 팔달령(八達嶺) -이승률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로 ‘東進’이 가속화 되고 있는 시점에 아시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원아시아’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첨부한 여러개 칼럼 참조) 유럽연합(EU)은 6개국으로 시작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모태가 되어 회원국 확대를 단계적으로 도모해 결국 2009년 27개국 회원국을 포괄하는 성공적 지역통합을 이룬 모범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 탄생 과정에서 보듯이 '원아시아' 실현의 초석은 역내 경제의 중심인 한중일 동북아 3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국가연(ANEAN)일 것입니다. 특히 지난 중국 쓰촨성 지진과 얼마전 일본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은 원전사고를 보면서 이러한 재난으로부터 한반도만이 예외이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남의 일만이 아닌 함께 극복해야 하는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즉 아시아 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한국, 중국, 일본이 분열에서 벗어나 통합으로 함께 나 아가는 작업이 선행되고 점차 이해관계가 맞는 역내 국가들과 통합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원아시아' 구축의 첩경일 것입니다.매일경제는 최근 'One Asia, 한국이 시동을 걸어라라'(2011.3.22)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원아시아' 논의 의 추진동력이 될 한중일 3국의 협력과 통합을 위한 5가지 지렛대(leverage)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째,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은 '원아시아'로 가는 돌파구, 둘째, 프리패스 카드 제도 도입, 셋째, 아시아 평화기구 창설 제안, 넷째, 역내 공동투자펀드 설립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융협력 안전망 구축이라는 5가지 지렛대를 이용하여 '원아시아'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5가지 지렛대와 그동안 본 연구회에서 핵심적 가치로 두고 연구해 온 동북아지역 공동체사회 조성을 위한 4가지 대안적 방법론, 즉 한중일 공동FTA, T&T(한중일 해저고속철도 프로젝트),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운동, NATO식 다자안보협력체를 접목하여 '사통문(四通門) 팔달령(八達嶺)'이란 주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즉 동북아 연합으로 나아가는 네가지 관문을 통(通)하여 여덟개의 고개(嶺)를 넘어서 '원아시아'라는 새판(New Normal Board)를 짜보자는 주장입니다. 먼저 첫 번째 관문은 한중일 경제협력입니다. 아시아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한중일 경제권의 협력은 '원아시아' 추진에 핵심적인 전제조건 일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수준의 합의가 아니더라도 일단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교집합을 찾아 그 범위를 확대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외환보유액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므로 이러한 자본으로 역내 위기 방지를 넘어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금융협력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한중일 경제협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먼저 한중일 공동FTA가 체결되고 이와 함께 아시아 단일 통화 준비를 포함하는 역내 금융 안전망이 구축 된다면 이는 '원아시아'로 나아가는 두 개의 큰 고개를 넘는 것과 같은 일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관문은 한중일 지역을 넘나드는 초국경 지역개발의 교통대로(交通大路)를 열자는 것입니다. 먼저 동북아의 중심에 있는 한반도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한·중-한·일 해저터널과 같은 초국경적 협력사업을 기획하여 아시안 하이웨이(Asian Highway)와 아시안 초고속철도망에 통합 시스템으로 연계함으로써 일본-한반도-중국과 러시아대륙 뿐만 아니라 동남아-중앙아시아-중동지역에 이르는 원아시아'의 대동맥인 초국가적 대중교통 인프라 건설을 계획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아시아 국가들 상호간에 현격한 경제력 수준 차를 허물기 위한 역내 공동 인프라투자 펀드를 만드는 일도 적극 고려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초국경적 협력의 예로는 UNDP가 주도하고 있는 대두만강지역협력(GTI)과 중국 국무원에서 올해 2월 비준한 산둥반도 란써경제구(blue economic zone)의 '한중일 경협 실험구' 육성 계획에 인접 국가들이 공동 참여 하고 있는 것과 몽골과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자원개발에 주변 국가들이 공동 참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즉 국가별 개발의 한계를 넘어선 초국경 교통 및 지역개발(Cross-Border Transportation & Regional Development) 사업을 도하고, 이를 위한 역내 공동 인프라 투자펀드 설립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원아시아'로 나아가는 두 개의 큰 고개를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관문은 인적 교류의 장벽을 허무는 일입니다. 공동체를 구축하려면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간에 각 분야에서 대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적 교류에 따른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유럽에서 시작된 에라스무스 운동을 아시아에 도입하여 대학간 공동학위제, 학생이동, 인턴 및 취업 장려 시스템을 갖춘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운동으로 젊은 세대들 간의 활발한 교류를 촉진시킴으로써 '원아시아'의 인적자원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같은 사례로 현재 한중일 대학생이 만든 국제단체인 '오발'(OVAL· Our Vision for Asian Leadership)은 2003년부터 매년 비즈니스 콘테스트를 열어 각국 현안을 함께 고민하며 한중일 대학생 네트워크를 통해 우의를 다지고 있는 좋은 실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회원국 간 경제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APEC 기업인여행카드제도를 모범사례로 삼아 '아시아 프리패스 카드'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인적 교류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운동과 프리패스 카드 도입이라는 두 개의 고개를 넘을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관문은 역내 경제의 지속적 협력을 위한 선결조건은 결국 역내 평화정착이라고 볼 때, 아시아의 긴장완화는 필수적일 것입니다. 동북아지역은 각종 안보의 불안요인이나 첨예한 이해갈등이 상존하는 지역이지만 이를 상시적으로 논의할 정부 간, 다자간 안보협의체가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일본이 찬성하고 있으며 중국은 북한 감싸기의 부담이 가중되는 등 동북아 지역에도 안보협의체 창설 토대가 상당히 성숙되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사고가 동북아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동북아 다국적 신속대응군'(정경영 카톨릭대 교수)과 동북아 원자력 공동운명체(지만수 동아대 교수)에 대한 주장은 이러한 다자간 안보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실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한중일 3국 간 공동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예방하고 희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으로서 이미 세차례에 걸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재해·재난 등 초국가적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되어 제도화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동북아 지역평화 및 안정을 추구하는 동시에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소프트랜딩(1단계: 공존 상생의 기초확립, 2단계: 1국양제 시스템, 3단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의한 완전통일)을 지향하는 '아시아 평화기구'같은 다자간 협력체 창설을 통해 동북아 지역의 긴장완화를 도모해봄직 하다는 것입니다. 이럴때 제안할 수 있는 것이'서울'을 한반도의 정치·경제 수도로, '평양'을 6자회담 당사국과 UN이 공동 참여하는 동북아 다자안보 수도로 균형 축을 이루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될 만하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NATO식 다자안보 협의체와 '아시아 평화 기구' 창설이라는 대안을 통해 '원아시아'로 나아가는 두개의 고개를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통문(四通門) 팔달령(八達嶺)을 통한 동북아 연합을 전제로한 '원아시아' 구축에서 무엇보다 필수적으로 점검해야 할 사항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요체라고 할 수있는 한반도의 중간 매체적 역할 (Hub & Linchpin 역할)일 것입니다.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한국의 조정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환영 기자 같은 분은 중앙일보(2011.3.23) 사실을 통해 앞으로 아시아가 세계 중심이 될 때 한국이아시아 지역에서 선도국가가 되지는 않더라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만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거대 이웃의 균형을 잡아주는데 유리한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지리적 조건이 동북아의 중심에 있어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축 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으며, 아시아 전체와 공유할 수 있는 민주와 산업화를 모두 이룬 경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충분히 활용하여 중·일 양국사이에서 전략적인 가교 및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아시아 지역에 문화와 선진경제의 경험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면 역내 협력 및 공동체 구축에 있어 주도권(*매개의 변증법)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이웃 국가들과의 다자협력을 통한 공동체적 연합을 결성하는 과정에서 초국경 국제협력의 일원으로 북한을 참여시킴으로 한반도 분단 극복의 새로운 질서(New Normal)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선린공동운명체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결국 동북아공동체라는 개념은 허울이 아닌 실질적인 문제이며, 이것은 나아가 동아시아공동체 및 '원아시아'의 결속과번영을 실현하는 최접근경로가 될 것입니다.   2011.3.30   
90    한국에서 본 재중동포의 지위와 역할 (이승률) 댓글:  조회:6964  추천:43  2010-09-24
 한국에서 본 재중동포의 지위와 역할 이승률 한국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연변과기대 부총장Ⅰ. 조선족의 독특한 민족속성 1. 조선족의 정체성  조선족의 중국 이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150여 년 전인 조선 말기부터 시작되어, 일제의 한반도 강점이 시작된 이후 1918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 약 4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 민족의 항일 독립 투쟁에 참여했고, 해방 후에는 중국 공민의 일원으로 편입돼 변경 지역의 패쇄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숱한 고통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면면히 조선 민족으로서의 민족 문화를 지켜며 연변 조선족 자치구를 일구어왔다.인구가 325배나 많은 12억 명의 한족과 함께 살면서 한족문화와 언어를 배척하지도, 민족문화와 민족어를 잃지도 않은 조선족은 현재 약 200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과 한중수교(1992)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인재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2. 조선족의 민족성과 변연복합문화(邊緣複合文化)조선족은 한반도에서 이미 하나의 단일민족으로서의 한민족성과 자체의 한민족문화가 형성된 후 중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언어, 문자, 생활습성, 음식문화, 민족감정, 민족의식 등 여러방면에서 한민족의 민족성을 지켜왔다. 더불어 장기간 중화민족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투쟁 속에서 점차 중화민족의 민족 속성도 습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원래의 한민족 민족 속성과 중화민족의 속성을 함께 지닌 이중 민족 속성을 구비하게 되었다. 또한 조선족은 태어나면서부터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습득하는 환경에서 자란다. 그리고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 선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고등학교 이후 일본어 또는 영어까지 교육받는다. 이와 같이 중국의 한반도 양대 국가 사이에 끼어 있는 변경 소수민족으로 이중 문화를 무리 없이 융합하고 재창조하는 유연한 문화적 감성적 특질을 생래적으로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변연복합문화(邊緣複合文化)형의 구역 가치와 경쟁력을 갖춘 집단으로 성장해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인정이 많고 우애롭다. 여기에 근면한 성품과 명석한 두뇌로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가장 뛰어난 민족으로 평가받고 있는 다중지능 인재라 할 수 있다. 3.주목받는 조선족의 국제성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이 국경을 맞댄 중국 지린성 연변 조선족자치주는 철조망과 폭이 좁은 두만강이 국경선으로 된 특이한 접경지대이다. 접경지대라는 지역적 특성과 한민족의 높은 교육열, 특히 세계 어느 민족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언어 능력이 합해져 국제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본 자질을 갖춘 인물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Ⅱ.조선족의 중국 내 정치적 위상 1.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며, 이들의 화합이 나라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중국은 소수민족에 대한 민족구역자치정책에 따라 합리적이고 인도적으로 국가 통일과 민족 단결, 사회 안정과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 내 각 민족은 언어, 문자를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민족적 다양성과 민족의식, 민족문화의 발전을 허용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은 조선족이 제도적 행정적인 면에서 중국 정부의 지배를 받는 중국 국민인 동시에 정신적으로는 한반도 남북의 영향을 받는 한민족의 동포로서 정체성을 갖게 한다. 2. 개혁개방이후 조선족 사회의 변화 중국의 개혁개발 흐름을 타고 조선족 사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영역들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면, 중국 중앙정부가 국가급 개발계획으로 비준한 장춘(長春)과 지린, 투먼(圖們)을 잇는 두만강 유역 개발계획(창지투 계획)은 3국 접경지대인 이 지대를 국제산업단지를 육성해 경제 규모를 2020년까지 현재의 4배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중국 동북3성과 러시아 연해주, 북한,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의 핵심 배후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조선족의 고향이며 우수한 언어사용 능력 등이 어우러지며 조선족 사회의 도약의 발판이 되고 있다. 3. 한중관계변화와 조선족 사회의 변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두 나라는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교류를 진행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맺은 이래 더욱 폭넓은 발전의 기초를 다졌으며,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로 인하여 한중 경제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선족은 양국의 언어 사용이 가능하다는 호조건을 살려 한중경제협력의 중개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문화적, 경제적으로 한반도와 중국을 연계시키는 인적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많은 조선족들은 한국에 진출하거나 재중 한국 기업에 취업하여 일하고 있다.  4. 중국내 모범적인 소수민족 사회로의 등장점차 심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중국 내부의 소수민족과 한족 간의 갈등을 일방적인 억압과 규제로 증폭시킬 것인지, 아니면 상생과 협력의 관계로 완화시켜 갈 것인지에 대해 중국 사회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민족으로서 부각되고 있다. 조선족 인재들이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많은 중국인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자신들만이 아니라 중국 내부에 있는 여러 소수민족의 미래에 대해서도 공동의 책임감을 느끼고 적절히 대응해 나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5. 중국의 동북아전략으로 구축  조선족 사회는 한반도와 중국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줄 수 있는 문화적이고 경제적인 공동구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조선족 사회의 이중 언어적 문화기능을 극대화시켜 한반도, 남북문제 나아가 동북아지역 국제협력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전략적인 문화구역으로 건설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조선족 사회가 동북아 지역협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그들의 복합문화자원의 조정력과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더욱 기여하게 될 것이다.  Ⅲ. 조선족 사회가 한중 교류에 미치는 영향 1. 동포사회로서의 민족적 유대관계 역할조선족은 세계 한인사회의 일부분으로서 그 민족적인 유대관계로 인해 한중관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 조선족과 한국 간의 교류 초기에 일부 조선족들은 모국의 구성원이 된 듯, 일부 한국인은 조선족을 우리나라의 당연한 구성원으로 착각하였다. 이러한 민족감정에 치우친 인식으로 인해 조선족들의 모국에 대한 기대감은 차츰 실망감으로 바뀌었고 한국인들의 자세 역시 부담거리로 간주하는 쪽으로 흐르며 불신의 골이 점점 깊어졌다. 이러한 갈등을 거듭하면서 조선족은 점차 중국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한국인들도 조선족 사회를 중국 국민집단으로서의 동포사회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을 전제로 하여 조선족 사회는 점차 양국 간의 중개자 역할을 담당함으로서 한국과 중국 사회 발전에, 민족의 화합에, 나아가서는 동북아평화와 공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선족은 한중교류에서 중개적인 작용 뿐 아니라 양국관계를 조화롭게 만드는 조해(調解)자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2. 한·중 간의 경제, 문화교류의 매체적 역할1) 한중관계에서 조선족의 사회적 위치조선족 사회는 비교적 완벽한 변연문화 체계를 지키고 있으므로 미래 한중 관계발전에 있어 중요한 매체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동북아 지역협력에서의 전략적인 중개구역을 형성할 수 있으므로 한중관계의 발전에서 더욱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중관계발전에 있어서의 미래지향적인 조선족 사회의 위치이다. 2) 한중 협력과 조선족의 역할 a. 한중관계의 중개자 역할 상이한 문화체계를 가진 두 국가 간의 교류는 문화적 장애로 인해 이해를 위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조선족 사회의 역할로 한중간의 교류는 문화적 장애를 뛰어넘어 빠른 시간 내에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한중 관계 발전에 따라 조선족의 한국 진출이 대규모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조선족 문화의 강점이 작용하였고 또한 조선족의 중개역할이 체현된 것이다. 동시에 조선족의 중개역할로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지 불과 18년만에 이루어진 이와 같은 교류는 중국 조선족들이 직간접적으로 한중 경제교류 중개에 참여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b.한국기업의 대중국 진출에 있어 교두보 역할 한국인 관광과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중개적 지역은 연변 조선족 사회이고 가장 중요한 매개자 또한 조선족이라 할 수 있다. 한국기업의 대중국 진출에 실패한 사례를 분석해보면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결핍되어있고, 중국 문화에 적응하려는 시도가 적은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중국 진출에서 성공할 수 있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한국인과 조선족 간의 화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중국 측면에서는 조선족이 한국의 많은 투자를 유치하는 촉매역할을 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Ⅳ. 조선족 사회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1. 한반도 내에 조선족의 위치위치상 세계의 변방에 있으며, 남북 분단과 중국 및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과제로 안고 있는 한국과 조선족 사회는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변방에 있으면서 한반도와 중국의 접경지대에 살고 있어서 간도(間島)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분단된 모국 즉 한국과 북한 양쪽을 공히 잘 대응해야 하는 이중 구조 속에 살고 있다. 2. 한반도 남북관계 개선에 중개적인 매체 작용과 조해(調解)역할1) 남북의 문화전환계통 역할한반도의 중요한 동포사회로서 중국 조선족 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한반도 남북의 접촉과 관계개선, 나아가서는 통일문제에까지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 원인으로 한반도의 남과 북 사이에서 중요한 문화전환계통, 즉 문화를 중심으로 경제, 무역, 기술교류에 있어서 중립적 중개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우선 조선족은 한반도의 양측과 혈연관계가 있는 민족이며, 조선족 사회는 사회주의 문화와 자본주의 문화 양쪽에 모두 익숙하며 현실적으로 남과 북 간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내왕할 수 있는 교통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조선족의 이점을 활용한다면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세월 속에서 서로 다른 이념에 기초 한 상이한 문화체제를 가지고 있는 남북의 문화를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문화신호로 전환하여 각각 전달함으로서 문화적인 소통과 융화를 이루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선족 사회는 남북한과의 교류에서 기본상 중립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므로 남북 간의 문화충동에서 우호적인 완충지대(Buffer Zone)로 부각되고 있다. 2) 북한 주민의 시장경제 교과서 역할두만강 무산광산 지역에 버려져 있던 폐석을 북한 측으로부터 사들인 것은 북한과 교류가 빈번한 조선족 기업이다. 이를 통해 아무 대책 없이 강변에 버려두었던 폐광석을 통해 북한 경제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북한이 버려진 폐석들을 조차도 기술이 있으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더불어 시장경제 논리를 습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대형 기업들과의 거래 뿐 아니라 심지어는 일개 보따리 장사들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시장경제를 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소위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도매로 의류나 여성용품들을 사들여 이를 중개무역 형태로 되팔기 위해 북한 국경을 넘나드는 조선족 보따리 장사들이 상당수이다. 이들은 폐쇄적인 김정일 체제 속에서 시장경제를 전혀 모르는 북한 주민들에게 배급이 아니라 재화의 교환 형태로 이루어지는 시장경제의 매커니즘을 가르치고, 실제적인 변방 무역의 민간경제교류를 현실화 시켜주고 있다. 장차 통일이 될 때를 대비하여 북한 주민들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습득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3) 북한 주민들의 의식 개방 유도 역할 남북의 통일과정에서 남북의 정보교류가 한계에 처한 상황에서 남북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조선족이 남한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상황을 북한주민에게 전달할 수 있고, 북한의 상황을 남한에 정확히 알릴수가 있다. 특히 개혁개방을 실시한 사회주의 국가들 중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인 중국의 경험을 북한에 전달하여 점진적인 개방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조선족의 역할의 중요하다. 사실상 중국의 많은 성공적 경험담이 이미 조선족 사회를 통해 북한주민들에게 전달되었고 또 지금도 부단히 전달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전파는 의식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문화기능의 역동성이란 면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4) 남과 북의 화해자의 역할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근무하는 조선족, 이산가족 만남 연계, 조선족의 중계로 이루어진 남북한 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학술회의 등 비록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에 조선족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조선족 사회의 매개적인 역할은 남북 간의 이념적인 대결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통일문제, 경제협력 등 미래의 남북 간의 교류에서 더욱 큰 중개 매체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Ⅴ. 동북아시대 조선족의 초국가성 1. 다문화 사회의 중요한 행위자로 인식 전 세계 170개국에 살고 있는 700만 명의 재외동포는 오랫동안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상이한 문화 집단과 공존하는 방법 및 기술을 체득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재외동포의 역사와 현재 위상에 관한 연구는 한국사회의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다. 그 가운데 중국 항일전쟁과 해방전쟁의 과정을 겪으며 민족문화와 한민족 정체성을 지켜낸 조선족 동포의 성공적인 경험을 한국 다문화 사회의 교훈과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동북아시대 주류사회로의 등장을 위한 준비오늘날 국제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세계화’와 ‘지역화(블록화)‘의 이중적 갈등 구조를 풀어 가는 데는 세계와 지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매체집단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화경제권을 배경으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크게는 일본과 북한까지 포함하는 동북아지역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집단이 있으니, 이는 곧 조선족 사회다. 동북아 국제 협력에 있어서 유능한 매체 집단으로 등장한 조선족 사회를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성 있는 단계로 이끌어 내어 한중간, 북중간, 중일간의 공동 문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어와 한국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일어와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조선족 사회의 복합문화력을 장차 도래할 동북아공동체의 징검다리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육성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조선족 사회에 대해 편협한 민족주의에 의한 값싼 동정심으로서가 아니라, ‘열린 민족주의’의 순수한 인류애(人類愛)적 차원에서 조선족의 미래를 바라보고, 이를 토대로 한민족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와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을 지키는 유용한 인재집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89    대륙-대만합작시대와 한반도 비방록 (이승률) 댓글:  조회:5954  추천:55  201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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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중국과 한반도 대책비망록 (이승률) 댓글:  조회:5868  추천:65  201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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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동북아시아 集團知性 조선족을 주목하라 ! 댓글:  조회:4118  추천:52  2010-05-10
동북아시아 集團知性 조선족을 주목하라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이승률 회장 주한 네덜란드 투자청장인 ‘해리.워던’ 은 작은 네덜란드가 유럽무역의 관문으로 성장한 배경속에는 그들이 적어도 3-4개 외국어는 자유롭게 구사하는 원인이 있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에 따르면, 네덜란드인은 영어, 불어, 독어, 이태리어중, 2-3가지는 완벽하게 구사하는 어학교육을 받는다는 것. “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들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구사합니다. 또 그들은 제2 외국어로 일본어를 많이 선택하고 있습니다 ” “ 얼마전 일본 구마모토 市에서 열린 국제기술교류회의에 참석했는데, 참석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1가지 언어, 두가지 언어, 세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그룹을 별도로 구별해 보았습니다. 당시 한국.중국.일본인들은 대부분 1-2가지 언어만 구사하는 그룹에 속했지만 유독 조선족 출신의 일본 유학생은 모두 중국어.한국어.일어등 3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이승률 회장(사진)이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최근 이승률 회장은 한-중-일간의 민간교류 중요성을 부쩍 강조 하고있다. 또 동북아 경제권이 세계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중국.한국,일본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비젼을 공유하고 세나라가 상호보완적이며 윈-윈에 기반한 동북아 3국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을 제시하고 있다. 이 회장에 따르면, 각기 문화.언어가 다른 3국이 연계된 동북아 경제권을 조화있게 끌고나갈 인재들은 조선족이 가장 유력하다는 것이다. “ 그동안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닫힌 민족주의가 아닌 열린 민족주의 차원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 이승률 회장은 교육을 받은 조선족은 중국 식자들사이에서도 앞으로 큰 역할을 할 동북아경제공동체의 집단지성으로 보고있다고 말한다. “ 한.중,일 간의 역사.문화.생활.경제등 여러분야內 이질적인 갈등요소를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유롭게 풀어나갈 집단은 조선족이 가장 유력합니다 ” 연변 과학기술대학 대외담당 부총장으로 우리들에게 더 잘알려진 이승률 회장의 조선족에 대한 인재경영철학은 이제 더 이상의 '선택'이 아닌 ‘필수’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한뉴스 국제부 이명근 기자
86    조선족사회대망론(待望論) (이승률) 댓글:  조회:4793  추천:40  2010-04-05
조선족사회대망론(待望論) 이 승 률  연변과기대 대외부총장  중국과 함께 중국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은 이 시대의 국제 정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이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비단 외국 국적을 가진 특수 계층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 안에 있는 양식 있는 지식인들과 사회단체 리더들도 ‘더 큰 중국’을 바라보며 중국과 세계를 합목적(合目的)적으로 이해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중국 역시 세계화 시대에 적응하면서 이젠 국가 정체성과 체제 유지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실생활 면에서 개인의 자유와 평등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 30년의 업적은 연평균 10%에 가까운 경제 성장과 세계 3위의 경제 규모를 기반으로 중국 특유의 정치 제도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힘을 실어 주었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해 연말 개혁·개방 30주년 기념사에서 “이 모든 성과는(우리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선포했다. 그는 이어서 “부단한 정치 체제 개혁 없이는 지속적인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인류 정치 문명의 유익한 성과를 참고하겠지만 절대로 서방 정치 체제를 그대로 모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중국의 학자 가운데 일부는 최근 중국의 발전 양식을 ‘중국 모델’ 또는 ‘베이징 컨센서스’라고 부르며, 하나의 모델로 전파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베이징 주재 하종대 특파원(동아일보사)은 “중국 개혁·개방의 성공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반대로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와 결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서 “개혁·개방은 자유와 민주, 인권과 법치 등 인류 보편의 가치와 결합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시장경제의 채택으로 국가가 속박했던 개인의 경제 자유를 보장했기 때문에 초고속 발전이 가능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학계 내의 많은 학자들도 지도부의 ‘중국 특색’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는 않는다. 상당수 학자들은 중국이 자유와 민주, 인권과 법치 등 세계 보편의 가치와 함께 갈 때만이 개혁·개방에 성공하고, 나아가 중국의 최종 목표인 현대화를 완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개혁·개방 30주년 기념사에서 ‘중단 없는 개혁·개방’과 ‘중국 특색의 정치 체제 개혁’을 외쳤지만, 이 ‘특색의 정치 체제’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하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내 학자들 사이에 중국이 과연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정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하종대 특파원의 칼럼을 읽고 나서 나는 문득 지난해 3월 말 베이징대 컨벤션센터, 즉 ‘영걸 교류 중심’의 프래스 홀(Press Hall)에서 열렸던 ‘21세기 동북아 협력과 『동북아 시대의 조선족 사회』 출판발행좌담회’를 떠올리며 여러 가지 깊은 상념을 갖게 되었다. 그 좌담회는 다름 아닌 나의 졸저 『동북아 시대와 조선족 사회』(박영사, 2007)의 중문판 출판을 기념하여 베이징대 동북아연구소가 주최해 준 행사였다. 좌담회 식장에는 중국사회과학원·베이징대·인민대·중앙민족대 등에서 다년간 국제 관계와 소수민족 문제를 다뤄 온 전문학자들과 주요 기관장, 기자단, 축하객들이 많이 참석했다.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출판좌담회의 주요 맥락은 한마디로, 동북아 국제 협력에 있어서 유능한 매체 집단으로 등장한 조선족 사회를 보다 더 창의적이고 생산성 있는 단계로 이끌어 내어 한·중 간, 북·중 간, 중·일 간의 공동 문화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중국어와 한국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일어와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조선족 사회의 복합 문화력을 장차 도래할 동북아경제공동체의 징검다리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육성하자는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되었다.   중국의 교육 문화 핵심기관인 베이징대에서 이러한 논의가 진지하게 토론되고 협의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참으로 감개무량한 ‘민족애’를 느꼈다. 이러한 ‘민족애’는 편협한 민족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동시에 뿌리 의식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끼는 감정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닫힌 민족주의’가 결국 순수한 민족애로 끝나지 않고 악독한 국수주의로 변질되어 그 민족 자신을 멸망의 길로 이끈 사례들을 우리는 세계 역사를 통해 뚜렷이 알고 있다. 독일의 파쇼 집단이 그랬고,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그랬다. 내가 조선족 사회에 관한 책을 쓰면서 줄곧 주장한 것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윈-윈 패러다임(Win-Win Paradigm)의 정신이었다. 즉 ‘Open Mind & Network, Global Standard, Positive Sum Game’에 임하는 정신 자세와 태도였다.  특히 오늘날 국제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세계화’와 ‘지역화(블록화)’의 이중적 갈등 구조를 풀어 가는 데는 세계와 지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매체집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사람의 인지도와 상호관계(Networking Relationship) 속에서 생겨난다고 보는데, 이런 관점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화경제권을 배경으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크게는 일본과 북한까지 포함하는 동북아지역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집단이 있으니, 이는 곧 조선족 사회다. 일찍이 맹자는 왕도론(王道論)에서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고 말했다. 즉 좋은 시기는 유리한 지형만 못하고, 유리한 지형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는 뜻이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의 화합이란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조선족은 좋은 시기와 유리한 위치 그리고 사람의 화합,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조선족의 중국 이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150여 년 전인 조선 말기부터 시작됐다. 그러다가 일제의 한반도 강점이 시작된 이후 1918년까지 집중적으로 늘어나 약 4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그들은 일제강점기 조선 민족의 항일 독립 투쟁에 참여했고, 해방 후에는 중국 공민의 일원으로 편입돼 변경 지역의 폐쇄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숱한 고통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면면히 조선 민족으로서의 민족 문화를 지켜 왔다. 현재 약 200만 명으로 늘어난 조선족 사회는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과 한중수교(1992)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인재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는 흔히 신문명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거대한 변화의 분기점에 와 있다. 미래학자 죤 나이스비트가 말하는 ‘탈(脫)중심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접경 국가들 사이에서는 ‘중층성 다공화’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민족·영토·국가와 같은 전통적 규범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초국가주의(Transnationalism)적인 경향을 바탕으로 EU와 같은 초국가 연합체를 지향하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위치상 세계의 변방에 있는 한국도 이와 같은 시대 변화 가운데 어떻게 세계 속의 한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며, 또한 남북 분단과 중국 및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어찌 보면 중국의 조선족 사회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변방에 있으면서 한반도와 중국의 접경지대에 살고 있어서 간도(間島)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또한 분단된 모국 즉 한국과 북한 양쪽을 공히 잘 대응해야 하는 이중 구조 속에 살고 있다. 이와 같이 복잡한 여건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집단이 바로 조선족 사회인 것이다.  여기서 잠시 2년 전에 일본 구마모토 시에서 ‘제7차 환황해 경제·기술교류회의’가 열렸을 때의 일을 떠올려 본다. 이 국제회의는 한·중·일 3국의 산·학·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수준 높은 엘리트 그룹의 국제 행사이다. 그런 만큼 나는 더욱 호기심이 발동하여 계획에도 없던 특별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해 봤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어느 한 세션에 참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하는 그룹,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그룹, 그리고 세 가지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그룹을 별도로 구별해 보는 일이었다. 그때 모인 한국인·중국인·일본인들의 대부분은 한 가지 언어 또는 두 가지 언어 사용자 그룹으로 모였는데, 유독 조선족 출신의 일본 유학생들과 취업 인력들만이 세 가지 이상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그룹으로 분류됐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내심으로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실제로 조선족은 태어나면서부터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습득하는 환경에서 자란다. 그리고 고등학교 이후에는 일본어 또는 영어까지 교육받는다. 이와 같이 중국과 한반도 양대 국가 사이에 끼어 있는 변경 소수민족으로 이중 문화를 무리 없이 융합하고 재창조하는 유연한 문화적·감성적 특질을 생래적으로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변연복합문화(邊緣複合文化)형의 구역 가치와 경쟁력을 갖춘 집단으로 성장해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인정이 많고 우애롭다. 남의 고통을 좌시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미덕을 잃지 않고 있다. 여기에 근면한 성품과 명석한 두뇌로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가장 뛰어난 민족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중지능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육심리학과 하워드 가드너 박사가 주장한 것으로, 인간의 지능을 단순히 IQ인 지능 지수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능력·창의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다중지능은 언어·논리 수학·음악·공간·신체운동·인간 친화·자기 성찰·자연 친화 등 여덟 가지로 나누어 평가되는데, 나는 조선족이야말로 중국 내 최고의 다중지능 인재들이라고 믿는다.  사업에 있어서도 이들은 소수민족 가운데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대사업가가 상당수다. 1980년대 중국 개혁·개방 초기 때 전국 10대 기업가로 추앙받던 창녕그룹의 석산린 총재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시장경제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북한과 인접해 있는 국경지대에서는 다양한 변경 무역이 성행했는데, 거기에서도 조선족 기업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북한 나진항의 무역특구 같은 곳에 조선족 건설업계가 진출해 있으며, 두만강 무산광산 지역에 버려져 있던 폐석을 북한 측으로부터 사들인 것도 북한과 교류가 빈번한 조선족 기업이다. 두만강변 무산광산에는 북한이 캐다가 버린 폐광석이 널려 있다. 북한은 이것을 재가공할 산업 시설이나 기술이 없어 아무 대책 없이 이를 강변에 버려두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조선족 기업에서 폐석을 사들여 북한 경제에 도움을 주고, 반대급부로 이 기업은 폐석을 재가공해 팔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하루 15톤 트럭 100대가 무산광산을 드나들 정도였다. 그 과정을 통해 북한은 버려진 폐석들조차도 기술이 있으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한 조선족과의 거래가 중국인들과의 거래보다 훨씬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경험했을 터이니, 나는 그런 면에서 이러한 변경 무역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실 조선족 사회는 이런 대형 기업들뿐 아니라 심지어는 일개 보따리 장사들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시장경제를 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소위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도매로 의류나 여성용품들을 사들인 뒤, 이를 중개 무역 형태로 되팔기 위해 북한 국경을 넘나드는 조선족 보따리 장사들이 상당수다. 이들은 폐쇄적인 김정일 체제 속에서 시장경제를 전혀 모르는 북한 주민들에게 배급이 아니라 재화의 교환 형태로 이루어지는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을 가르치고, 그 요령을 알게 하는 첨병들이다. 장차 통일이 될 때를 대비하여 북한 주민들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이들이 가르쳐주고 있는 셈이니 우리로선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지금 조선족은 동북아 시대의 패권을 놓고 중국·일본·한국의 기업들이 모두가 탐내는 최고의 인재 그룹 파트너로 성장해 있다. 타고난 지리적·문화적 특수성으로 인해 다문화 사회에 적응하는 유연한 기질과 재능을 갖춘 조선족들은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매우 적합한 이상적인 촉매자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인구수가 적고 중국의 소수민족 통치 방식에 묶여 있어서 중국 사회 속에서는 여전히 약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장차 인재 양성과 국제 교류 등으로 왕성하게 거듭날 수 있다면, 조선족 사회는 초국가주의 신문명 시대를 준비하는 ‘코스모폴리탄 매트릭스’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이 동북아 사회를 하나의 역사공동체로 거듭나게 하는 일에 유용하게 쓰임받는 선구자적 위상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30년간의 중국 발전상을 살펴볼 때, 가장 중요한 관건은 1970년대 말 이후 개혁·개방과 함께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함과 동시에 국가가 속박했던 개인의 경제자유권을 보장했기 때문에 초고속 발전이 가능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족사회가 갖고 있는 이러한 시대적 역량을 증진시켜 앞으로 중국을 동북아공동체사회의 튼튼한 기초 베이스로 만드는 일에 촉진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조선족 인재 집단이 국제사회에서 자유·민주·인권·법치 등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결합하는 또 하나의 창의적인 통로로 쓰임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조선족 사회도 엄청난 책임감을 갖게 되리라 본다. 조선족 인재들이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많은 중국인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중국 정부로 하여금 소수민족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점차 심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중국 내부의 소수민족과 한족 간의 갈등을 일방적인 억압과 규제로 증폭시킬 것인지, 아니면 상생과 협력의 관계로 완화시켜 갈 것인지에 대해 중국 사회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민족으로서 조선족을 가장 유력시할 만하다. 이와 같이 조선족 사회는 자신들만이 아니라 중국 내부에 있는 여러 소수민족의 미래에 대해서도 공동의 책임감을 느끼고 적절히 대응해 나갈 준비를 할 수 있어야겠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선족 사회에 대해 편협한 민족주의에 의한 값싼 동정심으로서가 아니라, ‘열린 민족주의’의 순수한 인류애(人類愛)적 차원에서 그들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겠다. 이를 토대로 한민족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포지티브 섬’을 지키는 유용한 인재집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누가 이 시대를 이끌 것인가 中)
85    『아시안 퓨전 로드맵 』 댓글:  조회:5211  추천:42  2009-10-07
『아시안 퓨전 로드맵 』   K형, 오랜만입니다.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겠지요. 저도 가족을 데리고 고향 갔다가 어제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KTX를 타고 오는 도중에 유럽연합(EU)이 거대한 정치적 통합체로 거듭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지난 2일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EU의 미니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조약 비준 동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는 뉴스였습니다. 이제 27개 EU회원국 가운데 25개국이 비준을 마쳤으며, 남은 국가인 폴란드와 체코까지 연내 비준을 끝낼 경우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리스본조약이 발효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을 웃도는 경제력을 가진 EU가 정치적 통합까지 하면서 새로운 수퍼 파워로 부상하게 될 경우, 미국과 중국의 G2구도에 EU가 가세함으로써 세계질서도 새롭게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기반위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도 협조할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토니 블레어 전(前)영국 총리가 초대 대통령으로 뽑힐 가능성이 큽니다. 이로써 독일과 프랑스 등 6개국이 1957년 공동시장의 필요성에 따라 로마조약을 체결하며 경제통합으로 첫발을 뗀지 52년만에 EU는 정치·경제 통합체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EU가 정치적으로 통합되고 대통령이 생기면 회원국들은 더욱 강해진 결속력을 바탕으로 27개국이 한나라처럼 행세하게 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인접대국인 러시아는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미국과 중국조차도 EU의 눈치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세계를 삼분화하는 ‘삼족정립론(G3)'시대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고 봐야 할것같습니다.   K형, 여기서 이제 우리 문제로 이야기를 돌려봅시다. 일본이 경기침체로 내부고층이 크지만 아직도 여전히 세계2위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 하토야마 정부가 뜻밖에도 ‘EU판 동아시아 공동체’를 들고 나왔습니다. 미국과 일정 거리를 두면서 아시아 중시 정책의 하나로 중국에 접근하는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실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건국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화민족 부흥을 전 세계에 선포한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의 열병식과 국민대행진 광경을 다시한번 눈여겨 보십시오. 핵미사일, 조기경보기, 3세대탱크 등의 첨단 신무기를 앞세우고 20여만 명이 참가한 이번 건국 기념행사는 문자 그대로 ‘대당제국(大唐帝國)의 부활’을 상징하는 무력시위였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국가자본력에 힘입은 중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단계를 거쳐 마침내 대국굴기(大國堀起)로 용의 발톱을 드러낸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이와같은 중국의 거대한 변화는 신아시아주의(동아시아공동체론)를 내걸고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일본의 야심과 어떻게 조우할것인가가 큰 관심입니다. 그 사이에 넛 크래커처럼 끼어 있는 한국은 북한 핵 문제 해소와 더불어 앞으로 국가발전전략을 어떻게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인가도 큰 문제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외교치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2010년 G20대회를 우리들이 과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추진함으로써 국가위상을 높이고 실질적인 소득증대와 함께 선진국 반열에 등극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것인가도 깊이 생각해 볼만한 과제입니다. 이런 과제들이 우리들 눈앞에 큰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습니다.   K형, KTX 열차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가듯 제 마음속에도 이러한 국가과제들에 대한 상념과 생각들이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것을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무슨 대단한 국가 지도자가 되어서가 아니라 중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과 중앙아시아, 연해주 등을 넘나들면서 학교 사역(연변과기대, 평양과기대)을 하다보니 어쩔 수없이 이런 문제의식이 끊임없이 저의 생각과 의식을 지배하는 요소들이 되어왔습니다. 그럼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풀어가는것이 한반도의 장래에 창의적인 생산력을 높이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선진복지사회의 꽃을 활짝 피우는 대안이 될까요.  또한, 머리 위에 숯불을 이고 있는 듯한 북한 핵 문제를 풀고, 남북간에 공존과 상생으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현명한 대책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들은 우리들 자신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북한에서 주장하듯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치기만 하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될까요? 여기서 저는 다시한번 독일 통일에 관해 생각해 보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보듯 미국, 소련, 프랑스, 영국은 통일독일을 믿었다기 보다는 통일독일이 포함된 나토(NATO)와 유럽공동체를 신뢰했다는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북핵문제와 함께 지역안보문제, 동맹문제, 경제협력문제, 공동체 문제를 한꺼번에 푸는 전략으로 협상해볼만하다는 주장(이수혁 전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나 통일한국을 믿게 하기 보다는 북한, 나아가 통일한국이 참여하는 공동체 정신을 믿게 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퓨전 로드맵”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한반도 문제는 결국 남북 간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동북아 및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는 틀 안에서 길을 찾아야 제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한마디로, 퓨전(Fusion)의 융합정신을 기초로 로드맵(Road map)을 짤 때 비로소 신천지로 나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다시말해 Fusion이 곧 Future Vision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기본으로 하여 동북아지역에 공동체사회를 조성하는 몇가지 대안적 방법론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여 이를 국제관계의 흔들림 없는 반석으로 삼을 때 우리의 미래 이정표가 분명해진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아무리 약해진다해도 그 국력과 국가정신(청교도적 자유평등정신)은 21세기를 계속 리드하는 수퍼 파워로 존속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지금 의회 통과를 앞에 두고 있는 한·미 FTA와 한·EU FTA를 조기에 성사시킴으로써, 장차있을 한·일 FTA, 한·중 FTA와 같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뿐만 아니라 한·중·일 3국간 다자협력 FTA를 선도적으로 이끌어내는 역량을 발휘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한·중·일 3국간에 누증되어 왔던 무역 역조를 해소하고 국제분업을 체계화 할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신성장동력과 신금융질서를 이끌어가는 ‘제2의 치망마이 이니셔티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동북아 FTA와 더불어 한·중·일 3국간에 해저터널과 같은 대중교통물류인프라가 건설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지역에 평배해있는 과거사 문제, 영토문제, 민족감정문제 등을 극복하고 새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각국의 물자와 인력이 수시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소통의 대로가 필요한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능적 대안으로 한반도를 중추지대로 하여 한·일 해저터널과 한·중 해저터널을 복합적으로 연결하는 T&T(Tunnel & Tunnel)프로젝트가 최근 매우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넷째, 끝으로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간의 인적교류가 시대를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소프트 파워가 될것입니다. 한·중·일 3국간에 존속하고 있는 한자 및 유교문화를 근간으로 공동체문화의식을 일깨우는 동북아 청소년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과 함께 2+2학위제도 및 자유수강제, 국가간 인턴 인증제도 도입 등으로 자유로운 유학과 취업을 장려함으로써 동북아 역내 청소년들 및 유학생들과 기업인들이 서로 상호 신뢰하고 협동하는 산학동역자 관계로 발전하기를 소망합니다. 일명 ‘아시아 판 에라스무스 운동'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이러한 인적 자원(Human Resources)의 활성화 방안이 곧 동북아미래사회를 선린공동운명체로 전환하는 결정적 요체가 될 것입니다.   K형,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생각들을 어떻게 다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추석 한가위는 ‘2010년 G20' 대회를 한국으로 유치한 외교사적 쾌거를 접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은채 맞은 민족 명절이었습니다. 88서울올림픽에 버금가는 국제행사를 치루게 되는데, 이는 한국의 국격을 한층 더 높혀줄 뿐만 아니라 잘만하면 실질적인 경제성장치를 이루어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 설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해 주는 일이 되지 않을까 기대 됩니다. 이 일(G20한국대회)은 리스본조약 비준 동의안이 통과되어 EU가 경제공동체뿐만 아니라 정치적 통합체로 거듭나는 쾌거만큼이나 제 마음에 큰 기쁨과 희망으로 새겨졌습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남북 분단의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로부터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제성장과 함께 시민민주주의를 성공시켜왔습니다. 또한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밀어닥친 국가경제위기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평가위에 이제 ‘2010년 G20'대회를 유치함으로써 한국은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이상 열거한 네가지 대안적 방법론을 기초로 하여 지정학적으로나 지경학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한반도의 양어깨에 매다는 작업을 훨씬 수월하게 해 주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됨으로써 중국·일본 양국에도 그들 자신들이 원하는 국가이익을 세계 여러나라들로부터 우호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게 되는, 진정한 의미에서 동아시아공동체의 일원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맞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런 이야기 끝에 저는 독자들의 심증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두가지 기사를 첨부합니다. 우선 저는 “유럽식 동아시아 통합 ― 한·중·일 3국에 달렸다”는 중앙일보 사설(10月 5日)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이러한 의견들이 '2010년 G20'의 기본전략(“퓨전 로드맵”)으로 채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며칠남지 않은 ‘베이징 한·중·일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라는 제목의 칼럼을 첨부해 드림으로써 저의 속마음과 희망을 회원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2009. 10. 5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이승률 드림   
84    첫 번째이야기,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댓글:  조회:2413  추천:52  2009-07-16
      1부 : 각성 (Awakening)   첫 번째이야기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내가 중국의 변방지역인 “연변”과 “동북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 한분의 크리스챤 지도자를 만나면서 부터이다. 그 분을 만나고 그 분과 함께 연변과학기술대학 운영을 위해 만18년이라는 세월을 동고동락 해 오는 동안에 나는 자연스럽게 동북아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연변”과 “동북아”를 기반으로 하여 아시아 존에 새로운 희망의 역사(“동북아공동체사회”)가 펼쳐지기를 꿈꾸며 활동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 그때그때 마다 부닥쳐온 국제 정세의 사안과 생각들을 정리하여 「연우포럼(한민족 칼럼공동체)」에 기고하기 시작한 것이 동북아시대에 대한 비전을 수록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득 달음박질을 멈추다         ▲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이승률 회장 이런 것을 신의 섭리라고 하는 걸까. 나는 이제껏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종류의 이상한 사람을 한 분 만나게 됐다. 그 때가 1990년 10월 초, 북경 아시안게임이 코앞에 다가와 있던 때였다. 그 즈음 나는 주로 골프장 건설공사를 맡아서 일하고 있었는데,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앞으로 중국 골프장 사업이 전망이 좋을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사업허가를 얻기 위해 중국을 오가곤 했었다. 당시 중국에는 골프장이라곤 북경과 상해에 일본인들이 운영하고 있던 두 곳 뿐 이었다. 아직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기 전이라 중국정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교 전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선점효과가 있을 것 같아 주변 건설업자들과 컨소시엄을 만들기로 하고, 이 사업의 대표가 되어 매월 칭다오(靑島)시를 방문해 중국측 관리들과 협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나는 국제관광개발지역 내 골프장으로 허가 난 땅을 적정가격으로 매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국제협상경험이 전혀 없는 칭다오시 관계자들이 일방적으로 값을 터무니없이 부르며 배짱을 내미는 통에 협상은 전혀 진전이 안 되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여러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한 끝에 당시 중국 양상곤 국가주석의 아들 양소명이란 이에게 도움을 청하러 달려갔다. 그런데 막상 그를 만나러 베이징의 한 호텔로 올라갔을 때 나는 다른 또 한분의 한국인과 약속이 중복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그를 처음 만났다. 그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는 분이었기에 그에게 먼저 말씀을 하시라 양보를 하고 옆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나는 그가 무슨 일로 이 실력자를 찾아왔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내심으로 시간을 많이 빼앗지 않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경청을 했다. 이윽고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귀만 곤두세운 채 그의 곁에 약간 떨어져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깨너머로 들려오는 얘기가 나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는 내가 이제껏 세상가운데서 부대끼며 만났던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분명히 나와 같은 공간 안에 있었고 내 눈앞에 존재하면서도 오늘을 살고 있지 않았다. 그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저는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원래는 한국 출신입니다. 유럽에서 공부하고 미국으로 이민 가서 20년 넘게 생활하는 동안, 대학교수도 됐고 또 사업도 해서 비교적 크게 성공을 한 편입니다. 그 후 1986년도에 중국사회과학원 초빙 교수로 북경에 와있는 동안, 우리 동족들이 사는 연길, 길림, 장춘, 하얼빈 지역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보니 조선족들이 그들의 고유한 말과 글은 지키고 있지만 고등교육기관이 없어서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국에 있는 재산을 팔아와서 연길에 기술전문대학을 하나 세우려고 하니, 당신 부친께서 국가권력자이시므로 내가 하는 일을 협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는 크리스천입니다. 중국에 돈 벌러 온 것도 아니고, 반대급부를 얻기 위해 투자하러 온 것도 아닙니다. 나는 다만, 순수한 마음으로 중국에 선진교육을 전하고 싶어서 온 겁니다. 중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분야의 교육을 통해서 중국을 돕고 우리 동족을 깨우치는 일에 봉사하고 싶어서 대학을 세우려고 하는 겁니다. 선생께서 나를 한번 도와주세요” 그는 자신을 위해 뭔가를 구하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 중국에 버려진 조선족 젊은이들을 위해, 자신의 남은 생애와 이제껏 살아오면서 쌓은 학식과 재산을 가져다가 황량한 중국 동북 땅에 대학을 세우려고 중국지도자를 설득하러 온 사람이었다. 나는 중국에 골프장을 지어 돈 벌 기회를 얻고자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돈벌이가 부끄러울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존재감이 허물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꿈꾸는 미래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그가 갖고 있는 그런 아름다운 꿈이 없었다. 그 점이 나를 부끄럽게 했고, 자신을 비참하게 느껴지도록 까지 만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왜 살고 있는가. 그 순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오랜 세월동안 자아에게 물었던 질문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쩌면 이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거센 폭풍우처럼 마음을 뒤흔들었다. 서울에 돌아온 다음, 나는 잠시 내 삶의 달음박질을 멈추고, 곰곰이 그를 생각했다. 그리고 2주후에 서울에 출장오신 그분을 만나기 위해 제발로 찾아갔다. 그래, 그가 꿈꾸는 미래를 나도 한번 믿어보기로 하자. 그 미래를 내 꿈 삼자. 그의 손발이 되고 그의 도움이 되고 아예 그 사람과 하나가 되어버리자. 오늘은 일단 접어두고 내일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먼저 바라보자.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 알 수 없지만, 여하튼 그를 만나 그와 함께 일할 것을 먼저 제의해보자. 그렇게 나는 생애 처음 내 모두를 던져도 좋다고 느껴지는 그 무엇을 위해 살아가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 셋, 베이징의 그 어수선했던 호텔에서 느낀 감동이 그때뿐만 아니라 그 후 지금까지도 내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다음에 계속>
83    제3의 미래로 가는 길 '퓨전로드맵' 댓글:  조회:2262  추천:55  2009-07-16
프롤로그 2001년 여름,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일행들은 그곳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과 터키인들을 대상으로, 기독실업인회(CBMC)창립대회를 지원하기 위해 여행을 갔었다. 한국 지원단의 대표로 본인은 그날 순서 가운데 ‘축사’를 맡게 되었다. 행사 몇 시간 전부터 나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 궁리 저 궁리를 하고 있는데, 마침 우리를 안내하는 한국인 가이드가 지나가는 말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여기 이스탄불은 과거 역사로부터 지금까지 이곳이 동양인지 서양인지 명확히 구분이 잘 안돼요. 터키 사람들이 한국의 6․25 참전 얘기를 하거나 알타이語 문법을 얘기할 때는 분명히 자신들이 아세안이라고 표현합니다. 근데, 최근에 EU(유럽연합)가입 문제가 논의될 때는 우리가 어떻게 아세안이냐,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봐도 우리는 틀림없이 로마․그리스와 함께 서양 사회다. 왜 우리를 따돌리느냐, 이렇게 항의를 하지요.”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섬광처럼 지나가는 아이디어 하나를 잡았다. ‘이스탄불은 역사적으로 동양과 서양이 함께 공존해온 도시다. 보스프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동․서양을 하나의 도시로 품고있는 곳이 바로 이스탄불인데, 그렇다면 이 도시를 ‘퓨전 시티’라고 불러주면 어떨까? 이것이 이 사람들의 참모습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왜냐면, 이 생각 끝에 하나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꼬리를 물고 떠올랐기 때문이다. 드디어 그 날 저녁, 나는 모임에서 터키인들을 앞에 놓고 나의 생애 가운데 가장 훌륭한(?) 스피치를 했다. “여러분, 이스탄불이야말로 중세 이후 동양과 서양을 하나로 연결해온 Fusion City입니다. 그리고 Fusion이란 단어를 길게 늘여쓰면 Future Vision이 됩니다. 나는 오늘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이 Fusion의 정신과 문화를 통해 동․서양의 갈등을 극복하는 21세기 새로운 Future Vision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게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가 88서울올림픽에서 함께 불렀던 노래처럼 ‘We are the World’를 실현하는 형제국이 되어봅시다. 우리들은 결코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6․25전쟁에서 피흘려주신 여러분들의 고귀한 희생이야말로 우리들을 하나되게 하는 Fusion의 사랑입니다. 앞으로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한 형제의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할 수 있게되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여러분들과 우리들의 영원한 Future Vision이 되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나는 그날 터키인들로부터 내가 스피치했던 시간보다 더 길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한국인으로서 외국에 나가 외국인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거나 또는 그들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운 좋게도 나는 한마디 단어의 재치있는 변형과 조합을 통해 평생 잊을 수 없는 터키인들과의 아름다운 Fusion의 밤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나는 ‘Future Vision is Fusion’이라는 개념을 갖고 모든 일에 이 ‘Fusion Spirit’을 적용해보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그러자 이게 왠일인가? 그전에 미쳐 생각지도, 풀지도 못했던 여러 가지 과제들이 이 ‘개념’을 통하여 하나씩 둘씩 해결되고, 정리되는 놀라운 결과를 맛보았다. 중국 길림성의 연변과학기술대학 대외협력 업무나 북한에 세우는 평양과학기술대학 건설지원 업무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중국과 중앙아시아 여러 도시에 CBMC(기독실업인회)를 창립하는 사역과 KOSTA(해외유학생회)를 위한 강의활동을 통해서도 이러한 상호협력과 융화의 정신이 이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마침내 나는 ‘Asian Fusion Society is Our Future Visio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를 설립, 운영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그때 이스탄불에서의 ‘퓨전 이야기’는 두고두고 내 인생에 지렛대와 같이 소중한 핵심가치로 작용해 왔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 경험치를 주변 이웃과 여러 나라의 세상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여망의 결과가 오늘 이 책이다. 미래는 미래를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일찍이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주인들은 오늘을 보지 않는다. 오늘이 아무리 달콤해도, 오늘이 아무리 힘이 들어도 그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현혹당하지 않는다. 미래의 주인들은 언제나 새로운 미래를 바라본다. 그리고 언제나 한 가지 의문을 품고 산다. 다가올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우리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핵폭탄과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을 코앞에 두고, 또한 연이어 밀려오는 세계경제위기의 파고에 시달리면서 우리가 원하는 번영의 길을 찾아간다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최선을 다하여 개혁적인 마인드와 열정을 갖고 짧게는 10년, 멀리는 100년 앞을 내다보는 자세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한다. 이런 노력가운데 필자는 일본과 중국을 한반도에 직결시켜 한 몸의 유기체로 변화시키는 Fusion의 작업이야말로 이 시대의 흐름을 활용하는 가장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다시말해 한·중·일 3국간에 대중교통로가 열리고, 자금과 물자가 자유롭게 통용되고, 능력에 따라 아무 장애없이 취업하고 인력이동이 가능한 공동체자유주의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이 21세기를 향한 동북아시대의 Future Vision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오늘날 지구촌 사회는 어느 국가나 집단을 막론하고 그 크기에 상관없이 홀로 존립할 수 없는 상호작용의 그물망 속에 놓여있다. 특히 세계화현상과 지역화문제가 동시 다발적으로 돌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한반도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갈 장기발전계획은 주변국가들과의 긴밀한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다.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 그 가운데서도 1차적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중·일 3국이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책의 저술 목적은 바로 이와같은 동북아지역의 국제공조체제 즉, 동북아공동체사회 구성을 위한 인프라를 기획하고 이를 기반으로 급변하는 세계역사속에서 신국제질서의 창출과 생산성있는 국제협력의 새 길을 찾아가는데 그 사명을 두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탁월한 학문적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오랜세월 동안 축적해온 경험적 지식과 감각을 토대로 동북아 지역을 중심으로 세차게 구비치고 있는 세계역사의 한 흐름을 해석 해 보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껴왔을 따름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동북아시대 역사의 흐름에 대한 내재적 통찰을 추구하는 한 탐구자의 미숙한 고백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라기는 이 책이 앞으로 남·북한과 한·중·일 3국을 관통하는 ‘퓨전 로드맵(The Fusion Loadmap)’이 되어서,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발전뿐만 아니라 장차 21세기 미래역사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또 한 걸음의 위대한 도전의 이정표가 되어지기를 소망한다. <다음에 계속>
82    제3의 미래로 가는 길 '퓨전 로드맵' 목차 댓글:  조회:2322  추천:43  2009-07-16
    제3의 미래로 가는 길     퓨전 로드맵   - The Fusion Roadmap for Future Vision -       2009. 4. 5 이 승 률       목 차 프롤로그   1부 : 각성 (Awakening) 첫 번째이야기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문득 달음박질을 멈추다 낯선 화두에 승부를 걸다 테라우치 문고와 나의 아버지 잃어버린 역사의 회복을 위하여   두 번째 이야기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동북아 시대가 오고 있다 <新 풍속도> 한중일의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 국제경제 추세와 동북아 정세의 변화   세 번째 이야기 새로운 시대의 주역들 아시아의 블랙홀, 중국의 비상 제 2의 이자나기 신드롬을 꿈꾸다, 일본의 부활 반도국가 한국의 두 가지 얼굴 신이 내려준 축복, 반도성 한반도는 동북아시대의 성지   2부 : 목표와 대안 (Common Goal & Alternatives) 네 번째 이야기 동북아 블록을 구축하라 - FTA와 T&T 시대의 키워드 FTA와 T&T 동북아FTA와 한국의 손익계산서 KTX 등장과 한반도의 미래 한일해저터널, 어떻게 볼 것인가 도쿄에서 런던까지 한중해저터널 논의의 출발점 세계의 해저터널과 동북아 T&T 황해바다 밑을 뚫고 T&T 시대로 한·중·일 해저터널과 동북아경제협력체 구상   다섯 번째 이야기 코리안 섬 게임을 창출하라 흥부의 재해석, 포용의 성공전략 길을 닦아라, 미래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먼저 이야기 하라 먼저 섬기는 자가 되라. 섬김을 받으려면 경쟁을 포기하라. 이기고 싶다면 문제가 아닌 꿈을 공유하라 T림프구의 생명윤리 - 공존과 상생의 원리   여섯 번째 이야기 중국을 품고 중화를 넘어가라 중화경제권이 뭉치고 있다 인류역사상 최강의 요새, 중화(中華)의 현주소 중국, 패권주의와 평화공존의 기로에 서다 조선족 사회 대망론(待望論) 미래의 숲을 가꾸는 사람들 다자간 협력의 모델, 대 두만강 지역협력(GTI)에 거는 희망   3부 : 예증 (Illustrations) 일곱 번째 이야기 미러클 캠퍼스 중국땅에 꽃피운 동북아의 희망, 연변과기대 연변과기대의 성공비결 북한 영변과 두 가지의 핵폭탄 사랑의 핵폭탄, 평양과기대를 낳다 평양과기대, 남북한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부흥의 산실 여덟 번째 이야기 초국가주의의 행로 민박회 사람들 경희궁의 밤 백두산의 소수민족 올림픽 오리엔탈 쇼크, 중국과의 미래를 기대하며 흐름의 미학 실크로드 사역과 신 노마드운동 거듭나는 천년의 꿈   아홉 번째 이야기 힘의 대이동, 그 증언들 세계금융위기의 파장 흔들리는 세계의 축 G20과 G2, 그리고 후오회(胡奧會) 시대 한국과 한반도의 리더십 - 새로운 거대 전략 후쿠오카 이니셔티브   부 록 ■ 통일광역수도권개발계획(안) ■ 일곱가지 사회악과 일곱가지 리더십   에필로그
81    에필로그 댓글:  조회:3682  추천:38  2009-05-06
에필로그 동북아시대를 위해, 그리고 그 시대와 함께 웅비하는 민족의 미래를 향한 꿈을 위해, 하루같이 달려온 18년 세월, 그 세월을 돌아볼 때면 늘 떠오르는 시 한수가 있다.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시인 김상용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괭이로 파고 호미로 풀을 매며 묵은 땅을 기경하며 살았던 시인 김상용. 그는 결국 땀 흘림을 통한 자기혁신과 나눔 그리고 더불어 사는 정신을 통해 진정한 자아실현의 삶으로 가는 여정을 이 짧은 한 수의 시에 담았다. 그래서 그는 시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도인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다. 어느 구절 하나 간결하면서도 그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구절이 없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가장 흔드는 구절이 있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얼마 가지 않아 우리 동북인들 사이엔 이런 관용과 나눔과 더불어 사는 삶의 전통이 피어날 것이다. 오직 그 날을 기대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날이 오면 나는 훌훌 털고 김상용시인처럼 조용히 흙으로 돌아가 햇볕 잘 드는 양지의 밭뙈기를 일구며 늙어가는 이름없는 인생이어도 좋으리라. 그리고 어쩌다 누군가 내게 찾아와 묻기라도 하면 어지러운 시절을 허허롭게 살다간 시인을 떠올리며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왜 사냐고 묻거든           웃지요.    목차  프롤로그    85년, 비닐하우스의 봄 나이 마흔 셋, 문득 달음박질을 멈추다 환갑나이, 낯선 화두에 목숨 건 백발의 청년 나의 아버지와 테라우치 문고 첫 번째 이야기  동북아는 우리의 미래다 동북아 시대가 오고 있다  <新 풍속도> 한중일의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  동북아시대의 신호탄, 아시아경제가 살아난다 두 번째 이야기 동북아시대의 주역들    아시아의 블랙홀, 중국의 비상 제 2의 이자나기 신드롬을 꿈꾸다, 일본의 부활 반도국가 한국의 두 가지 얼굴 신이 내려준 축복, 반도성 한반도는 동북아시대의 성지    세 번째 이야기  동북아네트워크를 구축하라 -FTA와 T&T 시대의 키워드 FTA와 T&T 동북아FTA와 한국의 손익계산서 KTX 등장과 한반도의 미래 한일해저터널, 어떻게 볼 것인가 한일해저터널건설은 시대의 흐름이다 한중해저터널 논의의 출발점 세계의 해저터널과 동북아 T&T 한중해저터널을 뚫고 T&T 시대로  한·중·일 해저터널과 동북아경제협력체 구상  네 번째 이야기  코리안 섬 게임을 창출하라 흥부의 재해석, 포용의 성공전략 길을 닦아라, 미래는 꿈꾸는 게 아니라 달려가는 것이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먼저 이야기 하라 먼저 섬기는 자가 되라. 섬김을 받으려면 경쟁을 포기하라. 이기고 싶다면    문제가 아닌 꿈을 공유하라 다섯 번째 이야기 중화를 품고 중원을 넘어가라 중화경제권이 뭉치고 있다  인류역사상 최강의 요새, 중화(中華)의 현주소 중국, 패권주의와 평화공존의 기로에 서다    조선족 사회 대망론(待望論) 한․중․조 삼자합작, 두만강유역개발사업에 거는 희망 여섯 번째 이야기  희망의 역사를 위하여   중국땅에 꽃피운 동북아의 희망, 연변과기대 연변과기대의 성공비결 북한 영변과 두 가지의 핵폭탄 사랑의 핵폭탄, 평양과기대를 낳다 평양과기대, 남북한이 함께 만든 기적  일곱 번째 이야기   역사는 어디로 흐르는가 민박회 사람들 경희궁의 밤 백두산의 소수민족 올림픽 오리엔탈 쇼크, 중국과의 미래를 기대하며 역사는 서쪽으로 흐른다  실크로드 사역과 신 노마드운동 거듭나는 천년의 꿈 여덟 번째 이야기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요한바오로 2세와 마하트마 간디 일곱가지 사회악과 일곱가지 리더십 네덜란드식 리더십 - 공백 제로의 원칙 T림프구의 상생 매직-공생을 위한 후퇴 에필로그
80    T림프구의 상생매직-공생을 위한 후퇴 댓글:  조회:3645  추천:40  2009-05-06
  여덟 번째 이야기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T림프구의 상생매직-공생을 위한 후퇴 우리 몸은 매일 수많은 바이러스, 세균 등의 외부침입자와 싸워야한다. 침입자의 종류가 다양하듯이 이에 대항하는 아군인 면역세포의 종류도 다양한데 이 면역세포의 대장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게 T림프구라고 하는 세포다. T림프구는 병원균과 싸우기도 하지만, 어느 것이 병원균인지를 구분해 다른 면역세포들에게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인체에서 세포의 수가 제한돼있기 때문에 T림프구의 ‘레퍼토리’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의 T림프구는 항상 제한된 수임에도 최대한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몸을 보호하는데 T림프구가 어떻게 다양성을 확보하는가 하는 경로를 밝히는 것이 지난 10년간 생명공학자들의 주요한 연구대상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미 국립보건원 산하의 국립암연구소(NGI)에 있는 한 한국인 생명공학자 박정현 박사가 그 비밀을 풀었다. 권위 있는 전문면역학회지인 이뮤니티(Immunity)에 실린 그의  논문에 따르면, T림프구는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인터류킨7이라는 호르몬을 차지하려고 경쟁한다는 것이다. 인터류킨7은 T림프구에 ‘여기 공간이 충분하니 여기서 살라’는 생존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체내에는 일정한 양의 인터류킨7만 존재한다.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T림프구만 살아남고, 결국 T림프구는 특정 종류만 남아 다양성을 상실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T림프구는 늘 특정한 수를 유지하며 몸의 항균체제를 유지해왔다. 학자들은 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경쟁과 다양성의 패러독스’로 부르며 불가사의하게 여겼다. 그런데 박 정현 박사는 철학자인 아버지 박순영 교수의 조언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조언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경쟁만으론 사회가 건강하게 생존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해선 나눔과 양보가 필요하다 박 정현박사는 아버지의 조언에 영감을 받아 생태계의 생존원칙인 ‘약육강식’과 강자생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T림프구를 다시 관찰했다. 그 결과 놀라운 현상을 발견하게 됐다. 한번 인터류킨7의 생존신호를 받은 T림프구는 12시간 동안 다시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동안 다른 T림프구가 인터류킨7을 차지할 수 있도록 양보하는 것이다. 이걸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T림프구는 인터류킨7을 흡수하는 수용체를 몸 안으로 끌어들인 뒤 12시간동안 밖으로 내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가 GF11이다.   박정현박사는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쥐의 몸에서 GF11유전자를 제거했다. 그러자 이 쥐의 T림프구는 보통 T림프구와 달리 인터류킨7을 끊임없이 독식하기 위해 수용체를 들이밀었다. 그 결과 전체 T림프구의 수와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신체의 면역기능이 떨어졌다. 결국 평균 수명이 2년인 실험쥐는 3개월도 못돼 죽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나는 인체의 면역세포 속에 상생의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무척 감동스러웠지만, 그보다도, 과학자인 아들에게 경쟁과 다양성의 패러독스를 넘어 공존과 상생의 여지를 발견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마련해준 철학자 아버지의 도덕적 영성에 더 탄복했다. 몸속이나 인간세계나 다를 게 무어 있으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대 강국들의 패권주의적인 대립과 알력, 북한 핵문제와 6자회담의 진로, 남북한 통일과 인접국가간의 영토분쟁 및 역사왜곡현상 등 이 모든 동북아 국제관계의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도 이런 ‘상생의 원칙’을 적용한다면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중국 북경대 탕웨이교수는 21세기를 가리켜 ‘동서문화가 서로 대립하고 배척하는 몰이해의 세기가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보완하며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세기’라고 정의했다. 미국의 저명한 문명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21세기의 핵심역할을 할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극단적인 집단주의에 빠지고 있지만, 한국은 아시아적 특징과 함께 미국적 개인주의와 유럽적 가치관을 모두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오랜 세월, 주변강대국의 거센 영향력 속에서 생존해오는 동안, 한국은 독보적인 생존의 면역시스템을 갖추게 되었고, 공존과 상생을 생존원칙으로 하는 글로벌시대이자 지식정보화 시대인 오늘날에 와서는 그 중간자적 정체성(Identity)과 민첩한 위기관리능력이 Digital Multiple Leadership으로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행운을 안았다는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 박사는 바로 이 점에 착안, 한국의 경쟁력과 다양성 있는 미래가치를 한류(韓流)열풍과 연계시켜 다음과 같이 극적으로 평가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한국을 멸시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 여성들이 한 한국 남성배우, 그러니까 누구더라, 아, ‘욘사마’를 쫓아다닌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하하, 만약 유럽연합(EU) 모델이 아시아로 수출된다면, 한국이야말로 아시아 연합을 주도할 가장 이상적인 국가다.” 작년 연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한 일간지를 통해 같은 조언을 한 바 있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크며,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 성장속도도 가장 빠르다. 동시에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도 갖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의 비중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아시아는 현재 통합공동시장이 없는 유일한 대륙이다. 중남미와 북미는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꿈꾸고 유럽은 단일국가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도 아프리카합중국 건설을 열망하고 있다. 그런데 왜 아시아 함중국 건설은 안된다는 말인가. 물론 아시아만의 특수성이 있을 것이다.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 끊이지 않는 정치영토 분쟁, 다자간 협력 경험의 부족, 한 두 국가에 집중된 권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노력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시아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나는 변화를 보고 싶다. 아시아가 통합되고 국제사회와 연계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특히 나는 조국인 한국이 큰 일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한국은 북핵 6자회담에서 다자외교의 수완을 보여주었다. 이제 한국과 아시아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과 성공경험을 국제 현안 해결에 쏟아부어야 할 차례다. 여기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예일대 폴 케네디교수는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네 마리 코끼리 사이에 앉아있는 작은 동물이다. 이런 작은 나라의 생존전략은 네마리 코끼리와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들이 날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섣불리 친 중국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어느 쪽이든 치우치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세계는 한국의 그런 역할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의 말에 동감이다. 그는 한국이 작은 나라라고 해서 강대국들 사이에서 위축될 필요가 없이 오히려 지정학적인 위치를 이용해, 네 나라가 자유롭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나는 그 역할이 마치 강대국을 세계무대 위에 올려놓고 평화와 화합의 춤을 추도록 하는 조련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친(親)중국이니, 反美니, 적이니, 동지니 하며 네 편, 내 편을 가를 이유도 없어진다. 네 마리의 코끼리들에게 한반도가 없어서는 안될 절대적인 존재임을 부각시키면서, 세계 역사 진로의 새로운 드라마를 연출하는, 동북아의 피스메이커의 역할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여기에 우리의 살길이 있다. 네 마리의 코끼리 모두가 우리를 필요로 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씨를 뿌리려면 먼저 밭을 갈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동북아 FTA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이것이 서로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모두의 평화공존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갈등을 통합하고 역사를 바꾸어가는 진정한 리더십(Syncretic & Transforming Leadership)이 필요하다. 미국 윌리엄스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제임스 맥그리거번스는 그런 리더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위대한 리더는 사람들을 높은 가치목표로 이끌어야 한다. 경제적 번영은 실제적인 문제이며 어느 곳에서나 항상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리더는 단지 실제적인 문제만을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큰 목표로 사람들을 끌고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리더의 모습이다. T&T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동북아시대를 열어가야 할 동북아인 모두가 바로 이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각자의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될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입장에서 공동선을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통합적인 사고의 능력을 키워야 할 때다. 국가 간 개체의 한계와 속성을 뛰어 넘어 ‘인류라는 큰 틀’의 경지를 통해 새로운 국제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각국 안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굴, 확장해나가는 새로운 의사소통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화 시대의 국제협력 흐름에 적합한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문화와 전통을 이끌어가는 것이 이 시대 우리 동북아 인들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사명이요 그 의무가 아닐까.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약육강식의 룰이 아니었다. T림프구의 상생본능이 인체를 건강하게 지켜가는 것이다. 생태계에서 물리적으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T림프구가 인터류킨7을 혼자 독식하지 않고 다른 T림프구와 나누고 양보함으로써 자신의 역할도 완수하고 자신의 생명도 최대로 연장시켜가는 상생의 본능! 지금 동북아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발휘해야 할 역할이 바로 이 상생본능을 전파하는 것이다.  동북아의 미래는 동북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중․일 삼국이 새로운 공동체적 대안을 갖고 서로 벽을 허물고 상생, 협동, 융합의 신문명 시대를 열어가기만 한다면, 그 흡인력으로 아시아를 품고 인도와 중앙아시아, 중동까지 융합시키는 Fusion Power가 되어서 마침내 아시아 합중국시대를 열 수 있게 될 것이다.
79    네덜란드식 리더십 - 공백 제로의 원칙 댓글:  조회:4282  추천:33  2009-05-06
  여덟 번째 이야기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네덜란드식 리더십 - 공백 제로의 원칙 몇 년 전 암스텔담을 간 적이 있다. 제4차 CBMC유럽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1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기내 TV화면에 나오는 항공노선을 계속 관찰했다. 한반도에서 북서향으로 방향을 잡은 비행기는 북경을 거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지나 러시아의 이르쿠츠크(바이칼호 부근, 세계 최대 천연가스전 개발지역)를 향했다. 거기서 노선을 서쪽으로 고정시킨 채 장시간 시베리아를 횡단한 후 모스크바와 발틱해를 지나면서 남쪽으로 기수를 돌리면 유럽의 관문 암스테르담에 이른다.  나는 이 비행노선을 따라가면서 마음속으로 도쿄에서 런던까지 달려가는 KTX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첫째:TSR(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과 연결되는 노선         일본(도쿄 – 오사카 – 후쿠오카 – 쓰시마) – 한반도(①부산– 동해선– 원산– 청진, ②부산– 서울– 평양–원산 – 청진) – 러시아(나호드카– 보스토치나–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유럽(암스테르담/로테르담– 브뤼셀– 파리/런던) 둘째:TCR(중국횡단철도)과 연결되는 노선         일본– 한반도(부산– 서울– 평양– 신의주)– 중국(심양– 북경–서안)– 중앙아시아(타지크스탄– 천산산맥– 우즈베키스탄)– 러시아(모스크바)– 유럽 셋째:TMR(만주통과철도)과 연결되는 노선         일본– 한반도– 중국(북경)– 몽골(울란바토르)– 러시아(TSR과연결)– 유럽 장차 KTX는 남북 경제협력과 사회통합을 유도하는 대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유럽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의 주역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한반도를 동북아 물류의 중심축`(HUB)으로 발전시켜 가는 동북아시대의 새 역사, 상생하는 역사의 진로를 선도하는 교통혁명의 대안이 될 것이다. 동북아의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유럽연합이 부러워진다.  ‘인류 최대의 경제실험’으로 불린 유로화 도입에 성공하고 ‘인류 최대의 정치실험’으로 불렸던 동구권 10개국의 EU가입도 성공적으로 잘 이루어냈다. 그 결과 회원국 27개국에 인구 4억 5천만 명으로 팽창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로 분열됐던 유럽을 EU라는 하나의 지붕아래 결속시키는 ‘정치 빅뱅’이자 역사상 최대 국가연합의 탄생을 실현하는 위업을 성취한 것이다. 나는 EU 회원국 대표들이 모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통합의 시대를 열어간 그들의 리더십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들이 일궈낸 상생의 역사는 인류사회의 발전과 문명의 척도를 향상시키는 참으로 위대한 흔적이 되어 그 길을 따라가는 이들에게 빛이 되어 줄 것이다.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한민족 공동체와 한반도 통일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리더십이 우리사회 안에서 ‘큰바위 얼굴’처럼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곤 한다.   네덜란드의 개성상인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보나미덱스 박영신회장은 29년 전 (주)선경의 주재원으로 네덜란드에 건너가 단돈 200길더(한화 12만원)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유럽 의류업계의 거상(巨商)이 됐다. 지금도 1년이면 4,5개월씩 세계 각국을 누비는 국제상인으로 장사 잘 하기로 소문난 네덜란드의 유태상인들마저 경쟁을 회피할 정도다. 그는 유럽인에게 옷을 가장 많이 판 동양인으로 유명하지만, 또한 네덜란드 유태인 거상인 미슈밤 영감을 양아버지로 모시고 끝까지 그의 인격과 상술과 경영방식을 배울 만큼 자신의 인생을 세일즈 하는데 철저했던 인물이다. 30년 가까운 장기간의 이민생활을 통하여 유럽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히딩크를 키운 나라, 네덜란드>란 저서에서 월드컵 당시 히딩크의 엄지손가락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한 청교도들의 개척정신과 일본 도쿠가와 막부를 설득해 무역을 했던 상인정신을 함께 보았다는 내용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고 있는 미국의 뿌리 저변은 네덜란드에 닿아있다. 또 일본이 400여년간 조용히 서양식 문화를 흡수해 오늘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게 된 뿌리에도 네덜란드 상인이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두 나라는 지금 세계 최대의 강대국이 되었다.  한국은 350여년 전 하멜이라는 네덜란드인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었지만 그들의 정신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리가 네덜란드인을 제대로 발견하게 된 것은 히딩크를 통해서였다. 그가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준 히딩크십은 미국과 일본에서처럼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유럽의 오래된 속담 중에 ‘네덜란드를 알아야 세계가 보인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세계화에 일찍 눈뜬 네덜란드 사람들의 경제 감각을 배우라는 뜻이다. 또 일본인들에게 어느 나라 사람을 가장 존경하느냐고 물으면 의외로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일본의 명문사학 게이오 대학을 설립한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일본 개화기의 상징적인 인물로서, 도쿠가와 막부 말 네덜란드에 유학했던 사람이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일본의 개화가 시급하다면서 1858년 양학숙(洋學塾)을 세웠으며 그 후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1868년 양학숙을 게이오 의숙(慶應義塾)으로 개명하고 유럽의 선진문화를 보급하는 창구로 삼았는데, 이것이 지금의 게이오 대학의 전신이다. 또한 큐슈지역과 네덜란드와의 오랜 교류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네덜란드는 일본의 개화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친 나라다. 어디 그뿐인가. 1620년 9월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을 향해 떠났던 영국 청교도들도 네덜란드인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영국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던 100여명의 청교도들은 아메리카로 가기 전 10여 년 동안 네덜란드에 피해 살면서 그들의 배려와 도움 속에 근검, 절약, 정직, 능률의 덕목을 훈련하면서 자신들의 종교적 뿌리를 완성했다. 한마디로 초강대국 미국의 건국정신의 토대를 만든 사람들이 네덜란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국도 거스 히딩크라는 불세출을 감독을 통해 네덜란드의 힘을 실감한 바 있다. 히딩크라는 인물의 탁월함은, 그가 우리에게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적인 역사를 만들어주어서라기 보다는, 최근 우리 역사 속에서 우리 스스로 막연히 생각해오고 기대했었던 그러나 한번도 속 시원히 발휘해보지 못한 우리의 잠재력과 놀라운 응집력을 우리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확인시켜주었다는 데 있다. 그가 처음 한국 대표팀을 맡았을 때, 축구팀은 스포츠맨쉽이 아닌 한국 사회의 뒤틀린 원칙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뿌리 깊은 인맥과 선수선발과정에서의 편파적인 기준, 개인의 능력만을 과신하는 스타 선수들의 불성실한 훈련과 지나친 자만심 등으로 상징되는, 도무지 팀이라고 할 수가 없는 조직이었다. 그런 한국의 축구팀의 내부 상황을 몰랐던 한국인들은 대대로 감독만을 탓했고,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심지어는 민족성과 연결시켜 한국인은 안돼 라는 자기열등감에 시달리곤 했었다. 그러면서도 일본축구팀과 경기를 할 때면 야수처럼 죽을 힘을 다해 달려드는 이상한 팀이었다. 그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일본팀은 번번히 한국 때문에 월드컵 본선진출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본선에 진출해서는 일본팀보다도 훨씬 더 약체인 팀에게조차 단 한 게임도 이기지 못하고 귀국길에 올라야 하는 이상한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히딩크는 그 이유를 딱 한가지로 진단했다. 상당한 기술과 탁월한 재능, 그리고 열정을 지닌 선수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생명인 팀웍과 경기능력 향상을 위한 기초체력과 이론적인 실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분석이었다. 그런데 그 사실은 역대 감독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히딩크가 다른 감독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히딩크를 흔히 그라운드의 음유시인으로 부르기도 하고 그와 함께 변화하는 선수들을 보며 그를 마법사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원칙에 충실할 뿐이다. 그는 팀의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데 매우 신중하고 섬세하다. 그러나 그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는 무서우리만치 단호하고 철저하다. 이것이 그의 독보적인 탁월함이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또 누구에게도 절대 예외를 두지 않는다.  그것은 예외가 있을 경우 생존자체를 위협받는 네덜란드의 자연조건에서 성장한 그들만의 철저함에게 기인됐다. 히딩크를 알기 전 내가 알고 있던 네덜란드에 관한 기억은 어렸을 적 읽은 동화속의 소년이다. 소년은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강물을 막은 댐에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생긴 것을 보고 그것을 처음엔 손바닥으로 막다가 그 구멍이 점점 커지자 두 손으로 막고 나중엔 마을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갔던 동생이 돌아올 때까지 차가운 바닷물에 몸이 어는 줄도 모르고 온 몸으로 그 구멍을 막아낸다. 물을 막은 댐에 구멍이 생기면 죽는다는 그 절체절명의 원칙을 그는 팀에 적용했다. 구멍이 생기면, 즉 예외가 생기면 선수도 죽고, 팀도 죽고 게임도 잃는다는 그 원칙을 선수들에게 철저하게 가르쳤다. 그는 한국팀이 월드컵본선 징크스를 깨기 위해 필요한 훈련의 내용과 양을 결정하고 그 훈련을 완성할 때까지 냉정하고 혹독한 조련사처럼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인맥이고 학맥이고 스타고 뭐고 없었다. 그는 선수들에 관한 한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고 어떤 외부로부터의 평가도 인정하지 않았다. 정해진 훈련량을 소화하고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선수들을 냉정하게 가려내고 그 선수들만으로 팀을 꾸렸다. 아무리 스타플레이어라 해도 자신의 재능만을 믿고 훈련을 게을리하고 팀에 불안한 공백을 만드는 선수에겐 전혀 미련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몸값이 얼마건, 그가 얼마나 유명하건, 그에겐 아무 의미가 없었다. ‘스타플레이어는 그라운드에서 제 실력을 발휘해야 진짜’라고 말하며 그렇지 못한 스타선수들을 가차없이 제명시켰다. 약체인 팀과의 평가전은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라며 일체 하지 않았다.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만 골라서 평가전을 가졌다.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경기내용 만으로 선수들과 축구관계자, 그리고 여론의 우려와 걱정을 잠재웠다. 강호들과의 평가전에서 비기거나 이겨서 온 나라가 들뜰 때도 그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팀과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징크스’없는 팀, 전천후 팀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 후에 그가 선수들에게 심어준 것은 생존의 기술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상대팀의 선수구성, 감독의 주요 전략구사범 등을 모든 정보를 선수들과 똑같이 공유했다. 그는 선수들을 감독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으로 키우지 않고 그라운드안에서 공백이 생기면 자신의 포지션에 상관없이 스스로 달려가 막아내도록 훈련시켰다. 그런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선 수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감독으로 키운 것이다. 선수들은 점점 공백에 민감해졌고 그만큼 수비가 강해졌다. 동시에 상대의 공백을 발견하는 눈도 그만큼 빨라졌다. 어떻게 공의 흐름을 유도해야 하고 어떻게 수비선수들의 파울을 유도해 내며, 어느 지점에 공백을 유도해야 골을 넣는 데 유리한 지를 본능적으로 파악하면서 전체의 흐름 속에서 팀의 공백을 먼저 달려가 손바닥으로 막아내는 것이 자신을 살리고 팀을 살리고 경기를 이길 수 있는 길이란 확신을 주었다.   그 확신의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세계의 축구팬들이 보는 앞에서 한국 축구는 그야말로 가공할 힘을 발휘했다. 무명의 한국 젊은이들은 세계의 축구강호들과 맞붙어 한몸 같은 팀웍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그리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하며 유감없이 자신의 능력을 폭발시켰고, 세계 축구 강호들은 젊은 한국축구 앞에서 차례로 침몰해갔다. 공백과의 싸움에서 이긴 한국축구는 단번에 선진축구팀으로 도약했다. 유럽의 허브 랜드Hub Land라고 불리는 네덜란드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국토 면적은 우리의 경상남북도를 합친 41,500㎢`남짓밖에 안 되는 작은 국가이고 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인 악조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유럽의 주요시장에서 반경 500킬로, 즉, 하룻밤 운송거리 면 갈 수 있는, 유럽 최고의 물류중심에 위치해 있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변강대국들의 침략을 끊임없이 받느라 바람 잘 날이 없는 나라였다. 이런 점에서 네덜란드는 유럽의 코리아라고 할 만큼 비슷한 역사를 헤쳐왔다.  하지만 결국 네덜란드는 그런 상황을 탓하면서 자기비관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끈질긴 생존의지와 개척정신으로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지리적 잇점을 최대한 이용해 오늘날 유럽의 허브가 되는 데 성공했다. 유럽 최고의 항공화물센터인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과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항인 로테르담 항, 그리고 세계 중요언어를 동시적으로 구사하면서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한 암스텔담 서부의 텔레포트를 한데 묶어 흔히 TRI-PORT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파리행 TGV 고속철도까지 연결돼 있어 명실공히 유럽 최고의 물류왕국이라 불린다.  네덜란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유럽의 한가운데 놓인 약소국, 그래서 수없이 많은 강대국의 침략과 약탈을 받아야만 했던 나라, 우리에겐 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이 있듯 그들에게도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적 악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와는 달리 유럽의 허브국가이자 동시에 세계적인 강국이 된 미국과 일본에 부와 선진국으로서의 국가경영정신을 전수해준 대부와 같은 나라로 우뚝 섰다. 네덜란드를 배운 나라는 모두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네덜란드가 유럽 물류의 중심이듯이 한국 역시 동북아의 중심이다. 그리고 우리는 EU의 5억 인구보다 무려 세배가 넘는 15억의 소비자를 가진 시장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더구나 세계 경기를 아시아가 먹여 살린다고 할 만큼 역사적인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더 이상 망설여선 안 된다. 분단국가라는, 혹은 약소국이라는 그런 자기비하와 열등의식에 빠져 있는 건 바보짓이다. 네덜란드 식이라면 이 천혜의 지리적 잇점을 활용해 동북아의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세계적인 강호 이탈리아와 16강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히딩크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를 만들어보자 (Let's make a history)!
78    일곱가지 사회악과 일곱가지 리더십 댓글:  조회:4425  추천:40  2009-05-05
여덟 번째 이야기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일곱가지 사회악과 일곱가지 리더십 인도 뉴델리의 야무나Yamuna강변에 있는 간디 추모공원 라즈 가트 Raj Ghat를 흔히 간디의 묘지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간디의 유해는 힌두교 관습에 따라 화장을 했고 이곳은 그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이곳엔 마치 병풍처럼 간디의 묘지를 둘러싸고 있는 화강암돌벽이 있는 데 그 위에 간디의 ‘7대 사회악’이 새겨져 있다. 이 ‘7대 사회악’은 간디가 인도의 지도자로 부상할 무렵인 1925년, <영인디아Young India>라는 신문에 처음 실렸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칙없는 정치 (Politics without principle)   둘째,   노력없는 재력 (Wealth without work)   셋째,   양심없는 쾌락 (Pleasure without conscience)   넷째,   인격없는 지식 (Knowledge without character)   다섯째, 도덕없는 사업 (Commerce without work)   여섯째, 인간없는 과학 (Science without humanity)   일곱째, 희생없는 신앙 (Worship without sacrifice) 이와 함께 교황 바오로 2세가 일생을 통해 실천했던 7가지 덕목을 살펴보자. 이는 교황 선종 그 이듬해 USA투데이가 실은 특집기사 ‘Business leaders can learn from pope’에서 소개됐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 희생(Sacrifice)         모범적인 최고경영자(CEO)나 대학총장, 지도자치고 개인적 만족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교황은 자신의 죽음과 그 죽음을 위엄있게 처리하는 방법에서조차도 희생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둘째 : 진심(Be genuine)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을 하는 리더가 이성에만 의존하는 리더를 이기는 법. 많은 사람이 교황과 의견을 달리했지만 교황의 정직과 관심은 반대를 완화시켰다. 그의 온화함과 인정미는 도덕적 권위를 더해줬다. 셋째 : 용기(Be courageous)         교황은 자신에 대한 암살 미수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중단하지 않았다. 공산주의에서부터 자본주의까지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그의 도덕적 용기 때문이었다. 넷째 : 솔선수범(Lead by example)         교황은 타인에 대한 공감, 신뢰, 자기절제를 솔선수범했다. 그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실행하는 사람이었지, 바티칸에 지시나 하는 행정가가 아니었다. 다섯째 : 탐구(Be knowledgeable)         교황은 윤리학 교수였으며 극작가요 시인이었다. 두개의 박사학위를 받았고 폴란드가 나치에 점령됐을 때 신학을 공부했다. 그는 지적이었고 자신의 핵심 신념과 그 신념대로 사는 데에 필요한 행동에 관해 많이 생각했다. 여섯째 : 소통(Communicate)         교황은 중부 유럽의 잠재적 민족주의와 소통할 수 있는 위대한 의사전달자였기 때문에 냉전을 종식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영혼 대 영혼으로 말했다. 일곱째 : 영감(Be inspirational)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지 못하거나 그들이 자신보다 큰 무엇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게 하지 못하면 감동적일 수 없다. 교황은 영혼의 관대함과 겸손함의 모범이었다. 간디의 ‘7대 사회악’과 요한 바오로 2세의 ‘7가지 리더십’엔 분명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양자로부터 제기된 일곱개의 항목들을 나열해놓고 서로 뜻이 통하고 의미가 부합되는 항목을 연결해보면 알 수 있다. 즉, 간디의 비판적인 부정문(negative form)에 요한 바오로 2세의 긍정적인 용어를 연결하면 일곱 개의 새로운 문구가 완성되는데 그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원칙없는 정치 + 용기 ⇒ 용기있는 정치(Politics with Being courageous) 2) 노력없는 부 + 솔선수범 ⇒ 솔선수범하는 부(Wealth with Leading by example) 3) 양심없는 쾌락 + 진실성 ⇒ 진실성있는 쾌락(Pleasure with Being genuine) 4) 인격없는 지식 + 지식 ⇒ 인격있는 지식(Knowledge with Character) 5) 도덕없는 상거래 + 소통능력 ⇒ 소통능력 있는 상거래(Commerce with Communicate) 6) 인간성없는 학문 + 영감 ⇒ 영감있는 학문(Science with Being inspirational) 7) 자기희생없는 신앙 + 희생 ⇒ 희생하는 신앙 (Worship with Sacrifice) 마치 간디의 ‘7대 사회악’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요한 바오로 교황이 실천한 일곱가지 덕목을 통해 우리에게 해결책(solution)을 주는 것 같지 않은가? 종교와 시공을 뛰어넘는 두 성자의 삶 - 동서양의 만남, 힌두교와 카톨릭의 만남-이 참다운 인성에 눈 뜨게 하고, 인류공영을 위해 우리가 경쟁해야 할 일곱가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첫 번째로 ‘용기있는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를 ‘인간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립을 조정하여 통일된 사회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모든 행동’이라고 정의할 때, 이 정치적 행동에는 각 사회마다 대원칙이 있다. 용기란 바로 그 원칙이 무너지거나 누군가가 침해할 때, 올바른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헤 소리를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정치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의미라는 말이다.  또한 이는 정치지도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 결정자의 위치에 선 사람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직면하게 되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자신의 결정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앞에서 지도자는 절대고독을 체험한다. 절해고도에 혼자 있는 듯한 느낌, 그때 그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용기다. 용기란 부담을 지는 것을 함축한다. 자신의 결정과 선택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용기이며, 그 부담을 기꺼이 지겠다는 것이 용기다. 이것이 곧 주역에서 말하는 지도자의 덕목인 ‘강인함’이며, 석가가 말한 지도자의 덕목 중 ‘앞장섬’인 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용기있는 정치가 한 사람이 사회에 끼친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링컨과 간디가 그랬고, 처칠이 그랬으며, 세종과 정조가 그러했다. 지금도 우린 절실히, 그리고 간절히 그런 정치와 정치가를 기대하고 있질 않은가. 두 번째로 ‘솔선수범하는 부’란 두말할 나위 없이 건강하고 올바른 가치를 실천하는 데 앞장서는 ‘부유층’을 말한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 형성에 기여하는 덕목이다. 땀 흘리지 않고 편법과 불법적인 거래로 부가 형성되는 사회는 건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개인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솔선수범하는 부란 사회의 빈곤과 소외와 불균형의 해소를 위해 있는 자가 솔선수범하여 나눔과 희생의 삶을 사는 것, 바르고 정직하게 사회의 규범을 지키는 것까지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성실하게 자기 삶을 경주할 때, 그 사회엔 건강한 생존활동이 형성되고 평화와 안정이 깃든다. 생물학자이자 뛰어난 교육가인 데이비드 스타 조단은 이렇게 말했다. ‘지혜란 다음에 할 일을 아는 것이고, 덕은 그 할 일을 실행하는 것이다’ 라고. 솔선수범 그것은 곧 할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실천하는 덕이다.   세 번째, ‘진정성있는 즐거움’이란 뭔가. 이것은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쾌락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충족감을 주는 즐거움. 아니 희열에 가깝다. 이 사회에는 감각을 만족시키는 쾌락이 만연해있다. 이것들은 일상생활에 지치고 상처받은 인간들을 유혹한다. 음주, 흡연, 간음과 약물 등......하지만 그런 쾌락은 오래 가지 못할뿐더러 진정한 의미에서의 만족도 주지 못해 결국은 해소되지 않는 목마름만이 남을 뿐이다. 그런데 반해 정신적인 충족감을 주는 즐거움은 삶의 의욕을 북돋워주고 자존감을 높여서 인간을 더욱 성숙하게 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정신을 충족시키는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까. 문학과 예술 등 우리의 영혼을 살찌울 유익한 즐거움과 쾌락의 산물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간을 즐겁게 하는 것은 성취감일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의 발행인 월터 배조트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은 세상 사람들이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그 일을 성취하는 것이다’ 라고. 위대한 문학가 앙드레 지드도 ‘행복의 비결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데 있다.’고 했다. 이것은 단순한 쾌락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삶과 인생을 성숙하게 하고, 또한 다른 사람의 삶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즐거움이다. 한순간의 짜릿한 쾌락으로부터의 유혹을 이기고 나 자신과 시대와 인류사회를 살찌울 진정한 쾌락에 도전할 때, 우리의 삶도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인격을 바탕으로 한 지식’이란,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교육문제와 직결된다. 인성교육이 선행된 지식교육, 그런 배움의 자세를 말하기 때문이다. 우리들 중 상당수가 남들보다 더 나은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공부했다.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친다. 틈만 나면 아이들을 학원으로 외국으로 보낼 줄만 알았지, 집에서 작은 일 하나라도 기꺼이 스스로 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지 못했다. 아예 가정교육이라는 것이 사라져서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고 봉사해야 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그 사이 우리 사회속에서는 염치와 예절을 알며 남들을 배려하는 법과 스스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법을 배운 세대는 사라졌다. 지금 이 덕목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명백하다. 양심과 상식과 배려와 감사를 아는 인간성과 전문지식을 함께 갖춘 인간이 되라는 것, 그리고 그렇게 2세를 키우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 가지를 제안하자면 가정 안에서 공동의 행복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조금씩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그런 가정교육, 가정문화의 새 흐름을 꽃피워야 한다. 다섯 번째, ‘소통능력이 있는 상거래’라 함은 정직한, 투명한 경제 질서를 말한다. 흔히 부정직한 거래를 암거래라 한다. 투명하지 못한 거래, 불법과 부정, 뇌물과 불합리함이 난무하는 시장질서는 상거래의 상식적인 의사소통과 재화의 흐름을 방해한다. 정직하게 땀 흘린 사람이 땀의 댓가를 받을 수 없는 사회를 만든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재화가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상거래에서의 투명성과 정직성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기업 내에서의 바른 재화 흐름, 기업과 기업간의 투명한 재화이동, 거래의 성사과정이 곧 그 사회의 도덕성과 가치기준을 형성한다. 깨끗한 상거래문화가 형성되어야 사회가 그만큼 건강해진다.    여섯 번째, ‘영감있는 학문’이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창조적인 학문이라고나 할까. 원리원칙을 밝히는 학문에만 머문다면 그 학문은 새장 안에 갇힌 새와 같은 것. 갇힌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이를 창조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학문이 존재하는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때문에 학문이라는 세계에는 이를 세상으로 인도할 영감이라는 길이 필요하다. 대학의 연구소 안에서 위대한 기술과 학문적, 과학적 성과들을 이루어내는 사람은 수천명이 넘지만 사실 이런 성과들을 세상으로 이끌어내 전기를 발명하고 비행기를 제작하며, 핸드폰이나 MP3, 인터넷, 방송망을 만든 사람들은 뛰어난 영감을 가진 몇몇 사람이 이루어낸 것이다. 뛰어난 영감, 그것이 위대한 학문적 성과와 만날 때, 인간의 삶은 한 단계, 한 단계 역사적인 도약과 진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일곱 번째, ‘희생하는 섬김’. 이것에 대해 우리는 뚜렷하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상생활에서는 가장 잘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가장 약한 면을 드러낸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의 예를 들어 설명해본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제대로 마시기 위해 아무 곳에서나 마시지 않는다. 아무 종류의 커피를 마시지도 않는다. 콩의 종류도 가려가며 마신다. 자기 입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 주는 카페를 찾아가기 위해 커피값의 몇 배나 되는 석유값을 투자하며 차를 몰고 간다. 가는 동안은 아무리 커피가 마시고 싶어도 참는 인내를 발휘한다. 비싸도 꼭 그 집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과 마음과 육체적 인내라는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결코 힘들어 하지 않는다. 십대들이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쏟는 헌신은 거의 경탄스러울 정도다. 팔천원짜리 헤어컷을 하기 위해 서울의 끝에서 끝까지 미용실을 찾아가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의 옷을 부모가 사줄 때까지 단식투쟁을 하는 아이도 많다. 그에 반해 더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정작 그 만한 희생과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공하고 싶다. 가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라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원하면서도 심지어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성공을 위해, 가정의 행복을 위해, 나라의 안정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위해 구체적이고도 치열한 희생과 헌신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이 한 잔의 커피보다, 일 년이면 유행이 지날 브랜드의 옷보다 더 못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쪽에선 은근히 ‘운’과 ‘부모의 재력’과 ‘배우자의 사회적 능력’과 ‘인맥’을 의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희생이 없는 섬김. 희생이 없는 숭배. 희생이 없는 신앙은 무의미한 것이다. 그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다. 간디가 자신의 평생을 인도독립과 비폭력무저항주의의 실천을 위해 희생했듯이, 요한 바오로 2세가 육신을 괴롭게 하는 갖가지 질병을 안고도 백 여개국을 순방하는 치열한 희생으로 종교간, 이념간의 벽을 허물었듯이. 희생은 얼핏 무기력하고 무의미하게 보이지만, 그것만이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되고, 정체된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가. 그렇다면 그 대상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라. 그것이 희생이다. 그리고 그 희생위에서만 세상은 평화와 희락과 안정이라는 열매가 풍성이 열리는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지금도 인도의 간디기념공원이나 바티칸에 있는 요한 바오로 2세의 기념관에는 전 세계로부터 수많은 순례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들의 삶을 추모하고 그들이 이 땅에 남긴 위대한 족적을 기억하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 그들이 일생을 바쳐 남긴 지혜가 뿌리내리지 않는다면, 그것을 힘써 지켜 이 세상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그 행렬이 지구 끝까지 이어진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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