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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앵커의 굴찌칸 굴욕
2015년 11월 01일 15시 15분  조회:3702  추천:0  작성자: 넉두리

한국방송 앵커의 굴찌칸 굴욕

[강상헌의 바른말 옳은글] <99> 용언 어간 말음 ㄺ의 발음

  
강상헌 언론인 ·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 시장을 옥죄었던 굵직한 규제들이 잇따라 풀리고 있습니다.” 1월 3일 한 뉴스를 글로 적은 홈페이지의 문장이다. 실제 소리는 [굴찌칸 규제들이...]였다.
 
향도(嚮導), 시민들 사이에서는 낯설지만 군대 울타리 안에서는 익숙한 단어다. 군 출신들도 잘 안다. 원래 ‘길을 인도함. 또는 길은 인도하는 사람’의 뜻, 이 의미를 바탕으로 행진할 때 대오(隊伍)의 맨 앞에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군사용어로 쓴다.
 
스탠더드(standard) 즉 기준(基準), 군대에서는 ‘제식 훈련에서 대오(隊伍)를 정렬하는 데 기본이 되는 표준을 대원들에게 알리는 구령(口令)’이다. 이 ‘기준’ 구령을 외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을 중심으로 참가자들은 모이거나 흩어진다. 이 또한 ‘군사용어’다.
 
한국방송(KBS)의 간판 뉴스 ‘KBS뉴스9’는 스스로 자임 또는 자부하듯, 이견(異見) 없진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뉴스의 향도 또는 기준이다. 표현이 깨끔하지 않고 조건의 말들이 붙은 것은 KBS 탓만은 아니리라. 그러나 최소한 말에 있어서만은 시청자 또는 국민의 향도 또는 기준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영철 ‘앵커’의 언어실력은, 그렇게 중요하다.
뉴스를 전하는 이들의 연모인 ‘말’에 관한 이야기다. 앵커라는 이름의 진행자(MC)가 방송에서 틀린 말을 한다면, 시청자들은 그 오류를 본을 삼는다. 엉터리 향도나 기준은 반듯한 행렬(行列)을 도리어 망가뜨리는 것이다. 길로 가야지 논두렁으로 가면 어쩌나. 국민의 국어 교육에도 큰 폐해다.
 
[국찌칸 규제들이...]가 맞다. 중학교 때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우리말 발음 문제의 손꼽히는 이슈 중 하나다. 고교생이면 모르면 안 되는, 시험에 잘 나오는 대목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 이도 있겠지만, 이렇게 배웠을 터다. ‘용언(用言)의 어간(語幹) 말음(末音) 겹받침 ㄺ의 발음’이라는 제목과 설명이다. 괄호의 한자는 필자가 첨가했다.
 
ㄺ은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ㄱ]으로 발음한다. 표준발음규정, 국가의 기준인 것이다. 달걀을 낳는 닭은 [닥]이다. 날씨가 맑다[막따], 늙다[늑따] 들의 사례가 있다. 그런데 ‘다만, 용언의 어간 말음 ㄺ은 ㄱ 앞에서 [ㄹ]로 발음한다’는 조항이 있다. 예외인 것이다. 맑게[말께] 묽고[물꼬]등이 사례다.
 
‘굵직하다’는 그래서 [굴찌카다]가 아닌 [국찌카다]다. ‘굵게’가 [굴께]인 것과 대비된다. 정확히 뜻을 이해하고 그 자리에서 서너 번 씩만 입에 올려 소리를 내봤더라면,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입에 붙은 그 말은 쉬 되새겨진다. 그래서 대부분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소리 내어 외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국어의 발음(발성) 교육의 문제인 것이다.
 
발음 뿐 아니라 뜻도 흐릿하다. 용언은 ‘동사 형용사 같은, 서술어 기능을 하는 문장성분’이다. 어간은 활용어가 활용할 때 변하지 않는 부분, ‘보다’ ‘보니’에서 ‘보’와 ‘먹다’ ‘먹니’에서 ‘먹’이다. 말음은 종성이다. 이해가 잘 되시는지? 사전 만든 이들은 당시 한자어를 활용해 표제어와 그 풀이를 적었다. 지금 사람들은, 선생님들까지도, 대부분 한자를 안 배웠다.
 
뜻을 또렷히 새겨보지도 않고, 소리 내어 외어보지도 않은 채 눈으로만 익힌 ‘용언의 어간 말음 ㄺ의 발음’ 이론은 시험 끝 종소리와 함께 망각의 늪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 꽤 중요한 인사들도 자주 그 앵커처럼 [굴찌칸 규제...]식 발음으로 굴욕을 겪는다. 지금이라도 [국찌칸 규제...]를 대여섯 번만 외우면 될 텐데.
 
언어와 (보편적) 지식이나 교양 등 방송인으로서의 소양보다는, 외모와 매끄러운 말솜씨 등 연예인 선발 기준으로 진행자들은 선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늘 듣는다. 뉴스까지 방송사 간 농염(濃艶)과 달변(達辯)의 대결을 벌이는 것인가? 지적이고 언어도 정확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한 진행자는 진정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인가?
 
강호동, 박지선 씨가 곧 거기 나설라, 말도 잘 하는 이 분들이야 말로 눈길끌기에 최적 아닌가. ‘말’ 안 되는 이가 마이크 잡으면 고객(시청자)들이 비웃는다. 노래방에서도 그렇듯.
 
토/막/새/김
본말전도(本末顚倒),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구별되지 않거나 일의 순서가 잘못 바뀐 상태를 이르는 숙어다. 본디[本]와 끄트머리[末]가 뒤집혔단다. 내용으로 승부하기 버거우니 장식품으로나마 눈길 끌어보겠다는 계산도 본말전도다. 성형(미용)수술 ‘공장’의 난립이나 짝퉁이라도 하나 들어야 거리에 나설 수 있다는 ‘세련녀’들의 치열한 열등감 열패감(劣敗感)도 본말전도의 병적 전개일 수 있다. 바르고 고운 말,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이 아닌 다른 조건을 먼저 챙기면, 그들의 방송보도는 암울할 것이다. ‘본말전도 방송’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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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가을앤
날자:2015-11-06 18:57:01
여기엔 볼거리가 참으로 많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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