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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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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딸의 혼사
2013년 12월 08일 11시 04분  조회:2559  추천:0  작성자: 넉두리

둘째딸의 혼사 / 콩트이야기
 
김희수

 
 
북경에서 사업하는 맏딸과 맏사위가 외손자까지 데리고와서 강선생댁은 오래간만에 흥성흥성했다. 게다가 남개대학을 졸업하고 천진에서 번역사업을 하고있는 둘째딸의 전화까지 받은지라 강선생의 기쁨은 이루다 형언할수 없었다. 둘째딸은 휴가차로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늘 도착한다고 했다. 그런데 강선생의 그런 기쁜 심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와이꿍! 워 게이니 호츠더( 外公! 我给你好吃的).”
외손자놈이 씽 달려와서 새우깡을 손에 쥐여주자 강선생은 기분이 나빴는데 맏딸까지 곁에서 “빠바, 니 츠바(爸爸,你吃吧)”해서 더욱 언짢아졌다.
어느덧 술상이 차려지고 맏사위가 모태주를 부어올리면서 “빠바,  호우호우 핀창바, 쩌쓰 궈쥬 모아타이야(爸爸,好好品尝吧,这是国酒茅台啊)”라고 하자 강선생은 “이리 줘”하고 술병을 와락 나궈채서 자기절로 련속 석잔을 부어 마셨다.
“왜 애매한 사위한테 화풀이를 하는겁니까?”
마누라가 민망스러워 핀잔하자 강선생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애매하긴 왜 애매해! 내 딸 데려다가 한족 맹글고 내 외손잘 한족 맹근게 그래 애매해?”
“음식상에서 다 지나간 일을 가지고 왜 이래요?”
강선생은 어제 단위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였더면 다 지나간 일을 가지고 이렇게까지는 화를 내지 않았을것이다. 어제 조선족인구가 줄어들고있는 문제를 가지고 의론하던 동료들이 강선생을 보자 “어떤 사람은 한족사위까지 삼는게 그래 우리 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어쩌겠소”하고 빗대고 욕했다. 그 바람에 강선생은 고개를 들수 없었다.
“자식들의 혼사를 간섭하지 않는다”는것이 강선생의 일관적인 주장이였다. 그렇다고 맏딸의 혼사를 선선히 동의한건 아니였다. 저들끼리 하도 좋아하니깐 마지못해 동의했지만 가슴엔 옹이 맺혔던것이다. 지금와서 강선생은 조선족인구문제가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술을 그만 드시고 식사나 하슈.”
마누라가 술잔을 빼앗자 강선생은 밥술도 들지 않고 침실로 들어갔다.
얼마후 “목란이가 왔어유”하는 소리에 강선생은 침실에서 나왔다. 둘째딸 목란이가 함께 온 남자친구를 인사시켰다.
“아뻐님, 안녕카시니까?”
허리를 굽석거리며 하는 둘째사위감의 첫대면인사에 강선생은 깜짝 놀랐다. 다짜고짜로 목란이를 끌고 침실로 들어가 영문을 물었다.
“저, 젊은이의 발음이 어째 저렇니? 혹시 떼떼가 아니야?”
“어머, 아버지두! 그인 한족이 돼서 조선말을 잘 못해요.”
“뭐야?!”
강선생은 집이 떠나갈듯 고함쳤다.
“왜 이러세요? 아버지…”
“얘야, 어찌 너까지 한족과…”
강선생은 억장이 무너지는듯 했다.
“어버진 언니땐 동의하시고도 지금은 왜…”
“너 정말 한심하구나. 왜 우수한 자기 민족총각을 제쳐놓고 하필…”
“같이 사업하다보니 자연히 정이 들게 되였어요. 아버지, 허락해주세요!”
“넌 자신이 조선족이란걸 잊었느냐? 조선족인구가 점점 줄어들고있다는 사실을 너도 알고있겠지?”
“하지만 저 하나쯤 빠진다고 해서…”
“너 말하는걸 좀봐. 누구나 다 하나쯤이야 하면서 타민족이거나 외국으로 시집가고 두번째아이는 낳지 않으면서 하나뿐인 아이마저 리혼후 타민족한테 줘버리고…이렇게 되면 결국…”
이때 저쪽방에서 외손자녀석이 “워쓰 얜황즈쑨(我是炎黄子孙)!”하고 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것봐라, 네 언니가 낳은 자식놈이 줴치는 소릴 들어봐. 너도 그래 저같은 염황후손을 낳을테냐? 우린 단군의 후손이다!”
“아버지, 일이 이렇게 됐으니 허락해주세요. 네?”
“안된다! 당장 저 녀석과 칼로 두부모베듯 관계를 딱 끊어라!”
딸은 죽어도 못 끊겠다고 하고 아버지는 딸 하나를 안 낳은셈치고 죽여버리겠다고 하고…
그후 둘째사위감이 이후 자식을 낳으면 성씨와 민족을 어머니따라 강씨성에 조선족으로 정하겠다는 각서를 써서야 강선생은 마지못해 둘째딸의 혼사에 동의했지만 두번이나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만은 풀길이 없었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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