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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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아닌 꿈을 공유하라
2009년 04월 02일 07시 38분  조회:3412  추천:39  작성자: 이승률
네 번째 이야기  코리안 섬 게임을 창출하라

문제가 아닌 꿈을 공유하라


나는 지난 5월 하와이에 다녀왔다. 1년 후 개교 예정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소식을 교민사회에 전하고, 개교 준비에 필요한 교육기자재 지원업무와 교수인력 교류를 의논하기 위해 관련기관과 하와이 대학을 방문하게 됐다. 하와이 대학에 갔을 때 거기서 나는 미래전략센터 소장인 짐 데이토 (Jim Dator, 73세)교수를 만났다. 그는 미래학의 대부로 불리고 있으며, 1967년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협회’를 만들어 미래학(future study)이란 학문 분야를 처음으로 개척한 선구자다. 그가 몇 년 전에 한국을 방문하여 특강했을 때 이렇게 말했었다.


        “정보화사회 다음엔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해일이 밀려들 것이다‘


그는 ‘드림 소사이어티’를 꿈과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경제의 주력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가고, 상상력과 창조성이 핵심 국가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드림 소사이어티에 진입한 세계 1호 국가’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한류(韓流)라는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이미지를 상품으로 포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얘기로 그는 국민총생산(GNP) 대신에 국민총매력(GNC: Gross National Cool)이란 지표를 쓰자고 주다.  GNP가 한 나라 국민이 생산한 모든 상품가치의 합, 즉 물질에 기준한 것이라면, GNC는 한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인가로 그 나라의 부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이미지의 생산, 결합, 유통이 주 평가요소다. 그 좋은 예를 두바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꿈꾸는 지도자가 나라를 살린다


여기에서의 지도자란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를 가리킨다. 그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사막과 바다에 세계 최고급의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는 불세출의 인물이다. 그는 70㎞ 해안을 1,700㎞로 늘리는 기적을 연출했다. 바다를 메워 세계지도를 본떠 대형 공원을 만든 후, 해당 국가의 기업인들에게 휴양지로 팔아먹는 상술이다. 그는 정치지도자라기 보다는 유능한 CEO에 가까운 통치자다.


그런가 하면 빌 게이츠는 꿈을 팔아먹는 천재다. 지난 1월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IT전시회인 ‘CES 2007’의 기조연설을 통하여, MS(마이크로 소프트)가 수년간 공들여서 만든 신상품인 가정용 윈도 비스타를 소개했다. 그 자리에서 빌 게이츠는 소비자들이 모든 종류의 컴퓨터와 MP3플레이어 그리고 게임기와 휴대폰으로 어디서든 가전제품과 연결되는 윈도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각종 기기를 연결해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연결된 경험 (connected experiences)’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융합하고 연결하라, 꿈의 디지털 세상이 우리 곁에 펼쳐진다


한마디로 가전제품을 위시한 모든 하드웨어가 24시간 연결된 상태에서 생활하게 될 신세계의 꿈을 팔아먹겠다는 내용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팔 것인가. 우리 동북아 3국에 ‘두바이의 기적’과 같은 일을 실현할 만한 대안은 없는가? 또 빌 게이츠의 ‘꿈의 디지털 세상’과 같은 신기술상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다팔 수 있는 재능은 없는가. 우리 한ㆍ중ㆍ일 3국이 힘을 합하여 이런 일을 감당할만한 창의적인 인재집단을 키워낼 수는 없을까? 지속적인 가치개혁과 미래지향적인 역사의식을 한데 융합하고 연결하는, 동북아 블루 오션의 새로운 꿈의 인프라 스트럭쳐(new dream infrastructure)를 구축할만한 야심과 기개는 없는가.


나는 그 해답을 상호호혜주의에 입각한 퓨전의 정신에서 찾았다. 퓨전(fusion)이란 흔히 섞인 상태를 의미하지만 나는 이를 future vision의 줄임말로 쓰고자 하는 것이다. 동북아사회의 future vision을 ‘fusion’에 두고, 그 핵심 역량을 ‘사랑의 기술’이라고 하는 이미지에 결부시키려는 것이다.

 

나는 사랑을, 소통(Communication)과 육성(Cultivation), 그리고 창조(Creation)의 정신으로 상대와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나는 이를 3C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3C를 통하여 하나의 꿈을 실현하는 사랑의 기술이야말로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가치를 이끌어내는 전략이요 그 이미지 파워라고 확신한다. 이 ‘사랑’의 기술만이 과거사에 묶여있는 폐쇄적인 민족주의와 천박한 패권의식의 한계(레드 오션)를 벗어나 개방적인 대아(大我)의 경지인 선린공동체의식으로 나아가 각 민족의 잠재능력과 상상력과 창의성을 통합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신크래틱스 리더십(Syncretics Leadership : 갈등을 통합하는 리더십)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리더들이  왕성하게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그 상생의 지도력을 정치ㆍ경제ㆍ사회ㆍ산업ㆍ기술ㆍ 과학ㆍ교육ㆍ문화 등 여러 부문에 적용하여 새로운 가치 개혁의 국제 클러스터를 구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동북아연합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작년에 있었던 조선통신사 400주년 기념행사는 화해와 교류라는 측면에서 무척이나 인상적인 행사였다.  조선시대 한ㆍ일간 교류의 첨병이었던 조선통신가 다녔던 도시들을 주축으로 지역주민들이 저마다 경쟁적으로 기념행사를 준비했으며, 또한 나가사키, 야마구치 현(縣)과 시즈오카, 하코네 시(市)의 주민들이 부산에서 준비하고 있는 기념행사에 참석해 자기 지역 마쓰리를 선보이기도 했고, 또 부산 시민들은 쓰시마, 도쿄를 찾아가 조선통신사 의 행렬을 재현했던 일은 상징성이 매우 큰 한·일간 역사문화교류의 한 예다.


감히 견원지간이라고 할 만큼 오랜기간 대립각을 세워왔던 중·일간에 새로운 변화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 바로 의 장막에 갇혀있던 중국을 개혁, 개방의 시대로 이끈 ‘작은 거인 덩 샤오핑’의 일본기행이라고 할 수 있다.

30년 전, 일본을 방문했던 덩 샤오핑의 열정은 일본과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당시 신칸센을 타고 일본 주요도시를 빠짐없이 방문하면서 일본의 과학기술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었다. 이 일이 중국의 개혁개방과 근대화를 이루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했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사회는 이미 하나의 거대한 정보공동체로 변모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 정보사회를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국민총매력(GNC)의 이미지 파워가 우리들의 의식구조와 제도와 생활양식을 통째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하는 신문명 시대에 이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일본 열도와 한반도 그리고 중국을 한몸의 공동체로 융합하고 연결하는 일은 어쩌면 동양의 선진들이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대동사회로 진입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 간에 기득권을 고집하며 갈등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는 정략 배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그 묵은 관습의 껍질이 얼마나 누추하게 보이는지!


문제를 공유하면 과거에 집착하게 되고 꿈을 공유하면 미래를 바라보게 된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동북아시대의 꿈을 향해 나갈 것이다. 그 길을 준비하고 개척해 것이다. 그러니 친구들이여. 이제 그만 우리 새로워지자. 새로운 꿈과 이미지로 우리의 미래를 창조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자. EU(유럽연합)의 통합정신을 본받아 우리 아시아권(圈)에서도 각 국가의 지도자들과 인재들이 서로 내면적 소통을 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아름다운 기회를 만들어보자.


EU 회원국이 25개국으로 확대되고 냉전의 잔재가 유럽대륙에서 사라진 2004년 5월 1일, 유럽 전역에서는 축제가 고조됐으며, 이날 동서독 통일과 EU통합에 지대한 공헌을 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는 다음과 같이 그 소감을 발표했었다.

“EU의 확대통합만이 유럽에서 피의 세기를 마감하는 유일한 길이며,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전쟁을 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한·중·일 3국간에도 멀지않은 장래에 이와같은 놀라운 통합의 역사가 실현되기를 바라면서, 그 역사의 흐름을 주도하고 촉진시키는 인재집단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배출되기를 기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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