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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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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거리/콩트이야기
2013년 12월 14일 15시 05분  조회:3192  추천:0  작성자: 넉두리

고요한 거리/콩트이야기
 
김희수
 
 
허, 저 녀인을 보면 왜서 자꾸만 가슴이 달아오를가? 조 눈! 호수같이 맑고 그윽한 조 눈의 깊이는 얼마? 과연 조물주의 걸작이야! 봄날의 꽃처럼 싱싱한 얼굴, 백양처럼 미끈한 몸매, 봉긋한 젖가슴, 온몸에 체형미, 곡선미, 자연미가 재치있게 조화되여 청춘의 매력이 흘러남치는 이 조물주의 걸작을 감상한다면 누가 가슴이 달아오르지 않으랴!
“저, 복희야, 난 너를…”
저 녀인앞에 서면 왜 목소리마저 떨릴가? 저 녀인도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있다는걸 알아. 그런데 내 마음을 고백하려면 왜 이다지도 가슴이 떨리는걸가?
“날 어쩌겠단 말이야? 또 업어주겠다는거야? 호호호.”
조 웃음! 조 웃는 얼굴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래, 난 저 녀인을 업어준적이 있었지. 밤대거리 퇴근길. 내 자전거뒤에 앉아 참새처럼 재잘거리는 그녀. 신나게 자전거를 달리는 나. 그런데 저건 뭐야? 자전가를 이리비틀 저리비틀 몰면서 마주 달려오는 녀석은? 아차! 재수없이 주정뱅이의 자건거와 부딪쳐 넘어지다니? 자전가는 망가지고 그녀는 다리를 상하고…허허, 절뚝절뚝 다리를 저는 그녀의 모습이 우습구나.
“웃긴? 남은 아파죽겠는데…”
“내 업어줄가?”
“호호, 쑥스럽게…”
“밤중에 보는 사람도 없는데…”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가 내 잔등에 찰싹 매달리는구나. 그녀를 업고가는 난 왜 이리 기분이 좋은걸가? 그녀의 집으로 가는 이 길이 영원히 끝이 없기를…
“무겁지?”
“아니…”
“피—”
“점점 더 기운이 나는데 뭐.”
“너 정말 힘이 세구나.”
“힘이 센게 아니구. 이건 그런 힘이야.”
“무슨 힘?”
“있잖아. 그런 힘…”
그 말을 하고싶은데 왜 그 말이 입밖에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저 녀인도 이만하면 눈치를 챘을텐데 시치미를 떼고 또 업어주겠냐고 묻는걸 좀 봐.
“업어달라면 업어주마. 그런데 넌 날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긴?”
“남자로 말이야?”
“음—남자다운데가 있긴 있지만 남자중의 남자가 되자면 아직 멀었다고 봐.”
조 입! 조 입에선 왜 내가 그토록 듣고싶어하는 그 말이 쏟아져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만약 조 입에서 그 한마디말만 나온다면 당장 조 입에 키스를 퍼부으련만. 아, 야속하구나!
“넌 그래 녀자중의 녀자야?”
“그럼.”
제길할, 너무 우쭐대지말아! 사나이의 자존심을 꺾어도 분수가 있지. 이럴 땐 내쪽에서 슬쩍 빠져달아나야지.
정작 그녀를 떠나니 서운하구나. 고독하고 쓸쓸하고 허전하고…누가 사랑이 꿀처럼 달콤하다고 했던가.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야. 사랑이란 기실 커피처럼 쓰디쓴거야. 쓰지만 자꾸 마시고싶은…
“안녕하세요?”
저건 또 누구야? 허리를 곱삭거리며 인사하는 저 녀인은…언제나 나만 보면 호감을 사려고 새물새물 웃어준다만 흥! 그 웃음이 다른 남자들은 꼬실수 있어도 나만은 어림도 없지. 가무잡잡한 그 얼굴은 보기도 싫어! 방정맞게도 저런 녀자와 한 작업반이 될건 뭐람? 그렇다고 웃는 낯에 침을 뱉을수도 없고…헤이참!
이튿날.
직장에서 수군거리는 두 녀인. 가만, 어디 저 두 녀인이 뭐라고 말하는가 숨을 죽이고 들어보자.
“복희야, 넌 참 좋겠어. 미끈하게 쭉 빠진 공군체격의 미남자가 너에게 반한것 같더라. 그 미남자가 뿌쉬낀의 시를 읊을 때면 난 가슴이 막 활랑거려.”
“호호호. 그럼 그 미남잘 너한테 소개해줄가?”
“야, 그럼 난 그 미남자의 발밑에 무릎을 꿇겠어. 그런데 너네 둘은 서로 좋아하는 눈치던데 왜 진전이 없니? 약혼턱은 언제 낼래?”
“약혼은 무슨 약혼…”
저런, 저건 내 마음속 녀인과 가무잡잡한 녀인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그런데 저 녀인이 날 애태워 죽일 작정이구나. 마냥 시치미를 떼니 말이야. 그럼 내가 사나이의 자존심을 꺾으며 한번 더 고백해본다?”
“복희, 내 할말이 있어.”
그녀의 손목을 끌고 조용한 곳으로 가니 또 가슴이 떨리는구나.
“너는 나를 어떻게…”
“내가 널 어쩐단 말이지?”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긴? 얼굴도 잘 생기고 뿌쉬낀의 시도 잘 읊는 남자로 생각하지.”
“아니, 말 아니고…”
“그럼 무슨 말?”
“있잖아. 그런 말…”
“그런 말이라니? 에돌지 말고 직방 말해.”
“뭔가 하면…저 있잖아. 나는 너를…”
왜 그 말이 나오지 않을가? 마음속으로 천번만번 외워두었던 그 말이 왜 관건적인 시각에는 홀랑 쏟아져나오지 않을가?
“네가 나를 어쩌지? 답답해. 어서 말해봐.”
“나는 너를…”
그 다음은 또 말이 나오지 않는구나.
“바보!”
곱게 눈을 흘기고는 총알같이 달아나는 그녀! 이렇게 놓지면 안되는데…쫓아가야지. 그런데 또 가무잡잡한 녀인과 만나서 무슨 말을 하는구나. 어디 엿들어보자.
“복희야, 그 미남자가 널 데리고가서 무슨 비밀말을 속삭였어? 프로포즈했어?”
“흥, 그는 바보야!”
“바보라니?”
“그 한마디말도 제대로 못하는 바보야.”
“무슨 말?”
“그런게 있어. 게다가 그는 참대나무처럼 속이 텅 비였어.”
뭐라구? 내가 참대나무처럼 속이 텅 비였다구? 그럼 넌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는거냐? 제길할…
밤대거리 퇴근길. 내 자전거뒤에 앉아야 할 그녀가 어디로 갔을가? 엉? 저건 어떤 자야?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세워놓고 헤벌쭉 웃으며 저 녀인을 맞아주는 낯선 자는? 저런, 저 녀인이 저 자식의 오토바이뒤에 훌쩍 뛰여오르는걸 좀 보지. 아니 저걸 좀 봐. 저 녀인이 저 자식의 허리까지 꼭 껴안는구나. 안돼. 어서 달려가 저 녀인을 끌어내려야지.
“어서, 내려와!”
“왜 이런는거야?”
“저 남자 누구야?”
“약혼한 남자야.”
“뭐? 네가 약혼해? 누구 맘대로!”
“왜? 내가 약혼하는것도 너한테 비준맡아야 되니? 네가 뭐 내 아빠라도 되니?”
화를 버럭 내고는 오토바이뒤에 다시 앉아 바람같이 사라지는 그녀! 아니, 저 녀자가 미쳤잖아? 구름처럼 변하는 녀자의 마음은 알수 없다더니…어찌 하루밤사이에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단 말인가?
오, 실련의 고통이여, 상처입은 사나이의 가슴에서 피가 막 끓는구나! 이럴 땐 뿌쉬낀의 시라도 읊어야 마음이 쑥 내려가겠는지.
연회의 꽃다발이여, 동그란 술잔이여 // 허실한 벗들아, 배반하고간 계집이여 // 그대를 아깝게 여기진 않노니 // 나는 그런 향락을 버리고 혼자 생각에 잠겼노라.
젊은 가슴에 애틋이 끓어오르는 이 감정! 이 감정이 왜 이다지도 스러지지 않을가? 배신자에 대한 그림움? 미련? 안돼. 그 녀자앞에서 애석해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눈치를 보여선 절대 안돼. 자신을 진정시키자면 웃고 떠들면서 종전처럼 뿌쉬낀의 시도 읊어야지.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 슬퍼 말어라 성내지 말어라…
그래, 마땅히 굳세여야지. 흥, 네가 아니면 내가 장가를 못갈가?
고요한 밤거리, 희미한 가로등. 그녀와 함께 거닐 때에는 얼마나 즐겁고 생기넘치던 거리였던가. 내가 목청을 가다듬어 뿌쉬낀의 시 《미녀여 내곁에서 노래하지 말아다오》를 소리높이 읊으면 그녀가 옆에서 깔깔 웃어대며 손벽을 치지 않았던가! 그녀와 나란히 속삭이며 거닐던 이 길을 홀로 걷자니 허전하구나.
“저랑 함께 가자요!”
저기, 누가 나하고 함께 가겠다는거냐? 엉? 이게 무릎을 꿇겠다던 녀인이 아니야? 그런데 가만…이 녀인이 그새 몰라보게 변했는걸. 외가풀눈은 쌍가풀이 되고 가무잡잡하던 얼굴은 하야물쑥하게 변하고…미용원에 부지런히 다닌다더니…그 덕인가? 나이찬 계집 미운데 없다더니 제법 쓸만해 보이는데…
다음날의 밤대거리 퇴근길. 저 녀인이 또 오토바이한테로 가는구나. 제길할, 저 녀인을 붙잡고 나도 자랑 좀 해야지.
“너만 약혼한줄 알아? 나도 약혼했어!”
배신자앞에서 무릎을 꿇겠다던 녀인을 꼭 끌어안고 시위하는 이 순간 기분이 왜 이리 좋을가?
“야, 내 좀 보자!”
다음 수간 그녀가 무작정 내 손목을 잡아끄는구나. 이때 무슨 일이냐고 관심을 보이며 “오토바이”가 다가서는구나. 그런데 그녀가 “오토바이”한테 “삼촌은 먼저 가세요”라고 하다니?!
“저분이 삼촌이라구?!”
“삼촌이든 사촌이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아니, 너…너…”
어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이럴수가…
“상관하지 말고 우린 가자요.”
이럴 때 밉살스럽게도 무릎을 꿇겠다던 녀인이 내 손목을 잡아끌다니? 정말 약혼녀라도 된것처럼.
“저리 비켜!”
나의 노한 목소리에 쿨적거리며 달아나는 무릎을 꿇겠다던 녀인. 너도 불쌍하구나. 애매하게 욕을 얻어먹다니?
그런데 그녀와 나는 이게 뭐람? 싸움을 앞둔 닭처럼 서로 마주서서 노려보다니? 그녀의 저 눈길 좀 봐. 표독스러운 저 눈길. 아이 무서워! 왜 날 그렇게 쏘아보는거냐? 그렇지. 난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왜 약혼했다고 거짓말을 했니?”
“그것도 몰라? 넌 바보야. 바보! 바보!”
내 가슴에 주먹을 안기는 그녀. 녀자한테 얻어맞는 순간 기분이 왜 이리 좋을가?
“씨, 바보를 좋아하는 너도 바보야!”
“흥, 누가 널 좋아한다고 그래?”
“네가 날 좋아하잖아?”
“쳇, 그 말 한마디도 못하는 바보를 내가 왜 좋아해?”
아, 가슴이 떨려서 하지 못한 그 말…
“넌 왜 알면서 먼저 그 말을 못했니?”
“야, 녀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먼저하니?”
“그럼 우리 둘이 한번 다 같이 그 말을 해볼가?”
“그게 굿아이디어다! 그럼 우리 같이 시—작!”
“사랑해!”
호호호! 하하하!
유쾌한 웃음소리. 랑만의 밤, 고요한 거리! 손에 손잡고 걸어가는 청춘남녀. 행복의 코노래…
“그런데 한가지 물어보자. 날 참대나무처럼 속이 텅 비였다고 한건 속에 든게 없다는거지?”
“그래, 화 내지 마. 말하자면 실속이 없다는건데…”
“화 내지 않아. 나도 알아. 그래서 나도 박달나무처럼 속까지 단단해지려고 하는거야.”
“정말?”
좋아서 웃는 그녀. 이럴 땐 업어주고싶구나!
“내 업어줄가? 이 세상끝까지 계속…”
“네게 그럴 힘이 있니?”
“있어. 얼마든지. 그게 무슨 힘인지 아니?”
“몰라. 뭔데?”
나쁜 계집애!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 그래. 그건 이 세상에 가장 강한 사랑의 힘이야! (198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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