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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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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 추녀결사대 (2)
2014년 10월 04일 13시 56분  조회:3145  추천:1  작성자: 넉두리

중편소설

추녀결사대


김희수

 
2. 결혼식날 신랑을 랍치
 
 
백옥같은 흰눈이 포실포실 내리는 거리로 꽃단장을 한 42대의 승용차가 줄지어 달리고있었다. 차창에 매달린 매화꽃 같은 눈송이를 바라보며 신랑은 신부의 손을 잡고 행복의 미소를 지었다.
“우리 결혼날자 참 잘 잡았소. 결혼식날 눈이 오면 한평생 복 받는다는데.”
“우린 행복할거예요!”
신부도 행복에 겨워 신랑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인다. 결혼식을 거행하게 될 혼례청사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나 혼례차대렬은 위풍을 시위라도 하듯 도시의 크고 작은 거리를 빙빙 돌면서 천천히 달리고있었다. 번화한 거리를 지나 작은 골목에 들어섰을 때 두명의 녀자교통경찰이 나타나 차를 세우고 면허증을 검사했다. 맨앞의 안내차와 신랑신부의 차는 무사통과하고 뒤의 차들만 남아서 계속 검사를 받고있었다. 녀자교통경찰은 교통규칙을 위반한것이 아닌데도 일부러 트집잡아 혼례차들을 난처하게 구는듯 했다. 운전사의 면허증을 검사하는가 하면 안전띠를 검사하기도 하고 심지어 차에 앉은 매개 손님들의 신분증까지 자세히 검사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혼례차는 급해했고 급기야는 인민페 1000원을 내놓으며 혼례식에 늦어지지 않게 길을 내달라고 애걸했다.
한편 앞에서 무사통과 했던 차도 얼마 못가서 시끄러운 일에 봉착했다. 또 느닷없이 세명의 녀자교통경찰이 나타나서 길을 가로 막았다. 신랑이 투덜거렸다.
“오늘은 무슨 녀자교통경찰이 이리 많아?”
그런데 녀자교통경찰은 앞의 안내차는 무사통과 시키고 신랑신부의 차만 붙잡아두고 애를 먹이고있었다. 그중 한 녀자교통경찰은 신랑을 뚫어지게 눈여겨보더니 당장 차에서 내리도록 명령했다.
“아무래도 이 신랑이란 자가 의심스럽단 말입니다. 전번에 사람 깔아놓고 뺑소니친 그자와 너무나 똑 떼 닮았어요. 본부에 데리고 가서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세명의 녀교통경찰이 잽싸게 달려들어 신랑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신랑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녀교통경찰들을 바라보았다.
“당신들 교통경찰이 맞아? 교통경찰이 수갑을 휴대하고 다니다니?”
“넌 차로 사람을 깔아죽이고 도망친 뺑소니범이야! 그러니 수갑을 채워야지!”
“난 뺑소니범이 아닙니다. 억울합니다. 억울해요! 난 곧 결혼식을 올려야할 신랑이니 빨리 놔주세요!”
“그래요. 그인 뺑소니차를 몬적이 없으니 어서 놔주세요!”
신랑신부 그리고 운전수와 둘러리 모두 울상이 되여 애걸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뺑소니범이 옳은지 아닌지는 가서 조사해보면 알게 되겠지.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순순히 따라와!”
녀교통경찰은 신랑을 압송하여 경찰차에 실었다. 신부와 둘러리들이 란리법석을 떨었으나 신랑을 압송한 경찰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듯이 달렸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고 발악하던 신랑은 얼마후 체념했는지 가만있었다. 그러다가 차가 교외를 벗어나자 신랑은 당황하여 부르짖었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거요?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요?”
“개자식, 입 좀 다물어!”
뒤좌석에 앉은 두 녀교통경찰이 달려들어 수건으로 신랑의 입을 틀어막고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웠다. 교외를 벗어난 차는 꼬불꼬불 오솔길을 돌고 돌아 서너시간 달렸다. 그리고 십여분간 멈춰서서 셋이 식사를 하는듯하더니 다시 어딘지 모를 방향으로 달리고 달렸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차가 달리는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어둑어둑한 때였다. 세명의 녀교통경찰이 입을 틀어막고 눈을 가린 신랑을 끌고 외딴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있던 두녀인이 그들을 맞아주었다.
“언니네들이 그놈을 순리롭게 잡아왔군요.”
“옥실이, 순실이 너들이 벌써 와있었구나.”
옥실이와 순실이라고 불리운 두녀인은 맨처음 신혼차를 가로 막았던 가짜 녀교통경찰이였다. 그리고 신랑을 랍치해온 세 녀교통경찰은 원래 금실이, 은실이, 동실이였고 그녀들이 몰고 온 차는 신랑을 랍치하기 위해 훔쳐온 경찰차였다. 그녀들은 붙잡아온 신랑을 죄수처럼 무릎을 꿇게하고 그의 입에 틀어막았던 수건을 빼내고 눈에 가리웠던 천을 풀어주었다. 신랑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당신들은 가…가짜 교통경찰이지? 왜 장가가는 사람을 붙잡아온거요?”
다섯 녀인은 매서운 기운이 서리발치는 눈길로 신랑을 쏘아보았다. 옥실이와 순실이가 달려들어 신랑의 귀쌈을 찰싹찰싹 후려쳤다.
“그래 우리는 가짜다. 너 같은 량심없는 놈도 장가를 가?! 이놈아!”
“다…당신들은 도…도대체 누구요?”
다섯 녀인이 살기등등한 눈길로 신랑을 쏘아보며 이구동성으로 웨쳤다.
“우리는 복수의 녀신이다!”
다섯 녀인이 동시에 얼굴에 씌웠던 고무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기절초풍할 지경으로 놀란 신랑은 “아!”하고 외마디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앞에 소름이 오싹 끼치도록 보기흉한 다섯 얼굴이 나타났던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귀신의 얼굴이였다. 리더격인 금실이가 동실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동실이가 신랑의 귀쌈을 힘껏 후려치며 말했다.
“네놈이 저지른 나쁜짓을 실토해라!”
신랑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난…나쁜짓을 한적이 없소.”
그러자 동실이가 증오의 불길이 이글이글 불타는 두눈으로 신랑을 무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양범호! 너 나쁜 짓을 한적이 없다구?”
“다…당신은 누구요?”
신랑 양범호는 웬 녀인이 자기의 이름을 부르자 깜짝 놀라 소리쳤다. 동실이가 다시 범호의 뺨을 사정없이 갈겨댔다.
“범호, 너 이 악마같은 놈아! 그래 네가 훼손시킨 이 얼굴을 모르겠느냐?”
“다…당신은…소…소연이?!”
겁에 질린 눈길로 동실을 바라보던 범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난…난 소연의 얼굴을 훼손시키지 않았소. 그…그건 명도가 한짓이요. 소연이도 알다싶이 류산을 던진건 명도가…아악…”
범호는 말끝을 채 맺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동실의 주먹이 벼락같이 그의 면상으로 날아왔던것이다. 그의 코구멍에서 시뻘건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잇달아 동실의 주먹이 그의 눈통으로 날아왔다.
“이 나쁜 새끼야! 어디다 변명이냐?”
동실의 눈에서 증오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범호… 명도… 돌이켜보고싶지 않은 지난일들이 그녀의 머리속을 주마등같이 스쳐갔다.
소연이와 범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행복한 한쌍의 련인이였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그들은 세집을 얻어 동거하면서 아기자기하게 살아갔다. 그러나 이런 비법동거생활은 장구지책은 못되였다. 어쨌든 결혼해야 했는데 그러자면 “내집”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다달이 살아가는 생활비용을 쓰고나면 남는것이 없는 그들의 수입으로 집을 마련한다는것은 헛된 꿈에 불과했다. 결혼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자면 출국하는 길밖에 없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소연이는 일본수속을 다그쳤고 범호는 로씨야수속을 밟았다. 그런데 소연의 일본수속은 자꾸만 꼬여갔고 범호만이 순리롭게 로씨야땅을 밟게 되였다.
혼자 남게된 소연이는 편지로 그리움을 전하며 범호가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던중 친구의 결혼파티에서 풋면목을 익힌 명도라는 총각이 그녀의 생활에 뛰여들었다. 명도는 기회만 있으면 소연이를 청해 음식을 대접했다. 명도가 성실하고 마음이 착했기때문에 소연이는 그의 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단둘이 만나는 장소만은 피했다. 그렇게 달이 가고 해가 바뀌였지만 명도는 그녀와의 만남의 장소를 꾸준히 마련했다. 소연이는 명도와 만나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점차 그에게 호감을 갖게되였다. 하지만 자신에겐 사랑하는 범호가 있기에 녀자의 본분만은 지켜야 한다는것은 항상 잊지 않고있었다. 그녀는 끝내 범호가 돌아오는 날까지 5년을 외로움과 괴로움을 참고 견뎌냈다.
범호가 돌아온 그날 밤에 그녀는 범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그녀는 전날 명도의 청혼을 용하게 거절했던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범호의 사랑이 이전처럼 뜨겁지 못한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명도가 집요하게 사랑의 공세를 들이댔는데 그것이 결국 범호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그녀는 사실대로 자신이 청백하다는것을 털어놓았으나 범호는 그녀를 행실이 부정한 년이라고 악담을 퍼부으며 주먹과 발길로 사정없이 때렸다. 그러면서 관계를 그만두자고 했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은 추호도 변한적이 없으니 절대 헤여질수 없다고, 목숨이 붙어있는 한 영원히 그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며칠후 그녀는 자신의 청백을 해명해달라고 명도를 찾아가 말할 생각이였는데 마침 명도한테서 먼저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들은 공원의 으슥한 곳에서 만났다. 명도는 한손에 무슨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들고있었는데 다른 한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이, 난 소연이를 사랑하오! 우리 결혼하기오!”
“명도씨, 이러지 말아요. 난 곧 범호씨와 결혼하게 되는데 명도씨때문에 그의 오해를 받고있어요. 명도씨가 나서서…”
“소연이, 소연이는 범호와 결합될 운명이 아니오! 그와의 사랑은 이뤄질수 없으니 나하고…”
“안돼요! 난 영원히 범호씨만 따를거예요!”
“소연이, 소연이가 나한테 시집오지 않겠다면 난 소연의 꽃같은 얼굴을 훼손시켜버릴거요!”
갑자기 명도가 음흉하게 웃더니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흔들며 위협했다.
“나한테 시집오겠소? 안오겠소? 안오겠다면 이 류산을 소연의 얼굴에 뿌리겠소!”
“아니?! 뭐…”
소연이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며 낯선 사람보듯 명도를 바라보았다. 선량하던 명도가 갑자기 포악한 망나니로 변하다니?? 소연이는 두눈을 꼭 감고 추호의 흔들림도없이 대답했다.
“나의 사랑은 오직 범호씨에게만 속해요! 당신이 나의 얼굴을 망가뜨리겠으면 망가뜨려봐요!”
“에익! 이 년이?!”
절망에 빠진 명도는 손에 들고있던 병마개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액체를 소연의 얼굴에 확 끼얹었다.
“아…앗!”
째지는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소연이가 그자리에 쓰러졌다…
동실의 회억은 가장 고통스런 순간에 가서 멎어버렸다. 그녀의 눈에서 저도몰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온몸을 떨기만 하던 범호가 다시 한번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소연이, 소연의 얼굴에 류산을 뿌린건 내가 아니란 말이요. 그건 명도가…”
“닥쳐! 진짜 흉범은 바로 너야!”
동실이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발길로 범호의 가슴을 힘껏 걷어찼다. 범호가 “어이쿠”하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동실이는 격분에 찬 목소리로 꾸짖었다.
“이 인간망나니야! 내가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입원해있는 동안 너는 한번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을뿐만아니라 절교신까지 보내왔지. 내가 절망에 빠져 자결하려고 할 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 자매들을 만나 이름을 동실이라 고치고 복수의 힘을 기르게 된거야. 후에 조사를 해서야 난 모든 진실을 알게된거야.”
이미 귀국하기전부터 로씨야에 온 고향친구를 통해서 명도가 소연이를 짝사랑하고있다는 소문을 들은 범호는 귀국하자마자 소연이 몰래 명도를 만나서 “나와 소연이는 아무래도 결합될수 없는 운명이요. 우리 부모는 소연이와 결혼하는 날에는 목숨을 버리겠다면서 우리의 결혼을 반대하고있소. 그러니 명도가 나대신 소연이를 사랑해주오.”하고 말했다. 거기에 힘을 얻은 명도는 소연에게 줄기차게 사랑의 공세를 들이댔다. 하지만 번마다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가 고민에 빠져있을 때 범호가 또 찾아와서 방법을 대주었다.
“구슬려서 안되면 위협해보오. 계속 거절하면 류산을 뿌려서 얼굴을 훼손시키겠다고 을러메란 말이오.”
그러면서 범호는 들고온 액체병을 흔들어보였다. 명도가 깜짝 놀라며 머리를 가로 저었다.
“그건 안되오! 그런 짓은 절대 할수 없소!”
그러자 범호는 빙그레 웃으며 병속의 물을 자신의 얼굴에 쏟아부었다.
“이건 가짜요. 맨물이란 말이요. 이것으로 위협해서 말을 들으면 좋은 일이고 거절당한다면 물이라도 끼얹어 그녀의 놀라는 모습을 보면 통쾌한 보복이라도 되는게 아니겠소? 그동안 애써 추구해온 보답으로 말이요. 하하하…”
범호는 또 화장실에 가서 병에 물을 담는체하면서 진짜 류산이 들어있는 병을 명도에게 넘겨주었다…
“이 나쁜 새끼야!”
동실이는 격분해서 이를 갈며 쏘아붙였다.
“명도는 내 얼굴에 뿌린것이 진짜 류산인것을 알고 너무 놀라서 어안이 벙벙하여 멍해 있다가 마구 울부짖으며 나를 업고 병원에 달려갔어. 그리고 절망한 나머지 공안국에 찾아가서 자수하고 혼자서 모든 죄를 뒤집어썼어. 이런 사실을 난 명도가 갇힌 감옥에 면회 가서 알아냈어. 그리고 우리 자매 다섯이서 너와 관계된 사람들을 하나하나 조사하여 알아본 결과 너는 로씨야에 함께 간 고향의 어떤 처녀와 거기서 수년간 살림을 꾸렸으며 돌아오자마자 그 처녀와 결혼하기 위해 이같은 비렬한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을 밝혀냈어.”
“이 악귀같은 새끼야! 이래도 변명할거냐?”
금실이, 은실이, 옥실이, 순실이가 차례로 범호에게 주먹과 발길을 날렸다. 범호는 윽윽 비명을 지르다가 악쓰며 발악했다.
“그래 옳다. 모든 음모는 내가 꾸민것이다. 그래 날 어쩔 작정이냐?”
“이 새끼야, 우리는 복수의 녀신이야! 너한테 복수의 칼을 안길테다!”
“뭐…날 죽이겠다구?”
공포에 떨던 범호는 금실이가 칼을 들고오자 그만 바지에 똥을 삑 하고 쌌다. 그는 울면서 애걸했다.
“제…제발…모…목숨만 살려주시오! 그러면 내 돈 10만원을 드리겠소!”
“이 비겁한 새끼야, 아이구 이 구린내…돈으로 목숨을 건지자구? 어림도없는 일이야!”
“그…그럼 매사람에게 10만원씩 드리겠소!”
“이 새끼, 정신 좀 차려라! 그깟 더러운 돈으로는 안된다. 하지만 우리는 너의 더러운 목숨은 빼앗지 않겠다!”
범호는 비로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였다. 하지만 여전히 겁에 질린 눈길로 동실이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그럼…날 도대체 어…어떻게 처리할거요?”
금실이가 범호를 차갑게 쏘아보며 말했다.
“우리의 복수방침은…”
그러자 은실이, 동실이, 옥실이, 순실이가 말을 이었다.
“피값은 피로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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