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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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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모사행동
2013년 12월 29일 13시 26분  조회:3868  추천:0  작성자: 넉두리

살모사행동/콩트이야기
 
김희수
 
 
어느 시공을 중지당한 건물안에서 마약암거래가 시작되고있었다. 두 쪽이 5메터의 간격을 두고 마주서서 검은가방을 열어보인다. 다음 “두더지”와 “살모사”가 “물건”이 든 가방을 넘겨주자 상대방에서도 현금이 든 가방을 넘겨준다. 바로 그때였다.
“꼼짝말앗!”
갑자기 벽력같은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총을 빼든 경찰이 그들앞에 나타났다. 난데없는 경찰이 나타나자 암거리쌍방은 혼비백산한듯 멍해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수갑을 꺼내는 찰나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살모사가 번개같이 발길을 날려 경찰의 손에 든 총을 떨궈버렸던것이다. 너무나도 잽싼 행동에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란것은 다음 순간이였다. 경찰의 총을 주어든 살모사가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경찰을 향해 련방 불을 토했던것이다. 경찰은 가슴에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경찰이 죽은것을 보자 두더지는 “빨리”하고 소리치며 부하들을 이끌고 황망히 도망쳤다. 그들은 본부인 “천하제일술집”의 지하실에 돌아와서야 숨을 돌릴수 있었다.
“경찰이 어떻게 냄새를 맡았지? 그런데 살모사, 자네가 경찰까지 죽일 필요는 없었네. 가방안에 든건 마약이 아니라 우유가루였으니깐.”
두더지파의 마약밀수조직의 두목인 두더지가 새로 받아들인 조직원 살모사를 보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살모사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아니, 그럼 이번 행동은 날 고험하기 위한 가짜행동이였다는 말입니까? 보스, 정말 섭섭합니다. 아직도 저를 믿지 못하다니요?”
“살모사, 노여워 말게. 이건 생사와 관계되는 큰일이길래 그 어떤 사람이든지 반드시 고험을 받아야 하네.”
두더지가 살모사의 어깨를 다독여주는데 마약을 매입할 상대방으로 가장했던 셋중에서 한자가 의심스럽다는듯이 말했다.
“보스, 그 경찰녀석이 어떻게 냄새를 맡고 우리 뒤를 밟았을가요? 왜 혼자였을가요?”
“그놈들이 우리를 의심한지는 오래지. 아마 그놈이 우리를 감시하고있다가 혼자서 공을 세워보겠다고 뒤따른것 같아. 현장에 와서 다른 경찰한테 통지하고 혼자서 뛰여들었다가 개목숨을 잃은걸거야.”
두더지는 쏘파에 기대여 지긋이 눈을 감았다. 그는 오늘 살모사의 기지넘치는 용맹성에 탄복했다. 경찰까지 죽여버린 살모사를 인젠 완전히 신임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더지파에서 몇몇 측근들을 내놓고는 다른 조직원들은 그가 진짜 보스라는것을 모르고있었다. 어느 한번은 그가 한 조직원의 계집을 데리고놀다가 그 조직원이 거느리고 온 무리들에게 뭇매를 맞게 되였다. 그때 한 건장한 청년이 뛰여들어 보기좋게 무리들을 때려눕히고 반죽임이 된 두더지를 병원에 업고갔다.
“젊은이는 왜 날 구했지?”
구급을 받고 정신을 차린 두더지는 그때까지 곁에서 시중드는 청년을 보고 물었다. 그러자 청년은 빙그레 웃었다.
“사장님같은 분을 구해주면 일자리라도 얻을수 있을가해서요.”
“음, 그래?”
두더지는 청년의 솔직한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퇴원하는 길로 청년을 “천하제일술집”의 경비일군으로 받아주었다. 그런데 그 이튿날에 청년에게 당한 깡패들이 더욱 많은 무리들을 끌고와서 청년을 죽여버리겠다고 행패를 부렸다. 한 깡패가 앞장서 칼을 빼여들고 달려들자 청년은 태연자야갛게 맞받아 나가며 소리쳤다.
“찔러라, 이놈! 담이 있으면 어디 찔러봐!”
비실비실 뒤걸음치던 깡패녀석은 떨리는 손으로 청년의 가슴을 쿡 찔렀다. 청년은 가슴에서 피가 흘러나오는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슴을 내밀며 고함쳤다.
“이놈아, 어디 한번만 더 찔러봐! 어서 찔러보란 말이다!”
그러자 부들부들 떨던 깡패녀석은 끝내 칼을 놓아버리고 청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때로부터 두더지는 청년에게 “살모사”란 별명을 달아주고 측근으로 삼았다. 물론 부하들을 시켜 청년의 뒤를 파보는것도 잊지 않았다. 뒤조사를 해본 결과 청년은 상해죄와 절도죄로 콩밥을 먹은적이 있는 알짜 불량배였다.
살모사가 경찰을 쏜 그날저녁에 두더지는 련속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다. 하나는 공안국내부에 매수한 23호한테서 날아온 소식인데 살모사가 죽인 경찰이 마약수사과 부과장이라는것과 흉수를 잡으려고 공안국이 총동원됐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마약밀매조직에서 파견한 K라는 인물이 물건을 가지고 곧 도착한다는 기별이였다. 그리고 새로 나타난 “미꾸라지파”란 마약밀매조직에서도 K가 소속되여있는 해외밀수조직과 련계를 달고있다는 소식도 잇달아 들려왔다.
얼마전에 두더지는 “물건”을 들고 암거래에 나서려고 했는데 물건을 도거리하다싶이 거두어들이던 거래측의 한 조직원이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이 소식을 23호한테서 들은 두더지는 재빨리 그 조직원을 제거해버렸다. 그후 물건을 사려는 측이 잠시 나타나지 않아 두더지는 골치를 앓고있었다. 이번에 K의 물건을 제때에 처리하지 못하면 이 좋은 “장사”를 미꾸라지파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있었다.
생각다못해 두더지는 유력한 조수인 살모사를 불러 방도를 상의했다.
“지금 물건을 얻지 못해 안달인데 수소문하면 사려는 사람을 얼마든지 찾을수 있을겁니다.”
“자금줄이 든든한 측을 잡아서 거래해야 하는데…”
“제가 감옥에 있을 때 사귄 친구가 있는데 황금장사를 하여 돈도 많고 통이 큽니다. 그 친구가 언제부터 물건을 얻지 못해 그러던데요.”
“그 친구 믿을만한가?”
“백프로 믿어도 됩니다.”
“그럼 가서 알아보게.”
이튿날에 살모사가 희색이 만면하여 돌아왔다.
“련계했습니다. 그 친구가 현금을 준비해놓겠답니다. 시간과 지점은 우리쪽에서 따로 통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잘했네. K도 오늘에 도착한다고 했으니 마침 잘됐네.”
두더지가 흐뭇하여 살모사를 칭찬하고있을 때 전화가 왔다.
“여보시우? 엉? 23호인가? 그래…알았네. 20분후에 손님을 그리고 보내지.”
전화를 마친 두더지는 상을 잔뜩 찌푸렸다. 23호가 스파이라는것을 알고있는 살모사는 조심스레 물었다.
“23호한테서 무슨 새로운 정보라도 왔습니까?”
“공안국에서 지금 마약수사과 부과장을 살해한 흉수를 찾는데 전력을 다하느라고 잠시 마약밀수타격을 늦추고있다네. 이 좋은 시기를 놓치면 안되지. 래일쯤 행동해야지. 그런데 23호가 또 돈을 독촉해왔네. 제길, 그놈은 돈밖에 모른다니까. 왕거미가 전문 그놈에게 돈을 보내주었는데 지금 K의 마중을 가고 없으니 어쩐담…”
“보스께서 직접 가시지요.”
“내가 직접 가면 그놈은 더 크게 요구하면서 시끄럽게 구네. 그놈은 중요한 인물이여서 우리 조직에서 나하고 왕거미외에는 아무도 23호가 누군지 모르네. 내가 자네를 믿으니 이번에 자네가 가서 23호를 만나게. 지금 즉시 ‘놀부다방’의 맨 끝방으로 가게. 접선암호는 여차여차하네.”
살모사가 “놀부다방”의 맨 끝방에 들어가니 한 낯선 사나이가 앉아있었다. 그 사내가 23호라고 단정한 살모사는 맞은켠에 앉으며 접선암호를 외웠다. 암호가 맞아떨어지자 살모사가 조용히 물었다.
“자네가 23호인가?”
“그렇네. 보스가 가방을 보내던가?”
살모사는 대답대신 잽사게 달려들어 23호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그를 걸상에 꽁꽁 묶어놓았다.
“당신은…누구요? 왜 이러는거요?”
너무나도 급작스레 당한 23호는 놀라움과 의혹에 찬 눈길로 살모사를 바라보았다. 살모사는 핸드폰으로 경찰을 불렀다. 그러자 혼비백산한 23호는 온몸을 덜덜 떨었다.
“너…넌 도대체 누구야?”
“흐흐흐, 23호! 난 너에게 주는 이 돈이 욕심나서 두더지를 배반하고 ‘미꾸라지파’로 가는거야!”
한참후 경찰들이 달려들어오는것을 보자 살모사는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살모사가 돌아오자 왕거미와 K도 마침 도착하여 그들은 마약밀매를 그날저녁으로 앞당겨 하기로 결정하고  상대방에 통지했다.
“이번 행동을 ‘살모사행동’이라고 하자구!”
두더지는 살모사에게 마약가방을 넘겨주고 넷은 승용차에 올랐다. 교활한 두더지는 접선지점을 도중에 세번이나 바꾸어 상대방에게 통지했다. 끝내 마지막 지점에서 쌍방은 접선했는데 상대방도 넷이였다. 쌍방은 서로 물건과 현금을 확인한후 교환했다. 두더지가 성공의 미소를 짓고있을 때 상대방의 색안경을 낀 사나이와 살모사의 시선이 신속하게 마주쳤다. 때를 같이하여 “꼼짝말앗”하는 벽력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상대방에서 일제히 총을 꺼내들었다. 두더지와 K, 왕거미가 황망히 반항하려고 했으나 때는 늦었다. 살모사가 어느새 그들의 무기를 해제했고 상대방에서 번개같이 달려들어 세놈에게 수갑을 채웠다. 색안경을 낀 사나이가 살모사의 손을 잡자 두더지가 증오의 눈길로 살모사를 쏘아보았다.
“살모사, 넌 왜 날 배반했어? 이놈들은 ‘미꾸라지파’겠지? 넌 날 배반하고 이놈들에게 넘어간거지? 이 배은망덕한 놈아!”
“두더지! 꿈을 꾸지 말아. ‘미꾸라지파’란 우리가 꾸며낸것으로 존재하지도 않아. 난 경찰이야! 알겠어?”
“뭐? 네가 경찰이라구? 넌 마약수사과 부과장이란 놈을 쏴죽이지 않았니?”
두더지가 의혹에 찬 눈길로 바라보자 색안경을 낀 사나이가 빙그레 웃으며 색안경과 가발을 벗고 가짜코수염을 떼여냈다.
“아니, 넌 사람이냐? 귀신이냐?”
살모사의 총에 맞고 저승에 갔던 마약수사과 부과장이 눈앞에 서있는것이 아닌가!
“이 미련한 두더지야! 넌 총싸움영화에서 배우들이 진짜로 죽는걸 봤어?”
그제야 두더지는 경찰들의 연극에 넘어가 살모사를 신임한 자신을 저주했으나 후회막급이였다.
두더지마약밀수조직을 짓부셔버린 영웅사나이 살모사는 상급의 지시에 따라 자신을 위장하기 위해 여러해전부터 깡패들과 휩쓸리기도 하고 감옥밥도 먹으며 잠복임무를 대기하고있다가 이번에 살모사행동에 나선 인민경찰이였다.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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