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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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8”절 이벤트
2006년 08월 10일 00시 00분  조회:9576  추천:130  작성자: 방홍국
“3.8”절 이벤트

방홍국


여성은 하늘이어라!
연변여성은 하늘이어라!
“3.8”절 같이 마냥 하늘이어라!

하건만
나는 결혼 10년이 넘도록 단 한번도
안해에게 “3.8”절 이벤트를 해주지 못했다.
“3.8”절은 둘째치고 연인절,결혼기념,지어 안해 생일에도
언제 한번 특별히 선물 사주고 한적이 없다.

그럼에도 안해는 마냥 생글 거린다.

아마도 남편이 마음에 없어서가 아니라
천성이 숫자에 등안하고 날짜 기억은
영 못하는 사람인줄 알아서 넘어가 주는가 보다.
하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엄마 생일마저
언제 한번 기억해 놓았다가
특별히 축하하여 드린적 없는 불효자식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너그러운 안해일 지라도 설령
평소 나의 속되고 서툰 “이벤트”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이 생글 거리기만 할것인가.

볼것 다 보며 사는 부부라지만
나는 찡그러지고 지저분한 모양으로
안해 대하기가 싫다.

그래서 아침이면 꼭 안해 먼저 일어나
밖에 나가 운동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안해 앞에 선다.

때로는 아직 이불속에 있는 안해를
밖에서 들어온 찬 얼굴로 비벼서 깨운다.
그러면 안해는 섬뜩해서 놀라다가도
금시 응석을 떨며 차거운 내몸에 안긴다.

좀만 더 일찍 일어나면 아침밥 하는데 도와 주련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노상 마음에 걸린다.
대신 앞치마 두르고
부엌에서 밥 짖는 안해뒤에 살그머니 다가가
뒤로 보듬어 안아 주며 하얀 목덜미에
“뽁.”해 준다.

안해가 지어주는 밥은 맛 없을리 없다.
아침 운동으로 촐촐해진 배가 무엇인들 마다하겠는가.

지어준 밥 잘 먹는 남편이 고마워설까
안해는 즐거운 마음으로
“낮에 전화 해 주쇼.예.”를 남기며 집을 나선다.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서로 갈라져 있는 낮 동안
적어도 한번은 통화 해야 한단다.

저녁이면 교원인 안해가 대개 나보다 늦게 퇴근한다.
가끔은 안해 오기전에 장판 닦고 저녁 밥 짖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끔씩이고

빼어 놓지 않는 것은
집에 들어서는 안해를 마루에서 반갑게 안아주는 일이다.
일부러라도 해 주자고 시작했던 사랑표현이였는데
이제는 정말로 안아 주고 싶다.

저녁에도 안해는 늘 교안 쓰느라 늦게까지 책을 본다.
나 또한 나름대로 저녁 독서를 하는 버릇이 있어
우리 집 불은 11시 전에 꺼질때가 거의 없다.
불은 항상 내가 먼저
“빨리 같이 자교.”해서야 꺼진다.

“빨리 같이 자교!”
이 말도 실은 일부러 시작했던 사랑표현이었다.
생각하기로 남편이 되여 가지고서

“피곤해서 먼저 자겠소.”
“술 취해서 먼저 자겠소.”
“먼저 자오,나 보던 텔레비 마저 보고 자겠소”...
혼자 뻗어져 버린다면
안해가 서운해 할것 같았다.
더우기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빨리 같이 자교!”를 한결 짖궂게 졸라댄다.
그래서 꼭 같이 자고야 만다.
자칫 안해가 술을 “질투”하고 “곡해” 할수 있는 까닭이다.

“아침이 좋아야 낮이 좋고,저녁이 좋아야 밤이 좋다”

아침(기상부터 집 나갈때까지)과 저녁(귀가해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이 두시간대만 잘 넘어가면 부부간에 삐걱 거릴 일이 없다.

여기에 어쩌다가 우연히 기회가 생기면
서툴고 속되기 그지없는 “이벤트”를 나름대로 연출한다.

한번은 한국손님들을 집에 모셨다.
그렇지 않아도 작식에 별 신심이 없던 안해는
외국 손님들이라 아예 식당에서 찬을 배달시켜 상을 마련하고
자기것은 달랑
평소 내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소고기쫄임 하나를 곁들였다.
아니나 다를가 손님들은 소고기쫄임에는
아예 젖가락 가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안해가 얼마나 김이 샐까.
나는 소고기쫄임을 광고하기로 했다.

이 소기기쫄임으로 말할것 같으면
비록 색이 어둡고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저 유명한 연변 꾀꼴새할머니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든
사람들이 다투어 사다 먹는 귀한 음식으로
그 할머니와 우리가문의 친분으로 특별히 가져다 주어서 먹는 것이니
한번 맛을 보시오.

손님 한분이 먼저 시식한다.
나는 맛을 음미할세라 내처
“정말 맛있죠?정말 특이하죠?정말 신기한 맛이죠?”를 연발하며
손님들 그릇에 덥쑥덥쑥 집어 드렸다.
손님들은 참으로 맛있어서 드시는지
아니면 나의 권유에 못 이겨서 드시는지 아무튼
“이런 소고기쫄임은 처음 먹어 봅니다”며 굽을 비워 주셨다.

식사 뒤끝에 내가 실토정 하고
진짜 맛이 어땠냐고 물으니
“거,비취해 둔것이 있으면 나 좀 서울에 갖고 갑시다.”해서
주객이 함께,물론 안해도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또 한번은 저녁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나가야 되겠기에
아들녀석의 필기장을 쭉 찢어 그 우에
“친구가 불러 나가오.아마 늦어야 들어 올것 같소.
당신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남편”
이라고 써서 상머리에 두고 나왔다.

그런데 그 글쪽지의 반응이 그렇게 대단할 줄이야.

지금도 그날
늦은 밤까지 자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가
글쪽지를 손에 쥐고 눈물을 글썽이던
안해 모습이 새롯이 떠 오른다.

그 글쪽지는 그날 밤으로
안해의 보배함에 들어가서
여태껏 보관되여 오고 있으며
길이 보관되여 갈것이다.

아,하늘 같은 내 안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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