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fangcao 블로그홈 | 로그인
김희수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콩트/이야기

오묘한 미소
2014년 09월 21일 11시 55분  조회:3554  추천:6  작성자: 넉두리

오묘한 미소


 
김희수

 
 
지금은 파산되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식료품공장은 경기가 괜찮은 때였다. 그때 마경남이란 청년이 그 공장에 새로 전근돼 왔는데 인사과 양과장이 그들 데리고 공장장사무실로 찾아갔다.
“저…이 동무가 새로 온…”
양과장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자 강공장장은 신문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언짢은듯 말허리를 잘랐다.
“사람두, 아무데나 배치할 일이지 그런 자질구레한 일까지 나한테 보고할건 뭔가?”
“저도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혹시…”
“혹시”라는 말에 강공장장이 신문을 내려놓고 머리를 들어보니 키는 전보대 같고 쩍 벌어진 어깨에 쇠기둥 같이 튼튼하게 생긴 젊은이가 눈앞에 서있지 않겠는가.
“오, 하늘이 나한테 장수를 내려보냈군. 원료를 운반하는 왕도깨비가 힘꼴을 쓸 사람을 달라구 자꾸만 우는소리를 하는게 골치 아파 죽겠더니 마침 해결됐군. 하하하!”
강공장장이 회색이 만면하여 호탕하게 웃자 눈치 빠른 양과장이 마경남의 옆구리를 슬쩍 건드렸다.
“강공장장께서 동무를 상하차공으로 배치했으니 어서 감사를 드리게.”
그러자 꺽다리 마경남이가 강공장장에게 허리를 굽석하며 인사드렸다.
“감사합니다! 강공장장동지! 집에선 절 내놓고 근심이 태산 같은데 이번 편지에 공장장께서 절 따뜻이 보살펴주신다고 여쭈겠습니다.”
“동무의 부모는 어디서 사업하오?”
거구의 청년이 하도 곰살갑게 인사하는 바람에 강공장장은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부모님 두분께선 모두 주정부에서 일봅니다.”
“뭐?! 주정부…”
강공장장과 양과장이 이구동성으로 되뇌이며 놀란 눈길을 마주쳤다.
“마동문 왜 그 좋은 연길시에서 여기 룡정으로 왔소? 부모님들이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줄텐데…”
“전 20살입니다. 외국에선 만18세만 되면 부모한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한다는데 우리라구 왜 그렇게 못하겠습니까?”
“장하오! 포부가 있소! 마동무도 그렇지만 마동무의 부모님들은 실로 고상한 분들이요. 특수화를 부리지 않고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니…”
강공장장이 엄지손가락을 내밀자 양과장도 맞장구를 쳤다.
“그분들의 자제를 우리가 마땅히 돌봐야 합지요. 저…마동무, 무슨 곤난이 있으면 강공장장 앞에서 툭 털어놓고 말해보오. 다 해결해준다니까.”
“뭐, 곤난이 없습니다. 절 빨리 왕도깨비인지 하는 그분한테 맡겨 일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되자 난처하게 된 강공장장은 눈길을 양과장에게 돌렸다.
“에, 양과장, 이렇게 하기오. 지금은 재능에 따라 사람을 쓸 때요. 이 마동무는 전도가 유망한 인재이니 차차 좋은 자리에 안배하도록 하고 지금은 잠시 보위과에…”
이렇게 되여 막일을 할번했던 마경남이가 공장에서 상류에 속하는 보위일군이 되였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그런 좋은 일이 오래가지 못했다.
“깜짝 속았습니다!”
어느날, 양과장이 허둥지둥 공장장사무실로 뛰여들었던것이다.
“주정부에서 사업한다던 마경남의 부모가…”
알고보니 마경남의 부모가 무슨 큰 간부인것이 아니라 주정부에서 보일러일군, 청소일군으로 막일을 하는 로동자였던것이다. 마경남이를 간부로 발전시킬 궁리를 하고있던 강공장장은 너무도 뜻밖의 일에 놀랐다.
“냉큼 마경남이를 불러오게!”
강공장장은 분하여 씩씩거리면서 탁상을 탕! 하고 내리쳤다. 그랬지만 부리나케 달려나갔던 양과장이 이윽고 마경남이를 앞세우고 들어섰을 때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 마동무, 지금하는 일이 힘들지 않소?”
“뭐 크게 하는 일이 없이 빈들빈들 놀자니 심심하기도 하고…”
“허허, 나도 그렇게 생각했소. 그 일이 마동무의 신체에 알맞지 않는단 말이요. 인재랑비지. 지금은 재능에 따라 사람을 쓸 때이니 마동무에겐 아무래도 왕도깨비 밑에서 쌀마대랑 메는 일이 적합할거요!”
강공장장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마경남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일을 잘하라고 고무해주었다. 그때 세상물정에 어두웠던 마경남은 강공장장의 미소에 담긴 오묘한 함의를 알수 없었다.
(1996년 12월)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2 ]

2   작성자 : 넉두리
날자:2014-09-22 19:05:30
허선생이 보잘것 없는 저의 글을 어여삐 여겨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저는 시를 잘 모르지만 허선생의 시를 가끔 들어가 읽어봅니다. 개성이 있어 좋더군요.
1   작성자 : 허창렬
날자:2014-09-22 13:09:09
선생의 글은 언제봐도 좋군요. 조글로에서 선생의 글을 읽을수 있어 참 좋습니다. 비록 우린 일면목조차 없지만 더욱 건필하세요.
Total : 5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2 그날의 그 사건 2015-10-03 0 3217
51 신비한 동행자 2015-05-03 2 3076
50 추억 2015-03-01 2 3117
49 총각이 기다려요 2015-02-01 1 2979
48 한밤의 늑대들 2015-01-01 1 3829
47 한 녀인의 눈물 2014-11-01 1 4007
46 엄마의 눈물 2014-10-01 5 3945
45 오묘한 미소 2014-09-21 6 3554
44 주먹이 운다 2014-09-04 0 3521
43 저승에서 만난 할아버지 2014-04-04 1 3385
42 련인절 소야곡 2014-02-12 2 4041
41 처녀귀신 2014-01-19 2 5889
40 세번째 남자 2014-01-11 0 3813
39 아버지를 때린 아들 2014-01-04 0 3322
37 세방살이 2013-12-29 1 3420
36 살모사행동 2013-12-29 0 3864
35 시골학교 2013-12-21 2 3253
34 복수의 도끼를 든 사나이 2013-12-21 0 3491
33 몸은 지켰건만 2013-12-14 1 3595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