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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오기전에
한오수
나이에 따른 경험적 평등의 원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 40대는 많이 배웠던 적게 배웠던 간에 비슷하게 『지식이 평등』 하고, 50대는 잘 생긴 사람이나 못생긴 사람이나 거기가 거기라는 『외모의 평등』, 60대는 모두가 주책스럽고 남녀구분이 모호한 세대로서 여자들이 집안에서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남자들이 기죽어 산다고 하는 『남녀의 평등』,70대는 아픈 사람이나 안 아픈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 『건강의 평등』,80대는 재산이 많으면 무엇하고 온갖 좋은것 다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하는 『재물의 평등』, 90대는 살아 있어도 산것이 아니요, 죽어 있어도 죽은것이 아닌, 살아 있으나 죽어 있으나 마찬가지이고 그저 먼저 가는것이 형님이라고 하는 『생사의 평등』이 그것이다.
위에서 보듯이 인생을 거창하게 바라 볼 이유가 없다.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일분 일초들이 모여서 우리의 인생이 된다.일분 일초는 곧 사라지고 없어지지만 동시의 우리의 삶속에 40대-90대로 축척이 되어 곧 위와 같은 평등의 원리로 변모하게 되는것이다.
또, 사람의 나이를 구분해 보면 시간과 함께 먹는 『달력의 나이』가 있고, 대화해 보면 금방 알수 있는 『정신적 나이』도 있으며, 지위, 서열의 『사회학적 나이』, 건강수준과 척도를 재는 『생물학적 나이』, 또 지식과 지혜를 재는 『지성의 나이』가 있다.그러나 어느 나이든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사람은 모두가 낡고, 녹 슬고, 병 들고, 비어가고, 무능해지고, 멍청해지고, 보기 싫고, 고장나고, 쓸모 없어지게 마련이다. 흐르는 세월앞에 조금 더 젊어 보이고 조금 더 건강해 보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빨리 가든 천천히 가든 우리는 모두가 태엽에 감겨 돌어가는 시계바늘처럼, 오직 단 한곳 무덤과 죽음을 향해 서서히 걸어가고 있는 피조물일 따름이다.
우리 선조들의 신세한탄처럼 『서산에 지는 해가 지고 싶어서 지겠는가. 날 두고 가는 님은 가고 싶어서 가겠는가』.그저 헤어질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해는 지고 님은 떠날수 밖에 없는것이다. 서산에 지는 해처럼 먼길 가는 나그네 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수 없는 길을 떠나야 한다.태산처럼 쌓아둔 부와 재물도, 영광스러운 명예와 호사스러운 높은 지위도 모두 벗어 놓은채 이 땅을 떠나야 한다. 그때가 되면 우리의 육신마저 버리고 떠나야 한다. 손톱이 갈라지고 허리가 휘도록 수고하는 일도, 사랑하는 가족 친척 친구들 모두를 남겨둔 채 그날이 오면 우리 모두는 떠나야 한다.
불로초 찾아 헤메던 진시황도, 천년을 마다 않던 무드셀라도, 천하를 호령하던 징기스칸도, 동서고금 온갖 영웅 호걸들도 결국 모두 그 길을 떠난것처럼 우리는 모두 홀로 그 길을 떠나야 한다.
그 날이 목련꽃 새하얗게 핀 봄날이 될지,햇살 뜨거운 폭염의 여름이 될지,붉은 단풍 가득한 만추가 될지,솔가지 어깨에 흰눈 수북한 엄동이 될지, 지금은 알수 없지만 그날이 오면 우리는 홀연히 길을 떠나야 한다. 2008년도에 타계한 영화 『벤허』의 주인공 찰턴 헤스턴도 말년에 알츠 하이머 병을 앓고 있었는데 2002년 8월에 그는 그의 가족과 친지와 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미리 비디오에 담았다.『언제 말을 할수 없을지 몰라 기억이 온전 할때 작별인사를 드린다.일평생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주고,지지해 주고,이해 해준 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여! 내생의 가장 뜨거운 가슴으로 작별인사를 드린다.영원히 안녕!』우리도 그 날이 오기전에 조금이라도 젊고 조금이라도 정신이 온전할때 미리 작별인사도 하고, 유서도 써 놓고, 생활하는 삶이 좀 더 진지하고 깊이 있는 삶이 되지 않겠는가.사람이 떠난 빈 자리가 그 사람 생전의 삶의 깊이와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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