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저편에는
-두만강변 나의 고향 로과를 다녀오다
방홍국
진달래 붉게 물든 산아래
소담한 동네
집집이 벽에는 파랑과 흰색의 벽
밭사이 동서로 뻗은 길에는
옅푸른 가로수
햇빛이 부서지는 두만강가엔
빨래하는 어머니들과
물 놀이 하는 아이들
김일성 낙시터를 지나니
느닷없는 연기 냄새와 뿌연 하늘
두만강 발원지의 군인의 말씀
불과 3킬로메터 저켠에 산불이 났답니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서
손을 놓고 있답니다.
수십,수백년을 자란 나무들이
찰나에 속절없이 산불에 타버리게 생겼으니
아 아
소나기라도 한나절 쏟아졌으면
삭발을 당하고
밭으로 헐 벗은 산 산
그렇더니 저건?!
하늘로 펼친 한 뙈기에
분명 푸른 나무들이 자랐습니다!
보아하니 식수했음이 틀림 없습니다.
비록 세일수 있을 만큼 듬성듬성 하지만
내 눈엔 신기루런듯 황홀합니다!
산기슭에는 철길
철길에 군인들
제법 씩씩합니다.
보통키인 나보다 더 커들 보입니다.
짙은 색의 군복이
두툼하니 따뜻해 보입니다.
일하고 돌아 오는듯
여러명이 철길 구르마에 앉아
마을쪽으로 내려 갑니다.
반대쪽에서 오는 구르마는
량쪽에서 사람이 발로 땅을 밀어서 전진 합니다.
사람이 많이 앉은 큰 구르마는
덜그렁덜그렁 고르로운 소리로 갑니다.
동력이 장착 된듯 합니다.
산허리에 웬 불빛?
초봄에 반딧불인가
한밤에 비행기인가
길에 차 불빛이랍니다.
어느새 산모퉁이를 돌아 갑니다.
기름으로 감이 틀림 없습니다.
사정이 나아졌나?!
앞산 마루에
무겁게 드리운 밤장막
스르르 올라가고
하얀 달님이
보일까 말까
빠끔히 얼굴을 내여 보입니다.
그도 우리가 궁금했던지
산뒤에서 홀로
적적하고 답답했음인지
주저주저 맴을 돌다
익살스레 불쑥
산머리에 올라 섭니다.
둥그러니 곱기도 합니다.
잠자던 개들이 낮인줄 깨여나
좋아라 짖어 댑니다.
승용차 전조등을 끄고
달빛에 비쳐 먹으니
돌쫑개국도 삽겹살도
맥주도 빼가리도
스리살살 그만입니다.
아침
로과 맞은켠 독소리
언덕길에 차 한대가
연기를 일구며 나아 갑니다.
목탄으로 힘겹게 그러나
완강히 나아 갑니다.
아직은
아직도
하지만
나아 갑니다.
2018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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