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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아름다움
한오수 하얼빈 한인(상)회 사무국장
얼마전에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이사 회사(빤지아 꿍스)에서는 이삿짐의 많고 적고 ,거리가 짧고 멀고를 불문하고 현제 아파트 6층이고 이사하는곳 아파트가 6층이니 이유없이 260원을 내라고 한다. 같은 아파트단지 안에서 불과 200여미터 거리이고 짐 또한 얼마되지 않으니 좀 깍자고 했는데도 막무가내 고집불통이다. 다른 이사 회사 서너곳에 전화를 했는데 약속이나 한듯이 모두 260원이고 한푼도 깍아줄수 없다고 하는걸 보니 아마도 단합을 한것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긴급할때 자주 이용해서 절친한 친구가 된 오토바이 기사에게 이사할수 있도록 값싸고 좋은 사람을 좀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잠시후에 마음씨 좋게 생기고 건장한 남자가 삼륜자전거를 몰고 왔다.이삿짐을 확인하더니 150원은 받아야 하지만 친구의 부탁이니 130원만 받겠다고 한다.
이삿짐도 아주 조심스럽게 꼼꼼하게 옮겨주고 또 두번 손 쓰지 않도록 가구도 제 위치에 정성스럽게 옮겨주고 최선을 다해 주는것이 너무 고마워서 나도 조그마한것은 대여섯번씩 들고 오르내리며 짐을 함께 옮겼다.날도 흐리고 계속 천둥번개가 치는지라 금새 비가 쏫아질것 같으니까 이삿짐도 비가 맞지 않게 처마밑에 모두 옮겨놓고 아파트에 올릴때도 비 맞으면 안되는 짐부터 먼저 통로에 옮겨 놓는 등 하나 하나 모두 세심하게 자기 물건처럼 정성을 다했고 친구인 오토바이 기사도 대여섯번씩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무료지원을 해주었다. 순조롭게 새집으로 이삿짐을 모두 옮기고 나자 그야말로 거짓말처럼 장대비가 퍼부기 시작했다.시원한 물 한잔씩 마시며 이삿짐꾼을 보니 팔뚝 몇군대가 긁히고 상처가 났다.반창고를 찾아서 붙여주고 이사비용 130원에다 10원을 더 언저주니 한사코 안 받을려고 한다.거의 반강제로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내려 보낸뒤 친구인 오토바이 기사에게도 주머니에 20원을 넣어주고 떠밀어 내려 보냈다.며칠뒤 아파트단지 정문앞에서 우연히 친구 오토바이기사를 만났는데 『한꺼! 아무때라도 급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또 전화해 주세요』라고 하면서 무엇인가 내 호주머니에 쑥 집어 넣어준다. 확인해 보니 일전 이사하던 날 내가 준 돈 20원을 다시 되돌려준 것이다.내가 화를 내면서 돌려주려 하니까 『그런일에 돈 받으면 무슨 친구인가』하면서 웃으며 도망을 가버렸다.갑자기 진한 감동이 가슴속 깊이 뜨겁게 올라왔다. 오토바이기사 하루벌이가 잘 해야 50-60원이고 평균 30-40원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이 사람들에게 20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일이라면 돈을 떠나서 자신의 일처럼 손발 걷어 올리고 최선을 다해주는것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다.단돈 50전에도 아웅다웅하고 모든 일들을 돈으로만 계산하는 각박하고 척박한 이곳의 일상에서 정말로 돈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 세상에는 없으면 금방 죽을것처럼 애지중지 하던것도 시간이 지나면 그따위 하잘것 없는 일로 마음을 졸이며 아파했는지 이해되지 않는것도 많고, 또 반대로 평시에는 얼마나 귀중한지 깨닫지 못하다가 어느때가 되면 점점 더 귀중하게 여겨지는 것들도 적지 않다. 한때는 목숨을 걸고 찾으며, 갈구하고, 투쟁하며, 쟁취하려고 하던 돈과 권력과 명예와 지위와 학위 등도 때가 되면 점점 더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반대로 별로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던 친구간의 우정,가족간의 사랑,사람과의 신용과 약속,정직과 믿음 같은것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더 귀중해지고 그 가치가 무게를 더 해 가는것 같다. 작은것을 소중히 여기고 따뜻한 우정을 나눌수 있는 좋은 친구가 있어 그래도 이곳은 살만한 세상이 아닌가?
내가 쉽게 하얼빈을 떠날수 없는 이유가 주변에 이런 아름답고 좋은 친구가 많은것 때문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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