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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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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행자
2015년 05월 03일 19시 08분  조회:3077  추천:2  작성자: 넉두리

신비한 동행자

 
김희수

 
 
 
시병원의 나젊은 의사 동일삼은 새로 맞은 안해 옥화와 함께 신혼려행을 떠났다. 그들이 렬차에 올라 방금 자리를 잡았을 때 느닷없이 웬 녀인이 그들앞에 나타났다.
“아이, 두분께서 신혼려행을 떠나시는 모양이군요. 참 즐겁겠네요!”
동일삼부부는 놀란 눈길로 그 녀인을 바라보았다. 그 녀인은 동일삼의 전처 향자였는데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깎은 모습이 전보다 더 젊고 예뻐보였다. 향자는 동일삼부부가 응대하건 말건 맞은켠에 앉으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말로는 물건구입을 떠난다지만 동일삼은 어쩐지 전처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있는것만 같아 저으기 불안해났다.
향자는 방송국의 아나운서였다. 그 인물, 그 목소리에 반한 동일삼은 그녀와 결혼했지만 그때로부터 고민에 모대기는 비참한 인생이 되고말았다. 향자는 자기 몸을 남편의 몸과 마음을 쥐고 흔드는 “무기”로 삼아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으면 몸을 허락하고 조금이라도 거역하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몸을 범접하지 못하게 했다.
이런 때 새로 병원에 들어온 처녀간호사 옥화가 동일삼의 신변에 나타났다. 동일삼은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옥화의 싱싱한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속 번뇌가 말끔히 가셔지군 했다. 옥화 또한 의술이 높고 사업심이 강한 동일삼을 존경하고 흠모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 사람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동일삼은 일기를 쓰다 말고 급한 환자가 있어 수술실로 들어갔는데 공교롭게도 그 일기책을 옥화가 보게 되였던것이다. 옥화는 그 일기를 읽고 동일삼의 불행한 혼인에 대해 알게 되였고 동일삼이 자신을 사랑한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이튿날, 옥화는 동일삼을 찾아가서 처녀의 진정을 서슴없이 고백했다.
“전 동선생님이 가정이 있는 분이라는데서 자신을 억제했어요.”
이때로부터 두 사람의 은밀한 사랑은 시작되였다.
향자는 어느덧 자기의 “무기”가 무용지물이 되여버린것을 발견했다. 부쩍 의심이 든 향자는 남편의 뒤를 미행하기 시작했는데 끝내 꼬리를 잡고 말았다. 남편이 같은 병원의 처녀간호사와 애매한 관계가 있다는것을 발견한 향자는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였다. 동일삼이가 리혼을 제기하자 웬일인지 향자는 순순히 동의했다. 하여 동일삼은 옥화와 재혼하고 신혼려행을 떠났던것이다.
“동선생은 전보다 몹시 여위였군요. 새 부인을 맞아드리더니 정력을 크게 소모했나 보군요.”
향자는 제멋대로 지껄이다가 일삼이가 응대하지 않는것을 보고 옥화한테 얼굴을 돌리고 수작을 걸었다.
“아이, 동선생부인은 입이 너무 크군요. 그 입으로 동선생을 너무 괴롭히지 말아요.”
“썩 물러가오!”
일삼이는 향자의 몰렴치한 언사에 참을수 없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향자는 떡심좋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저더러 물러가라구요? 전 돈을 내고 차를 탔으니깐 두분께서 환영하지 않아도 방법이 없어요.”
동일삼은 옥화를 데리고 다른 차간으로 피해갔다. 향자가 또 따라와서 시끄럽게 굴가봐 그들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차를 바꿔 탔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은지 얼마 안되여 그들의 맞은쪽에 색안경을 낀 젊은 남자가 와서 앉았다. 남자는 동일삼한테서 담배불을 빌리며 어디로 가는가고 물었다. 일삼이가 장춘에 가서 며칠 묵는다고 하자 젊은이는 자기도 동행이라고 하면서 몹시 친절하게 굴었다.
그 젊은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장춘역에 와 멎었다. 렬차에서 내린 동일삼부부는 중등쯤 되는 호텔에 자리잡았다. 그 젊은이도 그들의 맞은편 방에 들었다.
동일삼부부가 목욕을 마치고 막 침실에 들어서자 반갑지도 않은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일삼이가 문을 열자 렬차에서 동행했던 젊은이가 배를 부여잡고 신음소리를 내고있었다.
“동선생님, 동선생님은 의사라니깐 절 좀 봐주세요. 웬 일인지 배가 아파 죽겠어요!”
그 젊은이는 다짜고짜로 일삼이를 끌고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드러누운 사나이는 하얀 배를 드러내고놓고 울상을 했다. 일삼이가 배를 만지자 젊은이는 재빨리 그의 손을 잡아 가슴우로 끌어올렸다. 갑자기 손에 몽글몽글한것이 만져지자 일삼이는 덴겁한듯 깜짝 놀랐다.
“엉?”
일삼이가 놀라서 주춤하자 사나이는 음흉하게 웃으면서 색안경과 가발을 벗었다.
“당신이?!”
일삼이는 전처의 얼굴에 놀라 뒤로 주춤 물러섰다. 향자는 재빨리 일삼이의 목에 매달리며 애교를 부렸다.
“여보, 제가 당신의 안해로 있을 때 린색하게 굴었는데 지금은 당신 마음대로 저를 가지세요!”
“이걸 놓소. 난 안해가 있는 사람이요!”
“안해가 있는 사람이라구요? 난 당신의 안해가 아닌가요?”
“비키오. 난 안해한테 미안한 짓을 할수 없소!”
“뭐라고? 나한테는 미안한 짓을 해도 되고 그년한텐 미안한 짓을 할수 없단 말이지? 내가 그년만 못한게 뭐냐? 왜 차별을 놓는가 말이야. 난 오늘 기어코 널 녹여낼테야!”
향자는 성난 사자처럼 펄펄 뛰면서 일삼이의 허리띠에 손을 댔다. 일삼이는 안깐힘을 다해 향자를 밀어버리고 부리나케 그 방에서 뛰쳐나왔다.
“왜 그러세요?”
옥화가 쫓기는 강아지처럼 달려들어오는 남편을 보고 의아스레 물었다. 동일삼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그는 남자로 변장한 향자년이였소!”
“어마나, 그년이 자꾸 따라와 시끄럽게 구는군요. 어쩌면 좋아요?”
“지금 당장 떠나서 다른 호텔로 갑시다!”
그들은 서둘러 짐을 꾸려가지고 호텔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다른 호텔에 찾아들었다. 그래도 불안하여 잠을 설친 그들은 이튿날에 장춘구경을 포기하고 심양행보통렬차를 잡아탔다. 그들은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들이 앉은 차탁우에는 먼저번의 려객이 먹다 남긴 붉은대추 한줌이 놓여있었다. 동일삼은 그 붉은대추를 밀어던지려다가 위생이 불결할것 같아서 후에 쓰레기에 던지려고 비닐봉지에 넣어두었다.
렬차는 이따금씩 기적을 높이 울리며 달리고 또 달렸다. 렬차가 대여섯 정가장을 지났을 때 허리가 구부정하고 머리가 희슥희슥한 로파가 그들 맞은쪽에 맥없이 앉았다. 로파는 일삼이와 눈길이 마주치자 뜻밖에도 반색했다.
“아유, 이거 동선생이 아닌가유?”
“네. 그런데 할머닌…”
“날 모르겠어요? 동선생이 아니면 우리 애는 언녕… 지금도 그 은혜를 잊지 않고있어유!”
분명 자기가 구해준 환자의 어머니이겠는데 일삼이는 도무지 로파를 보았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로파가 5년전에 교통사고로 다 죽게 된 자기의 아들을 수술하여 살려주지 않았느냐고 설명을 가해서야 비로서 그런 일이 있은듯 싶은 생각이 들었다. 로파는 그때 일삼이가 구해준 아들이 심양의 모 회사에서 사업한다면서 자기는 지금 그 아들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로파는 동선생의 은혜를 갚을길이 없다면서 가방에서 붉은대추를 꺼내 그들에게 맛보라고 권했다. 동일삼부부는 로파가 성의껏 권하자 사양하지 못하고 받아쥐였다.
얼마후 동일삼부부는 잠이 들었는지 의자에 기대여 눈을 감고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로파는 그 자리를 슬며시 떠나서 다음의 자그마한 정가장에서 내렸다.
정거장을 벗어난 로파는 인적기 없는 산속에 들어가 가발과 가짜 살가죽을 벗어던졌다. 로파는 원래 향자였던것이다. 교모하게 로파로 변장한 향자는 독약을 넣은 붉은대추로 동일삼부부를 감쪽같이 지옥에 보내려고 했던것이다. 그녀가 리혼에 순순히 동의한것도 오늘의 복수를 위해서였다.
“량심없는 배신자, 동가놈아! 이젠 저승에 가서나 그 화냥년과 좋아해라! 으흐흐!”
향자가 복수의 쾌감에 미친듯이 웃을 때 불쑥 동일삼이와 옥화가 유령마냥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앗, 너희들은 사람이냐? 귀신이냐?”
혼비백산한 향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동일삼은 분노에 찬 눈길로 향자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향자, 넌 우리가 너의 속임수에 넘어가 죽었으리라고 생각했지? 난 먼저번에 속았기 때문에 웬 로파가 동행하자 특히 주의하여 살펴보았어. 넌 아나운서였기 때문에 목소리는 신통하게 위장했지만 젊은 녀자의 그 손만은 감출수 없었어. 넌 환자의 어머니인체 했지만 내 눈과 내 기억만은 속일수 없었어. 난 네가 대추를 내놓을 때 그 대추에 독약이 묻혀있으리라고 의심했어.”
“그런데 넌 그 대추를 먹었잖았어?”
“우리가 먹은건 먼저번의 려객이 남기고간 대추였어.”
향자는 고양이 락태한 상이 되여 그 자리에 폴싹 주저앉았다. 제딴에는 주도면밀한 복수극을 벌렸다고 득의양양해하던 향자는 제가 되려 올가미에 걸려들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것이다.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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