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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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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남자
2014년 01월 11일 18시 37분  조회:3825  추천:0  작성자: 넉두리

세번째 남자/콩트이야기
 

김희수
 
 
명숙이는 활자로 찍혀나온 글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해도 곧이듣는 처녀이다. 신문에서 술이 여러가지 질병을 초래한다고 하니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돼지고기에 낭충이 있다고 하니 남새만 사서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여태껏 병원문이 어느쪽에 달려있는지 모르고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신랑감을 고르는데까지 책대로 하다가 그만 쓴맛을 보고말았다.
한창 꽃피는 나이인 그녀는 한 남자와 약혼했는데 둘이 서로 정이 들대로 들어 “당신이 없으면 못살아”하는 노래처럼 떨어질수 없을정도까지 되였다. 그런데 명숙이가 녀성잡지에 실린 《색상으로 본 남성》이란 글을 읽은탓으로 그들의 사랑은 그만 파탄되고말았다.
“…남색을 즐기는 남성은 표면상에서 랑만적인것 같지만 기실은 가장 무정한 남성이다. 그들이 나타내는 정감이 놀라울정도로 부드럽고 생활에 대한 정취 또한 도도하지만 충성심은 빵점! 이런 남성들은 자기의 장점으로 자기가 노리던 녀성을 쟁취하기만 하면 점차 그녀한테서 떨어져 다른 이상한테 관심을 가진다. 통계에 의하면 선천적으로 남색을 즐기는 남성중의 50%이상이 사랑의 배신자였다.”
여기까지 읽은 명숙이는 가슴이 떨려 안절부절못했다. 미혼부도 혹시 남색을 즐기지 않을가? 그래서 그녀는 단숨에 미혼부한테로 달려가서 다짜고짜 따져물었다.
“자긴 무슨 색갈을 즐기죠?”
“나말이요?”
아닌밤중에 홍두깨내밀듯한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던 미혼부는 한참후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 난 특히 남색을 즐기는데 명숙이는?”
그말에 명숙이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비록 자기를 미친듯이 사랑하는 미혼부이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남색을 즐기는 그가 정말로 충성심이 빵점이여서 앞으로 다른 녀인을 엿볼지 누가 알겠는가? 천만다행이야. 내가 이 글을 읽기를 잘했지. 그렇지 않으면 그 후과는… 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한 일이다. 그러던 그녀는 다시 돌려 생각해보기도 했다. 50%이상이 사랑의 배신자라면 미혼부가 혹시 사랑의 배신자가 아닌40여%안에 들수도 있지 않을가? 하지만 그녀는 50%이상의 모험을 할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과단성있게 자신이 배신을 당하기전에 먼저 첫번째 남자와 헤여졌다. 눈물을 흘리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마음의 상처도 아물게 되자 명숙이는 두번째 남자를 만났다. 이번에는 먼저번의 교훈을 잊지 않고 첫대면에 무슨 색갈을 즐기는가부터 물어보았다.
“난 남색을 제일 싫어하고 좋아하는 색갈은…”
“됐어요.”
그녀는 더 듣고싶지 않았다. 지내보면서 그 남자가 모든 면에서 나무랄데가 없는것을 본 그녀는 결혼날자까지 잡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녀는 또 잡지를 뒤적거리다가 《어떤 혈형의 남자와 결혼하면 좋은가》라는 글을 읽게 되였다. 그 글엔 O형인 녀성이 A형, B형, AB형인 남성과 결합하면 조화되지 않아서 자식이 혈액병을 얻게 된다고 쓰고나서 O형인 녀성은 O형인 남성을 선택하는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명숙이는 O형이였다. 신랑감은 무슨 혈형일가? 급해난 그녀는 당장에서 신랑감한테 전화를 걸어 “자긴 무슨 혈형이죠?”하고 물었다.
“나말이요? AB형인데… 무슨 일이요?”
“앗!”
절망한 명숙이는 비명을 지르며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그 글에 부부간의 혈형이 조화되지 않는다고 해서 꼭 자식이 혈액병에 걸린다고 하는것은 아니라는 부언이 있었지만 신랑감이 그 “꼭”안에 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겠는가? 그녀는 미래에 태여날 아기가 혈액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또 눈물을 흘리면서 두번째 남자와 “빠이빠이”를 하는수밖에 없었다.
“책은 참 좋아. 두번이나 날 구해주었어. 인젠 남색을 즐기지 않는 O형인 남자를 찾아야지.”
그래서 명숙이는 날마다 “O형의 남성들이여, O형인 녀성을 위해서는 제발 다른 혈형의 녀성들과 결합하지 마소서!”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하늘도 그녀의 정성에 감동되였는지 정말로 그녀마음에 딱 드는 타입인 남성을 기적같이 그녀앞에 나타나게 해주었다.
“저…무슨 혈형인지 물어봐도 될가요?”
“난 O형이요.”
O형이라는 말에 명숙이는 기쁨을 감추며 재차 물었다.
“무슨 색갈을 즐기세요?”
세번째 남자는 첫대면에 별난것을 묻는 명숙이를 흥미있다는듯이 빤히 바라보다가 되물었다.
“꼭 대답해야 되오?”
“네. 이건 아주 중요해요.”
그렇다면 대답하지. 난 노란색을 제일 즐기요.”
“OK!”
명숙이는 너무도 기뻐 하마트면 소리를 지를번했다. 지내보니 세번째 남자는 모든 면에서 먼저번의 두 남자를 릉가했다. 명숙이는 소원대로 세번째 남자와 결혼하여 떡판같은 아들까지 낳았다.
그런데 명숙이는 결혼후 남편이 남색을 매우 즐긴다는것을 발견했다. 방안의 장식에 대부분 남색을 사용하는가 하면 가방이나 쓰는 물건도 남색을 애용했다.
“자긴 남색을 즐기는게 아닌가요?”
명숙이는 미심쩍어 따지고들었다. 그러자 남편은 빙그레 웃었다.
“이제야 알았소? 난 남색을 특별히 즐기오.”
“뭐라나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자긴 노란색을 즐긴다고 하지 않았나요?”
“허허, 그건 그때 당신이 머리에 노란색을 염색한게 예뻐보여서 그렇게 말했던거요.”
“아이고, 내 팔자야!”
명숙이는 너무도 기막히고 상심하여 가슴을 치며 울어댔다. 남편이 깜짝 놀라면서 영문을 물어보자 그녀는 《색상으로 본 남성》이란 글이 실린 잡지를 꺼내보이며 넉두리를 했다.
“자신 다른 녀잘 좋아하죠? 이제 곧 절 배반하게죠? 량심없는 사람!”
“허허참.”
그제야 영문을 알게 된 남편은 어이없다는듯 싱긋 웃었다.
“이건 죄다 한가한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지어낸 엉터리론조에 불과하니 믿을게 못되오!”
“책에 난건데 왜 엉터리겠어요? 엉터리를 어떻게 책에 내요? 비법간행물도 아닌데.”
“답답한 당신, 책에 난거라고 해서 무턱대고 다 믿으면 안되오. 책도 틀린점이 있으니깐.”
“책이 어떻게 틀려요? 책은 절대 틀릴수 없어요. 자긴 다른 녀잘 좋아하죠?”
“기실 이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 다른 녀자를 좋아한단말이요.”
“무슨 이 세상의 남자들이 다 그렇겠어요? 자기처럼 남색을 즐기는 남자들만 그렇겠죠.”
“남색을 즐기건 노란색을 즐기건 관계없이 세상의 남자들은 다 다른 녀자를 좋아하오. 그저 소수의 남자들만이 행동에 옮기고 대부분 남자들은 마음속으로만 좋아하는 구별이 있을뿐이요.”
“그럼 자긴 ‘행동파’인가요? ‘마음속파’인가요?”
“난 그저 마음속에 여보당신밖에 없는 파요!”
남편이 꼭 껴안고 애무해주자 명숙이는 다소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후 남편의 일거일동을 주시해보았으나 다른 녀자를 좋아하는 낌새는 꼬물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외려 안해에 대한 충성심만이 날이갈수록 더 강렬해질뿐이였다. 책이 틀렸을가? 아니, 책은 틀릴수 없어. 아마도 남편은 그 사랑의 배신자가 아닌40여%안에 든걸거야.”
“남색사건”이 지난 몇달후 그들에게 뜻밖의 사고가 발생하여 또 한차례의 부부전쟁이 일어났다. 명숙이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급히 수혈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명숙이는 자기와 남편의 혈형이 모두 O형이여서 다행으로 여기고 헌혈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남편이 혈형검사를 하겠다는것이였다.
“혈형검사는 왜 해요?”
“여보, 난 종래로 혈형검사를 한적이 없기에 여태껏 자신이 무슨 혈형인지 모르고있소.”
“첫대면할 때 자긴 O형이라고 했잖아요?”
“그땐 모른다고 하면 당신의 반감을 살가봐 아무렇게나 둘러댔던거요.”
“뭐라나요? 그럼 빨리 검사해봐요.”
검사결과 남편은 제일 꺼림직한 AB형이였다. 그래서 홀로 아버지한테 헌혈하고난 명숙이는 또 한번 “아이고, 내 팔자야”를 불렀다. 그런데 다행히 아들은 혈액병에 걸리지 않고 건실하게 자랐다.
“여보, 이제부터 책에 있다고해서 뭐나 덮어놓고 그대로 믿지 말고 자기절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옳고그름을 식별하는 법을 배우오.”
“책이 뭐 틀린다고 그래요? 우리 애가 혈액병에 걸리지 않은건 자기가 그 ‘꼭’안에 들지 않았기때문이죠.”
“허허참, 당신은 정말 막무가내야.”
“그래도 제가 책대로 했길래 자기를 만날수 있은거죠. 그렇지 않으면 첫번째 남자나 두번째 남자한테 시집갔을지도 몰라요.”
“그럼 내가 세번째 남자라는거요?”
“호호호. 전 아마도 세번째 남자인 자기와 백년해로 할 운명인가봐요.”
명숙이는 남편의 가슴에 살며시 얼굴을 묻었다. 그런 그녀를 남편은 꼭 껴안아주었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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