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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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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6)
2013년 11월 10일 22시 34분  조회:3097  추천:1  작성자: 넉두리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김희수

6. 마지막 대결.


정신병원을 애처가 처가집 드나들듯했던 리광인에게 있어서 정신병원이야말로 가장 평화로운 곳이 아닐수 없었다 .여기는 요시다로를 대체할 방법을 연구하기 가장 합당한 장소였다.
하지만 민호에겐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할아버지를 입원시켜면서 몇번, 그리고 이 병원의 의사인 안해를 찾아 몇번. 그렇게 원내에 발길을 들여놓았었으나 그때는 정신병환자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아 별로 무서운줄 몰랐다. 그러나 온종일 해괴망측한 정신병환자들속에 파묻혀 있는 지금은 모골이 송연하여 사지가 자꾸만 떨렸다. 그러나 기억력을 잃어버린 아버지를 생각할 때 이런 자신의 처지가 아무것도 아니였다.
민호는 놈들을 대체할 방법이 없을가고 생각해보았다. 공안국에 이 정황을 보고하여 놈들을 체포? 그건 될수 없는 일이다. 공안국에서 믿지 않을건 물론 믿는다고 해도 놈들이 빨간 단추를 눌러대면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무장부대를 동원하여 놈들의 소굴을 폭파? 그것도 안될 일이다. 놈들이 아버지를 비롯한 숱한 일질을 잡아두고있는데 어떻게…전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그들을 희생시키면서 폭파할수도 있겠지. 하지만 놈들이 낌새를 채고 빨간색, 파란색 단추를 눌러대면 아무리 신식무기로 무장한 백만대군이 포위해 들어간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쩌면 좋을가? 어쩌면…

《할아버지. 아버지를 어떻게 합니까? 네?》

민수가 안타깝게 되뇌였으나 광인은 들었는지 말았는지 미동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할아버지, 이러고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요시다로놈이 할아버지의 발명을 리용해 숱한 사람들을 해치고있는데 방법을 대야지 않겠습니까?》
《….》
《할아버,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
《할아버지!》

민호가 큰 소리로 웨쳐서야 광인은 잠에서 깨여난듯 멍한 눈길로 민호를 바라본다.

《할아버지, 그 평화광선시계 만든게 더 없습니까?》
《왜 그래?》
《그걸 가지고 살그머니 그놈들한테 접근하여 그놈들의 기억력을 지워버리면 될게 아닙니까?》
《허지만 그 시계는 놈들이 훔쳐간 그 하나밖에 만들지 않았다. 이제 또 새로 만들자면 아무리 빨라도 3개월은 걸려야돼.》
《그럼 어떻게 합니까? 그동안 놈들이 손을 쓰는 날엔 끝장이 아닙니까?》

민호가 절망에 차서 부르짖었으나 리광인은 평온한 어조로 말한다.

《얘야, 손자며느리를 만나야겠다.》

이 병원의 의사인 민호의 안해가 그들을 보살펴주면서 바깥정보도 전해주군했다. 민호가 안해에게 일의 자초지종을 상세하게 알려줬던것이다.
 
후지꼬는 요즘 기다야마를 해치울 기회만 노리고있었다. 허지만 교활한 기다야마가 어찌나 경계하는지 손을 쓸수가 없었다. 한번은 커피에 몽혼약을 타서 권했더니 기다야마는 실수한체 하면서 커피잔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는것이였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 후지꼬는 자기의 우세인 육탄공격을 들이대기로 작심했다.
어느날 밤, 여느 때보다 섹시한 몸차림으로 기다야마의 앞에선 후지꼬는 온갖 교태를 다 부리며 섹시한 몸짓을 해보였다. 그 요염한 자태에 몸이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기다야마는 성급히 후지꼬를 끌어안고 침대에 쓰러졌다. 후지꼬는 있는 재주를 다 부려 기다야마를 몇번이나 황홀한 쾌락의 극치로 치달아 오르게 했다. 만족의 미소를 짓던 기다야마는 지친듯 한옆에 쓰러져서 쿨쿨 코를 골아댔다.

《아버지!》

한참후 낮은 소리로 몇번 불렀으나 세상모르고 자고있는 기다야마는 대답이 없다. 몇번 건드려 보아도 반응이 없다. 그제야 후지꼬는 기다야마가 차고있는 평화광선시계에 손을 댔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였다. 재빨리 벗겨내 손목에 차자 가슴이 든든해졌다. 이제는 기다야마를 깨워서 복수해야 했다. 그녀는 기다야마를 발길로 사정없이 걷어찼다. 기다야마가 눈을 떴다. 잠이 설깬 눈으로 후지꼬를 바라본다.

《일어나, 이 자식!》

후지꼬가 매섭게 호령하자 기다야는 얼떨떨해서 몸을 일으킨다.

《왜 이래? 후지꼬…》
《왜 그러냐고? 이 개종자야! 넌 내 순결을 짓밟고 날 노리개로 만들었지. 난 복수할테다! 난 널 나의 노예로 만들테다!》
《노예로 만들겠다고? 네가 어떻게 날 노예로 만들수 있니?》
《밥통같은 자식, 이걸로 말이다!》

후지꼬는 손목에 찬 시계를 가리켰다.

《널 잠들게 한후 벗겨낸거다. 이젠 알만하지? 이 멍청아!》
《으하하하!》

기다야마가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나하고 겨뤄보겠다고? 어림도 없다. 후지꼬 이년!》
《이 개자식아! 이제 곧 내 노예로 될텐데 아직도 악다구니질이야!》
《흐흐, 이 년아. 네가 어디 재간이 있으면 날 노예로 만들어봐! 어서!》
《개자식!》

성난 후지꼬가 시게의 암호수자를 눌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신호도 없었다. 급히 빨간 버튼을 눌렀으나 아무런 빛도 나가지 않았다. 후지꼬는 당황해났다.

《아니? 이건?》
《으흐흐. 이년, 그건 가짜야! 난 언녕 네년이 딴 심보를 품을줄 알고 몰래 가짜를 만들어 밤에 잘 때 차군했어. 이 기다야마가 아무리 녀색에 미쳤다해도 녀자와 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계를 차고있을 바보는 아니야. 난 워낙 네년을 해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안되겠어. 널 죽이긴 아까우니 내 성노예로 만들어야겠어!》
《아! 난 왜 가짜란걸 생각 못했을가? 왜…》

랑패상이 된 후지꼬가 절망에 차서 부르짖자 기다야마가 득의양양하게 웃어댔다.

《넌 나하고 겨루려면 멀었어. 아직 50년은 배워야해.!》
《으하하하!》

그때 난데없는 웃음소리가 나더니 침대밑에서 웬 늙은이가 기여나왔다.

《아, 귀신!》

그 늙은이를 본 기다야마와 후지꼬는 모골이 송연하여 온몸을 떨어댔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를 죽인건 고이적이 아니니 용서해주십시오! 아버지의 시체를 다시 잘 묻어주겠으니 제발 돌아가주십시요!》

기다야마가 무릎을 꿇고 애걸하자 후지꼬도 두 손을 맞잡고 빌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살해한건 아버지니깐 저하곤 상관없어요. 절 해치지 마세요!》
《으하하하!》

요시다로가 음산하게 웃으며 후지꼬 앞으로 한발작한발작 다가갔다. 혼비백산한 후지꼬는 비실비실 뒤걸음쳤다. 후지꼬를 벽 가까이 밀고간 요시다로는 홱 몸을 돌리더니 독기어린 눈길로 기다야마를 노려보았다.

《이 배은망덕한 자식! 길러준 제 애비를 죽인단 말이야!》
《잘못했습니다. 아버님! 제가 아버님 제사를 정성껏 지내드리겠습니다.!》
《꿈 깨라, 이 자식아!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래. 난 죽지 않았다!》
《네?》

그때까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있던 기다야마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난 분명 칼로 찔렀는데…》
《이놈! 난 네가 조만간에 나쁜 심보를 품고 날 해칠줄 알았어. 그래서 미리 방비하고있었지. 넌 영화에서 칼로 가슴을 찌를 때 피 흘리던 장면을 구경한적 있지? 난 바로 그렇게 영화에서처럼 가짜로 죽은체 했을뿐이야》
《아! 그때 죽음을 확인해야 되는건데…》
《네 실수는 그것뿐이 아니다. 호텔의 노예들은 워낙 나의 노예였다. 널 작은 주인쯤으로 알고있었지. 그 때문에 난 쉽게 이 방에 기여들수가 있었다. 난 네가 잠든 기회에 그 평화광선시계를 빼내려고 몰래 침대밑에 기여든거야. 그런데 넌 후지꼬를 방비하기 위해 진짜 평화광선시계는 침대밑에 감추었지. 난 그걸 더듬어 내여 손목에 찬거야.》
《아, 난 왜 그런 실수를 했을가?》
《이놈아, 너야말로 나하고 겨루려면 멀었어. 5백년은 더 배워야돼!》
《잘못했습니다! 아버지,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으하하하! 이 못난 놈아. 난 너같은 바보가 아니야. 널 노예로 만들어 후환을 없애야지!》

요시다로는 기다야마를 향해 빨간 단추를 눌렀다. 기다야마가 비툴거리다가 쓰러지는것을 보고 후지꼬가 부들부들 떨며 애원했다.

《할아버지 절 해치지 마세요. 전…》
《으흐흐. 요 귀염둥이! 널 해치지 않을테니 안심해라.》
《할아버지, 저놈을 저의 노예로 만들어주세요.》
《응 그래 너의 노예로 만들어줄테니 싫컷 분풀이해라.》
《고마워요!》
《으흐흐. 고마우면 태도표시가 있어야지?》

요시다로는 음험하게 웃으며 후지꼬를 끌어안았다. 후지꼬는 싫은대로 늙다리의 품에 안기지 않을수 없었다. 승냥이를 제거하니 늑대를 만난 셈이다.

기다야마를 노예로 만든후 요시다로는 후지꼬를 안고 침대에 쓰러졌다. 요시다로는 99세의 늙은이답지 않게 후지꼬를 완벽하게 다루었다. 요시다로의 드센 공격에 후지꼬는 깜짝 놀랐다 .후지꼬는 요시다로가 사내구실을 못하는줄 알고있었다. 그녀가 양아버지 기다야마에게 정조를 빼앗긴지 얼마 안되는 어느날, 요시다로가 그녀를 불러들었다. 방에 들어서자 요시다로는 다짜고짜로 옷을 벗으라고 호령했다. 그녀는 와들와들 떨며 옷을 벗었다. 그런데 그녀가 몸에 실한오리 남기지 않고 홀딱 벗었지만 요시다로는 그녀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저 퀭한 눈으로 그녀의 알몸을 바라볼뿐이였다. 그후부터 요시다로는 짬만 있으면 그녀의 라체를 감상하군 했다.

《한번만 더…》

요시다로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후지꼬를 몇번이나 못살게 굴었다.
요시다로는 말한대로 기다야마를 후지꼬의 노에로 선물했다. 후지꼬는 날마다 채찍질로 노예인 기다야마를 학대했다. 그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후지꼬는 끝내 기다야마를 칼로 찔러 죽이고야 말앗다.

《너 정말 독하구나.》

요시다로가 후지꼬를 흘겨보며 말했으나 그건 책망하는 말투는 아니였다.

《할아버지를 살해하려고 한 이런 망나닌 죽어 마땅해요!》
《이제부터 날 할아버지라고 부르지마.》

요시다로가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후지꼬는 요시다로의 목을 끌어안고 애교를 떨어댔다.

《아이참. 그럼 서방님이라구 불러요?》
《이년! 난 세상의 통치자야! 이제부터 날 천황님이라고 불러야한다 알겠니?》
《알았어요. 천황페하!》
《으흐흐. 그래, 그래야 하지! 난 지구상의 60억인구를 모두 내 노예로 만들테야!》

요시다로는 지구의를 빙빙 돌려대며 계속 지껄였다.

《히틀러가 통일하지 못한 천하, 우리 천황님이 이룩하지 못한 위업을 내가 총 한방 쏘지 않고 통차지하게 되였지! 이제 내 한마디 호령이면 이 지구덩이가 벌벌 떨거란 말이다! 으하하하!》
《할아버지…아니, 천화페하! 천하를 통일하는 행동을 언제부터 시작 하겠어요? 말로만 해서야 무슨 쓸데 있어요. 빨리 손을 써야지요!》
《으흐흐. 요년! 내게 생각이 다 있다. 난 성탄절을 맞으며 행동을 시작하겠다. 크리스마스 전날밤, 이 호텔의 옥상에서 동서남북을 향해 빨간 단추와 파란 단추를 누룰거야. 그 다음 화려한 연회를 베푼뒤 비행기를 타고 지구를 한바퀴 돌면서 두개의 단추를 눌러 댈거야! 아, 그때면 이 천하가 통째로 내것이 될거야! 으하하하!》
《축하해요. 천황페하!》
《으흐흐. 날 축하해줄 놈이 또 있지. 난 그날 리광인과 그의 손자녀석을 옥상에 청해놓고 내가 천화를 통일하는 행동을 직접 구경하게 할테야! 그 다음 그놈들을 몽땅 죽여버릴테야! 그리고 한 놈이 있지. 시계요꼬의 아들-그 평화녀석도 함께 없애버릴거야! 아아! 얼마나 통쾌한 일이냐!》


민호는 놀랍고도 신기한 눈길로 리광인이 만들어낸 물건을 바라보았다. 물건의 모양은 손전등과 흡사한데 반사경이 적, 황, 남 3색으로 되여있었다. 리광인이 버튼을 누르자 3색의 령롱한 빛이 번쩍번쩍 빛났다.

《할아버지, 성공입니까?》
《그래, 성공이다!》
《야! 인젠 됐군요!》

민호는 너무도 기뻐 손벽을 쳤다. 모든게 끝장난줄 알았는데 할아버지가 그동안 정신병원의 특수한 방에서 제4대 P․C평화광선반사경을 발명했던것이다. 할아버지는 제4대가 능히 제3대를 제압할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제 세계는 구원된것이다. 민호는 뜨거운 눈물로 흘리며 한스럽다는듯 말했다.

《할아버지, 왜 좀 더 일찍 만들어서 그 놈들이 죄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막지 못했습니까?》
《제4대는 연구한지 오래나 관건적인 문제가 걸려서 여태까지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런데 놈들의 만행이 나의 령감을 촉발했지! 손자며늘아기의 도움이 컸지. 그애가 내 요구하는 재료를 가져다주고 이 특수한 방에 안배해줬기에 성공이 가능했지!》
《할아버지, 이젠 일본놈들을 처단하러 갑시다!》
《급해말고 기다려라.》
《뭘 더 기다린단 말입니까?》
《그놈들이 행동을 시작할 때 꼭 우리를 불러 구경시키려 할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리자.》
《그때까지 기다릴게 뭡니까? 지금 당장…》
《얘야, 가장 관건적인 때일수록 인내력이 있어야한다. 내심하게 기다리자.》
《에이, 할아버지두!》

한시 급히 놈들을 족쳐버리고싶었던 민호는 황소같이 늘어진 할아버지의 성미를 리해할수 없었다.
마침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가 닥쳐왔다. 후지꼬가 노예들을 거느리고 와서 아주 례절스럽게 리광인과 리민호를 초청했다.
요시다로는 전등불로 옥상을 대낮같이 밝혀놓고 있었다. 리광인네가 오는것을 보고 요시다로는 껄껄 웃었다.

《안녕하우? 리박사! 난 당신이 날 축하하러 온것을 환영하오!》

그들은 몇보를 사이두고 두편으로 갈라져 있었다. 이쪽은 리광인을 모시고 리민호가 서있었고 저쪽은 요시다로를 위시하여 후지꼬와 평화가 기립해있었다.
때는 24일 24시 10분전이였다.

《리박사! 크리스마스가 밝아오고있소. 이제 10분만 있으면 당신은 당신이 발명한 평화광선이 어떻게 나의 노예들을 만들어내는가를 보게 될것이오. 난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이 세상 60억인구를 모두 나의 노예로 만들것이요. 이 지구덩이는 통째로 내것이 될거란말이요! 하하하!》
《요시다로 이놈!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마! 네 음모는 달성될수 없어!》
민호가 손가락질로 득의양양하여 웃어대는 요시다로를 꾸짖었다. 그러자 요시다로는 대노하여 고아댔다.
《이 이마에 피도 안마른 녀석아, 누구앞에서 큰소릴 치는거야! 난 하느님이야! 내 한마디 호령이면 60억이 벌벌 떨거란말이다! 네놈이 내 만세를 부르면 목숨을 살려줄수 있어!》
《이 미친놈아! 넌 우리 할아버지께서 손에 들고 계시는것이 무었인가 똑똑히 보기나하고 큰소리쳐라!》

민호의 그 한마디에 요시다로는 훔칫 놀라며 광인의 손에 들린 물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이제 곧 천하를 손안에 넣게 된다는 지나친 흥분때문에 광인의 손에 들린 물건 따위는 주의도 돌리지 않았던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여겨봐도 그저 손전등과 흡사할뿐이다.

《그건 손전등이 아니냐?》
《눈깔을 좀 똑바로 뜨고 봐라! 이건 제3대 평화광선손목시계를 제압할수 있는 제4대 P․C평화광선반사경이다! 제3대의 공능을 갖고있는 외에 제3대 평화광선을 반사하여 되돌려보내 네놈의 기억력까지 지워버릴수 있단 말이다.》
《뭣이?!》

요시다로는 크게 놀랐다. 하지만 겉으론 천연한체 씨벌였다.

《한낱 장난감같은 물건을 가지고 날 놀래워 보려구? 그런 속임수엔 안 넘어가!》
《요시다로!》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있던 리광인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넌 날 축하하러 오라고 초청했지만 난 네놈을 징벌하러 왔다!》
《날 징벌하겠다구? 그 장난감으로?》
《이놈, 이건 제4대야!》
《큰소리치지마! 그런 제4대가 있었다면 왜 여태껏 내 앞에서 꼼짝 못하고있었니?》
《난 제4대를 연구한지 오래나 관건적인 문제가 걸려서 그때까지 만들어내지 못하고있었던거야. 그런데 네놈들의 만행이 나의 령감을 촉구했지. 다행히 네놈이 행동하기전에 만들어냈지!》
《허튼 소리! 널 정신병원에 가뒀는데 그걸 어떻게 만들수 있어?》
《요시다로! 넌 내가 60년동안 미쳐온걸 알겠지? 그 제3대도 정신병원에서 발명한거야!》
《허지만 정신병원에 실험도구도 없는데 어떻게…》
《제4대는 90프로가 이미 만들어진거야. 게다가 정신병원의사인 내 손자며느리가 요구되는 실험재료들을 가져다준 덕이지!》
《뭐? 손자며느리?》
《옳아요. 민호의 안해가 정신병원의사라고 들은 생각이 나요!》
후지꼬가 곁에서 끼여들자 요시다로는 후지꼬의 귀쌈을 후려쳤다.
《바가야로! 왜 그런 정황을 내게 보고 안했어? 나쁜 년!》
《요시다로! 군소리 말고 어서 그 손목시계를 이리 바쳐라!》
《장난감을 가지고 날 위협하려구?》

요시다로는 속은 벌써 얼어들었으나 태연한체 허장성세했다.

《이놈! 네놈 눈엔 이것이 장난감으로 보이니? 그럼 좋다! 어디 장난감을 실험해볼가?》

리광인은 손전등의 버튼을 눌렀다. 적, 남, 황, 3색의 빛이 찬란하게 빛뿌렸다. 아, 저것이 신비한 평화광선이 틀림없구나! 요시다로는 속이 떨렸다,

《제길할! 내 놈과 결판을 낼테다!》

요시다로는 최후발악하듯 손목시계의 암호수자를 돌렸다. 신호등이 번쩍했다.

《꼼짝 말앗! 요시다로, 네놈이 까딱 움직이면 난 네놈의 기억력을 지워버릴테다!》

리광인은 3색의 빛이 번쩍거리는 반사경으로 요시다로를 겨누며 호령했다. 요시다로는 머뭇거렸다. 저것이 진짜일가? 아무리 생각해도 가짜같지 않았다. 요시다로는 사람의 표정을 보고 그 사람의 내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광인과 민호의 표정변화를 놓치지 않고 관찰했으나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한세기의 창상지변속에서, 더구나 60년의 미치광이 생활에서 굳어진 광인의 표정에선 그 진가를 가려낼수 없었으나 햇내기 민호의 표정에선 쉽게 보아낼수 있었다. 그것이 가짜라면 민호의 표정이 시종 변함없이 그렇게 까지 자신만만할수가 없을것이였다. 저것이 진짜라면 경거망동해선 안된다. 까딱하면 내 기억이 지워질것인데 죽을지언정 그런 치욕을 당할수는 없다. 아, 슬프구나, 세계를 통치하려던 내 야심이 그저 이렇게 물거품이 된단말인가.

《요시다로!》

리광인이 재차 큰소리로 호령했다.

《어서 그 시계를 바쳐라! 내가 셋을 셀때까지 바치지 않으면 너의 기억력을 지워버릴테다! 하나, 둘…》
《잠깐만!》

요시다로는 온몸에 식은땀이 쫙 솟았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시계를 벗겨 광인한테 던졌다. 그 시계를 주어든 리광인이 갑자기 앙천대소했다.

《아하하하! 요시다로 이놈! 난 이 제3대를 발명하는데도 6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그런데 넌 이렇게 짧은 시일내에 내가 제4대를 발명해낼수 있다고 믿었단 말이냐?》
《뭐라구? 그럼…》
《이건 확실히 장난감이야!》
《그게 정말이냐?!》

요시다로는 아연실색했다. 민호도 화뜰 놀랐다.

《믿지 못하겠으면 어디 실험해보렴!》

광인이 손전등을 요시다로한테 던져주었다. 황망히 그걸 주어들고 온갖 단추를 다 눌러대던 요시다로가 주먹으로 제 가슴을 치며 통탄했다.

《아이구. 원통해라! 내가 깜빡 속았구나! 난 정말 바보야!》
《요시다로 이놈! 넌 인민의 심판을 받아야한다!》
《으하하하! 난 정말 바보야! 으하하하! 난 정말바보야!》

미친듯이 웃어대던 요시다로는 갑자기 몸을 날려 옥상에서 뛰여내렸다.

《할아버지!》

자기의 끝장도 멀지 않았음을 직감한 후지꼬도 뒤따라 아래로 뛰여내렸다. 평화가 홀로 머뭇거리며 서있었다.

《아버지!》
민호가 평화한테로 달려간다. 교회당에서 성탄절을 맞는 종소리가 땡땡 울려온다.

《할아버진 어떻게 가짜로 그놈을 전승했어요?》
《난 그놈과 심리전을 벌린거다. 우선 정신상에서 그놈을 눌러버렸지. 물론 네 공로가 크지.》
《제게 무슨 공로가 있습니까?》
《그놈은 자신만만한 네 표정에서 그걸 진짜로 오인한거지.》
《할아버지가 절 속인 의도가 거기에 있었군요. 그런데 할아버지, 아버지는 어떻게 합니까? 잃었던 기억력을 되살리는 평화광선은 발명할수 없나요?》
《될수있지. 세상엔 불가능이란 없으니깐.》
《그럼 할아버지께서 빨리 그걸 발명해내세요.》
《이 녀석아, 언제까지 할아버지를 믿겠느냐?》

리광인은 못마땅한듯 손자에게 눈을 흘긴다. 그제야 민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내가 해내야 한다. 아버지의 기억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를 위해! 민호는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갔다.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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