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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청과 독서
2012년 06월 06일 11시 05분  조회:3457  추천:3  작성자: 리명근

      오늘날의 TV문화는 전능적문화의 표징으로 영화문화를 비롯한 기타 문화아이템을 철저히 제압하고 뭇사람들의 마음속에 굳건히 자리매김을 하고있다. 하지만 모든 사물이 량면성, 이중성을 띠고있듯이 TV문화도 가끔 우리들의 옳바른 삶의 자세를 흐트러놓을 때가 있다.
       참으로 별인가 싶기도 하다. 평소 책을 읽거나 손에 잡히는 일을 할 때면 일부러 유유한 음악을 풀어놓아도 얼마든지 신나게 병행할수 있는데 유독 텔레비죤을 보는 동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거나 혼자만의 사유체계를 갖출수 없다. 물론 TV프로제작자의 의도에 쉽게 장단을 맞출수 있는 사람은 생각이 다를수도 있다. 그렇지만 손에 일이 딸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TV시청은 효용론적인 립장보다는 무용론이 가깝다.
       TV시청이 무작정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TV시청은 수동적인 행위다고 느껴진다. 이 점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반론을 자아낼수도 있다. 하지만 TV시청은 아무런 의사가 없는 애완동물부터 세상물정 모르는 젖먹이까지 누구라도 다 할수 있다는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독서는 이와 달리 능동적인 의식이 따라야만 가능하다. 책 한권을 읽는데는 그만큼 행위 자체에 강한 의지가 없다면 절대 스스로 완성할수가 없다.
       간혹 어떤 집에 가보면 구식의 텔레비죤보다도 우선 커다란 책장이 유표하게 안겨오지만 다른 어떤 집에 가보면 책장은 없지만 큼직한 형광판의 신식텔레비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어느 집에서 서재를 잘 꾸리고 장서를 많이 하였다는것은 이 집 주인이 정신적인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 나름대로 느껴진다. “TV중독자”라는 별호를 가진 친구한테 독서절에 새책까지 챙겨주면서 독서취미를 좀 가지라고 권했다가 텔레비죤으로 온 세상 구경을 다해도 못하겠는데 따분한 독서로 시간랑비를 할게 뭐냐 하면서 크게 핀잔까지 받았다. 할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매일 퇴근하면 쏘파에 엉뎅이를 턱 붙이고는 밥도 쏘파에서 먹으면서 텔레비죤을 시청하는게 유일한 취미고 지어 쏘파에 누워 밤이 새도록 텔레비죤의 모든 채널을 짚어가면서 시청하것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얼마든지 리해가 간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기호가 다른데 나의 생각이 옳다고 권하는것 자체가 너무도 무리하기도 하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생활절주가 빨라짐에 따라, 전날의 아날로그시대로부터 디지털시대가 도래됨에 따라 사람들은 점차 문자에 대한 흥미를 잃고 권태감을 가지면서 그림이나 영상을 통하여 문화생활을 향유하려는것이 오늘의 현실이기도 하다. 웬간하면 오늘날을 두고 독도시대(读图时代) 또는 영상시대라까지 사회학자들이 지적하고있겠는가. 더우기 최근에는 손에 쥐면 놓기 아쉬운 스마트폰과 태플릿PC의 영향으로 도서는 점점 왕따를 당하는 처참한 신세가 되고있는상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시청과 독서를 두고 나름대로의 주장을 내세우고싶다.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상 텔레비죤만 마주앉아있는 행위는 분명 의지력이 약한 소행이요, 수동적이고 분별없는 시간땜질밖에는 더 이상의 정보를 받아들일수 없다. 도서는 문자기재에 의한 문화적전승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고있다. 문자는 추상적인 부호이다. 이런 추상적인 부호로 이루어진 도서인만큼 열독시에 문자의 의미를 리해하자면 사고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하기에 중세기철학자 로크도 “독서의 핵심은 사색이다.”라고 지적한바 있다. 이와는 달리 TV프로는 직접 영상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에 어느 한 장면을 두고 분석해보거나 사고할 필요가 없거니와 또 그럴 겨를도 없다. 집사람이 매일 아침마다 출근시간을 어기면서도 한국드라마에 넋을 잃고있는데 딸애가 간혹 드라마중의 한국인기배우를 두고 재잘재잘 평판이 끝이 없으면 “그만해!” 하고 면박을 주기가 일쑤다. 무안을 당하고 시쁘둥해하는 딸애를 보고는 허구픈 웃음이 나오는걸 겨우 참는다. 집사람을 탓할바가 아니다. 딸애의 평판을 다 들어주면서 드라마내용을 떠나 다른것을 분석, 사고하노라면 드라마의 정채로운 줄거리를 다 놓쳐버리기는 십상이니 말이다. 그래서 딸애의 역성을 들어 텔레비죤시청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은 머리가 둔해진다고 일부러 집사람의 약을 올리기도 한다.
       사실 문화스낵으로서의 TV프로는 “숙식(熟食)”을 시청자들의 입에 직접 챙겨주는거나 다름없다. 그러하기에 시간이 오래도록 TV시청에만 심취된다면 저도 모르게 폭 넓게 사고하지 않고 깊이 사색하지 않는 라태성사유를 가지지 않을가 생각된다. 민중의 텔레비죤 의존도가 높은 나라라고 해서 문화적 수양과 자질이 높은 나라라고 긍정할 리유는 없다. 오히려 텔레비죤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단일하고 메마른 문화생활의 일면을 두드러지게 세인들에게 보여줄수가 있기에 민중의 옳바른 문화적취향을 인도해주는것이 급선무가 아닐수 없다.
       TV시청이 무익하고 독서만 유익하다고 일장 역설을 풀어놓고보니 출판일군으로서 “참외장사 제 참외 달다.”는 격이 되여 “제발 우리 책을 많이 사주시고 TV시청은 내동댕이쳐주시소서!”라고 설교하지 않았는지 송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통하여 삶의 지혜를 얻을수 있다.”거나 “독서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등등의 공허한 구호식으로 독서의 필요성을 설파하기보다 낮지 않을가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안감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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