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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역사』
이승률 연변과기대 대외 부총장
Ⅰ.
해변을 따라 길게 펼쳐진 송림의 숲 너머로 푸른 현해탄이 바라다 보이는 겐까이 로얄호텔(玄海ロイヤルホテル) ― 2년 만에 다시 찾아와 여장을 푼 것은 지난 2월 28일 저녁 무렵이었다.
1997년 봄 학기,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최고경영자과정)에 입학했던 3기 3조 동문들이 그동안 10년 가까이 소그룹 친교모임을 계속해 왔는데, 올해 3월 3일이 10주년 창립기념일이 되는 날이다.
3월 3일에 개학했고 또 3기 3조로 모인다고 해서 “삼삼회”라 이름을 지은 이 모임을 나는 무척 아끼고 사랑한다.
이 모임의 초대 회장은, 재임 당시 한국야쿠르트(주)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셨고 지금은 고문으로 남아 한일간 관계 업무를 측면 지원하고 계시는 이은선 회장이시다.
재작년에는 설날(春節) 연휴를 틈타 다녀왔었는데, 올해는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이은선 회장을 단장으로 모시고, 일본 야쿠르트(주)에서 운영하는 “후쿠오카 국제칸츄리클럽”을 친선 방문하여 운동을 하면서 며칠간 휴가를 보내고자 3박 4일 일정으로 이곳에 온 것이다.
2년 마다 한 번씩 오기로 했으며, 올해는 부부조 세 커플과 싱글 네 명이 참가하여 모두 10명이다. 부부조로는 “삼삼회”의 현 회장직을 맡고 있는 본인(연변과학기술대학 대외부총장) 내외와 한국 축산업의 선두주자인 (주)선진의 이인혁 회장 내외, 그리고 신한투자신탁 대표이사를 거쳐 지금 국영기관인 한국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으로 계시는 안광우 회장 내외가 참석했다. 싱글조로는 앞에서 소개한 이은선 회장과 1970년대 중앙일보 일본특파원 출신으로 전 코리아헤럴드, 내외경제신문사 대표이사를 역임하셨던 김경철 회장, 한국 요식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로서 최근에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서울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한 「하림각」의 대표 남상해 회장(저서 “나는 오늘도 희망의 자장면을 만든다”), 그리고 부인께서 갑자기 병이 나셔서 참석치 못해 대리인 자격으로 합류한 이은선 회장의 아들 이주원 사장(진원코리아 대표) 등이다.
첫날 저녁 무렵 여장을 푼 우리 일행들은 호텔 대욕장(大浴場)에서 온천을 한 후 남녀 모두 실내복 차림으로 식당에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만찬을 즐겼다. 방문단 단장이신 이은선 회장께서 먼저 최근에 유행하는 건배사라고 소개하면서 한 말씀을 가르쳐 주셨다.
“당신 멋져”
내용인 즉, 당당하게 살자, 신나게 살자, 멋지게 살자, 져 주면서 살자 라는 말의 첫 머리 글자를 합성해서 만든 건배사다.
우리는 연신 상대방에게 “당신 멋져”를 외쳐 주면서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모든 한국적 현실의 갈등구조와 시비상황을 떠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나는 잠들기 전에 다시 한번 아내에게 “당신 멋져”라고 속삭여 주었다. 아내는 기분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끝말이 좋단다. 져 주면서 살자 라는 말의 뜻이 그녀가 평생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한을 풀어준 듯하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속으로 다짐해본다.
우리 한국이 일본을 이기고자 한다면, 질곡과 같은 과거사와 민족주의 감정의 늪을 뛰어 넘어 진정으로 극일하는 길은 어쩌면 “져 주면서 사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져 주면서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는 길이 한일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동북아 평화체제의 새 길을 열어가는 대안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되새기면서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평안하고 행복한 잠에 깊이 빠져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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