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렬
http://www.zoglo.net/blog/f_waiguo08 블로그홈 | 로그인

※ 댓글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단돈 1원의 온정
2011년 05월 16일 09시 21분  조회:2382  추천:62  작성자: 안병렬

단돈 1원의 온정


안병렬



  장춘에 일이 있어 갔다. 내가 사는 연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늘 기차를 타고 다녔는데 이젠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한다. 나도 편히 간다기에 버스를 타고 갔다. 흔히 5시간이면 간다던데 그건 어디까지나 자가용으로 막 달리는 경우의 이야기이고 버스는 가다가 쉬기도 하고 또 중간에서 손님을 받기도 하여 6시간은 넘게 걸리는 형편이었다.

  오후 4시경 도착하니 전혀 낯선 곳이었다. 그래도 대강 기차역 근처이거니 여겼는데 영 다른 곳이었다. 어디 시장 한 복판 같았다. 택시를 잡으려니 도무지 잡히지를 않는다. 심지어는 어쩌다 빈 택시를 하나 잡아 좋다고 타려는데 행선지를 묻더니 안 된다며 가버린다. 중국에 와서 이렇게 택시 잡는데 어려움 당하기는 처음이라 당황하였다. 할 수 없이 가려던 호텔로 전화를 하여 사정을 말하니 지금 택시의 교대 시간이라 그러니 몇 번 버스를 타고 오란다. 가르쳐주는 번호의 버스를 겨우 찾아 타는데 또 방향이 틀린단다. 다시 길을 건너 한참 기다리다 그 번호의 버스를 만나 탔다. 후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또 낭패를 당할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버스비 1원이 없는 것이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1원짜리 지폐도 동전도 없는 것이다.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도 1원짜리는커녕 5원짜리, 10원짜리도 한 장 없고 100원짜리만 자꾸 나온다. 돈을 못 넣고 머뭇거리니 기사는 험상궂은 얼굴로 뭐라고 한다. 내가 못 알아들으니 내리라며 손짓을 한다. 암만 다급하다고 하드라도 1원 대신 100원을 넣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내릴 수도 없는 일, 마침내 나는 손님들을 향해 100원짜리 돈을 들고 흔들어 보이며 “지에게이 워 이콰이” (1원만 빌어 달라.) 서툰 중국말로 애걸을 하였다. 마침내 어떤 부인이 1원을 주신다. 얼마나 고마운지 나도 모르게 저절로 90도의 절이 나왔다. 이 1원은 정말이지 100원보다도 더 고마웠다. 누가 나에게 돈 100원을 공으로 주더라도 이 1원보다는 보다는 덜 감사하리라.   

  그러나 이 부인의 고마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호텔 앞이라 하여 내리니 호텔이 없는 것이다. 또 당황할 수밖에. 어리둥절하여 두리번거리는데 이 부인이 웃으며 다기오지 않는가? 처음 나는 그 돈 1원을 받으러 오는 줄 알았다. 나중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나를 이끌어 호텔 앞까지 와서는 잘 가라며 손을 흔들고 오던 길로 되돌아 가버리는 게 아닌가? 짐작컨대 도로를 수리하는 중이라 버스가 엉뚱한 곳에 섰기에 모를 것 같으므로 안내를 하러 온 것임이 분명하였다. 그런데 나는 돈 받으러 온 줄로 착각하였으니 잠시나마 마음만이지만 큰 죄를 지은 것이다. 참으로 미안하였다.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장춘에 대하여 늘 좋은 인상을 갖는다. 그리고 그 1원의 고마움과 아울러 안내까지 하여주는 그 친절을 늘 기억하며 감사한다. 그래 그 얼굴마저 자주 떠올리며 빙그레 웃는다. 그녀는 나에게 감사와 아울러 아름다운 추억거리도 만들어 주신 것이다.   

  다음 1원의 온정을 또 한 번 더 받았기에 여기 같이 적는다.

  학부교수의 새벽 모임이 있어 집을 나섰다. 택시를 잡으려다 말고 생각이 나서 주머니를 만졌다. 돈이 없는 것이다. 바지를 갈아입느라 돈을 두고 온 것이다. 다시 집으로 가려니 이미 시간도 급하려니와 귀찮기도 하였다. 온 주머니를 다 뒤지니 8원 50전이 나왔다. 그런데 대체로 대학까지는 9원이나 10원이 나온다. 그러니까 50전 혹은 1원 50전이 부족한 것이다. 사정을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내려서 사정을 하면 새벽부터 남을 기분 나쁘게 할 것 같아 타기 전에 미리 8원 50전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래도 30대의 남자 기사는 흔쾌히 좋다며 타라고 한다. 대학 식당 앞에 차를 세우니 9원이 나왔다. 나는 미안하다며 손에 쥐었던 돈 모두, 그러니 8원 50전을 다 주었다. 그랬더니 이 기사가 재미있는 말을 한다.  갈 때는 어떻게 가겠느냐고 묻는 것이다. 갈 때야 뭐 누구에겐들 빌리면 되는데 무슨 문제가 되랴만 그래도 나는 웃으며 돈이 없으니 걸어서 가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랬더니 이 기사 진지하게 들었던지 돈 1원을 떼어 주며 버스를 타고 가란다. 나는 너무도 고마워 그 돈을 받았다. 그리고는 세세(謝謝)를 연발하였다. 그리고 정말 그 돈으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 1원을 요긴하게 써야만 할 것 같아서였다. 

  장춘의 그 부인과 그리고 연길의 이 기사.

  나는 정말 이런 분을 만난 것을 감사한다. 그날 그 시간 그 아쉬움을 해결하여서 감사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그분들의 그 따뜻한 마음 씀이 지금까지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므로 더욱 감사하는 것이다. 단돈 1원으로 말미암은 그 온정, 나도 이 온정을 누구에겐가 갚아야 할텐데.              

2011. 3. 24.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1 ]

1   작성자 : ***
날자:2011-05-17 10:27:51
이상현 교장선생님이 용정종합고중에서 사업할 때 중국측 대표로 당지부서기 사업을 하던 ***입니다. 여기에 이름을 밝히기 꺼려 ***로 하였습니다. 이상현 교장선생님과 물어 보시면 잘 알겁니다. 안병렬교수님 지금도 연길에 계시는군요. 선생님의 글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문명한 이 시대에 어디에 가나 고마운 분들이 있지요. 저도 선생님의 글을 읽고 중국에도 이런 고마운 분들이 있다는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안교수님의 글을 즐겨 읽습니다. 선생님의 건승건필을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Total : 2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0 성녀(聖女) 2013-07-14 1 2089
19 [시] 장백산 2013-02-20 0 1617
18 [시] 연변의 봄 2013-02-20 0 1929
17 모아산 예찬 2011-08-30 5 2490
16 단돈 1원의 온정 2011-05-16 62 2382
15 끈질긴 배달민족의 얼 (안병렬) 2010-10-25 51 3064
14 경주를 다녀보며 (안병렬) 2010-06-14 54 2464
13 돈의 수치와 가치 (안병렬) 2010-03-13 66 2307
12 [추모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애도하며 2009-08-24 79 2696
11 나의 수준 2009-07-12 67 2225
10 형님을 보내고 2009-06-23 48 2535
9 저도 울었습니다 2009-06-19 58 2545
8 狂人들의 대화 (안병렬) 2008-05-06 137 2570
7 '조선놈의 새끼는 조선말을 배워야지' 2007-05-31 134 3429
6 넉넉한 마음 2006-05-10 102 2877
5 《조선족위기설》단상 2006-05-10 107 2957
4 조선족을 아십니까? 2006-05-10 100 3998
3 아름다운 품앗이 2006-05-10 144 3246
2 이 그늘에 해볕을 2006-05-10 118 2959
1 (시) 연변에서 살리라 2006-05-10 139 3372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