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장에서 있은 일이다. 하루일을 마친 녀성종업원들이 탈의실에서 웃고 떠들며 한창 옷을 갈아입고있을 때 정희라는 녀인이 갑자기 놀란소리를 질러댔다.
“아이구머니, 이걸 어쩌나? 내돈, 내돈…”
그녀는 바지호주머니에 넣었던 100원짜리 한장이 깜쪽같이 잃어졌다고 소리쳤다. 탈의실은 삽시에 술렁거렸다. 서로 눈치를 보기도 하고 끼리끼리 수근거리도 하며 누가 도적일가고 경계하고있었다. 이럴 때 약사빠른 작업반장이 어느새 보위간사 영걸이를 데리고왔다.
정희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바지를 벗어 탈의실에 걸어놓고 여태까지 작업복을 바꿔입고있었는데 방금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돈이 없어졌다고 했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귀담아 들은 영걸이는 즉시 조사에 달라붙었다. 조사해보니 녀성종업원들은 모두 둘씩 혹은 셌씩 짝을 지어 탈의실에 드나들었는데 유독 애자라는 처녀만이 혼자서 탈의실에 드나든적이 있었다. 영걸이는 다른 녀인들은 모두 퇴근시키고 애자만 사무실로 데리고와서 심문하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탄백하오. 애자가 한일이 옳지?”
“아, 아님다.”
애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애티나는 처녀는 얼굴은 해반주그레하게 생겼지만 행동거지가 분별이 없어 반편이란 평판을 듣는 어리숙한 처녀였다.
“탈의실에 혼자서 드나든 사람은 애자밖에 없는데 아니라니 말이 되오?”
“정말임다. 난 안가졌슴다.”
“좋소. 그럼 몸을 뒤져보오.”
“시…싫슴다.”
애자는 황망히 손에 들었던 핸드백을 뒤로 가져갔다. 더럭 의심이 든 영걸이는 애자한테 다가들어 핸드백에 손을 뻗쳤다. 그런데 애자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죽기내기로 저항하는것이였다.
“이…이건 안됨다. 으…으응…”
영걸이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핸드백을 빼앗기게 되자 애자는 힘센 아이한테 사탕을 빼앗긴 어린애처럼 서럽게 울었다. 영걸이가 핸드백을 열어보니 아니나다를가 100원짜리 한장이 들어있었다. 영걸이는 장물을 애자앞에 내흔들면서 엄하게 따져물었다.
“이건 무슨 돈이요?”
“그…그건 내 돈임다.”
“바른대로 말하오. 도적질한 돈이지?”
“아님다. 정말 내 돈임다.”
애자는 흐느끼면서 그냥 아니란다.
“떼질쓰지 마오. 솔직하게 잘못을 승인하면 관대하게 처리할테요.”
“아님다.”
“뭐가 아니란 말이요?”
“도적질한 돈이 아니라는데…”
“뭐야?!”
영걸이는 마침내 발칵 화를 냈다. 두눈을 부릅뜨고 한동안 애자를 쏘아보던 그는 엉덩이에 찬 수갑을 풀어 탁상우에 놓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네가 그냥 떼질쓰면 쇠고랑을 채워 파출소에 넘기겠다. 그래 쇠고랑을 차고싶니?”
“아…아님다! 이잉…”
쇠고랑이요, 파출소요 하는 말에 질겁한 애자는 바들바들 떨며 울음을 터뜨렸다. 영걸이는 얼리기 시작했다.
“네가 이 돈이 도적질한 돈이란걸 승인하면 파출소에 넘기지 않겠다. 솔직하게 말해라.”
“아님다.”
“또 아니냐?”
“오…옳슴다.”
옳지그래. 얼시덩 그렇게 승인해야지. 네 태도가 좋길래 반성문이나 써라. 그리고 이 돈을 임자에게 돌려주고.”
“아님다. 그 돈이 내 돈이 옳다는 말임다!”
“뭐야? 너 정말 안되겠구나! 이 쇠고랑을 차고 파출소로 가자!”
영걸이가 달려들어 수갑을 채우려고 하자 겁을 집어먹은 애자는 그제야 숙어들었다.
“마…말하겠슴다!”
“그래, 말해봐.”
“그 돈은 가진겜다.”
“가진게라니? 남의 호주머니걸 훔쳐내고도 가진게라고?”
“아님다. 다른 사람이 날 준겜다.”
“누가 너한테 주었니?”
“그건…”
“말하지 않으면 파출소다!”
“강공장장이 아무하고도 말하지 말랬슴다. 으응…흑…”
“생뚱같이 강공장장이라니?”
“그 돈은 강공장장이 나한테 준겜다.”
“뭐라구?”
영걸이는 도끼눈을 부릅뜨고 애자를 쏘아보았다. 이 부실한 처녀가 마지막엔 공장의 첫째가는 어른한테 덤터기를 씌우려고 하다니?
바로 그때 “따르릉”하고 전화벨이 울렸다. 영걸이는 재빨리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위간사님입니까? 잃어버렸다던 돈을 찾았슴다. 글쎄 집에 와보니 그 돈 100원짜리가 옷장에 걸어놓은 바지호주머니에서 나왔슴다. 아침에 바삐 출근하느라고 바지를 잘못 갈아입은걸 모르고 글쎄 그 돈이 잃어졌는가 했잼까. 미안함다.”
영걸이는 화김에 전화기를 탕 내려놓으며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젊은 녀자가 기억력이 말이 아니구나. 잘 생각해보지도 않고 단통 잃어졌다고 고아대니 애매한 애자만 의심했잖아? 이러고보니 이 돈은 정말로 도적질한 돈이 아니구나. 그렇다면 강공장장이 정말로 애자한테 돈을 주었단 말인가? 무엇때문에?”
영걸이는 애자가 도적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였지만 강공장장이 왜서 애자한테 돈을 주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강공장장이 어째서 돈을 주었는가 하는 사실만 털어놓으면 돌려보내겠다고 애자를 구슬렸다. 애자는 놔준다는 말에 울음을 그치면서 말했다.
“그럼 말하겠습니다. 강공장장이 나하고 한번…그랬슴다. 그런 다음 돈 100원을 주면서 아무하고도 말하지 말랬슴다.”
탁상우에 놓여있는 돈을 빼앗다싶이 나꿔채여 핸드백에 넣고 쫓기듯 문밖으로 뛰쳐나가는 애자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영걸이는 너무도 어이없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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