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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역사』
이승률 연변과기대 대외 부총장
Ⅺ.
「후쿠오카 국제칸츄리클럽」에서 삼삼회 창립10주년 기념행사를 마친 우리 일행들은 골프장과 일본야쿠르트사(社) 관계자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후쿠오카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주말 서울행 여행객들이 많아져서 공항이 붐비고 또 요즘은 소지품 검사가 까다로워져서 출국수속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출국수속을 밟고 있는 동안 나는 「후쿠오카 일한친선협회」에 근무하는 박용득(재일 조선인 3세) 사무국장께 전화를 했다. 이시이 회장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으며, 또한 우리가 함께 논의했던 2008년 북경올림픽기념 평화철도운행계획(“도쿄에서 런던까지”)을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끝까지 힘을 합쳐 나가자는 뜻을 다시 한번 진중히 전달해주기를 요청했다.
“박 국장님, 이번에 처음 만났지만 낯설지가 않고 집안 친척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서로 돕고,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정말 남 같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또한 재일 조선인 3․4세들이 장차 이중국적을 갖고 한일간 관계 개선을 위해 퓨전반도체(*삼성전자에서 최근 개발한 신기술 제품)의 칩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출국 수속을 끝내고 쇼핑점에서 손자 녀석에게 줄 선물(과자류)을 고르고 있는데 한국에서 장거리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부산발전연구원에 있는 실무자 한 분이, 4월 말경에 있을 한일간 국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줄수 있겠는가 하는 문의를 해왔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해저터널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일본과 부산 지역 간의 교통물류 확대발전 방안을 토론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쾌히 승락했다. 이것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마도 지난해 11월 초, 부산시청이 주최했던 제1회 국제한상세미나에 초청되어 가서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로서 부산의 발전방안”을 발제한 것이 인연이 되었는가 보다. 그때 부산시 관계자들과 전문인력 및 시민 청중들 앞에서 “부산(釜山)이 발전하려면 부산을 뛰어넘어야 한다. 한일간에 해저터널을 뚫고, 거제도(巨濟島)와 쓰시마(對馬島)를 묶어 상호출자형 한일공동자유무역지대로 만들면서 부산 신항과 신국제공항을 연결하여 부산만 일대를「거부(巨釜) TRI PORT」로 육성하는 것이 21세기형 국제항만도시로서의 부산 발전방안이라고 본다. 이래야만 부산이 일본과의 역조를 뛰어넘고 뒤따라오는 중국과 상해 신항(新港)의 도전을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아무튼, 부산발전연구원에서 이를 평가하여 한일간 국제세미나에 다시 발제자로 초청해주겠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 세미나에서는 내가 그토록 깊은 관심을 가져왔던 한일간 해저터널건설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고 하지 않는가.
비행기 탑승시간이 됐다.
일행들은 기내 좌석에 앉자마자 대부분 눈을 감고 쉬는 모습이다. 며칠간 계속 운동을 했기 때문에 많이 피로했던 것 같다. 나도 조용히 눈을 감고 (호텔 온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단전에 힘을 모으고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깊은 묵상에 빠져 들어갔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3박 4일간의 행적이 하나의 원형도표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떠오른다.
첫날 저녁, “당신 멋져”라는 건배 구호를 외치며 기분 좋게 출발했던 만찬 분위기.
다음날 오후, 바쁘게 콜택시를 타고 가서 만난 이시이 회장과의 뜻 깊은 대화 ― 일본과 네덜란드 교류 400주년을 기념하는 24일간의 대륙 철도여행, 부산․후쿠오카 간의 1일 생활 문화현상, 그리고 마침내 “도쿄에서 런던까지” 이어지는 북경올림픽 기념 평화철도계획에 대한 논의 등이 꿈결처럼 머릿속에 펼쳐진다.
셋째 날 아침, 새벽 온천에서 느낀 카타르시스의 경험과 말할 수없는 영적 기쁨의 힘, 그날 낮에 18홀을 돌면서 12번이나 벙커에 빠져 쩔쩔맸던 모습. 산기슭 언덕에 외롭게 피어있던 늙은 매화나무 가지의 작은 꽃잎들, 그리고 밤늦도록 “설중한매와 진달래”의 향기에 젖어 만취했던 저녁 만찬. 만찬 이후 온천장(옥외탕)에서 만난 신지 사장과의 대화 ― 故 이수현 군에 관한 영화 이야기, 아키히토 일황의 약속과 평화주의자로서의 이미지, 인시아드(INSEAD) 김위찬 교수의 「블루 오션 전략」복습, 그리고 마침내 일본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명인 유신」의 제안 등이 천둥처럼 뇌리를 울린다.
마지막 날 아침, 카네자키 항에서 현해탄을 바라보며 올린 새벽기도, 함께 믿음의 고백을 나눈 부부애, 그리고 (어깨가 아파서) 마음을 비우고 몸의 힘을 빼고 부드럽게 스윙을 한 결과 싱글에 가까운 실력(83타)을 회복한 마지막 라운딩.
이 모든 장면들이 영화처럼 파노라믹하게 망막에 떠오른다. 마음이 뜨거워지고 생각의 깊이가 더해진다. 시작도 끝도 없는 의식의 흐름이 굽이치는 강물처럼 뇌리 속을 엄습한다.
지난 5월 중순 (터키 에베소에서 열린) 유럽CBMC 대회를 가는 도중에 들렀던 두바이 지역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꿈꾸는 지도자가 나라를 살린다”
이 말은 두바이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를 일컫는 말이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사막과 바다에 세계 최고급의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는 불세출의 인물이다. 단적인 예로 70㎞ 해안을 1,700㎞로 늘리는 기적을 연출했다. 바다를 메워 세계지도를 본떠 대형 공원을 만든 후, 해당 국가의 기업인들에게 휴양지로 팔아먹는 상술이다. 그는 정치지도자라기 보다는 유능한 CEO에 가까운 통치자다.
또 꿈을 팔아먹는 기가 막힌 천재가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社)의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 1월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IT전시회인 ‘CES 2007’의 기조연설을 통하여, MS(마이크로 소프트)가 수년간 공들여서 만든 신상품인 ‘가정용 윈도 비스타’를 소개하면서, 소비자들이 모든 종류의 컴퓨터와 준(MP3플레이어), X박스(게임기)뿐만 아니라, 이제는 거리에서도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전제품과 연결되는 ‘윈도 홈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각종 기기를 연결해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연결된 경험(connected experiences)’이라고 표현하면서 “융합하고 연결하라, 꿈의 디지털 세상이 우리 곁에 펼쳐진다”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가전제품을 위시한 모든 하드웨어가 24시간 연결된 상태에서 생활하게될 신세계의 꿈을 팔아먹겠다는 내용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팔아먹을 것인가? 우리 동북아 3국에 ‘두바이의 기적’과 같은 일을 실현할 만한 대안은 없는가? 또 빌게이츠의 ‘꿈의 디지털 세상’과 같은 신기술상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다팔 수 있는 재능은 없는가?
우리 한중일 3국이 힘을 합하여, 이런 일을 감당할만한 창의적인 인재집단을 키워낼 수는 없을까?
지속적인 가치개혁과 미래지향적인 역사의식을 한데 융합하고 연결하는, 동북아 블루 오션의 새로운 인프라 스트럭쳐(new infrastructure)를 구축할만한 야심과 기개는 없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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