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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보다 영어 더 잘하는게 좋은 일인가요?
2015년 05월 03일 19시 03분  조회:3802  추천:1  작성자: 넉두리

모국어보다 영어 더 잘하는게 좋은 일인가요?

강상헌


외국어 ‘오픈’이 삼킨 우리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있다. 젠체하는 이들은 이란격석(以卵擊石)이라는, 흔치도 않은 숙어도 들먹인다. 한강에 돌 던지기, 벌겋게 단 화로에 눈[雪] 한 송이[홍로점설(紅爐點雪)], 한잔 물로 수레 가득 땔나무의 불끄기[배수거신(盃水車薪)] 등도 비슷한 뜻이다.
 
‘도저히 감당 못할 일’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친들, 요즘 말 ‘진격(進擊)’의 용사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 말 속에는 ‘그렇다한들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의지가 담긴 경우 드물지 않다. 굽힐 수 없는 명분, 불굴의 그 투지는, 그 자체로 보람일 수 있다.
 
‘문자’ 늘어놓고 잘난 체 하는 모양새, 그다지 곱지 않다. 보는 이들도 같은 느낌일 터다. 그럼 이 영어 ‘문자’의 느낌은 어떠한가? ‘오픈’을 도마에 올린다.
 
이 낱말 볼 때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생각한다. 불붙은 땔나무 수레의 절망감과 눈 한 송이의 희망, 그래도 한강에 돌은 던져야 한다. 하늘 향한 삿대질은 비겁하다. 우리말보다 훨씬 더 많이 쓰이는 ‘가장 강력한 외국어’다. 이런 말씀하실 줄 안다. 이렇게 대답하리라.
 
“이 보오. 무슨 뜻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외다. 허나 글로벌 시대에 이미 우리 말 다 된 그 말 가지고 시비해서 무슨 효용이 있으리오? 너그러운 금도(襟度)를 보여 옹졸한 글쟁이라는 욕 듣지 않도록 자중자애(自重自愛)하시지요.”
 
-사려 깊은 고언(苦言),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단어가 피아노나 컴퓨터 같은 외래어(外來語)와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오픈은 한갓 외국어(外國語)일 뿐이지요. 바꿔 쓸 적확(的確)한 우리말이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홈페이지를 ‘누리집’으로 바꿔 부르자고 하는 국립국어원의 ‘홈페이지’. 세금으로 움직이는 이 국가기구도 ‘오픈’의 괴력(怪力)에는 하릴없다. 우리말은 우리의 혼을 담는 그릇이다.
  “현실적으로, 외국어나 외래어를 선호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오? 애써 배운 외국말 섞어 쓰고 싶은 현학(衒學)의 취향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일 테고, 선생도 예외일 수는 없지 않나요?”
 
-‘진단’이 틀렸다고 봅니다. 그래서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지요. ‘오픈’이 말아먹는 이 상황은 외국어 선호나 유식한 체 하려는 속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시민 중 상당수가 우리말보다 영어를 더 잘 알기 때문이라고 저는 짐작합니다. 즉, 영어는 잘 아는데 비해 정작 어머니말(마더텅 mother tongue)은 (그만큼) 잘 알지 못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오픈(open). 열린 펼쳐진 개방된 노천(露天)의 영업중인 공개된 솔직한 미정(未定)인 따위의 형용사로, 열다 눈뜨다 입벌리다 펴다 개방(開放)하다 개통(開通)하다 개업하다 개막하다 개관(開館)하다 시작하다 따위의 동사로, 옥외(屋外) 야외(野外) 노출(露出) 따위의 명사로 참 다양하게 쓰인다. 맥가이버 칼 같은 쓸모 많은 말이다.
 
비슷하되, 용도와 상황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를 품는 ‘오픈’의 이런 여러 쓸모들을 섬세하게 구분하는 우리말을 골라 쓰는 것이 어려워진 까닭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두루뭉술, 전문가들까지도 대충 ‘오픈’으로 통일, 이젠 그 맞잡이 우리말을 떠올리기도 어려워졌다. ‘오픈’의 바다에 침몰한 것이다. 용불용설(用不用說), 안 쓰면 더 쪼그라든다. 뭐든지, 말도.
 
우리의 말무더기가 초라해진다. 오래 지녀온 걱정이다. 다양한 어감(語感)의 묘미를 요즘 말글의 어휘에서 보기 어렵다. 가령 박경리 ‘토지’나 최명희 ‘혼불’의 웅혼(雄渾)한 이야기 떠받치는 어휘의 씨줄날줄 기기묘묘 얽히고설킴은 이미 딴 세상이다. 패스트푸드나 라면으로 배고픔은 덜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은 언어로 한다. 햄버거 말글로 ‘창조’는 못 짠다. 
              

  고래심줄 세금으로 나라말 지키는 국립국어원 홈피마저 ‘오픈’ 타령이다. ‘내용은 한국어 교육 사이트(10월 오픈 예정)에서 제공…’ 등 많은 오픈들이 거기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오픈은 더 힘세다. 우리말 모르는 것 부끄럽다 여기지 않아 생긴 서글픈 부등식(不等式)이다. 하릴없이 계란이라도 던져야 하는 이유다. 그 계란던지기모임은 언제 오픈하느냐고요?
 
<토/막/새/김>
‘시작’ ‘개막’ ‘열린’ 등 많은 뜻의 말 다 잠재워버린 오픈과 같은 경우를 찾아보자.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는 중국펀드가 많다’는 증권사 직원의 말에 ‘레버리지 효과’가 뭐냐 라디오 진행자가 물었다. “아, 그러니까, 그게, 레버리지처럼 작은 투자로 큰 이득을 획득하기 위한 ...” 레버리지가 leverage인줄은 알지만 ‘지렛대’임을 (잘) 알지 못하는, 우리말보다 영어를 더 잘 하는 일부 인구(人口)의 특성으로 본다. 영어 낱말 액센트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발음과 의미의 차이까지 빠삭한 그들에게 우리말글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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