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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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품앗이
2006년 05월 10일 00시 00분  조회:3247  추천:144  작성자: 안병렬
아름다운 품앗이

안병렬


몇 년 전, 교하의 조선족 실험소학교에 강의를 하러 간 일이 있었다. 기차를 타고 4시간이나 걸리는 먼 거리를 다니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 학교 교장님의 간곡한 부탁이 있어 갔던 것이다.

첫 날 갔을 때의 일이다. 강의를 마치니 교장이 저녁을 먹으러 가잔다. 가난한 소학교에 폐가 될까 저어하여 어디 가까운 데서 간단히 하자고 하니 오늘은 시 정부의 간부들이 교하 시내 최고급의 호텔에서 특별히 한 턱 내기로 되었으니 걱정 말고 가자며 소매를 끈다. 나는 속으로 이 소학교의 교장이 참 영향력이 있고 발이 넓은 분이어서 시 간부까지 움직이는 모양이라고 감탄을 하며 따라갔다.

그런데 식사 중에 무언가가 이상하였다. 시 간부란 분들 셋이 왔는데 모두 한족이었다. 그리고 이분들과 교장 사이에 그렇게 친밀해 보이지를 않고 그저 겨우 안면이나 있는 정도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분들이 왜 나를 대접하는 것일까?”

하기는 소학교에 오신 손님은 곧 자기 시에 오신 손님이니 자기들의 손님이라 여기고 대접할 수도 있으나 아무래도 그것은 너무 비약적인 생각일 것 같았다. 그래 하도 궁금하여 좀 결례일 것 같으나 무릅쓰고 교장에게 물었다.

“이분들이 왜 나를 대접하지요?”

“글쎄요. 한국의 교수가 오신다는 이야기가 맞느냐 하기에 그렇다고 하니 저녁을 사겠다고 꼭 모시고 오라고 하여 모시고 왔을 뿐입니다. 아마 무슨 이야기가 있겠지요.”

그러나 그 “무슨 이야기”는 좀체 나오지를 않았다. 성급한 나는 참지 못하고 서툰 한어로 왜 나를 대접하느냐고 바로 묻고 말았다. 그런데 그 대답이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닌 스 한구어런”(당신은 한국 사람이요)

하는 것이었다. 이 무슨 말인가? 한국인이라고 왜 시 정부 간부들이 이토록 성대히 대접한단 말이냐? 그래 다시 그 연유를 자세히 물었다. 그랬더니 자기들이 작년 한국에 나갔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인들로부터 풍성하고도 따뜻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대접에 대한 답례를 해야 하는데 그분들은 만날 수가 없으니 대신에 오늘 당신에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눈물이 나오려 하였다.

“아, 착한 사람들이여, 오늘 이 삭막한 세상에 이렇게도 아름다운 마음들이 있던가?”

나는 그분들의 손을 잡고 울음을 참으며 겨우 고맙다고만 연거푸 말할 뿐 달리 내 마음을 나타낼 수도 없었다. 이날의 이 감격으로 하여 그 후 그 먼 길을 매주 한번씩이나 다니면서도 나는 괴로움을 몰랐다.

나는 지금도 그 일을 기억하며 감격을 한다. 그리고 외국의 낯선 나를 이토록 따뜻이 대접하여주던 그 한족 분들과 또 이분들을 이렇게 하도록 미리 대접하여준 준 그 한국 분들에게도 감사를 한다. 그러면서 나도 이 다음 그 누구 한국분이 이곳에 와서 나 때문에 따뜻한 대접을 받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내가 이곳에서 미리 품을 팔아 놓으면 나도 받을 것이요 설령 내가 못 받더라도 이 다음 누군가가 반드시 받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품앗이에 나도 미력(微力)이나마 동참을 한다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더냐? 이 아름다운 품앗이를 나에게 가르쳐준 그 한국 분들과 교하시의 간부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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