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 버려라
이의수
시원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가까운 등산로로 산책을 한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봄바람이 몸속깊이 파고든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맨손체조를 하면서 가는 사람,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즐기며 걷는 사람, 진지한 대화를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을 앞서 보내는 사람, 혼자 열심히 달리는데만 집중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느낌과 생각을 가지고 산으로 오르고 산에서 내려온다.
산행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멋없게 산을 오르는 사람은 누구일가? 그것은 정상까지 올라가는 그 자체를 위해 산에 오르는 사람이다. 매일 아침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소리쳐야 되는 성취주의자들이 있다. 성취주의자는 어떤 미래의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영원히 행복해질것이라는 환상을 갖고있다. 성취주의자에게 려행은 중요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는것만이 중요하다.
반면에 쾌락주의자들은 목적보다는 오로지 려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취주의자들과 쾌락주의자들 사이에 회의주의자들이 있다. 목적지와 려행 두가지를 다 별 볼일 없는것으로 여기고 포기한 허무주의자는 삶에 환멸을 느낀다. 성취주의자는 미래의 노예로 살고 쾌락주의자는 순간의 노예로 살며 허무주의자는 과거의 노예로 산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목적지에 도달하려고만 하는 목적의식도 중요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속에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인생은 그 과정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것이 중요하다. 아빠트 하나를 장만하기 위해서 모든것을 절제하고 돈을 모으는 일에만 집중하고 살아온 중년들이 있다.
승진을 위해서 모든것들을 포기하고 직장에만 매달려온 사람들이 있다. 아빠트를 장만했지만 그 뒤 더 넓은 아빠트가 눈에 들어와 또다시 돈의 노예가 되여살아간다. 승진을 하였지만 더 높은 직위에 오르고싶어서 더 일에 매달려 산다. 내가 생각했던것들을 성취했다고 내 인생의 행복이 성취된것은 아니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숨가쁜 인생을 살아왔다. 좀 더 나은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런데 비로소 이뤘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더 이뤄갈것이 생겨 달음질을 멈출수 없다.
아직도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하지만 어디서 멈춰서는것이 내 인생의 완전한 성취인지 헷갈린다. 목표를 찾다가 정작 목표를 잃어버린것 같다.
중년이 되면 내가 무언가를 이뤄야겠다는 의지가 솟구친다. 그러한 열망은 정말 중요한것들을 놓치도록 만든다. 내 삶속에서 성취에 대한 리유와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만일 노예처럼 살아야 이뤄낼수 있는것이라면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러한 삶을 선택해야 할 만큼 그 일이 그렇게 절실한지 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가족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수 있어야 한다.
원하는 일을 이루는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행복을 지켜가면서 이뤄낼수 있는것이 진짜 행복이다. 고통의 대가로 채워진 성취를 통한 행복이 아니라 일상의 즐거움속에 이뤄가는 성취가 행복이 될수 있다. 내 인생의 작은 수수께끼 하나를 풀어내는 즐거움으로 매일을 채워 나가자. 너무 큰것을 이루려다가 길잃은 인생이 되기보다 작은것의 즐거움을 느끼며 큰것을 이뤄내는 인생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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