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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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청구서
2011년 11월 03일 09시 57분  조회:2938  추천:1  작성자: 한오수
어느 날 저녁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어린 아들이 부엌으로 들어와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에게 자기가 쓴 글을 내밀었다.

  청구서

  - 이번주에 내방 청소한 값 : 2000원

  - 가게에 엄마 심부름 다녀온 값 : 1000원

  - 엄마가 시장간 사이에 동생 봐준 값 : 3000원

  - 쓰레기를 밖에 내다 버린 값 : 1000원

  - 아빠 구두 4컬레 닦은 값 : 4000원

  - 마당청소하고 빗자루질한 값 : 2000원

  전부 합쳐서 13000원을 청구함.

  엄마는 기대에 차 있는 어린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엄마는 연필을 가져와 아이가 쓴 종이 뒷면에 이렇게 적었다.

  - 너를 내 뱃속에 열달 동안 데리고 다닌 값 : 무료

  - 너를 낳아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고 씻겨주고 돌보아준 값 : 무료

  - 네가 아플 때 밤을 세워가며 간호하고 널 위해 기도한 값 : 무료

  - 장난감, 음식, 옷 등 네게 필요한 모든 것을 사준 값 : 무료

  - 널 업어주고 달래주고 안아준 값 : 무료

  - 널 키우며 여러해 동안 힘들어하고 눈물 흘린 값 : 무료

  - 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 변함없이 널 키워주고 사랑해 주는 값 : 무료

  아들은 엄마가 쓴 글을 다 읽고 나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그러더니 연필을 들어 큰 글씨로 이렇게 써다. '전부 다 지불되었음'

  일반 가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예화이지만 부모와 자식의 생각 차이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식은 부모에게 하나하나 값을 매기어 계산하고 청구할 수 있지만 부모의 사랑은 끊임없이 주어도 아깝지 않고, 더 주고 싶고, 무한한 리필이 가능한 무료 사랑인 것이다.

  자식 또한 결혼을 해서 자신의 자식을 낳아 키우다보면 부모의 사랑을 조금은 헤아릴 수가 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깊고, 넓고, 높고, 무한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깨닫게 되지만 아직도 부모님보다 제 자식 제 아이를 더 생각하고 더 챙기게 되는 불효자가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매불망 자식의 안위와 장래만을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는 눈물겨운 사랑이 우리 부모님들의 변함없는 사랑이다. 직장과 가정과 바깥일과 개인적인 일에 메여 눈코 뜰새 없는 현대인의 바쁜 삶이지만 이번 가을부터는 비록 자주 찾아뵙고 보살펴 드리지는 못할지라도 전화라도 자주 드려서 부모님 안부를 묻고 어려움이 있으면 도와드리자. 부모님 사후평생에 다시 할 수 없는 일이 부모님 살아생전에 드리는 작은 효도이다.

  효도는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하는 근본도리이다. 효는 전염성이 강하고 반드시 대물림됨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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