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fangcao 블로그홈 | 로그인
김희수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콩트/이야기

처녀귀신
2014년 01월 19일 13시 45분  조회:5915  추천:2  작성자: 넉두리

처녀귀신/콩트이야기

김희수



 

외할머니는 현성에서 소문난 점쟁이여서 외가집은 날마다 신수를 점치러 온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앞날의 길흉을 알아보려고 찾아온 사람, 병들었거나 가정불화가 있어서 찾아온 사람, 물건이나 돈을 잃었거나 친인이 실종돼서 찾아온 사람…이런 사람들은 외할머니가 신선이기라도 한듯 돈을 내놓으며 애원한다. 그러면 외할머니는 한바탕 굿을 하고는 점괘를 던진다.
나는 과학기술일군인 박사아들을 둔 외할머니가 귀신놀음을 하는것이 이상해서 짬만 있으면 그 짓거리를 지켜보군 했다. 그러던 어느날이른 아침에 곽향장과 그의 아들 곽재호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외할머니를 찾아왔다.

“신선할머니, 귀신…귀신…”
곽향장은 목소리가 떨려서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곽재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애걸복걸했다.
“시…신선…하…할머니, 우…우릴…사…살려…주십시오!”
“도대체 웬 일이우? 좀 천천히 말해보우.”
외할머니가 달래서야 놀란 가슴을 진정한 곽씨부자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어제저녁에 회의를 마치고 밤늦게까지 술을 퍼마신 곽향장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쓰러졌는데 그때 웃층에 있는 곽재호의 방에서“앗”하는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곽향장이 잘못 들었는가 해서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다급히 계단에서 내려오는 발자국소리가 들려오더니 잠시후 방문이 벌컥 열렸다. 곽향장이 놀라 일어서니 얼굴이 하얗게 질린 곽재호가 경황망조하여 쏜살같이 달려들어오더니 이불을 뒤집어쓰는것이였다.
“왜 그러니?”
“아버지, 귀신…귀신…”
“너 몽유병환자처럼 왜 이러니? 세상에 어디 귀신이 있다구 그러니?”
“정말 귀신입꾸마. 방금 제 방에 나타났습꾸마!”
“너 꿈을 꾼게 아니야?”
“꿈이 아니라 정말입꾸마. 귀신…귀신…”
“이 녀석이 무슨 허깨비를 보고 이렇게 놀라는거야."
곽향장은 아무래도 아들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 문을 열고 나섰다. 막계단을 오르려던 곽향장은 그만 “앗”하고 놀란 소리를 질렀다. 계단웃쪽에 하얀 옷을 입고 봉두란발한 녀자귀신이 입에 피묻은 칼을 물고 서있었던것이다.
“으흐흐…내 명을 돌려다오!”
곽향장을 본 녀자귀신은 괴상하고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면서 한발작한발작 계단을 내려오고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광경에 그만 혼비백산한 곽씨부자는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밖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허둥지둥 똥줄이 빠지게 도망친 곽씨부자는 향정부의 숙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이른 아침에 외할머니한테로 뛰여왔던것이다.
“그 녀자귀신이 바로 홍매화란 처녀지?”
외할머니는 눈을 꼭 감고 뭐라고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곽씨부자는 이구동성으로 “네!”하고 대답하면서 감탄했다.
“신선할머니는 정말로 신선입니다. 우린 경황중에도 그 녀자귀신의 얼굴만은 똑똑히 봤습니다. 그 녀자귀신은 틀림없이 홍매화였습니다.”
홍매화는 나도 잘 알고있는 처녀였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것은 외가집에서였다. 그때 곽재호와 갓 약혼한 그녀는 궁합을 보러 외가집에 왔던것이다.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나는 저도몰래 가슴이 설레이며 그녀를 짝사랑하기 시작했다.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방긋이 웃어주던 그 모습! 나는 항상 그녀의 웃는 얼굴이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웃기를 잘하던 그녀가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났던것이다. 아까운 스무살꽃나이의 생명을 스스로 종말지었다고 한다. 그녀는 “나는 이 치욕을 참을수 없다. 사랑하는 님까지 나를 버렸으니 나는 정말 이 세상에 살멋이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한많은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녀가 자살하다니? 나는 믿을수 없었다. 그 전날까지도 나는 그녀를 만났던것이다.




 

홍매화네 집은 우리집에서 외할머니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있었다. 그래서 외가집으로 갈 때마다 나는 그녀의 집을 기웃거리군 했다. 그날도 매화의 그림자라도 볼가해서 그녀의 집근처에서 서성거리고있는데 마침 그녀가 집문을 나서고있었다. 나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몰래 그녀의 뒤를 따랐다. 마을에서 벗어난 그녀는 곧장 강가로 나갔다. 언제나 얼굴에 웃음이 떠날줄 모르던 그녀가 수심에 잠겨 흐르는 강물만 멍하니 바라보는것이였다. 곽재호가 홍매화를 차버렸다는 소문을 들은 나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개자식, 저렇게 훌륭한 처녀를 차버리다니? 넌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강물에 풍덩 뛰여드는것이였다. 나는 “안돼”하고 소리를 지르며 뒤따라 강물에 뛰여들었다. 어느새 물속에 가라앉았는지 그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자맥질하여 그녀의 행방을 찾고있는데 그녀가 글쎄 물우에 불쑥 솟아오르더니 능란한 동작으로 강을 헤여건너는것이 아닌가! 뛰따라 강을 건너간 나는 계면쩍게 웃었다.
“허허, 난 매화가 짧은 생각을 먹고 강물에 몸을 던지는가 했소.”
“제가요? 전 죽지 않겠어요. 전 꿋꿋이 살겠어요!”
꿋꿋이 살겠다던 처녀가 이튿날에 갑자기 자살하다니? 나는 믿을수 없었다. 곽재호, 네놈이 홍매화의 목숨을 앗아간거야. 네놈때문에 홍매화가 죽은거야. 난 네놈을 가만놔두지 않을거야!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렇게 죽은 홍매화가 지금 귀신이 되여 나타나다니? 그 무슨 원통하고 억울한 사연이 있어 귀신이 되여 곽씨부자를 찾아온것일가?
“악귀가 붙었으니 방토를 해야겠수.”
외할머니는 몸소 곽향장의 집에 가서 부적을 붙여주었다. 그런데도 그날밤에 처녀귀신이 또 나타났다. 그래서 곽씨부자가 화들화들 떨면서 외할머니를 찾아와 또다시 애걸했다. 그러자 외할머니는 한바탕 귀신놀음을 벌리더니 눈을 감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소리치는것이였다.
“그 처녀귀신이 이승에서 짝을 못 맺고 간게 한이 되여 찾아온것이니짝을 지어주어야겠수.”
홍매화는 비록 이승에서 약혼은 했지만 결혼을 하지 못했으니 처녀의 이름을 달고 저승으로 간것으로 된다. 외할머니는 진흙으로 남자모형을 빚은후 거기에 신랑옷을 입히고 귀신딱지를 그린 종이를 붙였다. 그것을 가지고 외할머니는 그날밤에 곽향장네 집에 묵으면서 처녀귀신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새벽 두시가 되자 하얀 옷을 입고 봉두란발한 처녀귀신이 입에 피묻은 칼을 물고 나타났다. 그러자 외할머니는 주문같은것을 중얼중얼 외우더니 진흙으로 빚은 남자모형을 처녀귀신한테 던지며 “네 신랑이 예있으니 어서 모시고 썩 물러가라!”하고 고함쳤다. 그러자 처녀귀신이 그 진흙으로 빚은 신랑을 받아가지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이튿날밤에 곽씨부자는 만시름을 놓고 잤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그 검질긴 처녀귀신이 또다시 나타날줄을.
“이젠 나도 방법이 없수!”
외할머니는 세번째로 찾아온 곽씨부자를 그대로 돌려보냈다. 풀이 죽어 대문밖으로 나서는 그들을 바래며 내가 슬며시 귀띔했다.
“내게 처녀귀신을 쫓을 방법이 있습니다.”
그랬으나 곽씨부자는 못미더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지푸라기도 잡는 물에 빠진자의 심정으로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다.
“외할머니께서 업었던 신이 지금 네게로 와서 붙었습니다. 그래서 외할머니의 방토가 효력이 없는겁니다.”
외할머니한테 점을 치러 올때마다 내가 곁에 있는것을 보아온 그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굽신거리며 애원했다.
“그럼 방선생께서 방법을 대여주십시오!”
평소에는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던 곽씨부자가 “방선생”이라고 깍듯이 부르며 애걸했다.
나는 그런 그들이 가증스웠으나 방법을 대주지 않을수 없었다.
“그 처녀귀신이 다른 사람들은 찾아가지 않고 당신들만 찾아가는것은 꼭 까닭이 있을것입니다. 당신들이 그 처녀한테 잘못을 저지른것이 있을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가슴에 한이 맺혀가지고 밤마다 찾아오는것이니 당신들은 그 맺힌것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어떻게 풀어준단말입니까?”
“오늘밤에 그 처녀귀신이 나타나면 당신들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그처녀한테 저지른 잘못을 이실직고하면서 용서를 비십시오. 그래야 그 맺힌것이 풀리면서 처녀귀신은 영영 물러갈것입니다.”
이미 귀신에게 혼날대로 혼난 그들이라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밤에 처녀귀신이 나타나자 곽씨부자는 내가 시키는대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홍매화아가씨, 내가 며느리로 될 아가씨를 욕보였으니 용서해주오!”
곽향장이 먼저 머리를 조아리자 처녀귀신의 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네가 어떻게 나를 욕보였단 말이냐? 사실대로 말해봐.”
그러자 곽향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에 여느때보다 일찍 퇴근하여 집에 돌아온 나는 ‘재호야, 저녁밥을 지었느냐’하고 소리치며 2층에 있는 재호의 방으로 올라갔소. 그런데 재호는 보이지 않고 빠금히 열린 문으로 아가씨가 혼자서 누워있는 모습이 보였소. 가슴띠와 삼각팬티만 걸친채 자고있는 아가씨를 본 나는 순식간에 온몸이 달아올랐소. 녀편네가 출국하여 몇달동안 녀자를 모르고 살아온 나는 반쯤 드러난 젖가슴과 풍만한 히프를 보자 그만 참을수 없어서 아가씨한테 덮치고말았소. 잠결에 아가씨는 나를 재호로 여기고 받아주는것 같았소. 그러다가 뭔가 잘못된것 같아 아가씨가 눈을 떴을 때는 일이 수습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소. 바로 그때 난데없이 재호가 나타났던거요. 난 재호한테 아가씨가날 꼬셨다고 거짓말을 했소. 그래서…”
“매화, 내가 잘못했소. 모두 내 잘못이요!”
이번에는 곽재호가 두손을 싹싹 비비면서 빌었다.
“그날 매화와 운우지정을 나눈후 나는 매화가 잠든것을 보고 난 남새사러 장마당으로 갔댔소. 내가 남새를 사들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보지 말아야 할것을 보게 되였소. 나는 매화의 해석도 듣지 않고 아버지의 말만 믿고 매화를 매질하여 쫓아버리면서 관계를 끊는다고 선포했소. 하지만 난 매화를 잊을수 없었소. 그래서 매화의 집으로 찾아갔는데 매화가 또 아버지와…”
재호의 말을 곽향장이 다시 이었다.
“아가씨가 그때 재호와 관계를 끊자 나는 아가씨의 집에 찾아가서 아가씨가 혼자있는것을 보고 내 정부로 되여달라고 애걸했소. 물론 아가씨는 견결히 반대했지만 나는 억지로 아가씨를 끌어안았는데 그때재호가 나타났던거요.”
이번에는 재호가 곽향장의 말을 이었다.
“그때 매화가 아버지와 하는 짓거리를 본 나는 화가 치밀어 매화를 끌고 강변의 숲속으로 들어갔소. 거기서 나는 극도의 분노를 참을수 없어 젖먹던 힘까지 다 내여 두손으로 매화의 목을 조였소. 매화는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던거요. 그랬지만 매화의 호주머니에서 발견된유서비슷한 쪽지가 나의 살인죄를 덮어감추어주었소. 아마도 그 쪽지는 아가씨가 아버지한테 욕을 보고 나한테 쫒겨난 그날에 분김에 몇글자 썼던것 같소. 아무튼 아버지와 나는 매화가 스스로 목을 맨것처럼 꾸며놓았소.”
“악독한 살인자!”
그때 처녀귀신이 벽력같이 고함지르더니 하얀옷을 벗어던지고 위장한 피묻은 칼과 인면탈을 벗었다.
그러자 곽씨부자는 경악으로 온몸을 떨었다.
“앗! 방선생…당신이?!”
그랬다. 처녀귀신은 바로 나였다. 처녀귀신이란건 바로 내가 꾸민 연극이였다. 홍매화의 자살을 의심하고있던 나는 범인을 잡아내려고 이런 귀신극을 꾸몄던것이다. 한마디 언급할것은 홍매화의 얼굴모습을 본따 만든 인조얼굴가죽은 일본에서 박사칭호를 받고 돌아온 외삼촌의 연구성과라는것이다. 거기에 천성적으로 녀자목소리를 흉내 잘내는 나의 장끼가 은을 냈던것이다.
“흐흐흐, 당신이 아무리 귀신극을 꾸며도 우릴 잡을수 없어. 증거가 없으니깐!”
얼마후 놀란 가슴이 진정된 곽씨부자가 빈정거렸다. 그들의 꼬락서니를 보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사전에 경찰들과 상의하고 이 방안에 도청장치를 가설했소. 지금쯤은 이 근처에 숨어있던 경찰들이 당신들의 범죄사실을 다 듣고 달려올거요.”
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세 명의 경찰이 물을 열고 들어왔다. 곽씨부자는 찍소리도 못하고 머리를 숙였다. 이제는 원혼이 된 홍매화처녀도 안심하고 잠들것이다. (1998년)
 

파일 [ 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결과가 없습니다.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