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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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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이 기다려요
2015년 02월 01일 14시 15분  조회:2980  추천:1  작성자: 넉두리
총각이 기다려요
 
김희수
 
 
강인자의 남편은 다른 면에서는 흠잡을데없이 다 좋은데 술만 과하게 마시면 마누라한테 매를 댈가 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결혼하여 10여년이 지나고 아이가 중학교에 갈 나이가 되도록 그 버릇은 그냥 고치지 못하고있었다. 강인자는 그런 남편의 버릇을 떼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허사였다.
하루는 강인자의 친구 최인자가 놀러와서 한 총각이 자기를 따르고있다면서 편지 한통을 꺼내 보였다.
사랑하는 인자씨:
인자씨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것도 압니다. 인자씨가 결혼한 녀성이고 아이까지 있는 녀성이라는것도 압니다. 하지만 총각인 저는 인자씨를 묵묵히 사랑해왔습니다. 인자씨의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다는것을 안 지금은 인자씨를 더더욱 사랑합니다. 인자씨, 사랑을 소중하게 여길줄 모르는 그 따위 남편과 리혼하고 저에게로 오십시오. 저는 우주와 같이 무한하고 생명과 같이 따뜻한 사랑으로 인자씨를 영원히 사랑해줄것입니다!
로총각 K로부터
 
《어마나, 무슨 이따위 장난편지야?》
강인자는 너무도 우스워 깔깔 웃었다. 그런데 최인자는 정색해서 말했다.
《장난편지가 아니야. 아주 순진한 총각이야. 진심으로 날 좋아하고있어!》
《너 그래 정말 리혼할 셈이냐?》
《그래 리혼할테야. 더는 이렇게 참으면서 살수 없어!》
최인자의 남편은 심한 도박군인데 가장집물을 몽땅 도박판에 밀어넣다싶이 하고있었다. 강인자는 최인자가 불행한 혼인에서 벗어나 행복한 생활을 누리기를 진심으로 축복했다.
그런데 말썽이 생기자고 그랬던지 최인자가 까먹고 총각의 편지를 그만 두고 갔는데 그 편지를 공교롭게도 퇴근하여 돌아온 강인자의 남편이 보게 되였던것이다. 성을 밝히지 않고 《사랑하는 인자씨》라고 했으니 자기 안해한테 온 편지인줄로 알고 강인자의 남편은 얼굴이 흙빛이 되여 안해를 불렀다.
《이게 도대체 뭐요?》
남편의 손에 쥐여있는 편지를 본 강인자는 친구의 비밀이 폭로된줄로만 알고 킥 웃었다. 그런데 남편이 천둥같이 노하여 도끼눈을 부릅뜨고 쏘아보는것이 아닌가.
《왜 그러세요?》
《왜라니? 언제부터 K라는 총각과 좋아했소?》
그제야 남편이 오해하고있다는것을 알아챈 강인자는 사실대로 해석하려다가 문뜩 꾀가 떠올라 일부러 그런척 했다.
《제가 좋아한게 아니라 그 총각이 절 따르는걸 어떻게 해요?》
《에익, 빌어먹을!》
강인자의 남편은 화가 나서 주먹을 쳐들었다. 그런데 평소에는 두려워 쩔쩔 매던 안해가 낯색 하나 변하지 않고 덤벼드는것이 아닌가.
《때려요. 때려! 이제 한번만 때리면 전 그 총각을 찾아가겠어요!》
이렇게 되자 강인자의 남편은 너무도 기막혀 들었던 주먹을 내려놓고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이거 아무리 로총각들이 장가가기 힘든 세상이라구 유부녀한테까지 련애편지를 날리다니…》
《이것이 바로 안해를 아까지 않는 유부남들에 대한 경종인줄 아세요!》
《허허, 이제부터 여보님을 녀왕님처럼 받들어 모셔야 되겠네!》
강인자의 남편은 허구프게 웃었다. 그때로부터 안해를 때리는 그의 버릇이 많이 개변되긴 했는데 어쩌다 옛버릇이 되살아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강인자가 《총각이 기다려요!》하고 한마디만 하면 강인자의 남편은 들었던 주먹을 맥없이 내려놓는다고 한다.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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