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한오수
"한해의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던 하얀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목필균 씨의 6월의 달력이라는 시의 내용이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면 6월은 신록의 계절이고 장미의 계절이다. 산에서는 뻐꾹새와 장끼가 울어대고, 들에서는 밀과 보리가 익어가며,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하늘궁전을 만들어 놓고 있다.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지천에 피어나는 아카시아꽃과 감자꽃, 그리고 태양이 가장 길게 혀를 내밀어 지상을 가장 오래 핥아가는 하지가 숨어 있는 달. 6월은 우리의 오감을 가장 풍성케 하고 우리의 삶을 가장 푸르게 하는 계절이다. 유월은 일년을 전반기와 하반기로 반가름하는 분수령이요 전환점이며 Turning Point이기도 하다.
1월 1일 신년원단과 춘절을 거치면서 금년에는 기필코 이루고 성취하리라 결심하고 다짐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금년도 절반을 지나고 있다.
연초에 세우고 계획했던 굳은 결심이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시간이 지날 수록 흐려지고 느슨해지고 더러는 망각되기도 하고 퇴색해져 가기도 한다. 전반기를 지내오면서 때로는 잘못도 잊고 비틀거리기도 하고 조금씩 실패한 부분도 생기고 있다.
유월 앞에 서서 우리는 다시금 경건하게 머리끈 질끈 동여매고 신발끈 고쳐매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생의 고삐를 늦추어서도 안된다. 연초에 결심했던 내용물을 꺼내어 기억의 진열대에 내어놓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자. 체코의 건축가 카렐 프라게르가 말한 초심을 늘 가슴에 품고 가야 한다. "한가지 뜻을 가지고 그 길을 가라. 잘못도 있으리라. 실패도 있으리라 그러나 다시 일어나 그 길을 가라"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점검하고 달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 내가 가는 길, 내가 가는 이 방향이 제대로 된 길이고 제대로 된 방향인지 확인한 후에 달려가야지 틀린 길 잘못된 방향으로 무작정 달리다 보면 목표와 목적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곳에서 뼈아픈 후회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숨가쁘게 질주하며 동분서주하는 동안 정말로 중요하고도 소중한 것을 잊어 버리며 살아갈 때가 많이 있다.
남은 후반기를 살아가면서 우리의 삶에 있어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무엇이 덜 중요한지 깨달으면서 살아가자.
잠깐있다 사라지는 아침안개와 같은 무가치한 소유와 세상인기에 영합한 삶을 살지 말고 진정으로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가치있는 사랑과 진리와 영혼을 맑게 하고 살찌우는 일에 한번 전력투구하면서 살아가보자. 우리 인생이 불발탄이 되어서는 안된다. 불이 붙었으면 터져야 한다. 불꽃이 없는 불은 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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