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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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
2018년 07월 17일 14시 04분  조회:1807  추천:0  작성자: 방홍국


사진 한장
 
 
저렇게
중지와 약지에
만담배를 끼시고
손님과 말씀 나누실때
아버지는 편안 하고
행복해 하셨지
연길서 온
령도나 교수라 해도
막힘이 없으셨지.
 
엄마도 따라서
행복해 하셨어.
그런 아버지를 엄마는
손에 뜨개를 든채
그윽히 바라보셨어.
아버지는 농사와 농민에는
워낙에 어울리지 않으셨던 분이야.
 
아마 사진에 뜨개가
내가 대학2학년때부터 줄곧 입던
실내복이였을꺼야.
흰 실은 엄마가
양털을 하얀 구름송이 같이 피루어서
대롱대롱 실타래로
한뼘 두뼘 탈아 뽑은
양털실이였어.
실타래 돌리는 재미에 나도
종종 달래서 해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토끼꼬리에서 강아지꼬리로 뽑아 본적 없어.
 
저 화로는
돼지죽이 새는 바게쯔를
용도변경 한 거였어.
엄마는 화로에
곱돌장 덥히시고
아버지는 화로불에
담배불 붙히시고
우리는 화로에
감자 굽고 옥시 굽고...
추운 날엔
밖에서 들어오자 바람으로
화로를 끌어 안고 몸을 녹이기도 했었지.
 
밤이면 엄마와 아버지는
천장에서 10촉짜리 전등을
내리 드리우고
내 속옷에서 이와 써캐를 잡아
잡는 족족 화로불에 던지셨지
피를 많이 먹은 놈들은
톡 톡 배터지는 소리가 나기도 했어.
나는 이불속에서
엄마가 팔베게 해 주길 기다렸었지.
 
2018.7.17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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