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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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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인절 소야곡
2014년 02월 12일 18시 38분  조회:4064  추천:2  작성자: 넉두리

련인절 소야곡/콩트이야기

 
김희수



 
 
또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왔다. 언제부터인지 중국에서도 성탄절이요, 련인절이요, 어버이날이요 하는 서구의 명절을 쇠기 시작했다. 구실이 없어서 먹지 못하는 연변사람들이라 명절이라고 하면 닥치는대로 먹어댄다. 중국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정인절(情人节)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냥 련인절이라고 번역하여 부른다.
장걸은 나가 먹기가 싫어서 집에서 먹고 안해와 함께 털레비죤을 보고있다가 친구 최인철이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
“야, 칭런제(情人节)인데 집구석에 들어박혀 뭘 하나? 빨리 나와서 함께 칭런제를 쇠자구.”
“련인절? 허허, 마누라를 련인이라 할수 없으니 련인절을 어떻게 쇠겠어? 난 련인도 없는데…”
“제기랄, 흥타령이네. 나처럼 마누라가 외국에 간 사람은 이럴 때 더구나 고독하다구. 잔말 말구 어서 나와. 난 지금 자네집 문앞에 와있다구.”
장걸이가 밖으로 나가니 기다리고있던 최인철이가 손을 잡아당겼다.
“어디가 한잔 하자구.”
“남자끼리 련인절을 쇠겠나? 동성련애라도 할셈인가? 자네 게이는 아니겠지?”
“에이, 사람 놀리지 말게. 쌍쌍이 팔을 끼고 가는 련인들을 보면 부럽고 질투 나서 혼자서라도 한잔 하고싶은 심정이야.”
“그럼 택시라도 부르지.”
“이런 날은 걸어서 가자구.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련인절을 쇠는지 구경도 할겸.”
그들은 시대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저기 광고판에 쓴걸 보니 칭런제를 발렌타인데이라고 하는군. 발음이 어려워서 딱히 뭐라고 하던지 잊었는데”
“내 사전을 찾아봤는데 밸런타인데이(Valentine Day)가 올바른 표기야. 그런데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발렌타인데이라고 부르지. 또 어떤 사람들은 발랜타인데이, 바렌타인데이, 벨렌타인데이라고도 부르지.”
쌍쌍의 련인들이 다정하게 팔을 끼고 오가고있었다. 그때 최인철이 장걸의 어깨를 툭 쳤다.
“저기 저 노랑머리가 자네 아들이 아닌가?”
최인철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한 노랑머리 사내아이가 제 또래의 소녀에게서 초콜릿을 선물받더니 둘이서 팔을 끼고 다정하게 걸어가는것이였다. 아들이 틀림없었다.
“아니, 저 녀석이?!”
이제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녀석이 련인절에 련애한답시고 날치는것이 한심했다. 장걸이가 저 쪽으로 사라지는 아들의 뒤모습을 바라보고있는데 누군가 그를 불렀다. 돌아다보니 아는 친구였는데 어떤 녀자의 팔을 끼고 신나게 걸어오면서 손을 흔들고있었다. 그가 고개를 끄떡거리면서 인사를 받자 그 친구는 녀자를 그 자리에 잠간 세워놓고 그한테로 다가왔다. 장걸은 그 녀자가 그의 안해도 아니고 그가 이전에 데리고 다니던 련인도 아닌것을 보고 웃으면서 물었다.
“자네 련인절을 멋있게 쇠는구만. 어디서 또 새로운 녀자를 사귀였나?”
“사귄게 아니라 세를 맡은거네.”
“세를 맡다니?”
친구는 아무 술집에서 련인을 세준다는것이였다. 귀맛 당기는 소식인지라 장걸이와 최인철이 그 술집으로 달려가 보니 헛소문이 아니였다. 그들은 각각 한 녀자씩 세를 맡았다. 한시간에 50원이란다. 술집측에서 주의를 주었다.
“우리는 련인절에 짝이 없어 외롭게 지내야 할 독신들도 행복하게 련인절을 쇨수 있도록 하기 위해 림시련인을 빌려주는것입니다. 여기서 세를 주는 련인은 화류계아가씨가 아닙니다. 그녀들은 순전히 당신들을 동반하여 함께 거리를 거닐면서 한담이나 할뿐이니 도를 넘는 행동을 하지 말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럼 즐거운 밤이 되십시오!”
말로는 독신들을 위한것이라고 하지만 련인을 세맡아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유부남들이였다. 장걸과 최인철도 각각 자신들이 세맡은 “련인”의 팔을 끼고 서로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장걸이가 세맡은 녀자는 나이가 어려보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가운데서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나온 대학생처녀라는것을 알아냈다. 장걸은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우리는 림시련인이라해도 련인은 련인인데 키스라도 한번 해보면 안될가?”
“어머, 안돼요!”
“한번만 해봅시다!”
장걸이가 간절하게 요구하자 그녀는 마지못해 동의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딱 3초동안만 허락하겠어요. 그 이상은 절대 안돼요. 만약 1초라도 초과하면 110경찰을 부르겠어요.”
장걸은 그런 그녀가 너무 귀엽게 여겨졌다. 그녀는 살며시 눈을 감고 기다렸다. 장걸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우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첫키스할 때의 짜릿하고 가슴설레이는 감각이 되살아났다.
한시간이 지나자 장걸은 그녀를 돌려보냈다. 지금쯤은 최인철도 끝났겠다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자네 벌써 끝났어? 난 이제 시작이야!”
핸드폰 저쪽에서 최인철의 말소리에 이어 녀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자네 지금 뭘하고있는거야?”
“뭘하고있긴? 세맡아온 련인과 사랑의 밤을 보내고있지!”
“아니, 그 녀자는 아가씨가 아니라고 했잖아?”
“거야 둘이 하기 나름이지. 아니 이거 이 녀자가 벌써 벗고있네. 전화 끊어!”
장걸은 씩 웃었다.
“녀석, 마누라 외국 보내구 외로워하더니 련인절을 제대로 쇠고있네. 난 가서 녀편네의 궁둥이나 만져야지!”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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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金赫
날자:2014-02-12 22:35:46
와...어느덧 연인절이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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